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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진은영이 멍하니 있는 사이, 유이준은 뒤에서 발소리를 들은 듯 돌아서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먹물을 머금은 듯 도무지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

진은영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한참 만에 겨우 입을 열었다.

“엄마가 걱정돼서 올라와 보라고 하셨어요.”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었지만 이젠 아주 잔잔했다. 유이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그럼 은영 씨는? 은영 씨는 나 걱정 안 했어요? 나를 잃을까 봐, 다시는 못 볼까 봐... 조금도 두렵지 않았어요?”

진은영은 허둥지둥 고개를 저었다. 우비도 없이 우산을 쓰고 올라온 그녀의 우산은 이미 바람에 날려 옥상 한구석에 처량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과거의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그렇게 고요한 빗속에서 서로를 응시했다...

갑자기 유이준은 손가락으로 담뱃불을 끄고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진은영이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남자는 그녀의 뒤통수를 잡더니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탄탄한 팔에 허리가 휘감기자 그녀의 가는 허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유이준의 몸에 밀착되었다.

그는 눈을 뜨고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치려는 듯 강렬한 눈빛이었다. 진은영은 그의 공세에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비는 부드럽게 내렸고 두 사람도 서로에게 부드럽게 얽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들은 여전히 서로의 품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옥상 한구석에서 누군가 힘겹게 기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하연이었다. 위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자 걱정된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올라온 것이었다. 그리고 옥상에서 마주한 것은 서로를 꼭 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조금 쓸쓸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하연도 인생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남녀 간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딸이 안쓰러워 이 광경에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

진은영은 너무 고생했고 누구보다 행복할 자격이 있었다.

빗물이 몸에 닿았지만, 하연은 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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