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56화 퉁치자.

신은지는 박태준이 배가 부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토할 정도로 배가 불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음식이 목까지 차오르고 나서야 말을 꺼냈던 그의 모습이 미련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박태준의 곁으로 다가가려고 하다가 편의점으로 몸을 돌려 물을 샀다.

편의점에서 나왔을 때, 박태준은 이미 거사를 끝낸 뒤였다.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자리에 서 있었다.

신은지가 그에게 물을 건넸다.

“미안, 배부르면 말하지 그랬어.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었잖아.”

박태준은 물을 건네받고 먼저 입을 헹구었다. 그제야 천천히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가 목을 젖히자 길고 선명한 라인이 생겼다.

움직이는 목젖, 살짝 풀어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쇄골이 거리의 불빛과 검은 하늘 덕에 더 조화로워 마치 한 폭의 그림 다웠다.

신은지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방금 전 그가 했던 말이 뇌리에 스쳤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항상 무슨 일에 처했을 때, 곁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저번에 사채업자들한테 납치당했을 때도 마지막에는 박태준이 나타나 자신을 구했었다.

분명 마음속에 다른 이를 품고 있다는 사실과 상대방의 차가운 태도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났는지 대충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월한 외모를 제외하고 그는 신은지의 인생이 제일 절망스러울 때 나타난 한 줄기 빛이었다. 박태준은 그녀에게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삶을 가져다주었다. 동시에 꿈도 쫓게 해주었다.

사람이 금전적인 여유가 없을 때는 꿈이나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당시에 문화재 복원으로 돈을 벌기도 했지만 어느새 빌린 돈의 이자가 몇 배 이상으로 불어 나고 말았다.

만약 그때 박태준이 없었다면 자신은 아마 동남아 또는 먼 곳으로 떠나 숨어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유흥업소에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박태준이 뚜껑을 닫고 차분하게 말했다. 결코 당연하다는 뜻은 담겨있지 않았다.

“네가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해서 말이야.”

박태준의 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