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이 다친 건 오른손인데 주문한 음식은 포크랑 칼을 써야 하는 손 많이 가는 음식들이었다.신은지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박태준한테 다가가 귓속말로 말했다. “너 지금 제정신 아니고 어디 아픈 거지?”박태준은 그의 오른손을 들고 신은지가 잘 보이게끔 내밀었다. “아프니까 너한테 온 거잖아.”틀린 말은 아닌데 듣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지금 여기 일이 너무 커진거 같아 나유성도 사무실에서 나오게 되었다. 사실은 나유성의 비서가 바로 달려가 말한 거다.두 사람이 서 있는 걸 보니 장말 천생연분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나유성은 함참 지켜보다가 두 사람한테 다가갔다.“박태준 씨, 우리 30분 뒤 회의 있어서 은지가 식사하시는 거에 도움 안 될 거 같은데. 괜찮으면 비서한테 부탁해서 도와드리라고 하는 건 어때?” 옆에 다가가니 벤드에 꽁꽁 싸인 박태준의 손을 보게 되었고 두 사람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서로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러자 박태준은 아무렇지 않는 듯 웃으며 말했다. “방금 1시간이라고 하던데 내가 잘못 들은 건가?”두 사람의 눈빛에는 마치 칼이라도 뿜고 있는 듯 현장 분위기는 싸해졌다. 그러자 박태준은 신은지의 의자에 앉아 서 있는 나유성한테 말했다. “나유성 씨도 같이 겸상하려는 건가?”눈치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지금 박태준의 말은 사람을 쫓아 내려고 하는 말이라는걸 눈치챘을 텐데 나유성은 아무렇지 않는 듯하며 말했다. “박태준 씨가 초청한 거니 받아야죠.”그러자 나유성의 비서도 눈치 빠르게 나유성과 신은지의 의자를 챙겨 박태준 맞은편에 두고 갔다. 그러자 박태준은 그 비서한테 눈길 한번 보내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나유성은 포크를 챙겨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허리를 꿋꿋이 펴 사무실에 있었지만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처럼 우아해 보였다. 박태준은 자기랑 가깝게 서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상대방도 놀란 듯 잠깐 멍했지만
차 안.신은지의 눈가는 발갛게 달아 오르더니 눈물이 흘러 내렸다.눈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 갔다. 거울을 들여다 보고, 휴지로 닦다가 발갛게 변한 것이다.하지만 이물질은 전혀 빠져 나오지 않았다. 이때, 박태준이 강제로 그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가까워 질 수록 따뜻한 입김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신은지는 박태준의 섹시한 입술을 바로 앞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달달한 커플의 모습이지만 신은지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어제 밤, 잠을 이루지 못한 탓에 피부가 좋지 않았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으로 가렸지만 손에 묻은 눈 화장을 보고 나서야 다시 기억이 났다. 하필 이럴 때에 박태준이 다가 오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하지만 박태준은 신은지의 얼굴을 5분 동안 쳐다 보고 있는 중이다. 신은지가 그를 살짝 밀쳤다.“됐어?” “응.”그가 다시 말을 덧붙였다.“아직도 아파?”신은지는 눈을 깜빡 거렸다. 더 이상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곧바로 손을 놓아주나 싶었지만 박태준은 오히려 그녀에게 더 다가갔다.그는 신은지에게 입술을 맞추려는 것처럼 보였다.이때, 신은지가 고개를 돌렸다.“전예은.”박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너 전예은 좋아해? 매번 분위기 좀 바꾸려고 하면 그 여자 이름 부르잖아.”신은지가 턱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한껏 비아냥거렸다.“네 오랜 연인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이야, 굳이 저 사람 앞에서 해야겠어?”박태준이 고개를 돌렸다. 전예은이 건너편에 서있었다. 아래 입술을 꽉 깨문 채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녀는 박태준과 눈이 마주치자 홀린 것 처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길이 넓지 않아서 전예은의 표정이 적나라하게 보였다.“우는 거 봐봐, 다른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탑 여배우가 됐을 거야. 저렇게 우는데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박태준이 전예은을 쓱 보고는 말했다.“지금 너보다 예쁘다고 질투하는 거야?”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온 뒤, 창문을 올렸다.“솔직히 네 우는
