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경호원이 먼저 반응하고 몸을 돌려 바깥을 바라봤다. 전예은이 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사모님, 분명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제가 별장을 나설 때만 해도 대표님께서 술에 취하셔서 정신도 못 차리셨습니다."하지만 신은지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그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손이 떨리는 탓에 몇 번이나 휴대폰이 떨어질 뻔했다.경호원은 그런 신은지를 보며 조마조마해했다, 그리고 그녀를 힐끔거리며 반응을 살폈다.하지만 신은지가 휴대폰을 들고 안으로 들어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경호원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는 신은지를 보곤 그녀를 불렀다."사모님, 지금 뭐 하시는…"거실로 들어선 신은지가 불을 켜자 눈 부신 불빛이 쏟아져 내렸다.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소파 위에 있던 두 사람은 그렇게 피할 새도 없이 신은지 앞에 드러났고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두 사람을 카메라에 담았다.전예은의 손은 마침 박태준의 셔츠 단추 위에 있었다. 그녀는 오늘 어깨가 드러난 까만 색의 스웨터를 입고 있어 신은지가 문 앞에서 봤을 때, 소파에 막혀 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것이었다."태준 씨가 방금 물을 쏟아서 그랬어요, 날씨가 추우니 젖은 옷을 입고 자면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까."전예은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박태준에게서 떨어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신은지를 비웃듯 그녀를 향해 웃었다."사모님께서 뭐라고 하시는 건 아니겠죠? 지금 유성 씨 신경 쓰느라 다른 걸 신경 쓸 틈이나 있겠어요?"박태준은 술을 많이 마신 덕에 소란스러운 상황에도 깨지 않았다.그리고 전예은이 박태준의 단추를 풀어주려던 찰나, 박태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했다."꺼져, 내 몸에 손대지 마.""태준 씨, 나 예은이야."박태준의 말을 들은 전예은이 말했다.하지만 박태준은 그 말을 듣고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뿌리치려는 뜻을 보였다. 분명 그는 잠든 상태였는데."태준 씨…"그때, 전예은
박태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에게서 또 다른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를 보는듯했다. 그녀의 눈빛은 하늘의 태양보다 더 눈부셨다. 의기소침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지금의 눈빛과는 전혀 달랐다.이러한 눈빛은 그녀가 사채업자에게 쫓기면서 숨어 다닐 때도 보지 못했었다.그때 그녀는 비참했지만 그래도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컸고, 미움과 환희, 긴장과 두려움의 감정은 확실하고 분명했다.하지만 겨우 3년인데……“지겨워진 거야, 아니면 나유성도 당신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된 거야?” 그는 조용하게 그녀를 보면서 잠긴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래서 서둘러 그와 같이 있고 싶은 거야?”“……”얼마나 지났을까, 신은지는 잠긴 목소리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얘기했다. “박태준, 그래도 부부로 지낸 세월이 있는데 이렇게 서로 상처 주면서 너 죽고 나 죽고 어느 한쪽이 다칠 때까지 싸워야 속이 시원하겠어?”박태준은 눈을 가늘게 떴고, 가슴에 욱신거리는 아픔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녀를 아예 부숴버리고 싶은 독한 마음이 차올랐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낮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만약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당신은 자살할 생각이야? 아니면 나를 죽일 생각이야?”앞에서 이미 신은지는 모든 체력을 다 써버린 탓인지, 그녀는 침묵을 지켰다.“그런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증거를 남길 생각을 하다니. 신은지 당신을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박태준은 손을 들어 미간을 눌렀다. 이 순간 모든 감정은 정적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너 죽고 나 죽고, 어느 한쪽이 다칠 때까지 싸워야 속이 시원하겠어’라는 그 말 때문인지, 아니면 똑같이 힘들어서 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절박하면 이혼해.”말을 마치고 피곤한 듯 눈을 감았고, 전신의 모공에서도 사람을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듯한 냉담함을 느낄 수 있었다.신은지는 일념으로 이혼을 원했고, 심지어 몇 번은 박태준과 이혼서류를 접수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
