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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곽경천은 구지윤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솔직하게 물었다.

“1008, 너희 집 도어락 비밀번호가 내 생일이야?”

의심하던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고 그는 구지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에 빠졌다.

아버지 앞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구지윤이 한번 결혼한 적이 없었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먹을 꼭 쥔 채, 구지윤은 곽경천의 시선을 느끼며 작게 대답했다.

“육선재의 생일이에요.”

곽경천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자신과 육선재가 같은 날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 사실 때문에 둘의 관계가 다른 가문의 자제들보다 가까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곽경천은 구지윤을 그렇게 몰아붙인 사람이 육선재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특히나 육선재가 먼저 구지윤에게 결혼을 청했을 때, 곽경천은 오히려 그를 부러워하기까지 했었다.

자신은 절대 육선재처럼 대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가문에서는 결혼이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가문 간의 관계를 위한 도구였다.

하지만 곽경천은 이제서야 육선재가 그저 인간 말종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렇게 학대받았던 구지윤이 아직도 육선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눈빛은 구지윤의 어깨에 남은 상처 자국으로 옮겨지며 점점 어두워졌다.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도망갔어? 응?”

구지윤은 그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느끼고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처럼 자신감 있게 등을 드러낼 수 없었다.

등에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고개를 젓던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사랑하지 않았어요.”

곽경천의 가슴 한구석이 찌릿했다. 그 말이 주는 기쁨은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구지윤은 곧바로 덧붙였다.

“그저 2년 동안 그 사람의 아내로 있었기 때문에... 익숙해졌을 뿐이에요.”

육선재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몸이 오싹해지듯이 구지윤은 단지 그와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사랑이 아닌, 육선재의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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