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준이 멍하니 서 있자 진은영은 힘겨워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박준식 씨를 처음 만나는 그날 주차장에서 임하민 씨랑 당신이 같이 있는 걸 봤어요. 임하민 씨가 우니까 당신이 엄청 안쓰러워하며 안아주더라고요.”진은영의 말에 잊고 있던 일을 떠올리던 유이준은 별이 분유를 사러 가던 날 주차장에서 우는 임하민을 마주친 걸 기억해냈다.그날은 그저 지인이니까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해서 위로해준 것인데 그걸 진은영이 봤을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하지만 유이준은 제 생각을 그녀에게 똑똑히 전해야만 했기에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나 걔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요.”그 말에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진은영은 내일 아침에 진별이를 데려간다는 말만 남기고는 유이준의 만류에도 호텔 방을 나가버렸다.진은영이 나가고 한참 동안 가만히 서 있던 유이준은 셔츠를 벗어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진은영은 자신이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고 있었고 유이준은 그녀가 작은 일로 성급히 헤어지길 결정하는 것에 화가 났지만 그보다 더 그를 열 받게 했던 건 화장실에서 스타킹을 꺼내오는 임하민이었다.그 생각만 하면 당장이라도 임하민을 죽여버리고 싶었기에 유이준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이튿날 아침, 유이준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때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러 왔다.유이준은 사실 공적인 일은 다 마무리한 상태여서 진은영과 함께 B 시로 갈 수 있었지만 C 시에서 시간을 더 보내며 사이를 회복하고 싶었지만 진은영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안돼요.”진은영은 진별이에게 옷을 입혀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회사도 바쁘고 엄마도 퇴원해야 해서 시간 없어요.”가운만 입고 있었던 유이준은 그대로 가운을 벗어 던지고 검은색 슬랙스를 입고는 듬직한 어깨를 드러내자 진별이는 바로 작은 손으로 눈을 가리며 말했다.“아빠, 변태예요? 왜 옷을 안 입어요!”어젯밤부터 자신을 무시하며 밤에 자다 깨서도 유이준이 타준 분유는 먹지도 않던 진별이가 드디어 입을 열자 유이준은 기뻐하며 쭈그
그러다가 그의 시야에 진은영과 진별이가 들어오자 그는 빠르게 담배를 끄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전처럼 도우미에게 아이를 넘기고 계단도 오르지 않은 채 다시 차 문을 열려던 진은영은 갑자기 들려오는 유이준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왜 안 들어와요? 시간도 늦었는데 밥이라도 먹고 가요.”사실 유이준도 이미 부모님의 여러 차례나 되는 요청을 거절한 걸 보고 진은영이 정말 저와는 선을 그으려 한다고 확신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유이준은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저택을 보며 말했다.“별이 위해서라도 같이 식사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그에 진은영은 담담히 웃으며 대꾸했다.“별이를 위해서 거리를 두는 거예요. 애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되니까요. 같이 식사도 하고 그러면 우리가 다시 화해했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다시 잘 지내면 안 되는 거예요?”유이준이 코웃음을 치며 물었지만 진은영은 그 질문에는 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유이준의 핸드폰이 울려왔고 발신자가 임하민인 걸 본 유이준은 바로 끊었지만 진은영은 누군지 알 것 같아 자신과 유이준 사이에 남은 건 별이 뿐이라고 다시 한번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이제라도 틀린 건 바로잡아야죠. 유이준 씨 결혼 상대는 애초에 임하민 씨였잖아요.”그 말에 아이를 안고 있던 유이준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진짜 웃기는 사람이네요 은영 씨. 전에 내 목 끌어안으면서 떨어지기 싫다고 키스하던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나 보죠? 왜 이제 와서 바로잡자는 건데요?”그 말에 진은영이 표정을 굳히자 진별이는 작은 주먹을 꽉 쥐며 진은영을 응원해주었다.유이준은 정말 진별이가 배신자 같아 보였다.“나는 아빠가 더 좋아요.”바로 제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진별이였지만 유이준은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진은영이 차를 몰고 떠나자 유이준도 그만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여름이라 짧은 면 치마를 입고 있던 진별이는 나비처럼 유선우의 품 안으로 뛰어들더니 이번에는 조은서의 품에 안겨 한참 동안
