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불편해진 것이 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존감까지 낮아지지는 않았다.오랜 시간 사업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과 상황을 겪으며 병으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도 장애를 딛고 성공한 사람도 봐왔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자신의 다리 부상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뒤로 손을 모은 채 서 있는 이신우도 이준혁의 고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잠시 생각을 하다 그는 입을 열었다.“내가 이미 비서한테 북안도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알아보라 했다. 최근 훈련 문제로 교통 통제가 실시돼서 소식은 기다려야 하지만 말이다.”그는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혜인 씨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가서 물어봐. 병원에 누워서 죽어가는 것처럼 있지 말고! 이게 우리 이씨 집안 남자의 태도냐?”이신우는 한 번에 말을 쏟아냈다. 그는 이준혁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결정하는 건 빠르게 하고 통보만 할 뿐이었다.“최대 석 달까지는 너를 도울 수 있어. 석 달 후에 혜인 씨의 아이가 태어나면 너도 마음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어? 그동안 재활에 신경 쓰고 답을 찾든 아이의 출생을 지키든 네가 알아서 해. 어쨌든 석 달 후에는 나도 손 뗄 거야. 나도 내 일이 있으니까. 그때 가서 이선 그룹 대표 자리에 앉을 사람이 없다 해도 나 찾지 말고!”그가 긴 이야기를 마치자 밖에서 비서가 들어와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그렇게 이신우는 문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던졌다.“가끔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해. 혜인 씨가 정말 결혼했다 해도 아이는 네 아이야.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넌 책임을 지고 좋은 아버지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해.”이신우는 이준혁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았다.해야 할 말은 다 했으니 말이다.그는 결혼하지 않았고 이하진이라는 아이 하나만 키워왔지만 친자식이 아니었다.이신우도 아버지로서 부족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엔 아버지란 역할은 마음에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어떤 방식으로
만약 그가 윤혜인을 찾고 싶었다면 막 깨어났을 때 비록 들것에 누워 있어야 했더라도 방법을 찾아 그녀를 찾아갔을 것이다.하지만 이준혁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이는 그 또한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다.윤혜인은 더 이상 이준혁과 얽히고 싶지 않아 자신의 삶을 선택했고 그는 그 선택을 존중해야 했다.그러나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윤혜인이 여전히 자신에게 미련이 남아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총상을 입던 날 이준혁은 고열에 시달리고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으며 윤혜인과 함께한 마지막 순간조차 흐릿하게 기억났다.다만 마지막에 그가 윤혜인을 대신해 총을 막아냈다는 것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윤혜인이 이준혁의 수술 당일에 떠난 것은 그녀의 결정을 간접적으로 알려준 셈이었다.김성훈과 이신우는 아마도 이준혁이 다리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져 윤혜인을 찾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실 그에게는 사랑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그를 무너뜨리지 못했다.그러나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너무나도 쉽게 이준혁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그의 내면은 감정적으로 그리 강하지 않았으니 말이다.이준혁이 윤혜인을 찾지 않기로 한 것은 자신의 집착적인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보지 않고도 마음을 다잡기가 어려운 이준혁이 만약 윤혜인을 직접 마주한다면 어떤 일을 저지를지 자신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다음 날 점심 즈음에 남자 간호사가 다시 돌아와 이준혁에게 수액을 놓아주었다.간호사는 나가면서 이준혁의 과일 접시에 놓인 전날 과일을 보고 그가 전날 과일을 먹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그렇게 간호사는 양해를 구하고 그 과일을 청소 아줌마에게 건네주었다. 