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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아이를 낳아야 했어

신은지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2만 원을 본 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신은지, 넌 내가 무슨 배달기사인 줄 알아?”

신은지는 몇 초동안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아니야, 배달기사도 이렇게 먼 곳에서 물건을 가져다주면 2만 원은 넘어.이건 수고비가 아니라 진짜 고마워서 밥 사려고 주는 돈이야.”

그녀는 진지했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박태준은 차라리 그녀가 무심하게 말을 내뱉었으면 했다. 그녀가 이렇게 진지하게 반응하는 건 분명 그를 거절하려는 의도였으니까.

그가 입을 열어 그녀의 말을 끊으려던 그때, 신은지가 말했다.

“하지만 우린 아이도 없고, 전 남편과 전 부인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 더 이상 매달리는 건 너한테도 나한테도, 그리고 미래의 배우자에게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그녀가 망설이며 말했다.

“결혼 생활 동안 넌 이미 잘못을 했고 부디 다음 결혼에서는 다른 여자에게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길 바랄게. 3년 동안 차갑게 대하다가 갑자기 왜 나한테 마음을 갖고, 나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여자를 3년 동안이나 차갑게 대했다면 아마 그렇게까지 사랑하지는 않은 거겠지. 넌 그저 나한테 차인 게 불쾌했던 거야. 예전에는 전예은, 지금은 나한테 이러는 거잖아. 너를 마음에 두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을 갖지 말고 눈앞의 사람이나 소중하게 대했으면 좋겠어.”

비록 그녀는 박태준의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와 같은 남자는 여자들이 쫓아다닐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박태준은 냉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긴장감이 달해 언제든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러니까 우린 아이를 낳았어야 했다는 얘기지?”

신은지는 말문이 막혔다.

“......”

그녀가 더 말해봤자 소 귀에 경 읽는 격이었다.

그녀는 문을 열더니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 그의 손에 쥐어진 가방을 빼앗았다. 가방 안에 신분증만 들어있지 않았다면 여기서 그와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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