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름은 방금 겪은 굴욕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다시 원진우와 마주친 후부터 그녀의 악몽은 또 시작됐다.처음 그가 자신을 서울의 별장에 가둔 후, 악몽 같은 반달이 지나가고서야 윤아름은 원진우가 방심한 틈을 타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그리고 그 탈출은 무려 5년 동안이나 이어졌다.그때 윤씨 가문은 위태로운 시기를 겪고 있었고 곽씨 가문에게도 더 이상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윤아름은 홀로 한적한 어촌에 몸을 숨겼고 그곳에서 아이까지 낳았다.하지만 원진우의 부하들이 그녀를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당황한 나머지 윤아름은 어촌의 착한 이웃에게 아이를 믿을 만한 사람에게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그 후 윤아름은 다시 원진우에게 붙잡혀 북안도의 법 없는 원시적인 부락으로 끌려가게 되었다.그가 윤아름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그녀를 더 완벽하게 가두고 한국과의 모든 연결을 끊기 위해서였다.처음에 윤아름은 온 힘을 다해 탈출하려 했고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포기하지 않았다.하지만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의 세계는 무너져버렸다.사람들은 윤아름이 발코니에서 실수로 떨어졌다고 했지만 아무도 그녀가 모든 걸 포기하고 스스로 뛰어내렸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렇게 윤아름은 5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다시 깨어났을 때, 시간이 흘렀음에도 원진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여전히 편집적이고 잔인하며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이었다.원진우는 자신이 윤아름을 붙잡고 있는 한, 몇 명을 죽이든 상관하지 않았다.그리고 윤아름은 자신이 기억 상실을 연기하는 것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원진우처럼 영리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은 곧 모든 것을 알아챌 테니 말이다.하여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결심했다.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이상, 포기하지 않겠다고.원진우가 윤혜인을 언급한 전화 통화를 들은 후부터, 윤아름은 그녀의 딸이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그리고 오늘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전에 이미 긴장한 나머지 입에서 나온 건 단 한 마디였다.“무서워요.”간단한 말이었지만 흥미롭다는 듯 원진우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그는 타인이 자신을 두려워해야 배신하지 않고 자신 몰래 행동하지 못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원진우는 얇은 입술을 살짝 말아 올리며 말했다.“내가 무슨 머리 세 개에 팔이 여섯 개는 달린 괴물이라도 돼?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는 없을 텐데.”진우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긴장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그는 무심하게 물었다.“방금 방 안에서 무슨 얘기를 했나?”진우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고?”그러자 원진우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그럼 둘이서 방 안에 한 시간이나 있는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건가?”그 미소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을 뻔했다.진우희는 그 미소에 겁을 먹고 두 다리가 풀려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죄송합니다. 가주님.”원진우는 느긋하게 다리를 내리고 그녀를 주시하며 말했다.“그래, 뭐가 그렇게 죄송한데?”“저... 제가.”진우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사모님께서 부탁하신 약을 사기로 한 게 제 잘못입니다.”“어떤 약을 사기로 했는데?”진우희는 녹는 종이를 내밀었고 그 위에는 윤아름의 필체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진우희는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가주님. 제가 사모님의 돈 5만 유로에 눈이 멀어 그만 약을 사기로 했습니다.”하지만 원진우는 그 종이를 다 읽고도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5만 유로라니 통이 크긴 하군.”“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사 줘.”남자는 냉담하게 말을 끊었다.“...네?”원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녹는 종이를 다시 진우희 앞에 던졌다.“사주라고.”진우희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하고도 여전히 주저하며 종이를 줍지 못했다.그리고 그런 겁에 질린
“아니에요. 아니에요...”진우희는 감히 돈을 받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거절했지만 원진우는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진우희, 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에 반박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 말 한마디에 진우희는 두려움에 떨며 종이를 주워들고는 벌벌 떨며 말했다.“감사합니다. 가주님...”진우희가 방을 나가자 원진우의 우아한 표정은 차갑게 굳어졌다.아이를 갖자고 했던 원진우의 말은 그저 농담이었다. 설령 윤아름이 임신을 하더라도 그는 그녀가 아이를 낳게 하진 않을 것이다.나이가 든 사람에게 아이를 낳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원진우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고 차라리 아이를 갖지 않는 편이 나았다.하지만 윤아름은 그 말을 마음에 새겼는지 진우희에게 피임약을 부탁한 모양이었다.‘자기 몸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 건가? 정말 임신할 수 있다고? 하지만...’원진우는 곧 윤아름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것을 떠올렸다.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아직 열여덟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개를 푹 숙인 채 원진우는 방으로 돌아갔고 윤아름은 몸을 숙이고 쉬고 있었다.원진우의 커다란 손이 자신의 등을 쓰다듬자 윤아름은 살짝 몸에 닭살이 돋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참으며 그를 뿌리치지 않았다.“왜 아직도 안 자?”원진우가 물었다.“잠이 안 와...”윤아름은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진우 씨... 나 돈 좀 줄 수 있어?”그 말투에 원진우는 웃음이 터졌다.자존심 강한 윤씨 가문 아가씨인 윤아름이 자신에게 지금 돈을 달라고 하니 말이다.하지만 이 말은 진우희의 말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주었다. 그녀가 돈을 원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매수하려는 목적일 것이다.그러자 원진우는 경계심을 서서히 풀었다.윤아름은 그가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순간 화가 나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안 줄 거면 됐어.”“안 준다고 한 적 없는데.”원진우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심 어린 웃음을 띠며 말했다.그러더니 팔을
