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까지 하고 친정을 집이라고 하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 괜히 여기서 귀찮게 굴지 말고 네 시집으로 꺼져!”분노에 휩싸인 정하성은 아무 말이나 막 내뱉었다.이는 송미현이 평소 자주 하던 말이다. 하지만 정하성은 아내가 안타까우면서도 말조심하라고만 했다. 어찌 됐든 정희연은 그의 동생이었기에 친정에서 지낸다고 해도 안 될 건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여러 가지 일이 한데 쌓이면서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이 결국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정희연뿐만 아니라 정하성 본인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
2년 전, 늘솜가에서 일손을 돕던 그녀는 스스로를 주방장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만 일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또 얼마나 괴롭혔는지 모른다. 그걸 알기나 하는지 정희연은 그녀 없이 늘솜가가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으스대고 있었다.정하성은 아직 젊고 장사도 몇 년 더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장이나가 스스로 요령을 터득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뒀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의 모든 노력이 헛된 셈이다. 그가 장이나를 ‘후계자’로 대하던 마음은 그들에게 ‘이용’일 뿐이었다.‘내가 미친놈이지, 내가 미친놈이야...’정하성은 생각하
송미현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하지만 이마의 핏줄이 툭툭 뛸 정도로 아파서 생각을 정리할 틈이 없었다.그녀는 어쩔 줄을 몰랐다. 수년간 정씨 가문에 바친 노고가 이렇듯 주영숙의 한 마디로 우스워졌으니 말이다. 다행히 정하성과 서로 붙잡고 있는 덕분에 두 사람 다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정하성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마치 자신은 그녀의 편이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전보다 훨씬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미현이를 남이라고 생각할 정도면 더 말할 것도 없겠네요. 어머니, 저희 분가하도록 할게요. 자세한 건 아버지
“그래요. 선물은 사랑이가 돌아온다고 할 때 이미 준비했어요. 그냥 가져가기만 하면 돼요.”송미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씨 가문과 정씨 가문 사이에 약간 껄끄러운 일이 일어난 적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희연과 주영숙의 일이었기 때문이다.정하성 일가는 단씨 가문과 꽤 친하게 지냈다. 단원혁 등이 늘솜가의 사업에 손을 보탤 정도로 말이다. 늘솜가가 하락세에 들어서면서 체인점을 줄이기 시작한 다음에는 대신 방법을 생각해 주기도 했다.혁이들은 늘솜가에 프리미엄 코스를 만들고 전통문화를 강조하자는 제안을 한 적
“뭐?”정하성은 엄청 웃긴 얘기라도 들은 것처럼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정희연,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누나가 사랑이를 잃어버렸을 때는 대놓고 비웃기만 하더니, 이제 와서 사랑이를 위해 한 일이라고?”송미현도 용기 내서 말을 보탰다.“그러니까요. 형님과 아주버님도 얘기한 적 없는 사랑이 혼사를 마구잡이로 정하는 건 사랑이를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없어요. 단씨 가문에서 쫓겨나면서도 계속 귀찮게 굴어서 괜히 제 남편만 난감해졌잖아요. 시조카들이 아가씨 때문에 몇 번이나 전화 왔는지 알아요?”정희연의 안색이
“알았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흥, 다시 한번 그러면 단씨 집안의 대문도 못 들어갈 줄 알아!”지금의 단씨 가문은 예전의 단씨 가문이 아니었다. MRC 그룹은 주영숙마저도 뉴스에서 보고 놀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아마 지금도 단씨 가문을 깔보는 사람은 정희연밖에 없을 것이다.주영숙은 곁눈질로 소파에 앉아 있는 장이나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네 딸 짝이나 찾아주거라. 시집 보내기 싫으면 데릴사위를 들여도 괜찮다. 대신 사랑이 일에는 절대 간섭할 생각하지 마.”더 이상 말하기도 입 아팠던 주영숙은
“엄마, 무슨 얘기를 하길래 이렇게 신났어요?”가까이 다가간 강하랑은 정희월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시선은 그녀의 앞에 앉은 정하성과 송미현에게 향했다.강하랑과 시선이 마주친 송미현은 정희월이 소개하기 전에 먼저 말했다.“네가 사랑이지? 참 예쁘게 잘 컸구나.”송미현의 칭찬을 듣고 정희월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맞아요, 얘가 우리 사랑이에요. 원혁이랑 이혁이도 시간 있을 때 같이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먼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정희월은 강하랑의 손을 잡으면서 두 사람을 소개해 줬다.“
“그래, 네 마음에 들면 됐다!”강하랑의 반응을 보고 정하성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원래는 모자란 것이 없는 그녀에게 무엇을 선물하든 떨떠름한 반응을 보일 줄 알았기 때문이다.적어도 정희연이 딸, 장이나는 항상 그랬다. 그들도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비교가 되자, 역시 정희월의 딸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얼굴도 누나를 닮아 예쁘지, 마음씨는 더 말할 것도 없네. 사랑이가 영호에 계속 있었다면 장이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야. 잘해줘도 몰라주는 애를 누가 예뻐하겠어?’송미현도 정하성과 똑같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