불쌍한 척하는 것도 잠시였다. 연바다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강하랑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도대체 무슨 포인트에서 화가 났길래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인지 몰랐다.따라오는 길에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뭇가지에 베이면서도 신음조차 내지 않았었다.혹시... 더는 게임을 하고 싶지 않은 건가? 놀란 강하랑은 억울함을 내리누르며 물었다.“연바다 씨, 앞에 길이 없는 거예요? 아니면 다른 문제라도 있어요?”“몸에 지닌 물건을 다 이리 내요. 그래야 게임을 계속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버리고 갈 거예요.”연
강하랑은 시선을 내려 오빠가 준 악세사리가 밟히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 아파했다.하지만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받기 싫을 리가 있겠어요? 연바다 씨가 선물해 준다면 저야 고맙죠.”강하랑은 굴러온 복을 발로 차버릴 사람이 아니었다.지금의 그녀는 오빠들 덕분에 먹고 자는 것을 걱정할 필요 없지만 예전에 가난한 시절을 보냈기에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만약에 이 미친놈이 정말 선물한다면 당연히 받을 것이다. 나중에 팔면 그것도 돈이 되니까.사람은 싫어도 물건은 죄가 없지 않은가. 연바다는 그녀를 지켜보다가
연씨 가문의 ‘반성의 방’에 대해서 지승우도 들어본 적은 있으나 직접 본 적은 없었다.상상해본 적은 있으나 실제로 들어와 보니 정말 공포스러웠다.들어서면 길지도, 짧지도 않은 복도가 있었는데 아주 어두워서 공포 영화에 나오는 병원이나 학교 속의 복도 같았다.지승우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어린 연유성이 이런 곳에서 어떻게 버텨온 것일까.연씨 가문은 보기에는 멀쩡하나 속은 지씨 가문보다 더욱 썩어있었다.지승우의 아버지는 쓰레기라서 하반신을 잘 건수하지 못하고 다녔다. 연씨 가문은...지승우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가장
그 말에 강하랑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얼굴도 파리하게 질려버렸다.연바다가 어떻게 알았을까? 강하랑이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연바다는 성큼 다가와 그녀에게 얘기했다.“단하랑 씨가 나를 바보로 아는 것 같은데... 이걸 어쩌지. 내 두 눈은 멀쩡하거든요.”강하랑은 이를 꽉 깨물었다. 검은 눈동자에는 분노가 피어올랐다.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눈이 뒤통수에 붙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가 비틀거리며 이리저리 부딪힌 것은 산길이 복잡해서이기도 했고 또 일부러 단서를 남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앞에서 먼저 걸어가던
그렇게 외치는 강하랑의 목은 아주 아팠다. 하지만 화가 난 김에 모든 욕설을 연바다에게 퍼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욕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강하랑은 발로 그를 찼다. 어디를 차게 되던지 그저 걸리기만 해봐라, 하는 마음이었다.연바다는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린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버둥대는 두 발을 봤다.“왜 이렇게 발차기를 못 해서 안달이에요?”강하랑은 어이가 없어 코웃음만 나왔다.연바다 같은 미친놈에게는 발차기를 몇 번 해도 속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손바닥을 휘둘렀을 때는 강하랑 뿐
얼마나 우스운 사람인가.사람은 원래 다 이기적이다.강세미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라이벌을 제거하는 것은 연바다가 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과 딱 맞았다.더 높이 오를 수만 있다면 길을 막는 돌덩이쯤은 쉽게 치워버려야 한다.연바다가 강세미를 도운 것은,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만나서 흥미가 생긴 것이었다. 그녀에게 충분한 자원을 주면 정말 그들이 말한 대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서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결말은 좋지 못했다. 그는 그 이유가 강세미의 수단과 방법이 옳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야심은 많으나
연바다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강하랑에게 예전의 일을 알려주었다. 담담한 말투였지만 강하랑은 ‘살아남았고요’라고 얘기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았다.그녀 또한 죽음 앞에서 몇 번이고 살아남았었으니까.강하랑은 연바다의 어깨에서 조용해졌다.지금의 그녀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이유를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목이 쉰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연바다 씨, 살아남는 게 힘들다는 걸 알면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예요? 해외에서부터 지금까지. 아무리 연유성한테 불만이 있다고 해도 잘 얘기해볼 수 있는 거잖아요.”친형제
강하랑은 연바다의 말을 들으면서, 또 이 처량한 풍경을 보면서 차차 이성을 되찾았다. 어슴푸레한 하늘에 빛이 점점 밝아졌다. 아침의 햇살이 구름을 가르고 마침 호수를 비추어 환한 빛이 반사되었다.구름에 어느 정도 가려지긴 했지만 햇살 덕분에 음습했던 기운은 모조리 사라져버렸다.강하랑은 고개를 들어 연바다를 보면서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연바다 씨, 저를 좀 옮겨줄래요? 저쪽의 풍경을 보고 싶은데 앞의 나무 때문에 안 보여요.”연바다는 그 소리를 듣고 의외라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속도 좋네요. 이런 상황에서 풍경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