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은 서현재가 의미 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서현재가 바보같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만약 단지 몸이라면 그녀는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소원은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걸 인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정말 아무 원망도 후회도 없는 이런 깊은 사랑이 너무 두려웠다.소원은 이런 사랑에서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너무 바보 같았다...소원은 서현재가 정신 차리길 바랐다.소원의 아름다움은 그녀의 공격성에 있어서 분칠하지 않아도 여전히 그녀의 눈빛에서 그 매력이 흘러나왔다.남자들에게 있어서 특히 서현재처럼 여자를 만난 적이 없는 풋풋한 남자에게 있어서 그녀는 예쁘고 매혹적이었다.이런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가장 치명적인 것이었다.소원이가 말했다.“너 지금까지 한 것들, 다 그걸 원해서 그런 거 아니야?”서현재의 얼굴은 순식간에 싸늘해졌고 표정은 예상했던 대로 좋지 않았다.소원은 마음속의 고통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현재야, 난 나를 너에게 줄 수 있어. 근데 넌 나와의 연을 철저하게 끊어야 해.”서현재는 어린애가 아니었다.그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성인이었다.서현재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소원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갑자기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좋아요.”서현재가 말했다.소원은 마음속으로 당황했다.‘이건 내가 알던 현재가 아닌데...’상황은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소원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손을 뻗어 서현재의 목을 끌어안고는 억지로 계속해 나갔다.두 사람은 누가 먼저 백기를 들고 항복하는지 눈치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서현재는 항복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화가 났다.서현재는 소원의 손을 덥석 잡고 그녀를 벽에 기대게 하고는 호르몬이 가득 찬 젊은 몸을 점점 가까이하면서 조금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누나, 내가 할 게...”이 타이밍에 누나라고 부르는 것은 꽤 시시덕거리는 맛이 담겨 있었다.소원은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그녀는 적어도 한 가지
소원은 이렇게 병실로 옮겨졌다.육경한은 병원의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캐주얼한 회색 정장 차림에 안에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손목에는 실버 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유난히 젊고 잘생겨 보였다.소종은 손에 든 기밀 서류를 육경한에게 공손히 바치고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찰칵 소리와 함께 문은 잠겨졌다.소원은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서울에서 육경한이 마음만 먹는다면 소원은 땅을 파고 들어가 숨어 지낸다고 해도 모두 그의 손바닥 안이기 때문이었다.육경한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티셔츠는 둘레가 매우 낮아 쇠골이 다 드러나서 섹시하면서도 눈 밑에는 위험한 색욕이 번졌다.“어제저녁에는 어디로 갔어?”소원이가 대답하지 않자, 육경한은 또 한 발짝 가까이하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남자와 같이 있었어?”“말 안 하면...”육경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기다란 손가락을 내밀었다.“내가 확인해 보지.”소원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를 피하지 못했다.육경한은 소원의 허리를 움켜쥐고 서 있는 채로...소원은 화를 참지 못했다.“육경한, 이 미친놈아. 비켜!”남자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고 손을 도로 거두면서 반쯤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네.”그렇지 않으면, 육경한은 아마 참지 못하고 바로 소원과 몇 번 해서 외딴 남자의 냄새를 그녀의 몸에서 없앴을 것이었다.소원은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서 발로 남자의 종아리를 세게 걷어차고는 뒤로 물러서며 격하게 욕했다.“꺼져!”육경한은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 사람처럼 아픈 줄도 모르고 그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소원아, 너 대단하더라.”육경한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다.귀가 먹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말은 절대 칭찬이 아니라는 걸 알아들을 수 있었다.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육경한의 말을 계속 들었다.“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아쉽지 않아?”소원은 피식 냉소를 지었다.“알면서 뭘 물
