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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안 서는 순간

신은지는 남자의 팔을 타고 정수리를 바라보며 풀이 어찌나 무성하던지 보기만 해도 잘 베일 것 같았다.

박태준은 입술을 오므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자애롭게 느껴지는 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건데?”

신은지가 대답했다.

“예쁜 것 같아서 말이야.”

푸릇푸릇한 새싹 같은 머리가.

그녀의 뜻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박태준은 그녀가 칭찬하는 줄 알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다 신은지가 생각하는 장점이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올라갔던 입꼬리는 이내 처졌다.

“넌 내 말을 아예 안 믿는 거지? 처음부터 끝까지 네 말만 하고?”

잠깐 생각하던 신은지는 그에게 분석했다.

“우리 결혼하기 전엔 인사나 하는 사이였지?”

사실 이조차도 과장된 말이었다. 만약 우연히 만난 상황에 나유성까지 자리를 비웠다면 두 사람은 인사는커녕 모르는 사람처럼 그저 스쳐지났을 것이다. 유일하게 친분이 있었던 시절은 학교에서 연애편지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였는데 그녀가 일주일 동안 진지하게 고민하고 쓴 연애편지를 들고 나유성이 있는 강의실 건물 아래에서 우물쭈물하다 마침 박태준을 만나 그에게 나유성한테 연애편지를 전해줄 것을 부탁하던 때였다.

이런 날은 한 달 동안이나 지속되었지만 사실 정확하게 계산해 봤자 겨우 편지 네 통이었다. 마지막에는 박태준이 참지 못하고 결국 고귀한 입을 열었다.

“너 정말 유성이 좋아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그는 그녀에게 독설을 내뿜었다.

“유성이는 너처럼 대학생이 되도록 발육이 안된 여자애는 안 좋아해.”

두 사람의 짧은 ‘우정’은 그렇게 깨져버렸고 뿐만 아니라 사이가 틀어져 버렸다.

“너도 결혼 후 상황에 대해 알다시피 처음 두 달 동안은 내 빚 처리해 준다고 매일 집에 돌아오던 때를 제외하면 넌 박씨네 집 근처 아파트에 이사가 일주일에 두세 번 들어올 때에도 바로 쓰러져 잠에 들 지경으로 늦게 들어왔어. 우리 둘 사이의 거리는 세명이 누워도 남을 정도였고 박씨네 집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이 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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