조은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는 두 개의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건가?유선우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애인이 셀카 한 장을 보냈다.아주 젊은 여자였는데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싼 옷들을 입고 있으니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선우 씨, 생일 선물 고마워요.」조은서는 눈이 아플 때까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는 유선우 곁에 여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이런 여자일 줄은 몰랐다. 마음이 아픈 외에, 남편의 취향을 알게 되어 놀랐다.그녀는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유선우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등 뒤에서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선우가 물기에 살짝 젖은 채로 나왔다. 새하얀 샤워 가운은 선이 분명한 복근과 가슴을 가려주고 있었는데 더욱 섹시해 보였다.“언제까지 볼 거야.”그는 조은서 손에서 핸드폰을 뺏고 그녀를 힐긋 보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유선우는 아내에게 불륜을 들켜서 미안하다거나, 마음이 찔린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태도가 그의 경제 수입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조은서는 결혼 전에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지금은 그저 유선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는 가정주부니까.조은서는 그 사진으로 따지고 들지 않았다. 따지고 들 수 없었다.나가려는 유선우를 본 조은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선우 씨,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유선우는 천천히 벨트를 매고 조은서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아마도 아까 침대에서 가냘픈 목소리로 반응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또 하려고?”이건 사랑이 아닌 그저 관계일 뿐이다.유선우는 조은서를 아내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실수였을 뿐이고, 어쩔 수 없이 한 결혼이니까.시선을 거둔 유선우는 침대맡에 놓인 파테크 필리프 시계를 손에 차며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오 분 정도밖에 없어. 운전기사가 밑에서 날 기다리고 있고.”조은
6년이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6년 동안 좋아했다.힘이 빠진 조은서는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유선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금요일 저녁, 조은서의 친정에는 큰일이 생겼다.조씨 가문의 장남인 조은혁이 JH 그룹의 경제 범죄 사건 때문에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10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충분한 시간이다.그날 밤, 조은서의 아버지는 급성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 갔고 상황이 긴급해 수술이 필요했다.조은서는 병원 복도에 서서 계속 유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유선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은서가 포기하려고 할 때, 유선우가 문자를 보냈다.여전히 짧은 문자였다.「H시에 있어. 일이 있으면 진 비서에게 연락해.」조은서가 또 전화를 걸자 유선우는 전화를 받았다. 조은서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선우 씨, 지금 우리 아빠가...”유선우는 그런 조은서의 말을 끊었다. 귀찮아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얘기했다.“돈이 필요한 거잖아? 몇 번을 말해. 돈이 급한 거면 진 비서를 찾아가라고. 조은서, 듣고 있어?”...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YS의약 그룹 대표 타워랜드 대절, 이성 친구를 위한 불꽃 축제」화면 속에는 불꽃이 예쁘게 터지고 있었다.젊은 여자가 휠체어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의 남편인 유선우는 바로 그 휠체어 뒤에서 핸드폰을 쥔 채 그녀와 통화하고 있었다.조은서는 눈을 깜빡였다.그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선우 씨, 지금 어디예요?”유선우는 잠시 멈칫했다. 조사받는 기분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저 대충 대답했다.“바빠.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 진 비서한테 연락해.”유선우는 울먹이는 조은서의 말투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고개를 숙여 옆의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꽤 다정했다.조은서는 눈앞이 까매지는 기분이었다.아, 유선우에게도 부드러운 면이 있구나.등 뒤에서는 새엄마인 심