소원의 이런 속셈을 육경한은 손금 보듯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우스운 것은, 육경한이 아무리 소원한테 잘해주면서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까 생각할 때 그녀는 어떻게 육경한을 가장 아프고 치명적이게 뒤통수 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육경한은 눈을 반쯤 드리우며 피식 웃었다.“나를 감방에 보내려고 당신도 참 애를 썼어.”육경한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드리웠는데 유난히 압도적이었다.마치 그와 눈길을 한 번만 마주치면 상대방 눈 안의 빛을 박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소원은 육경한의 눈빛에 놀라지 않고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피차일반이잖아요. 대표님도 저랑 연기하느라 힘드셨겠네요.”지금에 와서 소원도 알아차렸다. 육경한도 마찬가지로 소원과 연기하고 있었다는 것을.그렇지 않고서 육경한은 소원이가 서류를 훔쳤다는 일에 대해 그렇게 잘 알 수 없었다.예상대로라면, 육경한은 소원과 방민기가 만나서 서류를 교환할 때 등장해서 현장을 잡아야 했다.그러나 육경한은 자기가 욕조에서 질식할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해 안타깝게도 소원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다.지금 육경한은 모든 것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해 한껏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소원은 마음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이 사람 곧 자신의 자부 때문에 대가를 치를 거야!’소원은 손을 뻗어 옷의 먼지를 털어주듯 육경한의 정장을 매만지면서 비꼬는 말투로 얘기했다.“대표님께서 이렇게 열심히 연기하시는데, 저도 당연히 신경을 많이 써드려야죠. 그럴 가치가 충분해요.”육경한은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지만,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순간 홱 거두었다.그는 주객전도하면서 팔을 길게 뻗어 소원의 턱을 부드럽게 비비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소원아, 이건 내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 거야. 네가 이제 더 이상 다른 남자랑 엮이지 않고 내 옆에 남아 있겠다고 말하기만 하면...”육경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치 큰 희생을 치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까지 힘을 주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육경한은 어두운 눈빛으로 소원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소원은 웃으면서 말했다.“당신은 정말 내가 멍청하게 제 발로 불구덩이에 뛰어들었을 거라 생각해?”소원은 서류를 집에 놓고 나간 후에 퀵 서비스를 불러 서류를 경찰서에 보냈다.그리고 소원은 미리 바꿔치기한 기밀 서류를 들고 있다가 소종에게 붙잡혔던 것이었다.이 말을 듣자마자 소종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봉투를 찢어 확인해 보았는데 역시나 봉투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소종은 화가 잔뜩 나서 한걸음에 소원 쪽으로 다가가 그녀의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그녀를 땅바닥에 눌렀다.“나쁜 년, 감히 날 갖고 놀다니!”그는 난폭하게 무릎에 힘을 주었다.안 그래도 소종은 원래부터 수단과 무력으로 육경한의 밑에서 몇 년 동안 일해 왔던 것이었다.요 근년, 소종은 양복 차림으로 갈아입으면서 자신의 본성을 억제해 왔다.그러나 본질을 따지고 보면 소종은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서운 사람이었다.그는 무릎에 힘을 가하면서 소원의 기도를 눌러 격노하며 말했다,“간이 부었나 봐요. 어디 감히 우리 대표님을 건드려요? 당장 당신을 죽일 거예요!”소원은 소종한테 눌려 숨이 쉬어지지 않고 움직일 수조차 없었지만, 그녀는 이런 사람한테 용서를 빌 생각이 없었다.소종은 육경과 한통속이었다.“풀어줘.”육경한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소종은 원망을 늘어놓았다.“대표님, 이 여자가 대표님을 몇 번이고 다치게 했어요. 이 정 없는 여자한테 더 이상 마음 약해지지 말아요!”소종은 드디어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그 5년 동안 육경한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식으로 속죄하면서 사람 같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소종은 소원이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차차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이 여자는 육경한의 목숨을 노리러 왔던 것이었다.심지어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소종은 진심으로 소원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다.육경한이 명령만 내린다면 소종은 절대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소원을 죽일 수 있었다.“놓아주라