이 일은 이미 몇 날 며칠째 반복되는 일이었다.하루가 지난 과일을 먹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 이준혁은 원래 그저 그 과일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었다.그리고 과일을 상해 버리기 전에 신선할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게 더 나았고 말이다.병실에서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캐묻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 아니다.남자 간호사는 계속해서 아줌마에게 눈짓을 보내며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런 적이 없다뇨?”하지만 아줌마는 남자 간호사의 눈짓을 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했다.“전에 아주 예쁜 아가씨가 있었어요. 얼굴이 하얗고 작고 눈이 크고 아주 온화했죠. 그 아가씨를 자주 봤어요.”아줌마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그녀가 손자의 수술 때문에 휴가를 냈다가 오늘 처음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윤혜인이 떠난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남자 간호사는 아줌마가 잘못 기억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다.“아줌마께서 분명 잘못 기억하신 거예요. 그만하고 나가시죠.”그러나 아줌마는 고집스러웠다.“아니에요. 제가 잘못 본 게 아닙니다. 전 이분께 감사 인사를 할 겸 그 아가씨에게 돈을 돌려드리려고 온 거예요.”남자 간호사는 이준혁이 화낼까 봐 아줌마를 끌어당기며 말했다.“이쯤 하시고 가시죠, 아줌마.”아줌마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평소에 남자 간호사가 자신과 손자를 잘 돌봐주었기에 그의 말을 잘 따랐다.곧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준혁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빨리 회복하시길 바라요.”그렇게 남자 간호사가 아줌마와 함께 나가려 하자 이준혁이 그들을 불렀다.“잠깐만요.”그는 아줌마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줌마, 돈을 돌려준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아줌마는 이준혁이 자신을 부르자 깜짝 놀랐다.그는 겉모습만 보아도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남자 간호사처럼 자신을 ‘아줌마’라고 불러주며 존댓말을 해주니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저한테 그렇게 예의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러자 이준혁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습니다. 아줌마,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전에 제가 근무하던 때였어요. 선생님께서 아직 깨어나지 않으셨을 때였죠. 제가 이 구역을 청소하고 있었어요. 돈을 더 벌려고 그달에는 계속 야간 근무를 했거
이준혁은 그 카드를 받아든 채로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었다.아줌마는 말했다.“선생님, 그 아가씨 참 착한 사람이에요. 제가 보기엔 정말 선생님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매번 여기서 나올 때면 눈이 항상 빨갛게 부어 있었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그 아가씨는 정말 선생님을 걱정하고 있던 거예요...”남자 간호사가 아줌마를 데리고 병실을 나간 후에도 이준혁은 그 카드를 보며 멍하니 있었다.윤혜인이 그를 그렇게 많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바로 그때 주훈이 들어왔고 이준혁은 입을 열었다.“내가 혼수상태였던 한 달 동안의 복도 CCTV 영상을 모두 가져와.”주훈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비서로서 대표님의 안전과 관련된 상황이라면 당연히 확실히 알아봐야 했다.“아니. 그냥 지금 당장 가져와.”“알겠습니다.”주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잠깐만.”그때 이준혁이 그를 불렀다.“가면서 남자 간호사한테 그 아줌마 집 사정 좀 알아봐달라고 해. 그 집 손자를 위해 필요한 지원도 좀 준비하고.”주훈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얼마 후 주훈은 복사한 USB를 들고 와 이준혁에게 건넸다.“대표님, 어떤 화면이 필요하신 거예요? 제가 도와드릴까요?”이준혁이 컴퓨터 화면을 계속 보고 있으면 눈이 피곤해질까 걱정이 돼서였다.“아니. 내가 직접 볼 거야.”주훈이 나간 후 이준혁은 USB를 노트북에 꽂았다.시간을 밤으로 돌리자 마침내 자정이 넘은 시간에 윤혜인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그녀는 매일 오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병실에서 항상 한 시간 이상 머물렀다.다른 화면을 통해 확인해보니 그녀는 병실에 들어가진 않았고 창문 앞에 서서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었다.그것이 윤혜인이 매일 오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렇게 오래 서 있으면 몸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잔뜩 집중한 채 이준혁을