혼인신고 할 때와 같이, 이혼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니 바로 처리되었고 이로써 남남이 되었다.익숙한 곳, 비슷한 서류, 그리고 서로 교류가 없는 두 사람, 이 모든 것은 그들이 혼인신고 할 때와 비슷했고 신은지가 조금 어리벙벙해하고 있을 때 박태준은 이미 모든 절차를 끝내고 돌아서서 나갔다.두 사람은 함께 걸어 나갔고, 신은지는 담담하게 물었다. “어머님껜 당신이 얘기 드릴 거지?”그녀는 차마 강혜정의 실망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박태준은 머리 돌려 묵묵히 그녀를 한참 보다가 무표정으로 얘기했다. “이젠 당신 어머니 아니야, 함부로 부르지 마.”신은지: “……”강태산이 마침 차를 운전하고 왔고 박태준은 기사가 내리기 전에 혼자 차 문을 열고 앉으면서 얘기했다. “출발해요.”오늘 기온이 떨어졌고, 눈은 오지 않았지만 날씨는 흐렸고 윙윙 부는 바람은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듯 추웠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신은지를 보면서 강태산이 물었다. “작은 사모님은요?”박태준은 그를 한 번 훑어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강태산은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 얘기했다. “오늘 몹시 춥고, 법원은 또 좀 외진 곳이라……”그가 말을 채 끝내기 전에, 길 건너편에서 즐거움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지!”이어서 불그스레한 그림자가 달려왔다. 진유라였다.“이혼 축하해, 친구야.”그녀는 붉은 장미꽃 한 다발을 건네주고 또 자기 옷을 가리키면서 얘기했다. “봐, 이렇게 입으니 꽤 경사스러운 분위기가 나지? 드디어 그 불행하고 혼인 생활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해. 가자, 제2 인생을 맞보게 해줄게. 환비연수, 마음대로 골라봐!”신은지는 꽃은 건네받았고, 절친의 이런 옷차림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너무 오버했어……난 잠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생각이 없어.”아마도 이 결혼생활이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긴 모양이다. 그녀는 남자가 조금 두렵게 느껴졌다.“그럼, 일단 만나만 봐. 서로 마음에 들면 사귀고, 아니면
저녁에, 박태준은 고연우의 전화 한 통에 엔조이 클럽으로 불려 갔다.룸에 들어가니, 뜻밖에도 나유성이 와 있었고 그의 몸에는 아직 상처가 나 있었다. 그는 캐주얼 한 스웨터와 바지를 입었고 손에는 술잔을 든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성큼성큼 걸어갔다.두 사람 사이에 고연우가 앉아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척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싸해졌고 옆에서 술을 따르던 웨이터는 자신도 모르게 등을 곧게 펴고 어둠을 찾아 몸을 숨기려 했다.고연우는 나른하게 등받이에 기댔고 긴 두 다리는 꼬고 앉아서 실눈을 하고 서로 아는 척도 하지 않으며 술만 마시는 두 사람을 보면서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젠장, 짜증 나서 못 봐주겠네. 친구로 지낸 세월이 얼만데, 고작 싸움 좀 했다고 서로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행동할 거야?”그가 두 사람을 불러낸 것은 둘 사이를 화해시켜 주려고 한 것이다.박태준은 차갑게 눈을 치켜떴고,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으며 거칠고 억압적이었다. “난 쟤랑 할 말이 없어.”고연우: “너 입 다물어. 초딩이야? 한번 싸웠다고 절교하게?”박태준은 불쾌한 듯 그를 쳐다보았고, 그는 귀찮아하며 손사래를 쳤다. “됐어. 너 오늘 이혼해서 기분이 안 좋으니, 내가 넓은 아량으로 이쯤 할게.”옆에서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얘기를 들은 나유성은 술을 마시려던 동작을 잠시 멈췄고, 몇 초 후 다시 머리를 들어 술잔의 술을 원샷했다.고연우는 손을 들어 미간을 만졌다. 그제야 학창 시절 담임이 그를 다른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권고할 때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시로 그들의 뺨을 후려치고 싶은 포학한 정서가 올라왔다. “유성, 태준이가 신경 쓰는 것은 그저 네가 신은지를 대하는 태도일 뿐이야. 앞으로 신은지를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겠다고 얘기하면 끝날 일이야.”나유성의 목소리는 쉬고 나지막했다. 술을 많이 마신 탓이다. “그럴 수 없어. 네가 물어봐, 그때 쟤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고연우: “……”박태준은 표
