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앞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눈에 띄게 멈칫했다. 하지만 연유성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하기만 했다.새우를 담은 그릇을 내려놓은 연유성은 말없이 휴지만 뽑아 든 채 떠나려고 했다. 이때 온서애가 먼저 정신 차리고 그의 팔을 치면서 말했다.“하랑이 젓가락을 내려놓은 게 안 보이니? 음식을 이제야 가져오면 어떡해?”넓은 공간에 울려 퍼진 “짝” 소리에 연유성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손가락에 묻은 기름을 닦던 동작 그대로 말이다.연유성은 무의식적으로 강하랑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는 평소 이미지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온서애가
“얼른 안 가고 뭐 해!”온서애는 이 와중에도 멍때리는 연유성이 답답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뒤늦게 정신 차린 연유성은 이미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를 힐끗 보더니 성큼성큼 걸어갔다.연유성이 테이블에 놓았던 그릇은 이미 깨끗하게 치워졌다. 새우 껍질도 전부 치워져서 테이블에는 강하랑이 만든 약과밖에 없었다.거실로 나온 연유성은 강하랑이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새우를 먹기 위해 장갑을 끼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문득 데자뷔가 느껴져서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어쩐지 어릴 적에 한 번 본 적 있는 모습인 것 같
“내가 도우미 아주머니한테 도와달라고 할게.”강하랑은 이렇게 말하면서 소파에서 일어났다. 진영선을 만나러 가는 김에 그릇도 전해 줄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혼자 돌아오고 말았다. 그것도 온서애에게 쫓겨나서 말이다.온서애는 진영선을 보내주지 않았다. 심지어 주방에서 중얼중얼 연유성을 흉보기도 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던 강하랑은 어색한 기분이 들어서 한참 주저하고 나서도 소파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강하랑이 돌아왔음을 발견한 연유성은 머리를 들어 그녀를 힐끗 보기만 했다.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과다 출혈도 쓰러져봐야 정신 차리지!’강하랑의 말에 연유성은 미간을 더욱 구기면서 물었다.“내가 왜 너를 탓하겠어?”“닥쳐!”강하랑은 연유성의 말을 끊고 약을 묻힌 솜으로 상처 부근을 닦기 시작했다. 쌉쌀한 약 냄새가 통증과 함께 신경을 자극하자 그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을 줬다.핏자국이 서서히 닦여나가고 상처가 드러났다. 연유성의 방치로 전혀 아물지 못한 상처는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흉흉한 모습이었다. 칼이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갔으면 뼈가 다쳤을 지도 몰랐다.“무서우면 그냥 내가 할게.”연유성은 강하랑이 자
강하랑은 연유성을 힐끗 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약품 상자를 마저 정리했다.“됐어, 이제 원래 자리에 가져가.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은 최대한 오른손을 건드리지 마. 의사를 집으로 부르든지, 병원으로 직접 가든지 해서 신경 좀 쓰라고.”강하랑은 무덤덤한 말투로 말하면서 정리를 끝낸 약품 상자를 연유성의 앞으로 밀었다. 그러고는 태연하게 물티슈를 뽑아서 손에 묻은 약물을 닦아냈다.연유성은 얌전히 약품 상자를 원래 있던 자리로 가져갔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과일을 준비하고 난 온서애가 강하랑과 꼭 붙
“저녁에 산길 내려가는 거 위험해요.”연유성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강세미의 상황은 완전히 안중에도 없는 채 말이다. 그러자 온서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평소에는 하등 문제없던 산길이 왜 하필 오늘에만 위험한 거니? 예전에는 밥을 다 먹기 바쁘게 도망가듯이 나갔잖니?”강하랑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묵묵히 물을 마셨다. 연유성이 떠나든 말든 그녀는 딱히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본가에 남기로 한 순간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강하랑과 연유성은 청진 별장에서 여러 번 함께 밤을 보냈다. 그래서 이번 한 번
기억 속의 어느 한순간과 맞물리는 맛에 연유성은 순간 과거로 빨려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한 입 베어 물었을 때는 그저 달콤한 맛만 느껴졌다. 달지만 느끼하지 않은 것이 확실히 잘 만들어졌다.조금 전의 느낌을 다시 한번 받아보고 싶은 듯 연유성은 자연스럽게 남은 약과를 양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약과에 닿기도 전에 온서애가 단호하게 쳐냈다.“하랑이가 나를 위해 만들어 준 것을 하나 양보하면 됐지, 얼마 더 먹을 생각이니?”연유성은 고개를 들어 강하랑을 힐끗 봤다. 그녀는 못 들은 척 미소를 지으
강하랑의 위로에도 화가 풀리지 않은 온서애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네가 위로받아야 하는 상황에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있구나. 강씨 가문 그것들은 인간도 아니야. 연유성 그 녀석의 대가리가 어떻게 됐는지 답답할 따름이라니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그런 덜떨어진 녀석한테 회사를 맡기지는 않았어. 강씨 가문에 퍼부은 돈으로 기부라도 했으면 천국에 가지 않겠니?”온서애는 이미 회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연유성이 대표 자리에 올라간 다음 HN그룹은 꽤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