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은 행동을 멈췄고 슬퍼 보이는 모습이었다. 신은지의 어깨에 턱을 기댄 채 억울한 감정이 은은하게 묻어있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키스하는 게 싫어? 하긴 날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키스하는 걸 좋아할 수 있겠어.”“......”박태준이 이렇게까지 취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전에도 취한 적은 있었지만 오자마자 쓰러져 잠에 들었고 대화는커녕 용마마가 와도 깨우지 못할 지경이었다.그녀가 말이 없자 박태준도 아무 말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짧은 평화가 느껴졌다.하지만 이런 순간도 잠시, 남자는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그럼 키스는 안 할래. 우리 하자.”신은지가 아무리 무뎌도 ‘하자’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침대로 올라가, 이렇게 서있는 것도 불편하잖아.” 분명 많이 취해있던 박태준은 침대가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침대로 걸어갈 때 신은지를 끌어안고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가 도망이라도 갈까 두려웠다.침대 옆으로 간 박태준의 몸은 완전히 힘이 빠졌고 신은지를 끌어안은 채 침대에 쓰러졌지만 그녀의 몸에 완전히 드러눕지 않도록 몸에 힘을 주며 버텼다.두 개의 단추만 남은 셔츠가 그의 움직임을 따라 흘러내리며 탄탄한 가슴근육과 복근이 드러났다. 박태준의 모습과 몸으로 호스트바에 가면 거액의 돈을 받을게 분명했고 부잣집 마님들이 서로 가지려고 할만한 모습이었다.박태준은 몸을 숙인 채 그녀에게 다가갔고 진한 술 냄새가 밴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신은지는 침대 위에 있던 큰 토끼 인형을 가져다 그에게 안겨주고는 틈새로 기어 나왔다.거실 탁자 위에 있던 그녀의 라면은 완전히 불었고 두 배로 불어버린 면발은 식욕이 사라지기에 충분했다.신은지는 어두운 표정으로 침대 위에서 토끼 인형을 껴안고 혼잣말을 하는 박태준을 바라보았다. 박태준만 만나면 정말 운이 더럽게도 없었다, 집에 있는 마지막 라면이었는데.그녀는 핸드폰으로 배달을 시켰다. 그러고는 방에 들어가 박태준의 핸드폰
박태준이 입을 열었다.“너 진짜...”그는 참고 또 참으며 겨우 ‘이렇게 목마른 것처럼 굴어야겠냐’라는 말을 삼켜버렸다. 목젖은 몇 번이나 움직였고 이마의 핏줄도 뻣뻣해져 한참이나 지나서야 자극 때문에 혼란스러운 뇌리에서 그나마 우아한 단어를 생각해냈다.“자제할 수는 없어?”그는 자신이 토끼 인형에게 했던 말을 완전히 잊어버린 모양이었다.신은지는 여전히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말투로 재잘거렸다.“정상적인 생리적 욕구인데 왜 자제를 해? 난 성매매도 한적 없고 원나잇도 안 하는데 정상적인 남자친구를 만드는 게 뭐가 어때서? 그리고 너의 그 친구한테 전해줘, 얼른 놓아주고 더이상 여자애를 망치지 말라고.”“......”“정신과는 무슨, 아내랑 안되면 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면 되지. 막장 소설에도 그런 내용들이 있잖아. 정신과 육체가 깨끗한 재벌들은 운명적인 애인한테만 반응한다잖아. 여자한테 다리라도 만지게 해봐, 곧 진짜 사랑이 느껴질지 누가 알아?”“너도 그렇게 생각해?”이게 무슨 상식에 어긋나는 개똥같은 소설이야. 신체반응이 인위적으로 통제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발기부전인 걸 제외하면 말이다.신은지는 되는대로 둘러대며 말했다.“당연하지, 그러니까 상식에 벗어나는 일에 마음의 평형을 못 잡을 거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이젠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이건 대화가 아니라 뻔뻔스럽게 막무가내로 막말을 하며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평소에 엉망진창인 내용은 적게 보고 대신에 정상적인 가정들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 대체 생각이 어느 정도로 망가진 건지...”그때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러 가는 신은지를 보며 박태준은 괴상한 말투로 말했다.“여긴 한밤중에도 꽤 시끌벅적하네?”“그러게 말이야, 지금은 배달음식도 문 앞까지 가져다주고 앱에서 주문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편리해. 수저도 준비할 필요 없다니까.”“......”박태준은 ‘배달’이라는 단어에 다양한 스타일의 젊고 잘생긴 남자들을
