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차에 탄 두 사람의 안색이 동시에 안 좋아졌다.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젠장, 저 세균 같은 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추 씨 셋째 어르신이 데려가지 않았나?"그들은 어젯밤에 누군가를 납치하려고 했으나 육지한이라는 남자가 방해해서 할 수 없이 그만둬야 했다. 때문에 멈춰야 했다.우연인지, 육지한이 신은지를 따라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두 그룹으로 나뉘어 도착했을 때 신은지를 여전히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추 씨 셋째 어르신은 사람들을 유인해 그를 강탈했다.조수석에 탄 사람이 계속해서 소리쳤다. “그가 왜 신은지를 따라다닌 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이미 다 들킨 거 아닌가요?”육지한의 냉철하고 위엄이 있었으며 몸에서 풍기는 아우라는 마치 갓 뽑은 칼 같았다.운전자는 세게 운전대를 돌리며 떠나려고 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닥쳐. 아직 시간이 있잖아. 그가 네 얼굴을 봤는지 안 봤는지나 생각해 봐. 만약 선생님의 신분이 노출되면 너는 말할 것도 없고 네 가족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그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저희를 따라오는 건지 뒤에 있는 여자를 따라오는 건지 모르겠어요."십중팔구 그 여자를 따라오는 것이다.그의 눈에 단호함이 번쩍 스쳐갔다. "그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사람이야. 그는 차 밖에 있고 우리는 차 안에 있잖아. 진짜로 그를 제거할 수 없다면... 살육전이 시작되면 승리를 보장할 수는 없겠네.” 그렇게 말한 후 그는 뒤에 있는 기절한 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중요한 순간에 그녀를 밀어내."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벌을 받고 심하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놔야 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신분이 폭로되면 처자식들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것이었다.차가 육지한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최후까지 누구의 생명도 자신의 손에 붙들고 싶지 않았다. 그는 도망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육지한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몰
신은지에게 화를 내고 싶었다. 어젯밤, 자신에게 유인 작전을 한다고 했을 때 분명히 거절 의사를 밝혔었다.하지만 상의가 아니라 이미 모든 결정을 끝내고 한 말이다. 그녀는 그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에게 알려 주었을 뿐이다. 자신이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그새를 못 참고 혼자 움직인 것이다. 긴급 회의 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일어날 줄은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그녀의 허약한 모습과 벌겋게 달아오른 눈에 화를 낼 수 없었다. 박태준은 입술을 깨물고 침을 꼴깍 삼켰다. 한참 동안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원래 이렇게 고집이 쎄?”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장모님 죽음에 의문점이 들면 내가 대신 찾아 줄 수 있어. 네가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움직일 필요 없다는 뜻이야. 그리고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함부로..”그는 격해지는 감정에 잠시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자연스러운 ‘장모님’ 이라는 말에 신은지는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어.”오랜 시간 동안 그들을 의심 해왔다. 더 이상 쓸모 있는 증거가 남아 나질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열어야만 한다,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 줄곧 겸손했던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킬 생각까지 했을까. 신은지의 모친도 살아생전에는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던 사람이었다. 그녀의 방식이 위험 하긴 했어도 방향은 옳았다. 한산 별장 사람, 아주머니 그리고 두 명의 수상한 남자까지 한꺼번에 몰려들지 않았는 가. 박태준이 허리를 숙여 차 안에 있는 신은지와 눈을 맞췄다.“나한테 기댈 생각은 해보긴 했어?”신은지가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응, 있어. 이렇게 도와주러 왔잖아.”계획은 그녀의 생각 이상으로 위험천만했다. 하마터면 부딪혀서 죽을 뻔했다.“...”박태준은 언젠간 신은지 때문에 화병 나서 쓰러지고 말 거라고
다른 내용이라면 박태준이 직접 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만큼은 아무리 조사를 해도 찾아 볼 수 없다. 신은지의 생각은 오직 그녀에게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친 진유라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자신의 친구 나유성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나유성이 박태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다. 눈썹을 치켜 들며 “술 한 잔 하자.” 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유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우리 사이에 무슨 술이야? 같이 마주 앉는 것도 껄끄러워.”방금 전은 그저 박태준을 신은지의 방에서 꺼내려고 하려고 했던 말이다.“그때는 나를 어떻게 생각 하고 있었어?”박태준은 끈질기게 물었다.“별 생각 없었어.”나유성은 전혀 개의치 않고 사실을 덧붙였다.“친하지도 않는데 무슨 생각이 있겠어.”“...”그 다음 날. 일행이 체크아웃을 하러 프론트로 내려가고 있다. 나유성이 신은지에게 카드를 요구 했다. 출장비로 숙소비는 냈고, 체크아웃 하면서 보증금만 돌려받으면 된다. 같이 돌려 받으면 일처리가 빠르다. 신은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손에 쥐고 있던 카드를 그에게 건넸다. 이때, 손 하나가 두 사람을 막았다.나유성과 신은지가 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름 아닌 준수한 외모의 박태준이 서있었다.“실버 방 보증금은 일단 내가 돌려 받을 게, 받으면 계좌로 보내 줄게.” 박태준은 또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인가. 