신은지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술고래처럼 술을 마시고 있어도 취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그래.”그녀는 곧바로 양모현이 건넨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말을 한 뒤, 방을 떠났다. 도중에 양모현이 공공 화장실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은지야, 나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 올게. 조금만 기다려줘.”“알겠어.”클럽 안은 매 방마다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공공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은지는 벽에 기댄 채 섰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 일까, 점점 어지러워 지더니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가운 물로 정신을 깨우려 세면대 앞으로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발자국 내밀고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고 말았다. 신은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 지고 말았다. 의식은 겨우 남아 있었지만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술이 아니라 약을 먹은 것 같은 증상이 보였다.“모현아, 양모현....”소리가 너무 작은 탓에 양모현은 물론이고 가까이 가야 들을 수 있었다. 신은지는 안간힘으로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전기 충격기를 꺼내 손에 꽉 쥐었다.전기 충격기는 고리대금업자들이 다시금 찾아 올까 봐 항상 가지고 있는 물건이다.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꺼내 긴급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긴급 연락처로 설정 되어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태준’ 이었다. 아마 부부 였던 시절에 설정한듯 하다. 그 당시, 핸드폰을 바꾸면서 대충 긴급 연락처로 박태준으로 저장했다. 이후로 이혼 하면서 신경 쓰지 않은 탓에 바꾸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용법도 전혀 몰랐다.전화를 걸고 나서 신은지는 몸에 힘이 더 빠졌다. 손의 힘 마저 빠지는 바람에 핸드폰을 떨구고 말았다.그녀는 눈 앞이 하얀 안개로 쌓인 것 마냥 흐릿했다. 핸드폰의 화면은 물론이고 스피커 버튼이 어디 있는 지 조차 알아 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엎드려서 귀를 핸드폰에 가까이 두었다.하지만 핸드폰 너머로 아
욕조 안.나유성의 셔츠는 반쯤 풀려 있다. 얇은 소재는 물에 젖어서 몸에 딱 달라 붙었다. 그 바람에 그의 몸매가 훤히 드러났다.나유성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침착한 눈빛에 흐트러진 그의 모습에서 섹시함이 느껴졌다.신은지는 여전히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얼굴은 창백한 백지와 같았고 춥고 약 때문인 지 말을 잘 하지 않았다.반응도 평소보다 몇 배는 느렸다.박태준은 두 사람을 실눈을 뜨며 바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언짢음과 어두움이 가득했다. 곧바로 다가가서 욕조 안에 있는 신은지를 안아 들었다.나유성이 그의 손을 잡았다.“지금 상태가 안 좋아, 알고 이러는 거야?”“내가 몰랐으면 너는 나랑 이렇게 말 할 기회도 없어.”박태준의 차가운 얼굴이 비춰졌다. 하지만 신은지를 안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손을 뿌려 치기 어려웠다. “손 빼.”나유성이 욕조에서 일어났다. 이어서 발을 진한색 타일에 올려 두고 견고한 태도를 보였다.“네가 은지를 데리고 내 시선 밖으로 나가게 두지 않을 거야, 적어도 오늘은.”박태준이 분노하며 그를 비웃었다. “나가게 두지 않을 거라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그럼 너는 무슨 자격으로 은지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거야?”줄곧 얼굴에 온화함이 가득했던 나유성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곧바로 뼈를 찌르는 서늘한 웃음이 얼굴에 채워졌다.“박태준, 넌 이미 은지랑 이혼한 사이야. 겨우 전남편 일 뿐이야.더 이상 너희 두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뜻이지. 서류 상에도 윤리 상에서도 알 수 있어.”박태준이 그를 바라 보았다. 두 사람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졌다. 박태준은 한참 동안 조용하다가 기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유성, 여기는 엔조이 클럽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구역에서 나를 막으려고 하는 거야? 네가 해외에서 양아치들 한테 싸움만 배우고 온 건 아닐텐데 말이야.”“적어도 너한테는 당하지 않겠지.”그의 말은 신은지를 내려놓지 않으면 상대를 어
