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박태준이 배가 부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토할 정도로 배가 불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음식이 목까지 차오르고 나서야 말을 꺼냈던 그의 모습이 미련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박태준의 곁으로 다가가려고 하다가 편의점으로 몸을 돌려 물을 샀다.편의점에서 나왔을 때, 박태준은 이미 거사를 끝낸 뒤였다.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자리에 서 있었다.신은지가 그에게 물을 건넸다.“미안, 배부르면 말하지 그랬어.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었잖아.”박태준은 물을 건네받고 먼저 입을 헹구었다. 그제야 천천히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가 목을 젖히자 길고 선명한 라인이 생겼다. 움직이는 목젖, 살짝 풀어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쇄골이 거리의 불빛과 검은 하늘 덕에 더 조화로워 마치 한 폭의 그림 다웠다.신은지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방금 전 그가 했던 말이 뇌리에 스쳤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항상 무슨 일에 처했을 때, 곁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저번에 사채업자들한테 납치당했을 때도 마지막에는 박태준이 나타나 자신을 구했었다.분명 마음속에 다른 이를 품고 있다는 사실과 상대방의 차가운 태도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났는지 대충 이해하기 시작했다.우월한 외모를 제외하고 그는 신은지의 인생이 제일 절망스러울 때 나타난 한 줄기 빛이었다. 박태준은 그녀에게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삶을 가져다주었다. 동시에 꿈도 쫓게 해주었다. 사람이 금전적인 여유가 없을 때는 꿈이나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당시에 문화재 복원으로 돈을 벌기도 했지만 어느새 빌린 돈의 이자가 몇 배 이상으로 불어 나고 말았다. 만약 그때 박태준이 없었다면 자신은 아마 동남아 또는 먼 곳으로 떠나 숨어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유흥업소에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박태준이 뚜껑을 닫고 차분하게 말했다. 결코 당연하다는 뜻은 담겨있지 않았다.“네가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해서 말이야.”박태준의 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태준이었다.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옷은 갈아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혼자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손에는 유리 컵을 쥐고 있고, 주황색 빛의 술이 불빛에 반사되어 그의 손이 반짝거렸다. 동시에 뛰어난 외모, 몸매, 분위기 심지어 값비싼 옷차림새에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호텔 바에는 그쪽 부류의 여자 손님이 많았다. 그들은 섹시, 청순, 보수적이거나 카리스마 등등 여러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거나 술잔을 들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또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의 곁으로 가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신은지는 바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성사가 된 커플이 손을 잡거나 서로 껴안으며 나가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그중, 자신의 뒤에 앉아있던 사람도 포함이다.가까이에 있었던 터라 뒤 테이블에서 나눈 대화가 들릴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은 처음부터 여자와 ‘사랑’ 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서로가 첫눈에 반한 것 같은 착각을 가져다주었다.하지만 대화 속에는 ‘돈을 줘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라는 암시가 들어 있었다.마침 신은지가 박태준을 보고 있을 때, 여자 한 명이 술잔을 들고 그에게 향했다. 그의 주위로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여러 시선이 느껴졌다. 여자는 하얀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전예은이 갖고 있는 옷과 똑같은 옷이었다. 박태준의 앞으로 다가가서 의자를 빼려고 하자 그의 쌀쌀맞은 말투가 들려왔다. “돈 없어.”여자의 얼굴에는 민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한참 뒤에 겨우 입을 열었다. “오빠, 너무 겸손 하신 거 아니에요? 걸치신 옷만 해도 서민이 평생 일해도 못 사는 옷이잖아요. 그리고 저는 단순히 오빠가 마음에 들어서 제 발로 찾아온 거뿐이에요.”그녀들은 모두 돈이 많은 고객을 접대한다. 그 덕에 명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진정한 부자는 크게 로고가 박힌
신은지가 일어나자 나유성도 같이 일어났다.“데려다줄게.”"아니에요, 대표님. 어차피 바로 밑이라서 위험하지도 않아요.”신은지는 한진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마 나유성과 자신을 이어주려고 했던 것 같았다. 오해 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상대방을 위해서라도 확실하는 게 좋다. 입으로는 거절해도 행동으로 거리를 두지 않으면 상대는 계속 헛된 희망을 가지게 된다. 감정은 때로 혼자 진화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애매한 행동을 잘못된 암시로 받아들여 점점 깊어질 수 있다.감정은 마치 낚시와 같다. 미끼를 너무 많이 주면 물고기는 더 이상 물지 않는다. 3분의 1정도 배를 채우고 냄새만 맡게 해야 물고기를 계속 낚을 수 있다. 신은지는 자신이 감정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눈치다. 안타까운 점은 그녀가 진지한 연애를 하기도 전에 이미 큰 상처를 받고 말았다는 것이다.나유성은 굳건한 그녀의 태도에 데려다 주지 않기로 했다. 살짝 취한 것뿐이고, 주위에는 감시 카메라가 많았기 때문에 안전했기 때문이다.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알겠어, 그럼 영상통화 라도 하자. 방 도착하면 끊어.”나유성은 한심한 자신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남자의 본능이 나올 수밖에 없다.신은지의 말을 따른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를 위해서다. 다른 사람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신은지가 거절하려고 하자 나유성이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다른 뜻은 없어. 그냥 안전하게 방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만 보여주면 돼. 그것도 안되면 내가 직접 데려다주는 수밖에 없어.”“...고마워.”거절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박태준이 두 사람을 계속 지켜보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한 건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의 행동을 미루어 어느 정도 눈치를 챈 상황이다.박태준이 “여자들은 다
