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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찬바람이 불어오자 이준혁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들었다.

‘지금 내가 무슨 자격으로 혜인이에게 잘해주려고 한 거지?’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윤혜인의 앞길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것뿐이었다.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게 말이다.

순간적으로 이준혁은 얼굴에 다시 차가운 가면을 썼다.

무섭게 굳은 얼굴로 그는 낮게 말했다.

“내가 너무 참견했군.”

윤혜인은 손끝을 꽉 움켜쥐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도 지쳐 있었다.

다시금 희망을 품을 때마다 이준혁은 직접 그 희망을 짓밟았다.

가장 웃긴 건 조금 전까지 윤혜인은 이준혁이 아직 자신을 신경 쓰고 있는지, 혹시 그가 자신을 아직 놓지 못한 건 아닌지 궁금해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다 허상에 불과했다.

그저 윤혜인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 것뿐이었다.

윤혜인은 입술을 악물며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서러움을 억눌렀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이 대표님, 제발 다음부터는 이렇게 참견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필요 없고 매우 불편해요. 만약 다음에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쳐주세요. 그게 우리가 합의한 규칙이잖아요.”

윤혜인은 곽경천이 말해준 사실을 떠올렸다.

이준혁이 바로 어렸을 때 자신이 구해준 그 오빠였다는 것.

임세희의 부모는 그저 정원에 초대된 손님이었고 이준혁 역시 부모를 따라 그곳에 왔다.

그러던 이준혁은 얼음판에서 실수로 빠졌고 어렸던 윤혜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얼음을 깨고 그를 구해낸 것이다.

그녀 자신도 물에 빠져 거의 익사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그를 물 위로 끌어 올렸다.

그때 임세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그 공을 가로챘고 이준혁을 자신의 하인들에게 데려가게 했다.

남자의 이름조차 몰랐던 윤혜인은 곽경천과 엄마에게 한 오빠를 구했다고만 말했었다.

엄마는 그녀가 너무 무모하게 물에 뛰어들었다며 꾸짖었지만 윤혜인은 그저 사람을 구하려 했을 뿐이었다.

그 후로 다시 이준혁을 볼 기회는 없었고 그는 가족들과 함께 떠났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이미 명확했다.

깨어난 후,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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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goodnovel comment avatar
손현경
저도 빠른 완결이되었으면 좋겠어요...
goodnovel comment avatar
ᄋ은주
어서 완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결제까지 해가며 재미있게 응원하며 봤던 소설이 점점 지겨운 내용으로 인해 실망스러워지는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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