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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곽경천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기사에게 전화를 걸고는 일어나 구지윤에게 걸치라고 소파 위에 놓인 자신의 재킷을 던졌다.

그 행동은 마치 시혜를 베푸는 듯했다.

누가 봐도 그는 이 상황을 처리하고 싶지 않은, 원치 않은 문제로 여기고 있었다.

구지윤은 마치 영혼 없는 사람처럼 그 재킷을 걸쳤다. 이 상황에서 그녀는 아무리 자존심이 상해도 맨몸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어머니의 말이 옳았다.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절대로 품어선 안 될 꿈을 꾸었던 것이다.

곽경천의 말이 정확했다.

구지윤에게는 그를 걱정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는 곽씨 가문의 도련님이었고 그녀는 도우미의 딸일 뿐이었다. 그들의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녀는 주인의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의 감정을 대놓고 표현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더 나아가 그를 좋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곽경천의 냉정한 말이 구지윤을 깨어나게 했다.

그렇다.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구지윤은 누구인가?

그녀는 그저 곽씨 가문에서 하인 방에 기거하는 도우미의 딸에 불과했다.

곽경천은 고개를 돌려 구지윤을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고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모든 기운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구지윤이 걸친 곽경천의 재킷은 너무 커서 무릎까지 내려왔고 그 안에서 그녀는 너무나도 가냘프고 약해 보였다.

평소에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언제나 반짝이는 별과 달을 품고 있는 듯했지만 지금은 얼음물에 담긴 것처럼 빛을 잃고 차가워 보였다.

그와 함께 완전히 생기를 잃은 구지윤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곽경천은 잠시 멈칫하며 방금 자신의 말투가 너무 과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녀는 이제 겨우 18살에 불과했다. 그저 남녀 관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나이였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곽경천이 말을 꺼냈다.

“오늘 일은...”

“괜찮아요.”

구지윤은 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

“저 정말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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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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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경
이다음은 원지민이 찰스가문 만난 얘기나오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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