가족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완전하지 않다.진우희는 종이를 물에 던져 넣으며 마음속의 신념을 더욱 굳건히 했다....윤혜인이 출근하자 비서가 와서 보고했다.“원지민 씨 쪽에서 또 일단 예복은 필요 없다고 하네요.”윤혜인은 원지민의 이랬다저랬다 하는 태도에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럼 다시 확인해봐요. 만약 보름 뒤가 결혼식이라면... 지금 확정하지 않으면 예복이 준비되지 않을 텐데 나중에 우리가 처리 못 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네, 제가 다시 연락해볼게요.”“그리고 만약 정말로 취소한다면 계약금 전액은 돌려주지 않는다고 확실히 알려줘요.”디자이너의 가치는 그 디자인에 있으므로 여러 번 협의 끝에 취소한다면 업계 규칙에 따라 추가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윤혜인은 원지민과 그 문제로 더 얽히고 싶지 않았고 계약금 정도는 보상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곧 비서가 다시 와서 보고했다.“확실히 취소한다고 하네요. 원지민 씨 남편분께서 한 달 전에 이미 V사 찬란한 인생 컬렉션의 같은 시리즈로 예복을 예약했대요. 원지민 씨가 그 사실을 모르고 오해가 생겨서 저희 쪽 예복은 취소하겠답니다.”‘찬란한 인생’은 V사의 고급 맞춤형 럭셔리 드레스 라인으로 한 벌에 수억에서 수십억까지 할 수 있는 고가의 예복이었다.고급 맞춤형 의류는 미리 주문해야 하니 이준혁이 신경을 써서 비밀리에 드레스를 준비해둔 모양이었다.“알겠어요. 그렇게 처리해요.”윤혜인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한동안 우울하게 지냈지만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계속해서 자신을 가두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일도 하고 사람들과도 어울리며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원지민과의 일이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속에서 일렁이던 감정의 파도는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머지않아 윤혜인은 이 아픔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퇴근 시간이 되자 배남준이 윤혜인을 데리러 왔다.두 사람은 도시안의 도시라 불리는
윤혜인은 망설임 없이 배남준의 팔을 잡고 먼저 계단을 올랐다.유리 회전문이 돌아가며 두 사람의 모습은 이준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식사 중 윤혜인은 별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았다.배남준은 신사적으로 그녀의 스테이크를 잘라서 건넸지만 윤혜인이 많이 먹지 않자 물어보았다.“입맛에 안 맞아?”“아니요. 오후에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요.”배남준은 근처에서 혼자 식사 중인 이준혁을 한 번 바라보고 나서 윤혜인을 불렀다.“혜인아.”“네?”곧 배남준이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혹시... 아직 마음 정리가 안 된 거야?”포크를 놓은 손을 잠시 멈칫했지만 윤혜인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배남준은 마음속으로 그녀를 안타깝게 여겼다.“정말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억지로 참을 필요 없어. 시간이 지나면 분명 치유될 거야.”곽경천과 친구라 배남준은 윤혜인에 대한 감정이 미묘했다. 처음에는 그녀를 여동생처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고 어떤 감정이 좋아한다는 것인지도 잘 몰랐다.다만 배남준이 원하는 것은 윤혜인이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그 행복 속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녀가 행복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윤혜인은 배남준의 위로에 감사했다.때로는 오빠인 곽경천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그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배남준에게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배남준은 언제나 윤혜인의 생각을 헤아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대해주었다.“알겠어요. 남준 오빠.”그녀도 그의 생각과 같았다. 억지로 마음을 차갑게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자는 것이다.지금처럼 이준혁과 같은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을 만큼은 되어야 했다.평생 피해 다닐 수는 없을 테니 시간이 지나면 결국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윤혜인은 믿었다.저녁 식사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고 자리에서 일어난 윤혜인의 눈에 멀리 이준혁이
윤혜인은 택시를 기다리며 홀로 문 앞에서 서성였지만 오늘따라 차를 부르기가 쉽지 않았다.20분이 지나도 차는 오지 않았고 오히려 술에 취한 몇몇 남자들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윤혜인이 예쁘다고 하며 연락처를 요구했다.윤혜인은 대꾸하지 않고 찡그린 채로 경비실 쪽으로 걸어가며 그들을 피하려 했다.하지만 술에 취해 무모해진 남자들은 경비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경비원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을 계속해서 두드렸다.상황이 심상치 않자 경비원은 무전기를 꺼내 로비에 있던 경비원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그러나 경비가 도착하기도 전에 갑자기 날카로운 경적 소리와 함께 검은색 마이바흐가 엄청난 속도로 그 술 취한 남자들을 향해 돌진했다.술에 취한 남자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고 그중 두 명은 바닥에 주저앉아 몇 바퀴 굴렀다.엄청난 속도의 차에 이 작은 경비실이 차에 밀려 뒤집힐까 봐 경비원은 겁에 질려 있었다.윤혜인 역시 크게 놀라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손으로 복부를 감쌌다.다행히도 마이바흐는 경비실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멈췄다.