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밑에 숨은 작은 녀석이 동그란 두 눈을 깜빡이며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어른들은 참 이상했다. 분명 슬프면서 아무 일도 없는 척 연기하고 있었다.비록 그 커피의 냄새는 고소했지만 아주 썼다. 쓴맛에 미간까지 찌푸렸으면서 왜 계속 마시는 걸까?아무리 마셔보고 싶다고 해도 한번 마시고 시럽을 듬뿍 넣으면 되는 일이었다.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억지로 마시는 걸까?단홍우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소파에 앉은 그녀를 보았다.서채은도 단홍우를 보았다.단홍우의 자그마한 얼굴을 자세히 확인한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
“그러니까 넌, 내가 네 엄마가 되지 않길 바라는 거야?”단홍우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당연하죠, 안 그러면요? 아줌마가 왜 우리 엄마가 되어야 하는데요?”서채은의 안색이 하얘졌다.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어쩌면 자업자득이었다. 그녀가 직접 낳고 직접 단씨 가문 본가 앞에 버렸으니 그녀에겐 아이의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단원혁의 말처럼 그녀 같은 사람은 엄마가 되어선 안 되었다.하지만 그녀가 다른 선택을 할 수나 있었을까?만약 그때 아이를 키울 능력이 있었다면 절대 아이를
화들짝 놀란 단홍우는 하마터면 컵에 있던 물을 쏟을 뻔했다.더는 앉아서 물을 마실 엄두가 나지 않았던 아이는 급히 소파에서 내려와 딱딱하게 말했다.“아빠.”단원혁은 단홍우의 두려움 대상이기도 했다.집에 있을 때도 여러 번 숨었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걱정하면서 자신을 찾곤 살살 달래주었지만 유독 아빠인 단원혁만이 자신을 혼냈다.그랬기에 단홍우는 감히 단원혁의 두 눈을 마주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옆에 있던 서채은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단원혁이 이 시간대에 갑자기 탕비실에 나타날 줄은 몰랐고 그녀가 했던 말을
단원혁도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더군다나 방금 서채은은 그에게 아이를 너무 혼내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시선을 떨군 그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7년 동안 내 옆에서 일했으면서, 정말로 나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건가?'그런 그의 모습에 단홍우는 여전히 단원혁이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고 여겨 한 마디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강하랑은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그녀가 이미 모든 탓을 자신에게로 돌렸지만 두 사람이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아 강하랑은 퍽 난감하면서도 죄책
단씨 가문에서 일부러 강하랑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그저 한주 장씨 가문에 있는 정희연이 영호로 온 뒤 정희월과 외갓집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생겼고, 그 후로 몇 년 동안이나 정씨 가문과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지냈기에 정씨 가문에 대해 강하랑에게 자세하게 말해주지 않았다.그리고 정씨 가문에선 당연히 잃어버렸던 강하랑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미 몇 개월 전 강하랑이 귀국할 때 단씨 가문에선 실종아동단체에 2000억을 기부하자 정씨 가문에서도 여러 선물을 보내왔다.다만 그때는 강하랑이 정식으로 단씨 가문에
더군다나 단원혁은 운전 중이었고 그녀는 그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아 그저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았다.회사 건물 아래 있는 분수대를 지날 때 강하랑은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리게 되었다.그녀는 방금 지나갈 때 옷을 이상하게 입은 사람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순간은 아주 짧아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려 확인했을 땐 길가에 심은 나무만 보였고 회사 앞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강하랑은 경계심이 아주 강했다.그녀가 해외에 있을 때 여러 번 그런 질 나쁜 양아치들에게 스토킹을 당했고 심지어 죽을
서채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고 어두워진 얼굴로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녀가 지나가자 주위에서 요란하게 들려오던 키보드 소리가 뚝 멈췄다.대표실 층에서 그녀가 사라지자 그제야 수군대는 소리와 함께 다시 키보드 소리가 들려왔다.다만 서채은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고 그들이 뭐라고 수군대든 궁금하지도 않았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와중에도 핸드폰이 울려댔다.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그녀의 몸은 차가웠다.끊임없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한번 전화를 끊어버렸다. 마치 뒤에서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것처럼 황급
최동근은 그런 행인의 생각을 읽곤 코웃음을 쳤다.“흥, 불효막심한 딸을 키워서 그래. 돈을 벌고는 혼자 쓰고 있더라니까? 심지어 좋은 집까지 샀으면서 아빠인 날 전혀 챙겨주지도 않아. 잘 챙겨줬으면 내가 이렇게 먼 곳에서 찾아왔겠어?”그의 말을 들은 행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동정심을 끌어올리고 있던 와중에 최동근 앞으로 흰색 BMW 한 대가 멈춰 섰다.운전석에 있던 여자는 창문을 내리더니 차가운 얼굴로 분수대 앞에 앉은 최동근을 보며 말했다.“타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창문을 올렸다.최동근은 서채은을 보자마자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