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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밤이 깊어지면서 이슬이 내려 윤혜인은 얇게 입고 나온 탓에 코끝이 빨갛게 얼었다.

옥빛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아 그녀를 더욱 가냘파 보이게 했다.

“괜찮아요.”

윤혜인은 그를 모르는 사람처럼 무시하고 몇 발짝 앞으로 걸었다. 앞쪽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지만 이미 버스 운행은 끝난 상태였다.

그래도 버스 정류장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곳에 앉아 있으면 안전할 것 같았다.

마이바흐는 그녀를 뒤따라 정류장까지 천천히 움직였다.

윤혜인이 앉자 이준혁은 차에서 내려 그녀 앞까지 걸어왔다.

“차에 타. 내가 직접 모셔야 하겠어?”

‘지난번에 만났을 땐 한마디도 안 하더니... 오늘은 원지민이 없다고 몇 마디 더 하려는 건가?’

하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의 냉담한 태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의 관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미 기사가 오고 있어요.”

이준혁은 포기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이곳에서는 차를 잡기 힘들어. 여기서 얼마나 더 기다릴 생각이지?”

“괜찮아요. 얼마 안 걸릴 거...”

그러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혜인은 갑작스런 팔의 통증을 느꼈다. 이준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강하게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가 잡은 위치는 하필이면 배남준의 팔짱을 끼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뭐 하는 거예요...”

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

‘나한테서 먼저 등 돌린 게 누군데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거야?’

곧 이준혁은 몇 발짝을 끌어가다가 불편하다는 듯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들어 올려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뒷좌석에 올라탔다.

하지만 이준혁이 자리를 채 잡기도 전에 윤혜인은 가방을 들어 던졌다.

“쾅!”

가방은 남자가 피하는 바람에 차 창문에 부딪혔다.

차가 이미 출발한 상태에서 윤혜인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대표님, 당장 차에서 내려주세요.”

그들 사이는 이미 끝난 사이였고 이준혁은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 때문에 윤혜인은 더 이상 이런 모호한 상황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약혼자가 있는 남자의 차를 타는 것 자체가 잘못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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