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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만취

박태준은 보통 기업인이 아니었다. 그는 재벌 중의 재벌,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는 같은 업계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계와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엄청난 이슈가 될 것은 뻔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신은지의 머리속에 과거 자신이 인스타그램에서 했던 발언이 떠올랐다. 이 시점에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그녀에게 이건 재앙이었다. 커리어가 끝장나는 소리였다.

그녀는 재빨리 박태준에게 차 좀 멀리 세우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한참,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돌아오지 않자, 신은지는 불안감이 점점 고조되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데로 쏠린 틈을 타 얼른 밖으로 빠져나왔다.

식당을 나오자마자, 신은지는 곧바로 박태준의 차 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박태준도 후방 미러를 통해 그녀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가 창문을 내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직전, 신은지가 그 옆을 막아섰다.

“얼른 창문 다시 올려.”

“….”

박태준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그녀가 원하는 대로 다시 창문을 올렸다.

“회식은 끝났어?”

“아직, 한두 시간은 더 걸릴 것 같아.”

신은지가 좀 전에 관장이 술을 더 시켰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여기서 어슬렁거리지 좀 마.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입술이 오므려졌다. 박태준은 이 상황이 매우 불합리하게 느껴졌지만, 화를 표출하고 싶지는 않아 일단 참았다.

“우리가 불륜이야? 왜 숨겨야 해? 연인 사이끼리 데리러 오고 하는 거지.”

“오늘 식사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누군지 알아? 다 내 선배들이야. 모두 이 바닥에서 한 이름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런 사람들조차 이런 고급 외제 차 못 타고 다녀. 그런데 막내인 내가 아이바흐를 탄다? 어떻게 생각하겠어?”

그녀는 이 분야에서 남들보다 경력도 나이도 어린 편이었다. 그런데 자꾸만 왕관 복원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에 얼굴을 내비치자, 동족 업계 사람들한테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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