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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와이프한테 사드리세요

신은지가 대기실에 십여 분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고연우가 모습을 들어냈다.

"가요."

그가 대기실 문턱에 서서 신은지에게 외쳤다. 신은지는 말없이 빠르게 그의 뒤를 따랐다.

"확인했어요? 태준이 맞아요?"

그리고 잠시 후, 차에 올라탄 뒤에야 그에게 질문했다. 육정현이 박태준일 거라는 확신이 80, 90프로는 들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사람한테 확인을 받는 편이 힘이 됐다.

"확실히 똑같게 생긴 건 맞더라고요."

질문을 받은 고연우가 덤덤히 답했다.

"...."

신은지는 긴장된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말 대신 신은지 앞에 손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거기엔 막 뽑힌 듯, 뿌리가 생생한 머리카락 한 움큼이 놓여 있었다.

"맞는지 아닌지, 이걸로 직접 확인해보면 되죠."

신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박태준의 죽마고우는 달라도 뭐가 달랐다. 하지만 그녀는 이 머리카락들을 받을 수가 없었다.

"제가 직접 의뢰를 맡기면 중간에서 또 누군가가 수작을 부릴 수도 있으니까, 일단 아버님이 내일 출장에서 돌아오시는 걸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아직 기민욱의 일도 박용선에게 말하지 못한 상태였다. 강혜정한테 샘플을 받아도 되긴 하지만, 그 과정에 누군가가 개입할 수도 있었다. 그 말을 들은 고연우는 조용히 차 서랍 안에서 봉투를 꺼내 머리카락을 담았다.

"결과 나오면 알려줄게요."

그는 신은지를 재경그룹에 데려다준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런데 그녀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중, 한 여자가 갑자기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신은지 씨."

이 여자는 재무부에서 일하고 있는 이름모를 주주의 조카였다. 삼촌백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전공은 확실히 재무 쪽이였다. 아마 그 주주의 지시로 신은지를 매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은지가 냉담한 표정으로 가볍게 여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자도 인사하는 척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의 평평한 배에 시선을 고정했다.

"신은지 씨, 임신 4개월 아닌가요? 그런 것치고는 배가 너무 밋밋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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