겨우 보증금 하나로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걸까. 신은지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를 꽉 깨물고 작게 속삭였다.“박태준, 유치하게 행동하지 마. 뒤에 회사 동기들이 다 보고 있어.”그는 허리를 숙여 물었다.“진짜 나유성 한테 해달라고 할 거야?”작게 중얼 거렸지만 가까이 있는 나유성에게는 잘 들렸다. 신은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영웅은 서둘러 눈을 감았다. 위계질서 따위는 신경 쓸 틈도 없이 박태준에게 서류 봉투를 넘겼다.“아이고,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먼저 봐 주시겠습니까? 제가 나중에 처리하겠습니다.”차라리 눈이 멀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하필 대표님 앞에서 서류 봉투를 뜯을 생각을 했을까. 서류 봉투 안에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클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반짝이는 인테리어를 통해 부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다.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진 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신은지 라는 사실이다. 사진에는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에 남자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끈 나시의 짧은 치마는 아니지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사실이다. 박태준은 사진을 서류 봉투 안에 넣었다. 그리고 눈을 감싸고 있는 진영웅에게 지시를 내렸다.“누가 보냈는지 알아내.” ..신은지가 박물관에 들어오자마자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도중 영어와 한글을 섞어 가면서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이 귀중한 물건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그 교포한테 애국자 흉내 내지 말라고 하세요. 자기 나라의 물건은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해서 보냈지만 당신들이 정말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외국 복원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문화재 복원은 결코 상업적인 복원이 아닙니다. 문화재는 옛날 물건처럼 다시 복원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저희 나라의 문화재 복원 기술은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합니다. 적어도 제가 이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를 찾는 사람은 맞습니다. 도와주러 왔으면 고맙다고 해도 부족할 텐데 왜 저를 거절하시는 겁니까? 당신들은 지금 복원이 아니라 오히려 더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겁니까!”임관장의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신은지는 박물관에 들어와 회사 동기와 마주쳤다. 턱으로 사무실로 가리키며 물었다.“누구예요?”“일 훔치러 온 사람이에요.
샐러드는 만들기 쉽다. 요즘 날씨도 덥고 며칠동안 남포시에서 느끼한 것만 먹는 바람에 채소가 먹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은 채소를 썰어서, 익히고 접시 위에 두었다. 드레싱을 뿌리고 나니 요리 완성 시간은 총 15분도 채 되지 않았다. 박태준은 물로 잠깐 행군 채소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가득한 초록 빛깔에 미간이 찌푸려졌다.“감사 인사야, 아니면 사료야?”신은지는 그릇을 내려 놓다가 다시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대표님, 가능한 시간대를 말씀하시라니 까요. 별 10개 식당 찾아서 제가 정중하게 감사 인사라도 하게요.”박태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말투에는 억울함도 담겨 있었다.“안 먹는다고는 안 했잖아. 그리고 국내에는 별 5개가 제일 많은 거야.”“너 같이 높은 사람이 어떻게 별 5개로 성에 차겠어.”“...”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말하다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쫓겨 날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진영웅의 말이 맞았다. 역시 여자와는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가 없다.신은지는 샐러드를 입에 넣었다. 한편 박태준의 것은 자신의 왼손 옆에 두었고 곧이어 그가 손을 뻗어 그릇을 가져갔다.의외로 맛이 없지는 않았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입맛에 맞았다.“맛있네.”식사를 마치고 신은지가 설거지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 박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내가 할게.”그리고 “너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왔잖아.” 라며 말을 덧붙였다. 박태준은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으로 나가 지낸 적이 있다. 항상 혼자서 밥을 했기 때문에 설거지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손님한테 설거지를 시켜, 식사가 좀 조촐하긴 했어도 남포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감사 인사는..” 그는 신은지의 손님 또는 감사라는 말에 거리감을 느꼈다. 손에 핏줄을 세우며 코웃음을 쳤다. “진 비서가 나한테 청춘 드라마 좀 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끊는 방법을 알게 됐지. 꽤 쓸모 있어 보이던데 직접 안 해봐서 모르겠네. 지금