그녀의 키는 조태오와 비슷했는데 6~7센티의 하이힐에, 차갑고 화려한 화장까지 더하니 카리스마만으로도 그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었다.“조 선생님, 그렇게 확고하시다면 차라리 제가 어떤 남자들과 자면서 지금 자리까지 올라왔는지 자세히 말씀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조태오는 목을 빳빳이 쳐들고 일부러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뭐 하자는 거예요?”“당연히 그 상사분들을 모셔서 선생님과 직접 만나 뵙게 해야죠. 저는 윗선에 있는 분들을 잘 모르니까 임 관장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요.”업무가 많으신 분들이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직접 나선다고? 윗선을 모셔오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지만 겁을 주기엔 충분했다. “그때가 되면 난처한 사람이 조 선생님일지, 아니면 선생님께서 말하는 인맥 따위로 이 자리에 서있는 제가 더 난처할지 모르겠네요?”조태오 같은 사람을 상대할 때 그의 말에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강하게 맞서는 것보다 더 모욕적이었다. 능력도 없이 인맥만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에게 호되게 당하면 그도 미칠 노릇이었다.하지만 신은지는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여겼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방식으로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건 복수가 아니라 쓰레기 자식 때문에 본인까지 더러운 진흙탕에 빠지도록 하는 격이다.그녀는 본인의 능력만으로 오늘 이 자리까지 올라왔기에 누구도 이런 일을 들먹이며 그녀의 지위와 인격을 모욕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현재 사회가 남녀평등이라고는 하지만 여성의 지위가 높으면 잠자리로 얻어낸 것이라고 생각하는 쓰레기는 늘 존재한다. 조태오가 바로 그중 한 명이다. 여자는 절대 남자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능력도 있고 포부가 있기에 결코 부정당한 방법에 의존할 필요가 없고 사회에 성공한 사람들이 남자인 이유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가정과 아이를 위해 양보했기 때문이었다.조태오는 임 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사소한 일로 윗분들을 시끄럽게 만들겠어요. 게다가 제가 은지 씨를 온종일 따라
신은지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진유라는 이미 반대편 테이블에 도착 한 다음이었다.“진선호 씨, 제가 물어보는 걸로 이야기 다 끝났잖아요! 잘못하면 은지가 제가 그쪽이랑 같은 편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고요!”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선호는 진유라의 손을 뿌리치고 신은지 옆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좋아하는 여자한테는 직접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진유라 씨는 그만 가셔도 됩니다, 옆 골목에서 음식이라도 사서 배 채우세요. 음식값은 제가 청구 해드리겠습니다.”진유라는 화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럴 거면 왜 저한테 물어보라고 한 거예요?”“잘 모르시나 본데, 자주 눈앞에 나타나는 거보다는 우연처럼 만나는 게 더 좋아요. 그쪽이 분위기를 띄워줬으니까 이제 제가 나서야 하지 않겠어요?”“...”“학창 시절 때, 고백 편지를 다른 사람을 통해서 주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뭔데요?”“거절 당해도 민망 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모르는 척하고 계속 좋아할 수 있는 거죠.”진유라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엄지를 치켜 세우고는 대단 하네요, 라고 말했다. 자리를 뜨려고 하자 진선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장난이에요. 진짜 내쫓기라도 할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막돼먹은 사람은 아닙니다. 앉으세요, 음식도 곧 올라올 겁니다.”“글쎄요.”진유라가 코웃음을 치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제가 나가면 은지가 다시 거절할 것 같아서 이러시는 거죠?”이번에는 진선호가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역시 눈치 하나는 빠르십니다.”신은지도 진유라와 같은 생각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은 자칫하면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또 마음에 담아 두는 건 별로 좋지 않다.그녀는 진선호와 1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로 거리가 멀어지는 게 싫었다.