“전화했는데 받질 않아요.”이하진은 짜증스럽게 말했다.“몰라요. 이제 출발할래요. 저 혜인 선생님 결혼식 놓치고 싶지 않다고요.”“그래. 이만 가봐. 도착하면 연락하고.”이신우는 전화를 끊었다.이하진은 입으로는 기다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이준혁을 기다렸다.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자 그는 화가 나서 승무원에게 말했다.“됐어요. 더 이상 안 기다릴게요. 문 닫으세요”.”기내 문이 닫히고 비행기가 이륙했다.한편, 먼 북안도의 개인 전용 착륙장에서 막 도착한 한 대의 한국의 개인 전용기가 있었다.기체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세련된 정장을 입고 연한 색 변색 렌즈의 선글라스를 쓴 한 잘생긴 남자가 내렸다.북안도의 날씨는 추웠고 남자가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그의 비서는 남자에게 진한 남색 양모 코트를 걸쳐 주었다.이로 인해 키가 크고 날씬한 체격에 더해 고급스럽고 냉철한 분위기가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비행기에서 무릎을 굽히고 내려오는 그의 걸음이 약간 불편하다는 것을 모두 알 수 있었다.손에 들고 있는 금색 장식이 있는 지팡이는 장식품인 줄 알았는데 사실 걸음을 돕기 위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공항 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걸음이 불편하다니...’그러나 남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고 지팡이를 짚고 몇 걸음 만에 차 앞으로 걸어갔다.그를 위해 누군가 차 문을 열어주자 남자는 몸을 숙여 차에 탔다.자리에 앉자 앞 좌석에 있던 비서는 핸드폰을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대표님,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있습니다.”이준혁은 전화를 받아 확인했다.부재중 통화 목록에서 가장 많은 것은 이하진의 전화였고 그 외에도 업무 관련 전화 몇 통이 있었다. 그리고 이신우가 보낸 문자 한 통이 있었다.[도착했니?][네. 도착했어요.]이신우는 역시 이준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반면 이하진은 아직도 이준혁이 오지 않은 줄 알고 비행기에서 투덜거리고 있을 것이다.
“신랑이 보고 깜짝 놀라실 거예요.”“감사합니다.”윤혜인이 인사했다.“여기 잠깐만 앉아 있어요. 비서가 밖에 있던데 불러드릴게요.”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나가고 윤혜인은 거울 앞에 앉아 멍을 때렸다.‘드레스를 입으면 이런 모습이구나.’처음 이준혁과 결혼할 때 비밀 결혼이라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고 그저 등기하고 둘이 상반신 샷을 찍은 게 전부였다. 사진은 모두 8부가 나왔고 쓰고 남은 6장은 집에 가져가 고이 간직했다.그녀의 마음속에 그 사진은 마치 웨딩사진과 같은 의미였다. 좋아하는 남자와 웨딩사진을 찍는 게 로망이었지만 이혼할 때까지 그 로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러다 이준혁과 재결합했지만 오해가 있었고 먼저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없었기에 오해도 풀지 못하고 윤혜인에게 일이 터졌다. 두 번째도 여전히 아쉬움이 많은 엔딩이었다. 뒤에 원지민이 이준혁을 위해 드레스를 입었다. 결혼식은 가짜였지만 드레스는 진짜였고 그 옆에 선 남자도 진짜였다.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그리고 지금 윤혜인도 드레스를 입었지만 옆에 선 남자는 이준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두 사람은 신성한 의미가 담긴 옷을 입을 때 옆에 선 사람이 다 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늘은 진작에 두 사람의 만남이 잘못되었다고 알려줬지만 윤혜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부딪혔다. 그렇게 얻은 교훈이라면 가끔은 무작정 앞으로 가는 것보다는 뒤로 물러서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대기실 문이 열렸다.거울에 비친 윤혜인이 고개를 들었다. 들어온 사람은 여은이 아니라 곽경천이었다.윤혜인을 본 순간 곽경천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윤혜인이 드레스를 입으니 정말 너무 윤아름과 닮아 있었다.윤아름은 늘 곽경천을 따듯하게 감싸주고 이해해 줬다. 곽경천은 그때가 되어서야 엄마의 사랑이 이렇게 따듯할 수가 있다는 걸 알았다.윤혜인은 곽경천이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점점 마음이 근질근질했다.“오빠, 혹시 이상해?”곽경천이 정신을 차리더
