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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이러다가 헤어져도 후회하지 마라

오전에 간호사가 박태준에게 쫓겨난 뒤로 그 누구도 507 베드가 있는 병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박태준은 여전히 방금 전과 같은 차림을 하고 침대 옆에 앉아있었다. 손등 위의 상처는 이미 피딱지가 앉았고 창밖의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

박태준은 굳어버린 동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끔 눈을 깜빡이지만 않았다면 생명력이 없는 조각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병실은 방음이 되지 않아 바깥의 말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런 소리들이 병실로 전해져 박태준을 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만들었다.

밤이 되자 바깥의 소리도 사라졌고 병실은 더욱 조용했다.

"철컥."

문을 여는 소리가 조용한 병실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지만 박태준은 눈도 뜨지 않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하지만 들어선 이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병실로 들어섰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문 옆에 있던 의자가 누군가의 발길질에 나뒹굴었고 물건들을 치우는 시끄러운 소리와 발걸음 소리는 침대 옆에 닿고서야 멈추었다.

박태준은 눈을 뜨고 눈앞의 이를 확인하고도 의아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왜 왔어?"

이런 때 병실에 감히 발을 들일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요란스러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이는 더욱 적었다.

고연우는 우아한 몸짓으로 박태준의 옆에 앉았다. 거기 말고 다른 곳에는 앉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박태준에게 담배를 건네더니 자신도 불을 붙였다.

"나는 뭐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원장님께서 내 비서한테 전화해서 너 끌고 가라고 한 거야. 죽어도 여기 병원에서 죽지 말래."

박태준은 담배 연기를 뱉어내는 남자를 보곤 담담하게 말했다.

"병원에서는 담배 금지야."

"그런 거 그렇게 따지는 놈이 병원에서 싸움을 해? 그것도 져놓고 치료도 못하게 하고, 다른 사람이 나한테 전화해서 너 끌고 가게 만드냐? 원장님은 네가 여기에서 죽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 너 지금 나한테 병원에서 담배 피우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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