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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같이 자지 않겠다는 거지?

신은지는 욕조에 오일 몇 방울을 떨어뜨린 뒤 음악을 튼 채 목욕을 했다. 목욕 도중 강이연이 그녀에게 내일 쇼핑을 가자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녀는 이를 보고는 그 번호를 차단했다.

그녀는 강이연의 뻔뻔함에 감탄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자신의 아버지까지 합세하였고, 오늘 박물관에서는 똥 씹은 표정을 마주한 뒤 떠났음에도 고작 몇 시간 뒤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함께 쇼핑을 가자고 한 것이다.

목욕을 마친 뒤, 신은지는 머리를 말리고 보습 로션을 발랐다.

저택의 잠옷은 이전에 강혜정이 준비해 주었던 것과 동일했다. 섹시함이 가장 큰 특징이었지만 노출은 적었다. 가려야 할 부분은 가려졌음에도 노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보일 듯 말 듯한 것이 안개 속 여인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렸다.

신은지가 이 옷을 입고 나가자 박태준은 순간 굳어버렸다.

아예 돌이 되어버렸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신은지의 앞에서 그는 자제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지능이 있는 사람이었다.섹시한 잠옷을 입고 욕실에서 걸어나오는 여자를 봤을 때 그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그녀를 끌어 와 눕혀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의사가 내린 처방이었다: 몸을 움직이지 말고, 격한 운동이나 하거나 감정적 자극을 주지 마라.

그는 순간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기분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뱀에게 독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중독되지 않았다고 했으면 그녀는 긴 소매에 긴 면바지를 입고 있었을 것이다.

신은지는 옷장에서 이불을 옮겨 소파 위에 올려두었다. 소파는 넓지는 않지만 길어서 자기에는 딱 좋았다.

박태준은 한동안 뚱 해 있다가 신은지가 곧 잠들려는 듯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나한테서 냄새 나.”

신은지는 낮고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난 그래도 널 싫어하지 않아."

이 말은 매우 성의가 없게 들렸다.

"...나를 싫어하지 않으면서 나랑 같이 자지 않겠다는 거지?"

"..."

방 안은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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