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누군가 반대 방향으로 힘껏 잡아 당긴 것 같았다. 순간 몸이 흔들리는 바람에 그녀의 다른 부위에 손이 올라갈 뻔 했다.“신은지...”그녀의 정신은 온통 자신 앞에 있는 남자의 입술에 놓였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입맞춤을 하고 싶은 생각 뿐이다.이어서 눈살을 찌푸리더니 중얼 거렸다.“유성아, 나..너무 괴로워..”신은지의 기억은 나유성이 자신을 침대에서 일으키고 ‘은지야, 나 유성이야’, 라고 했던 시각에서 멈추었다.박태준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말에 이성과 인내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포악함과 정복감이 머리에 맴돌았다. 어떻게든 한 마디도 못하게 만들겠어, 라고 박태준은 생각했다. 신은지는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무중력한 상태에 자신의 손을 꼭 쥐었다. 이어서 부드러운 곳에 손길이 닿았다. 한편, 박태준은 커다란 창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고 있다. 주위로는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에어컨을 키지 않았지만 땀이 나서 셔츠가 몸에 달라 붙은 바람에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 밤은 유난히도 길다. 하늘은 여전히 깜깜하고 해는 나오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손 끝에 있던 담배가 재가 되어 박태준의 손에 닿았다. 곧이어 고개를 숙이고 재떨이에 담배를 껐다. 입가에는 자신을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려졌다. 나유성이 신은지가 싫어 할거라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다. 언제 였을 까, 아마 두 사람의 결혼 첫날 밤이 아닐까 싶다.신은지가 최선을 다해 억제 하려고 해도 박태준의 손길에 온 몸이 굳고 어두운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박태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설레임, 부끄러움이 아닌 두려움과 반항만이 들어 있었다. 부부가 되었기 때문에 거절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 있기만 했다. 박태준은 반응을 보고 어떠한 충동도 들지 않았다, 결국 모두가 민망하지 않게 침대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만약 자신이 자리를 뜨면 다른 남자의 곁으로 달려 나갈 것만
박태준은 가만히 듣다가 남자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누가 시킨 거예요?”“저도 잘 모릅니다. 주위가 너무 어둡기도 했고 술도 마시는 바람에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기억 나는 건 클럽의 직원 복장의 옷 차림새 입니다, 얼굴은 보지 못했어요.”남자가 벌벌 떨면서 말을 이었다.“사장님, 저 진짜 이것 밖에 모릅니다. 다른 건 다 모르는 일이예요, 사장님이 그 여자를 눈 여겨 보시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박태준의 지시가 내려지기도 전에 담당자가 입을 열었다.“바로 사람을 불러 조사 진행 하겠습니다.”이어서 박태준은 싹싹 빌고 있는 남자를 바라 보았다.“나머지 사람들은 다 나가, 피 안 튀기게 문 닫고 나가.”...신은지가 깨어났을 때, 정신은 이미 혼잡하기 그지 없었다. 그녀는 주위의 낯선 환경을 보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 눈치 였다.밖에는 이미 해가 떠올랐다.커튼을 치지 않았기에 어두운 곳 하나 없이 햇빛에 비춰졌다. 주위는 조용하기 그지 없다. 신은지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그러다가 한 남자의 얼굴에 시선이 멈추었다, 출중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모습이다.어젯밤의 기억이 천천히 되살아 났다, 어떤 곳에 버려지고 나서 차가운 물로 씻은 기억이 떠올랐다.하지만 너무 흐릿해서 꿈인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박태준이 왜 이곳에 있는 것 인가.신은지는 점점 정신이 맑아지더니 곧이어 이상함을 느꼈다. 이불 안에 들어가 있는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 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그녀의 옆에 붙어 있는 남자도 많이 걸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한 쪽 다리는 상대방의 어깨에 올라가 있었다.박태준은 그녀를 팔에 두른 채 옆으로 누워있다. 자신의 마음대로 상대방을 안을 수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은지가 도중에 입술을 깨문 탓에 비명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이 개 같은 자식.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지? 신