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미안하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그 말을 들은 술 취한 남자들은 분을 참지 못하고 운전 기사에게 덤벼들려 했으나 바로 그때 순찰 중이던 경찰들이 도착해 그들을 막아섰다.그렇게 경비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술 취한 남자들은 소란 혐의로 경찰서로 연행되었다.경비실에서 나온 윤혜인은 자신이 부른 택시가 도착한 것을 보았다.검은색 마이바흐의 옆을 지나칠 때 윤혜인은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등 뒤로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차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번호판을 보고 안에 그녀는 누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하지만 방금 본 운전기사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으니 단순히 실수로 브레이크를 잘못 밟았을 수도 있었다.어쨌든 윤혜인은 이준혁이 자신을 구해주려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차에 타고나서 운전기사는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바로 앞에 있는 체육관에서 유명 연예인의 공연이
밤이 깊어지면서 이슬이 내려 윤혜인은 얇게 입고 나온 탓에 코끝이 빨갛게 얼었다.옥빛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아 그녀를 더욱 가냘파 보이게 했다.“괜찮아요.”윤혜인은 그를 모르는 사람처럼 무시하고 몇 발짝 앞으로 걸었다. 앞쪽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지만 이미 버스 운행은 끝난 상태였다.그래도 버스 정류장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곳에 앉아 있으면 안전할 것 같았다.마이바흐는 그녀를 뒤따라 정류장까지 천천히 움직였다.윤혜인이 앉자 이준혁은 차에서 내려 그녀 앞까지 걸어왔다.“차에 타. 내가 직접 모셔야 하겠어?”‘지난번에 만났을 땐 한마디도 안 하더니... 오늘은 원지민이 없다고 몇 마디 더 하려는 건가?’하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의 냉담한 태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의 관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이미 기사가 오고 있어요.”이준혁은 포기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이곳에서는 차를 잡기 힘들어. 여기서 얼마나 더 기다릴 생각이지?”“괜찮아요. 얼마 안 걸릴 거...”그러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혜인은 갑작스런 팔의 통증을 느꼈다. 이준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강하게 끌어올린 것이었다.그가 잡은 위치는 하필이면 배남준의 팔짱을 끼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뭐 하는 거예요...”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나한테서 먼저 등 돌린 게 누군데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거야?’곧 이준혁은 몇 발짝을 끌어가다가 불편하다는 듯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들어 올려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리고 자신도 뒷좌석에 올라탔다.하지만 이준혁이 자리를 채 잡기도 전에 윤혜인은 가방을 들어 던졌다.“쾅!”가방은 남자가 피하는 바람에 차 창문에 부딪혔다.차가 이미 출발한 상태에서 윤혜인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이 대표님, 당장 차에서 내려주세요.”그들 사이는 이미 끝난 사이였고 이준혁은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 때문에 윤혜인은 더 이상 이런 모호한 상황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약혼자가 있는 남자의 차를 타는 것 자체가 잘못이니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며 이준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는 부부였잖아. 네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길 바랄 뿐이야.”윤혜인은 그 말이 너무나도 비꼬는 듯 들려 웃음이 나왔다.“이 대표님,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전 대표님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전 성인이고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어요. 그러니 전 제가 선택한 상대를 믿을 거예요.”그러면서 덧붙였다.“잘못된 길이라면 대표님이야말로 제가 만난 가장 큰 잘못된 길이었어요.”그녀는 이준혁에게 여러 번 상처를 받았고 그로 인해 충분한 고통을 겪었다.때문에 다시는 다른 어떤 남자도 자신에게 그 정도로 상처를 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그 말에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이준혁은 강한 소유욕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배남준이 꼭 네가 선택할 사람이어야만 해?”윤혜인은 더 이상 이준혁과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제 일에 신경 끄세요. 제발 저를 내려주시고요. 더 이상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이미 이준혁과의 관계를 정리했고 그가 곧 결혼할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여 더 이상 이준혁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준혁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넌 그 사람이 품위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야만적인 가문에서 살아왔는데 손이 깨끗할 리가 없지. 그 사람이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배씨 가문 사람인 데다가 그런 일을 겪었던 사람이 과연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결국 배남준도 언젠가는 세 명, 네 명의 아내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 거야. 그런 상황에서 넌 남편을 여러 여자들과 나눠 갖는 걸 참을 수 있겠어?”윤혜인은 이준혁이 이렇게까지 길게 말할 줄 몰랐다.남을 험담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며 이준혁은 항상 편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었다.“그건 제 문제예요.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그 결과는 제가 감당하면 됩니다.”이준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윤혜인의 모습을 보자 그녀가 예전에 자신을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