그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대로 발을 들어 남자의 아랫부분을 밟았다. 초반에는 힘을 쓰지 않은 것 같지만 좌우로 움직이면서 밟히자 힘이 더욱 실어져서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눈앞에 있는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일말의 동정심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우아해 보였다.그는 잔인함과 거리가 먼 표정을 짓고 있다. “아..”좁은 공간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렸다. 여자인 신은지 마저도 그의 모습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남자는 자신의 또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지만 어떻게도 벗어 날 수 없었다. 남자의 비명 소리는 내려가는 내내 계속되었다.“띵.”엘리베이터가 그들이 누른 층에 도착했다. 신은지는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몸을 옆으로 돌려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두 다리가 땅에 올라가고 나서야 긴장감이 풀렸다. 그녀는 엘리베이터가 곧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금속으로 되어 있는 내부에 움푹 파인 곳을 보면 박태준이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박태준, 그만하면 됐어.”계속 밟다 가는 터질 수도 있다. 그가 징역살이를 하게 되면 교도소를 방문해야 하는 귀찮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박태준이 물었다.“지금 저 남자 편드는 거야?”“아니. 네가 고소 당할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 과잉방위로 잡힐 수도 있잖아.”신은지가 감시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까딱거렸다. 박태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코웃음을 쳤다.“빨리 도망치지 않았으면 네 말을 믿었을 지도 몰라. 교도소로 보러 오기 싫은 거야, 아니면 나중에 남친 사귀기 힘들 것 같아서 그런 거야?”“...”그는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직설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신은지의 모습을 보고 그의 미소가 한층 더 차가워졌다. 이어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남자의 옷 목덜미를 끌고 신은지의 앞으로 던졌다.“미안하게 됐네.”남자는 처량한 모습으로
나유성은 민망한 듯 코를 만지작거렸다. “그 남자가...음..가끔 충동을 느낄 때가 있어. 근데 태준이는..”이러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다. 게다가 상대방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태준이는 그런 쪽에 관심 없어. 게다가 방금 저분은..태준이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도 아니야.”하지만 나유성의 판단은 틀렸다. 박태준의 성격상 금방이라도 여자를 내쫓았겠지만 한참이 지나도 여자가 나오지 않았다. 나유성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은지야...”신은지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속상함 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표정이다. “너도 힘들었을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내일 또 건물 내부 보러 가야 하잖아.” 나유성과 작별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다. 이어서 그녀는 본인인증을 하지 않은 유심칩으로 바꾸고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방금 전 바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서술했다.신은지는 시민으로서 사회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의무를 했을 뿐이다. 전화를 끊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그 다음 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30분 뒤,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경찰입니다. 조사하러 왔습니다.”문을 열자 여자 경찰과 남자 경찰이 서있었다. 그중 한 명이 경찰증을 보여주었다.“저희는 **파출소에서 성매매 관련..”그리고 규정대로 여러 질문이 오갔다. 경찰들은 신은지가 혼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신은지가 문을 닫으려고 하자 손 하나가 문을 막았다.그리고 옆방에 있던 박태준이 옆으로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왔다.“박태준, 너..”신은지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항상 거만하기 그지없는 인간이 몰래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어서 그는 문을 잠갔다. 잠옷 차림과 몸에서 풍기는 바디 워시 냄새까지 모두 호텔에서 제공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박태준은 그녀를 천천히 바라보았다.“더 큰 소리 내면