진성호는 웃으면서 얘기했다. “당신 이 주스를 30분 넘게 들고 있었어요. 그렇게 아쉬우면……” 그는 하던 얘기를 잠시 멈췄다가 진솔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을 한번 만나봐요. 예를 들면 나 같은 사람? 나 역시 괜찮은 사람입니다. 여자의 기분을 잘 풀어주고 싸움도 잘하고, 바깥일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해요. 요리도 배울 준비가 되어있고, 칠, 팔십 대의 노인처럼 울적해하는 당신을 싫어하지도 않아요. 이렇게 좋은 남자를 빨리 잡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게 됩니다.”신은지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친구에게 손을 뻗을 수는 없어요.”“그럼 당신은 여기에 있는 하는 행동이 계집애 같은 남자들에게 흥미가 있어요?” 진성호는 얘기를 하면서 진유라에게 눈총을 쏘았다. 그와 신은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할 것을 약속 했었지만, 바지를 벗겨도 성별조차 구분할 수 없는 남자들을 데려와서 술을 같이 마시고 있으니. 신은지는 너무 오래 들고 있어서 따뜻해진 주스를 내려놓고 하품을 하면서 얘기했다. “관심 없어요. 그래서 난 돌아가서 잠이나 자야겠어요.”밤샘의 후유증은 며칠 동안 비몽사몽인 동시에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저하된다.그녀가 일어서서 간다는 얘기를 들은 진유라 역시 함께 일어섰다. “그럼 같이 가자. 네 기분을 풀어주려고 마련한 자리인데 주인공인 네가 가면, 우리가 여기에 더 있을 이유도 없어.”여러 사람이 함께 룸을 나섰고, 우려하던 일은 일어났다. 신은지는 박태준을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엔 엘리베이터 앞에서 딱 마주쳤다.그 뿐만 아니라 전예은, 그리고 나유성과 고연우도 함께 있었다.신은지는 속으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중얼거렸고 일부러 그를 피하지 않고 그저 앞만 바라보면서 그들을 무시했다.지금 엘리베이터는 1층에 있었고, 무슨 영문인지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전예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다정함에 도도함이 묻어났다. “은지야, 여기서 이렇게 만나네.”“……”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재경그룹.박태준은 신입 비서가 몇 번이나 말을 잇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눈빛에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야?”그는 평소 카카오톡도 별로 사용하지 않았고, 용건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는 타입이라 인스타그램은 더더욱 몰랐기에 이미 들끓는 화제가 되었다고 해도 그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비서는 태블릿을 그의 앞에 놓았고 신은지가 답장한 댓글 2개를 붉은 펜으로 표시해 두었다.이런 일에 관하여 비서는 뭐라고 설명을 해드리기 참 난감했다.박태준은 신속하게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갔고 마지막에 그 댓글에서 멈췄다. 남자는 성 장애가 있기에 부부 사이 기본적인 의무조차 수행하지 못했다.옆에 서 있는 비서는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했다. 그는 박태준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지만, 그에게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저기압을 느낄 수 있었다.일 분……오 분……시간은 계속 흘러 10분이 지나갔지만, 박태준은 입을 열지 않았고, 태블릿에서 눈길을 떼지도 않았다. 스크린이 이미 잠겨졌음에도 불구하고.비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박 대표님, 홍보팀에서 이 댓글 통제 여부에 관하여 전화문의를 했습니다.”사실 그들은 이미 이 댓글과 관련하여 통제 처리를 했었지만, 대중들이 박 대표님에 대한 열기가 너무 높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일은 박 대표님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다.박태준은 입가에 살짝 웃음기가 어렸지만, 눈매는 유난히 차가웠다. “통제해. 네티즌에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을 보여줄 일이 있어?”비서는 어리둥절해하며 솔직한 성격을 참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이런 일은 증명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음란물 유포 역시 불법인데요.”박태준: “나가!”……신은지는 그 댓글에 회답하고 전화를 핸드백에 넣었다. 그래서 자신의 그 말이 얼마나 센세이셔널한 효과를 냈는지 전혀 몰랐다.