문 앞에서 소종과 헤매던 서현재는 분노가 가득 찬 눈길로 소리쳤다.“누나 놓아줘요. 이 미친놈!”육경한은 성에 찰 때까지 키스한 후에야 소원을 놓아주었다.그는 소원의 얼굴을 받들고 눈시울을 붉히더니 웃으며 말했다.“소원아, 넌 날 못 이겨. 그리고 나도 더 이상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육경한의 말투는 차갑고 쌀쌀했는데 마치 주문을 외우는 듯하여 소원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이때 출동했던 경찰은 이미 병실 문 앞에 도착하여 상황을 물었다.“혹시 육경한 씨 계시나요?”육경한은 소원을 놓아주고는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접니다.”경찰은 자신의 경찰 증서를 보이고 나서 상황을 설명했다.“저희는 육경한 씨가 금융 사기 및 불법 거래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셔서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네.”육경한은 군말하지 않고 매우 침착했다.그저 소종 앞을 지날 때 그에게 명령을 내렸다.“소원이를 잘 보살펴 줘.”‘보살피라고?’소종은 이 재앙 같은 여자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녀가 미웠다.그러나 소종은 육경한의 명령을 거스르지 않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육경한은 고개를 돌려 소원을 바라보더니 더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소원은 육경한이 무엇 때문에 웃는지 알 수 없었지만, 온몸에 한기가 솟았다.조금도 낭패하지 않은 육경한의 발걸음을 보면서 소원은 마음속의 불안감이 더 커졌다.이 순간 소원은 광기가 넘치고 매사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약점이 없는 육경한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소원은 갑자기 등에 천근 무게가 떨어진 것처럼 느껴져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서현재는 바로 다가와 그녀를 부추기면서 잘생긴 얼굴에 안쓰러움이 가득했다.“누나, 왜 그래요?”소원은 힘이 없어 두 손으로 서현재의 팔을 꽉 잡았다.소원은 모든 것이 믿겨 지지 않았다.서현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원을 위로했다.“누나,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먼저 돌아가 있
소원은 소종의 의아한 표정을 보면서 웃었다.“당신 대표님이 경찰에 끌려가는 장면이 지금 온라인으로 전부 생중계되고 있었어요. 지금부터 당신네 유민 그룹 주식은 폭락할 거고 유민 그룹에서 책임지고 있는 프로젝트나 사업은 모두 큰 타격을 입을 거예요. 그러니 당신의 대표님이 이번에 아무리 신의 도움으로 무사히 죄를 벗을 수 있다고 해도 어떻게 될 것 같아요?”소종의 얼굴색이 안 좋아질수록 소원은 더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가장 부드러운 말투로 가장 험한 말을 했다.“당신의 대표님이 조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유민 그룹은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을 거예요. 당신들이 지금까지 쏟아부은 노력은 조금씩 수포가 될 거예요. 당신 입으로 말했던 우리의 하찮은 꼼수가 어떻게 유민 그룹을 망가뜨리는지 잘 두고 봐요!”소원은 이 일을 벌이기 전에 이미 수백수천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보았다.그중에는 성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한 고려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래서 소원은 여러 매체를 통해 육경한이 조사받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육경한은 원수가 워낙 많아서 유민 그룹이 서서히 몰락하기만 하면 그는 순식간에 모든 걸 잃을 게 분명했다.소원은 그저 수수방관하기만 하여도 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그녀 대신 육경한을 처리하게 되어있다.게다가 금융 사건의 형기는 길어봤자 십몇 년이지 극형을 선고받을 리가 없었다.소원은 자신의 아버지가 분명히 육경한의 압박 때문에 죽었다는 걸 알지만, 육경한이 직접 손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를 법으로 제재할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가 원하는 건 결코 육경한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육경한이 두 눈으로 자신이 힘들게 일궈낸 가문과 사업이 무너지는 걸 보게 할 생각이었다.그리고 그가 개처럼 다른 사람의 발밑에 밟혀 굴욕을 당하면서 죽는 것만 못 하게 살게 만들려 했다.이것이야말로 소원이 바라던 진정한 복수였다.소종은 소원이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을 줄 몰랐다. 소종의 얼굴에 떠 있던 조롱은 순간 살의로 변해