“그 사람도 그냥 하는 말이지 진짜 신고할 생각은 없었을 거야.”예전에 남포시에는 정보가 없었다. 각 도시마다 안 좋은 사건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사건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한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알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남포시에 아주 악랄한 세력을 믿고 거리에서 여자를 강간하는 사건이 일어나 전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었다. 때문에 요 며칠 특별 단속을 했다. 이 호텔도 법을 위반한 셈이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엄숙한 표정으로 신은지를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후, 매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찾아낼 수 있으면 다른 사람도 찾아낼 수 있어. 상대가 감히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분명히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거야.” 이는 신은지도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신은지도 카드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편안한 삶에 익숙해진 신은지는 카드 바꾸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신은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태준은 신은지가 자책을 한다고 생각했다.이때, 박태준은 진영웅이 여자는 어르고 달래줘야 하지 절대 화내면 안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신은지, 앞으로 또 이런 일 있으면 직접 나서지 말고 나한테 말해. 내가 처리해 줄게.” 잘 준비를 마친 신은지는 방 안에 불을 모두 끄고 무드등만 켜고 있었다. 노란 무드등 불빛만이 방 안을 감싸자 분위기는 왠지 모르게 이상해졌다. 두 사람이 눈만 마주쳐도 뜨거운 사랑이 불타오를 것만 같았다. 이상한 분위기에 신은지도 무드등 불빛에 취한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 박태준이 자신을 구해줬던 그날처럼 뒤에서 후광이 보일 리가 없다. 잠시 후, 신은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박태준, 부탁이 있어. 내 부탁을 들어주면 네가 원하는 것도 하나 들어줄게.” 박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신은지는 말을 덧붙였다. “그 대신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완전히 없애야 해.” 끝까지 선을 긋는 신은지에게 화가 난 박태준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신은지, 너무 자신만만해하
이상한 긴 막대기 같은 모형을 손에 쥐고 있는 박태준을 본 신은지는 낮 부끄럽고 화가 나서 박태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이 변태 같은 놈아 당장 꺼져!” 신은지는 온 힘을 다해 박태준을 뿌리쳤다. 하지만 힘에 이끌려 앞으로 쏠리자 박태준은 호텔용 슬리퍼를 신고 있는 것도 새까맣게 잊고 순간적으로 신은지의 허리를 잡았다. 카펫에 미끄러지면서 신발이 벗겨진 박태준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신은지의 허리를 안은 채 침대로 엎어져 버렸다. 5성급 호텔의 남다른 침대 스프링에 두 사람은 마치 구름 위에 떨어진 듯했다. 박태준은 신은지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신은지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박태준의 단단한 근육과 뜨거운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모형을 쥐고 있던 박태준은 어느새 신은지의 허리를 꼭 감싸고 있었다. 이때, 방 안에는 ‘지-잉’하는 진동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신은지는 어리둥절했다. 깜짝 놀란 신은지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사건의 장본인인 박태준은 부끄러운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형이 안마기라고 생각했는지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잠시 후, 박태준은 태연한 표정으로 신은지를 쳐다보았다.신은지의 표정이 안 좋은 것을 확인한 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파?” 지금 아픈 게 문제인가?신은지는 박태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박태준의 손에서 멀리 떨어져 말했다. “너 먼저 일어나.”박태준을 모형의 스위츠를 끄고 옆으로 던지고 말했다. “졸려, 하기 싫으면 자.”“소파로 가!”신은지는 박태준을 세차게 걷어찼다. 그리고 본래 목적도 잊은 채 말했다. “나도 소파에서 자려고 했어. 그런데 네가 침대로 끌고 오니까 거절 못 한 거야…...” 잠시 후, 박태준은 신은지가 잡고 있는 다리를 꼭 붙잡고 말했다. “더 이상 움직이지 마.” “……” 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태준은 침대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침대 머리맡의 소품들을 훑어봤다. 그리고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안 해볼래?” “박태준! 당장 꺼
박태준이 벽에 기대어 옷자락을 펼치자 가슴 부분에 붉은 자국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잠시 후, 박태준은 나유성에게 말했다. “야, 나유성 이제 30살이 넘은 놈이 무슨 그런 뻔한 질문을 하냐? 당연히 어젯밤에 은지랑 같이 잤으니까 여기 있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온화했던 나유성은 박태준을 보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네가 억지 부린 거 아니고?” “아니? 서로가 원해서 그런 거 아닐까? 나유성, 네가 은지 부탁을 거절했을 때 넌 이미 끝났어. 넌 이제 기회조차도 없어. 네가 구질구질하게 찾아와서 이러는 건 은지가 너에 대한 좋은 모습마저 사라질 뿐이야.” 나유성은 박태준이 하는 말이 박태준 혼자만의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잠시 후, 나유성이 박태준의 멱살을 잡자 붉은 자국이 나유성의 손에 가려졌다.“네가 내 시계 가지고 은지를 헷갈리게 하지 않았다면 은지는 너랑 절대 결혼 안 했을 거야.” “신은지가 나랑 결혼하는 건 단지 시간문제였어. 그때 당시 너는 신은지를 절대 도와줄 수 없었잖아? 그리고 더욱이 너 또한 신은지를 돕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었잖아. 나는 신은지가 막다른 골목에 처했을 때 내가 신호를 보내면 나한테 부탁을 했어. 그 당시 신은지가 너를 좋아해서 제일 처음으로 너를 찾아갔을 거야. 하지만 그 당시 신은지 상황에서 감정은 제일 하찮은 거야. 신은지가 목숨 바쳐 너를 사랑하지 않는 이상은…” 노력과 결심만으로는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이 있다. “나유성, 내가 신은지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신은지는 매일 숨어 살았을 거야. 지금 네가 신은지 옆에 얼씬거릴 기회조차도 없었을 거라고.”박태준은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다. 그저 나유성이 신은지를 거절하고 신은지가 궁지에 몰려 눈물 흘리며 박태준에게 부탁하길 바랐었다. 나유성은 사채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사채는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엄청난 심리적 피해를 받는다.사채업자들은 돈을 빌린 사람과 그의 가족, 친구, 지인에게 모두 협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