그녀는 집 아래에서 간단히 식사하려고 휴대폰을 꺼냈고, 그때 휴대폰 화면을 가득 채운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를 보고 그 댓글이 큰 화제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박태준은 머리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고, 손은 그녀의 등의 곡선을 따라 내려와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신은지는 가까이 다가온 그를 보고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힘껏 깨문 탓에 순간 피가 났고, 피비린내가 입안에서 진동했다.“스읍……”박태준은 가볍게 숨을 쉬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하지만 신은지가 미처 손을 빼고 그를 밀치기 전에 그는 그녀의 오른손을 잡고 손가락을 도어락에 댔다.“띠리.”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남자는 그녀의 힙을 받치고 그녀를 훌쩍 들어 안았다. 신은지의 몸은 허공에 붕 떴고 상반신은 그에게 기댄 채 두 다리도 그의 허리를 감는 자세가 되었다.박태준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녀를 현관 수납장 위에 앉혔다.이 과정은 몇 초 동안에 이루어졌고, 신은지는 미처 반항하기 전에 이미 박태준은 그녀의 스웨터를 걷어 올렸다.그제야 그녀는 자신과 박태준이 체력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고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했다. “입술을 무니 기분이 좋아?”신은지는 그의 핍박에 그의 눈을 보게 되었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분노를 분출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박태준은 이러한 그녀의 태도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즐거워하면서 웃었고, 웃음에는 예전의 차가움과 비아냥거림이 사라졌다. “조금 있으면 더 기분이 좋을 거야.”그는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고, 미세한 신체적인 변화를 신은지는 모두 감지할 수 있었다.뒤에는 벽이 있고, 앞에는 건장한 남자의 몸이 있었기에 신은지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녀의 다리는 아직 그의 허리에 붙어 있었기에 뛰어내릴 수도 없었다.그녀는 짜증 나고 또 화도 났다. “박태준……”이름을 부르자 박태준의 피 묻은 입술은 이미 그녀의 목에 닿았다. 그는 그녀를 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키스한 자리는 약간 따끔거렸고, 그가 얼마나 힘껏 키스했는지 알 수 있었다.신은지는 아픔을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박태준
박태준은 신은지 집에서 나온 후 회사에 가려고 했지만, 강혜정의 전화 한 통에 저택으로 불려갔다. 주차하고 그는 먼저 미간을 만졌고 또 담배를 한 대 피운 후 차에서 내렸다.거실의 분위기는 싸했다.가정부 아줌마는 집에 없었고, 그의 부모님은 차가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박태준은 스스로 신발을 바꿔 신었다. “아버지, 어머니.”그가 앉으려고 할 때 강혜정은 눈총을 쏘면서 얘기했다. “누가 앉아도 된다고 했어? 하긴, 박 대표님께서 얼마나 대단하신 인물인데. 이혼과 같은 이런 큰일조차 미리 얘기도 해주지 않고 바로 해버리고, 이혼 후에도 우리에게 알리지도 않았는데 소파에 허락 없이 앉는 것은 일도 아니지!”박태준: “……”그는 강혜정이 화낼 것을 예상하고, 시간을 내서 차분하게 얘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실검이 터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어머니, 화나시면 저한테 화내세요.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지 마시고.”“내가 트집을 잡아?” 강혜정은 화가 나서 이놈의 머리를 비틀고 싶었다: “은지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어? 우리 집에 시집와서 3년 동안 며느리로서 할 도리를 다했어. 네가 그 방면으로 부족한 것도 참아주고, 인상 쓰고, 사람을 달랠 줄 몰라도 다 참아준 여자를, 네가 기어코 공개석상에 나서지도 못할 전예은 때문에 이혼해야겠어?”이혼 후 이틀 동안, 박태준의 귓가에는 늘 ‘신은지’라는 세 글자가 맴돌았다. 그는 머리가 아팠고, 튀는 미간을 손으로 누르면서 시선을 옆에 있는 박용선에게 돌렸다.박용선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는 그저 옆에 들러리처럼 앉아 있을 뿐, 집안의 소소한 일이든 큰일이든, 그에겐 결정권이 없었다.박태준: “정말 남자의 체면을 구기시네요. ”박용선: “아비가 너에게 전처 결혼식에 갈 축의금은 마련해 줄 수 있어.”박태준: “……”강혜정의 높아진 목소리에 그는 정신이 돌아왔다: “얘기해 봐, 너 지금 후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