신은지는 얄궂게 웃었다. 미간 사이에는 요염함과 비웃음이 뒤섞여 있었다."우연이라고 생각해?"그 말을 들은 박태준은 그녀를 놓아주더니 흘러내린 신은지의 머리를 귀 뒤로 꽂으며 말했다."아니, 그리고 비즈니스 하는데 이런 더러운 일 많아. 하지만 나는 그런 적 없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런 짓 한 적 없어. 그러니까 다음에는 이런 거 묻지 마."신은지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내가 손댄 여자는 너 하나밖에 없어. 그것도 내가 직접 나를 너한테 갖다 바친 거고."박태준은 애정 표현을 잘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해본 적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늘 신은지에게 못된 말만 늘어놓기 바빴다. 신은지는 직접적이고도 열렬한 애정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대개 진선호나 학창 시절, 고백 편지에서 들은 것이었기에 박태준이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애정 표현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말에 대답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신은지가 멈칫한 사이, 박태준은 이미 신발을 다 바꿨다."먼저 갈게. 그동안 수고했어. 일찍 쉬어."신은지는 요즘 궁중 암투극에 빠졌는데 황제가 매번 수청을 들고난 후궁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곤 했다. 그랬기에 박태준이 한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화끈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그가 자신에게 쇼핑하느라 수고했다고 말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문을 닫은 그녀는 TV를 보다 씻고 자려고 했지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박태준이 무언가를 놓고 간 줄 알았던 신은지는 문을 열자마자 진유라를 마주했다. 그녀의 손에는 과일과 간식, 포장된 회까지 있었다. "내가 꼬치랑 맥주도 시켰는데 이제 곧 도착할 거야."진유라는 물건을 신은지에게 건네주더니 익숙하게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 바꿔 신었다."방금 엘리베이터 앞에서 박태준 만났는데 그놈이 너 괴롭히러 온 거야? 그런데 그 고귀한 사람이 나한테 말을 걸더라.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이 점에서 진유라는 박태준을 오해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신은지 남편이고 한 사람은 신은지 친구였지만 사실 자
박태준이 신은지의 눈을 막았지만 그녀는 이미 신진하를 보고 말았다.신진하는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피와 오줌으로 범벅이 된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무척 더러웠다.요즘 매번 신진하를 볼 때마다 그는 신은지에게 이런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신은지는 한 집의 가장으로서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던 그가 아예 생각나지도 않았다."가자."신은지가 자신의 눈을 막은 박태준의 손을 내리며 말했다.박태준은 그런 신은지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그제야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에 그는 자신의 손에 신진하의 피가 묻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박태준이 신은지와 맞잡은 손을 들어보니 신은지의 새하얀 손에 빨간 피가 묻어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도 피가 묻어있었다.그 모습을 본 박태준이 미간을 찌푸리자 옆에서 누군가가 물티슈를 건네줬다."손 닦으세요."물티슈를 받아 든 박태준은 신은지의 손과 얼굴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닦았다. 그리곤 자신의 손은 대충 닦았다. 그의 주먹은 어디에 긁힌 것인지 상처가 나 있었다. 가죽이 벗겨져 피가 뚝뚝 흐르고 있어 그 피가 박태준의 것인지 신은지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박태준의 손길은 투박했다. 마치 어렸을 적, 고무로 숙제 책을 지우는 손길 같았다. 덕분에 보드랍지만은 않은 물티슈가 지나간 곳이 조금 빨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신은지를 보호하려는 박태준을 느꼈다.신은지는 거절하려고 했다, 한편으로 불편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 주위에 구경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필 박태준은 어딜 가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바닥에는 생사를 알 수 없는, 명의상 신은지의 아버지인 사람이 누워있었기에 신은지는 박태준처럼 담담하게 행동할 수 없었다."가자."박태준이 물티슈를 버리고 나서야 신은지가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응."박태준은 다시 신은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신은지가 쌩하니 그를 지나쳐 가 그의 손끝이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나갔다. 박태준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응, 알았어. 아무튼 고마워."신은지가 알코올을 적신 솜으로 박태준의 상처를 소독해줬다."그 짧은 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해서 모든 흔적을 지우고 희생양까지 찾아냈으니 절대 단순한 집안이 아니야. 남포시에 그런 집 10집 안 되거든. 내가 이미 사람 보내서 지켜보라고 했어, 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남포시는 박태준 구역이 아니었기에 다른 이의 세력이 오랜 시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쉽게 다른 이에게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들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오랫동안 싸워온 사람들임이 분명했다.이번 일로 알 수 있다시피 상대방은 신중한 데다가 플랜 B도 많이 남겨뒀다. 혹여나 조심하지 않아 꼬리를 보이거나 시끄럽게 했다가는 다음에 그들을 잡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박태준은 조용하게 손을 대야 했기에 조금 어려웠다.신은지의 사진도 상대방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고 박태준은 생각했다. 그저 그 구체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저 두 사람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박태준은 관절을 다친 탓에 붕대를 감기도 어려웠다. 신은지는 약을 바른 뒤, 물건들을 봉투에 넣어 묶어서 상자 속으로 넣었다.모든 것을 마치고 나서야 신은지는 고개를 들고 박태준을 향해 웃어 보였다."고마워."예쁘장한 얼굴을 지닌 그녀의 피부가 어둠 속에서 더욱 하얗게 비춰졌다. 불빛이 눈 안으로 비춰 들어오자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박태준은 그런 신은지를 보고 있자니 심장이 떨려와 침을 삼켰다.좁은 차 안에서 차창도 열지 않아 약 냄새와 두 사람 몸의 향기가 뒤섞여 서로의 코안으로 파고들었다. 차 안의 온도는 점점 올랐고 무수한 불꽃이 일어 곧 폭발할 듯했다.이성을 잃기 전, 박태준이 고개를 돌렸다.신은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을 불태워 버릴 것만 같은 충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보이지 않아 더 강렬해졌다.그때,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긴장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