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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1화

윤혜인은 망설임 없이 배남준의 팔을 잡고 먼저 계단을 올랐다.

유리 회전문이 돌아가며 두 사람의 모습은 이준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식사 중 윤혜인은 별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배남준은 신사적으로 그녀의 스테이크를 잘라서 건넸지만 윤혜인이 많이 먹지 않자 물어보았다.

“입맛에 안 맞아?”

“아니요. 오후에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요.”

배남준은 근처에서 혼자 식사 중인 이준혁을 한 번 바라보고 나서 윤혜인을 불렀다.

“혜인아.”

“네?”

곧 배남준이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혹시... 아직 마음 정리가 안 된 거야?”

포크를 놓은 손을 잠시 멈칫했지만 윤혜인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배남준은 마음속으로 그녀를 안타깝게 여겼다.

“정말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억지로 참을 필요 없어. 시간이 지나면 분명 치유될 거야.”

곽경천과 친구라 배남준은 윤혜인에 대한 감정이 미묘했다. 처음에는 그녀를 여동생처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고 어떤 감정이 좋아한다는 것인지도 잘 몰랐다.

다만 배남준이 원하는 것은 윤혜인이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그 행복 속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녀가 행복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윤혜인은 배남준의 위로에 감사했다.

때로는 오빠인 곽경천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그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남준에게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배남준은 언제나 윤혜인의 생각을 헤아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대해주었다.

“알겠어요. 남준 오빠.”

그녀도 그의 생각과 같았다. 억지로 마음을 차갑게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준혁과 같은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을 만큼은 되어야 했다.

평생 피해 다닐 수는 없을 테니 시간이 지나면 결국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윤혜인은 믿었다.

저녁 식사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고 자리에서 일어난 윤혜인의 눈에 멀리 이준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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