“선호 씨..”진선호는 서둘러 그녀의 말을 끊었다.“한숨까지 다 들었어요. 다시 말씀 해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신은지는 진유라와 몇 마디 하지 못하고 회의를 하러 갔다. 퇴근하는 사람들 중에 다시 건물로 올라가는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다. 신은지 일행이 먼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고 버튼을 누르자마자 박태준과 진영웅이 들어왔다.“...”신은지는 팔짱을 낀 채로 문을 주시하고 있다. 한 남자의 모습이 문에 비쳤다. 하지만 그는 앞만 바라보고 있다.신은지가 쯧, 거리며 입을 열었다.“박태준, 회사 파산 하기라도 한 거야? 하루 종일 너 싫어하는 전처만 따라 다니고 말이야.”진영웅은 상사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 한마디 하기 귀찮아한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손이라도 쓸 수 있지만 전처 에게 받은 억울함은 그저 마음에 쌓아 둘 뿐이다. 그리고 결국 비서인 자신에게 불똥이 튀게 된다.“사모님...”하지만 신은지가 그의 말을 끊었다.“두 사람 모두 한통속이에요. 더 이상 말씀하시지 마세요. 그리고 그쪽 상사처럼 50년 전 구닥다리 식으로 구걸하면 평생 못 만나요. 하루 종일 따라올 시간에 돈이나 더 많이 버는 게 좋을 겁니다. 늙어서 요양원에 버려지면 모아둔 돈으로 간호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말입니다.”박태준의 시선이 엘리베이터 문에서 그녀에게 옮겨졌다. 말을 하려고 하자 옆에 있던 진영웅에게 선수를 빼앗겼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모님, 사실 저희는 대표 사무실에 일이 있어서 이미 나 대표님과 연락을 하고 올라가는 길입니다.”“...”박태준이 입을 열었다.“눈에 거슬려도 일단 상황 파악을 하고 말...”이때, 진영웅이 발로 그를 차서 말을 끊었다. 박태준이 재경 그룹의 대표 자리에 오르고 나서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대표님,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처음 있는 일에 상대방의 눈살 찌푸린 모습마저 주변 이목을 끌었다. 박태준이 물었다.“무슨 생각?”띵, 이라는 소리와 함께 신은지가 누른 층수에 도착했다.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진영웅
”아니, 일찍 가서 일찍 돌아오는 게 좋잖아.”나유성은 방금 전 신은지가 머뭇 거렸던 모습을 보고 바로 눈치를 챈 것이다.“그럼 먼저 가서 짐 쌀게.”초반부터 저녁에 가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나유성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에서 열쇠를 하나 꺼냈다.“가자, 데려다 줄게. 짐 다 챙기면 바로 공항으로 가자, 어차피 나도 가야 돼.”두 사람은 같이 회사에서 나왔다. 그들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박태준도 일 처리를 다 끝내고 나왔다.저번 일 때문에 프로젝트 부서에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박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대표 님이랑 은지 씨는 공항으로 가셨습니다.”방금 전 나 대표와 부 팀장이 서로 업무를 보고하는 와중에 출장 관련해서 이야기를 들었다.“공항이요?” 박태준이 직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스무 살 젊은 여자 직원이 어떻게 그의 눈빛에 당할 수 있을까. 여자 직원은 눈을 바로 내리깔았다.“남포시에 유명한 거리에 간다고 했어요. 옛 시대 컨셉으로 요즘 SNS에서 많이 언급 되는 거리라고 합니다.”사실 평범한 직원이 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두 사람 만 가는 겁니까?”“두 사람이 먼저 저녁에 출발하고, 나머지 부원들은 내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태준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젊은 여성 직원은 자신의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이런 드라마 같은 관계에 평범한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 눈빛 하나만으로도 자신을 굴복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크게 와 닿았다...비행기가 남포시 국제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2시가 지났다. 나유성은 피곤해 보이는 신은지를 보고 말했다.“너무 늦었어. 지금 가도 사람 별로 없을 것 같아. 오늘은 호텔에 가서 쉬다가 내일 다른 부원들 도착하면 같이 가보자.”신은지는 시간을 확인했다. 공항에서 다시 목적지까지 또 한참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 답사는 어렵다.