이어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손은 박태준의 가슴팍을 막은 채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 어제 일은 내가 오해했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에 힘을 주어 미는 바람에 박태준이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신은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벗은 채로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세면대를 지나면서 거울을 한번 바라보았다. 목, 쇄골부터 그리고 복부까지 모두 흔적이 남았다. 기억에는 없지만 흔적을 미루어 보아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신은지는 욕조에 누웠다. 따듯한 물 안에서 어젯밤 일을 다시 한번 더 떠올려 보는 중이다.어젯밤은 그녀의 기숙사 동기들과 파티를 가졌고, 방 안에 들어간 뒤로는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다른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 것일까. 만약 상대가 술에 약을 넣었다면 다른 세 명은 무사할까.호텔 방도 신은지가 예약했고, 방 열쇠마저 그녀가 가지고 있는데 서율과 윤서희가 자신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신은지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찾아 꺼내려 했다. 곧이어 미지에 쌓인 인물에 의해 핸드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만약 자신의 동기 중 한 명이 약을 넣었다면 어젯밤 미지에 쌓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 생각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하지만 욕조의 물 온도가 변하지 않은 탓에 그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이때, 다급한 노크 소리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있었다.“신은지, 안 나오면 들어간다.”박태준의 목소리가 문 건너로 들렸다. 아침에 공복으로 몸을 담그면 저혈당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그는 신은지가 40분이 넘도록 밖으로 나오지 않자 그제야 노크를 한 것이다.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어지럽다는 생각과 함께 손과 발은 이미 쭈글쭈글해졌다. 곧바로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박태준은 옷을 신은지에게 던져 주었다.“옷 갈아 입어,
신은지는 박태준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박 사장님이 전예은 양을 편애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에도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요.”박태준은 신은지를 보면서 허, 라는 코웃음만 칠 뿐이다. 어젯밤 일이 전예은이 벌인 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신은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담당자에게 전예은이 있었던 클럽 방의 감시 카메라와 이미 개봉된 술병과 술잔까지 모두 요구했다. 만약 서율과 윤서희가 계속 방에 있었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금방 찾아낼 수 있다.담당자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감시 카메라 영상은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술병과 술잔은 어젯밤 사장님께서 검사 센터에 맡기셨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제일 먼저 알려...”신은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어디 검사 센터예요, 라며 그의 말을 끊었다. 계속 침묵하던 박태준이 입을 열었다.“무슨 생각이야?”신은지는 자신의 생각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회수해서 다시 검사할 거야.”박태준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아도 일말의 망설임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너 못 믿어.”그는 신은지의 시선이 나유성 에게 향하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 순간 목소리와 표정이 돌변하더니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와는 180도 달랐다. “유성아, 가자.”두 사람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박태준은 신은지의 팔을 잡았다. 이어서 이빨을 꽉 깨문 채로 말했다.“여기서 기다려.”...전예은이 불려 왔을 때는 클럽이 제일 붐빌 시간이었다. 전예은은 박태준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클럽의 직원 복장을 한 사람과 함께 어디론 가 향했다. 왁자지껄한 공간에서 벗어나 조용한 사무실 근처에 도달하자 그녀는 불안해진 마음에 자리에 멈췄다.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태준 씨가 저를 찾는다고 하지 않았어요?”“여기입니다.”직원이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사무실 안에는 오직 박태준과 신은지만 남아 있었다. 전예은은 두 사람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박태준이 자신을 찾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