서씨 가문은 서현재에게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게다가 온몸의 상처도 서씨 가문이 준 것이었고 말이다.“그래.”서현재의 눈빛은 맑고 깨끗했다.“소원 누나, 앞으로는 다 잘될 거예요.”정말 그럴까?설령 육경한의 일이 해결되었더라도 소원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특히 육경한이 떠날 때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다시는 널 놓지 않겠어!”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저주처럼 느껴졌다....윤혜인은 병원에서 3일 동안 이준혁 곁을 지켰지만 그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그동안 그는 간헐적으로 고열이 계속됐다.의사는 그녀에게 부러진 갈비뼈 하나가 중요한 장기를 찔러 상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수술은 제때였지만 수술 후 감염 상태가 좋지 않았다.가장 중요한 건 더 이상 열이 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밤에도 열이 나면 ICU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윤혜인은 밤새 정성스럽게 간호하며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아침이 되자 아름이가 엄마와 대디가 보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왔다.아픈 마음을 참고 윤혜인은 아름이를 달랬다.전화를 끊고 나서 윤혜인은 다시 병상으로 돌아와 이준혁의 체온을 재봤다.37.1도.드디어 열이 내려가자 그녀는 아주 기뻐했고 밤새 긴장했던 마음도 조금 풀렸다.윤혜인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을 쓰다듬으며 낮게 말했다.“이준혁 씨, 어서 깨어나 줘요. 제발 깨어나서 우리 함께 잘 지내요...”그러나 남자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윤혜인의 마음속 슬픔이 조금씩 커져갔다.윤혜인은 이준혁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자신의 얼굴에 대어 그의 맥박을 느꼈다.심장이 뛰는 느낌이 그녀에게 안정을 줬으니 말이다.그때,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났고 뒤이어 병실 문이 누군가에 의해 세게 밀려 열렸다.“내 아들 내가 보러 왔다는데 왜 막아요? 더 막으면 해고할 거예요.”문현미의 목소리가 들렸다.윤혜인은 깜짝 놀라 이준혁의 손을 놓고 서둘러 일어섰다.곧이어 문현미는 그녀를 보자 발걸음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을 보였
“아주머니, 저 준혁 씨가 깨어나기 전까지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저랑 평화롭게 지내시든지 아니면 아주머니가 나가세요.”문현미는 이 말을 듣고 더 화가 났다.“네가 뭔데! 넌 내 아들이 필요 없다고 해서 쫓겨난 애잖아, 네가 뭔데 나를 쫓아내?”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윤혜인의 가슴을 찔렀다.어쨌든 윤혜인에게 문현미는 한때 자신을 좋아해 주고 또한 모성애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줬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이준혁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혜인은 문현미와 병실에서 다투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고개를 돌려 주훈에게 말했다.“주 비서님, 아주머니께서 좀 진정하시도록 도와주세요. 이렇게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요.”그러자 주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현미를 타이르기 시작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잠시 돌아가셔서 쉬시는 게 어떠신가요? 대표님께서 깨어나시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왜 내가 가야 하죠?”문현미는 피식 냉소했다.“나가야 할 사람은 외부인인 저 사람이지. 난 준혁이의 엄마라고요.”주훈은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만 대표님께서 혜인 씨가 곁에 있길 원하셨어요. 사모님,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표님께서 깨어나셔서 사모님께서 혜인 씨에게 이렇게 대하셨다는 것을 아시면 기분이 상해하실 거예요.”주훈이 이준혁을 언급하자 문현미는 약간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였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간 두 모자 사이의 관계는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하지만 문현미는 한 대사의 예언을 떠올리고 마음이 불안해졌다.“난 안 나가요. 나가야 할 사람은 우리 집에 해로운 저 여자입니다.”곧이어 그녀는 윤혜인을 밀치며 큰소리로 외쳤다.“내 아들 건드리지 마, 더 이상 가까이 가지도 마!”윤혜인은 예상치 못한 힘에 밀려 뒤로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테이블 모서리를 잡고 넘어지지 않았다.주훈은 서둘러 윤혜인을 부축하려 했다.그때, 밖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들어오며 비꼬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여기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