“괜찮아. 원래도 서로 원하는 게 있어서 하는 결혼인데. 남준은 배씨 가문 호적에서 나와 따로 호적을 파는 건데 그러려면 첫 번째 조건이 결혼하는 거잖아. 아니면 배씨 가문 수장이 절대 동의할 리 없어.”곽경천이 위로했다.“너도 남준이 성격 알잖아. 좋아하는 여자도 없는데 피해주기는 싫어서 이 기회를 잡은 거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잖아.”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남준 오빠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이 과거를 신경 쓴다면 내가 꼭 대신 설명해 줄 거야.”곽경천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윤혜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물었다.“오빠, 우리 이번에 정말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곽경천이 시선을 축 늘어트린 채 말했다.“걱정하지 마. 꼭 찾을 수 있을 거야.”윤혜인이 배남준과 가짜 결혼하려는 이유가 있었다. 곽경천의 조사에 따르면 저번에 파티장에서 윤혜인을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북안도와 관련된 사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상대는 찰스가 보낸 사람이 아니었다. 몸에 찰스 가문의 휘장이 없었다.윤혜인은 귀국한 지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윤혜인을 쫓던 사람들이 여기까지 쫓아와 여러 번의 암살을 시도했다.윤혜인이 죽어야만 끝날 것 같았다.곽경천이 여러모로 알아봤지만 찰스 가문과는 상관이 없다고 나왔다. 그리고 윤혜인은 이제 더는 그들의 추격 대상이 아니었다.누가 윤혜인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난 건지 궁금했다.곽경천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데 배남준이 소식을 전해왔다. 곽경천이 전에 유의하라고 했던 한약재를 누군가 사 갔다고 말이다.상대는 아무 정보도 남기지 않았고 한약재를 사간 뒤로 서울에서 자취를 감춰 더는 찾을 수가 없었다.곽경천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 그 약재는 엄마가 떠나기 전 남겨준 약속이었다. 누구든 위험에 부딪히면 약방에서 ‘환혼’이라는 약재를 사서 살아있다는 걸 알리는 의미로 정하자고 했다.그런데 지금 누군가 그 약재를 사 갔다. 그것도 전에 약속했던 여섯 잎이었다.
한 번에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일이었고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기도 했다.곽경천도 배남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으로서는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었다. 윤혜인의 안전도 보장하면서 윤아름의 행방도 찾을 수 있었다.곽경천은 이 방법을 윤혜인에게 알렸고 윤혜인도 동의했다. 윤혜인도 곽경천이 바쁜 와중에 그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게 싫었다.게다가 지금 윤아름의 소식도 있으니 곧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너무 잘된 일 같았다.일은 계획대로 잘 흘러갔다. 배남준은 아일란보 신부가 보는 앞에서 부부로 되었고 북안도로 돌아와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집안에 거짓말했다.배남준의 아버지 배영석은 별다른 의심 없이 아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사실 배남준의 아버지도 아는 게 많은 아들과 친해지고 싶었다.가문이 계속 발전하려면 다방면으로 뛰어난 후계자가 필요했다. 배남준은 머리가 비상해 배씨 가문의 대부분 경영 난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하지만 배남준은 배영석과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배영석은 여자가 많았고 배남준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는 바람에 아마 배영석은 배남준의 어머니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잊어버렸을 것이다.배남준이 결혼한다는 말에 배영석도 돈을 아끼지는 않았고 첫 결혼을 아주 성대하게 치러주려 했다. 배씨 가문에 경사가 났다는 사실을 북안도 전체에 알리려는 것처럼 말이다.윤혜인이 원하는 것도 이것이었다. 결혼 소식이 널리 알려져야만 윤아름도 그들이 북안도로 왔다는 걸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들을 만나러 올 방법을 생각하거나 더욱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 할 것이다.하지만 배씨 가문이 안전한 건 윤혜인이 배남준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신분에 빈틈이 보이면 후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곽경천이 당부했다.“혜인아, 평소 밖에 있을 때는 그래도 부부인 척해야 해. 절대 들키면 안 돼. 예정일까지 배씨 가문 정원에만 있으면 안전할 거야.”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안전 조심해야 해.”윤혜인이 걱정스레 말했다.“걱정하지 마.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