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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윤혜인은 비웃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기대하고 실망하는 과정을 거듭할수록 마음이 더 빨리 식어갈 거야. 오히려 좋은 거 아니겠어? 이제 그 남자를 완전히 내 삶에서 지워낼 수 있는 건데...’

...

구지윤은 아침에 일어나 방안에 흩어진 옷가지들과 침대 위에 반쯤 옷을 벗은 곽경천을 보고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이런 일은 한 번 있으면 두 번도 생기는 법이다.

어젯밤 곽경천은 구지윤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나서 커피를 마시러 올라왔다.

그리고는 피곤하다며 그냥 그녀의 집에서 자겠다고 버티더니 결국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구지윤은 곽경천이 불쌍해 보여서 한밤중에 얇은 이불을 덮어주러 갔다가 그에게 그대로 끌려가 입맞춤을 받으며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어찌저찌 곽경천은 구지윤을 침대로 데리고 갔다.

성숙한 남녀라면 서로 뜨거운 감정 속에 잠길 수밖에 없었지만 곽경천은 마지막 순간에 멈추고 다른 방식으로 대신하자고 했다.

구지윤이 어리둥절해 있던 차에 곽경천은 이렇게 말했다.

“너 생리 중 아니야?”

‘생리...’

구지윤은 한참 생각한 끝에 그 말의 뜻을 깨달았다.

첫날 밤 그녀의 반응을 보고 곽경천이 생리 중이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사실, 그녀는 그동안 두 번밖에 그런 경험이 없었고 그나마도 꽤 오랜 시간 차이가 있었다. 그로 인해 갑작스러운 ‘침입’에 몸이 반응한 것일 뿐이었다.

구지윤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한번 이혼한 여자가 순결할 거라는 생각을 할 리 없지.’

게다가 그녀는 악명 높은 육선재와 결혼했었으니 말이다.

육선재는 공공연하게 친구들 앞에서 구지윤과 함께 얼마나 많은 이상한 짓을 했는지 또 그녀가 얼마나 순순히 협조했는지 떠벌렸었다.

이혼 후에도 육선재는 구지윤을 비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녀를 추악한 여자로 만들었다.

마치 그녀가 남자보다 더 욕망이 많은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육선재를 떠올리기만 하면 구지윤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마치 건조한 종이처럼 손만 대도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밤중에 깨어나면 항상 육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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