나유성은 제일 먼저 신은지가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챘다. 그녀가 어딘가로 뛰어가려고 할 때,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왜 그래?”한편, 신은지의 시선을 느끼고 진영웅이 다급하게 말했다.“사모님께서 대표님을 보신 것 같습니다.”몰래 훔쳐보고 있어서 그런지 긴장감이 두 배가 되었다. 박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아니, 날 본 게 아니야.”이어서 신은지가 나유성의 손을 뿌리치더니 어딘가로 뛰어갔다. 박태준은 진영웅에게 지시를 내렸다.“잡아.”나유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신은지를 쫓아갔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탓에 신은지의 모습이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편, 신은지의 시선은 계속 어딘가에 꽂혀있다. 얇은 몸, 여자는 키가 165 정도로 느껴졌다. 물고기처럼 인파 속으로 들어가다가 다시 또 얼굴을 드러냈다, 여자의 손에는 옥팔찌가 끼워져 있었고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다. 신은지의 모친이 죽기 전, 저 여자가 종종 자신의 집에 찾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모친과 여자가 정원에 앉아 반나절 내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 두 사람은 사이가 무척이나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나 씨 집안 등등 왕래가 적어지면서 여자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모친의 장례식에도 찾아오지 않았다. 인파 속으로 여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신은지가 헤매고 있을 때, 다시 또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 번의 반복 끝에 두 사람은 인파에서 빠져나왔다. 외곽으로 나와서 시끄러운 소리는 뒤로 사라졌다. 더 앞으로 가자 아주 작은 주차장이 보였다. 백열등 두 개가 자리를 비추었다. 거리에 사람이 제일 많은 시간이라 나가는 차도 없고 들어오는 차도 없기 때문에 유난히 더 조용했다.여자는 주차장 안쪽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신은지는 속도를 늦추고 고민에 빠졌다. 따라가면 모친과 연관된 내용을 들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여자가 차 안으로 들어가도 차가 출발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의심이 들었다.그녀는 돌아가
신은지가 “안 해.” 라며 답했다. 지루한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럼 나랑 밥 먹으러 가자.”“...”신은지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내려 주머니를 뒤졌다. 나유성에게 안부 전화 라도 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손이 잡혔을 때 핸드폰이 들었던 가방도 같이 잡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두고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한편, 나유성은 거리에서 신은지를 찾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진영웅이 계속 따라다니고 있다.“나 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방금 문자 주셨습니다. 사모님께서 놀라신 것 같아 먼저 호텔로 돌려보내셨다고 합니다.”나유성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진영웅을 바라보았다._x000B_“박태준이 일부러 그런 거예요?"진영웅이 손사래를 쳤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다. 저희 대표님도 사모님을 따라간 것뿐입니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었다면 대표님께서는 사모님 직접 앞에서 데려갔을 겁니다. 그리고 뒤에서 몰래 쫓아오지도 않았겠죠.”“그쪽 대표랑 은지는 이미 이혼했어요. 함부로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자칫하면 이미지에 타격이 갈 수 있습니다. 뒤에서 억울하게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습니다.”나유성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말했다. 그리고 거리 주변에서 택시를 타고 자리를 떴다. 진영웅은 머쓱 거리며 코를 만지작거렸다. 사람이 할 짓이 못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다른 한 편.박태준이 손목 시계를 가리켰다.“10분 다 됐어. 내가 이겼어, 같이 밥 먹으러 가자.”신은지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잡힌 손을 들어 보였다.“네가 억지 부린 거야.”“방금 전에 널 구해준 대가로 같이 밥이라도 먹어 줄 수는 있잖아.”“망상에 도움 되는 학원이라도 다니는 거야? 방금 전은 위험하지도 않았어, 뭘 구해줬다고 그래?”“인적도 드물고 깜깜했어. 어쩌면 내가 상대보다 발이 더 빨라서 일 수도 있어.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나한테 따지기는커녕 꽁꽁 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