3일 후, 유선우는 B시로 돌아왔다.저녁, 어둠이 드리워진 별장에 검은색 차량이 들어와 시동을 껐다.운전기사가 내려서 차 문을 열었다.차에서 내린 유선우는 문을 닫았다. 물건을 들려고 하는 운전기사를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내가 직접 올려갑니다.”거실에 들어서자 고용인들이 몰려왔다.“며칠 전, 장인어른께서 쓰러져서 사모님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위층에 계십니다.”조씨 가문의 일은 유선우도 이미 알고 있었다.조금 무거운 심정으로 짐을 들고 올라와 침실 문을 여니 조은서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짐을 내려놓은 유선우는 넥타이를 풀면서 침대 옆에 앉아 조은서를 쳐다보았다.결혼 후, 조은서는 항상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물건 정리라거나, 디저트 만들기라거나. 만약 그녀의 예쁜 외모와 몸매가 아니었다면 유선우에게는 진짜 가정부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한참이 지나도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출장을 다녀온 유선우는 피곤했다. 조은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옷장에서 가운을 가진 후 샤워실로 들어갔다.샤워를 하면서 그는 생각했다. 조은서처럼 나약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유선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이미 그의 짐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원래의 부드러운 아내로 돌아올 것이라고.유선우는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다.하지만 샤워실에서 나온 그가 원래 자리에 있는 캐리어를 봤을 때, 유선우는 조은서와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유선우는 소파에 앉아서 아무 잡지나 들었다.한참 지나서야 시선을 들어 조은서에게 물었다.“아버님은 좀 어떠셔? 그날 밤은... 이미 진 비서를 혼냈어.”성의 한 톨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말투였다.조은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들어 거울 속의 유선우와 시선을 맞추었다.거울 속의 유선우는 선명한 이목구비에 우아한 자태를 가진 남자였다.한참을 보던 조은서는 눈이 뻐근해질 때야 입을 열었다.“선우 씨, 우리 이혼해요.”유선우는 놀라서 굳어버렸
“그래요, 우리 집이 어려우니까 매달 2천만 원씩 주고 있죠. 하지만 그 수표를 받을 때마다 나는 내가 싸구려 여자로 느껴져요. 당신 욕구나 받아주고 받는 돈 같다고요!”...유선우는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정말 그렇게 생각해?”유선우는 조은서의 턱을 잡고 물었다.“당신처럼 남자한테 못 맞춰주는 여자가, 신음도 낼 줄 몰라서 고양이처럼 소리 내는 여자가 본인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혼하고 싶다고? 당신이 날 떠나서 어떤 삶을 살 것 같아?”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손길이 아파서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하지만 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차갑게 조은서의 약지를 봤다.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약지를 본 그가 물었다.“결혼반지는?”“팔았어요.”조은서는 슬픈 말투로 얘기했다.“그러니까 선우 씨, 우리 이혼해요.”그말을 마친 조은서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유선우는 그녀가 6년 동안 사랑한 남자다. 만약 그날 밤이 없었다면, 그날 화려한 불꽃을 보지 못했다면, 이곳에 남아서 사랑도 없는 혼인 생활을 이어 나갔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봐버린 이상, 조은서는 더는 유선우와 함께 지낼 수 없었다.이혼하면 이것보다 더욱 힘들지도 몰랐다. 유선우의 말처럼 상사의 눈치를 보며 몇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말을 마친 조은서는 천천히 자기 손을 빼냈다.그리고 캐리어를 꺼내 자기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유선우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조은서의 여린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는 조은서가 이렇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아무 예고도 없이 이혼하겠다니.유선우의 마음속에는 화가 피어올랐다.그리고 그는 바로 조은서를 안아 들어 침대로 던져버렸다.조은서 위에 유선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유선우는 조은서와 얼굴을 맞댔다. 눈과 눈, 코끝과 코끝이 닿았다. 뜨거운 기운이 둘 사이를 감쌌다.그러더니 유선우가 입술을 조은서의 귓가로 가져가더니 얘기했다.“
유선우의 이성의 끈은 끊어지기 직전이었다.게다가 유선우 밑에 깔린 조은서의 온기가 전해져 왔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이 몸은 사랑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매우 당연하게 이 몸을 소유하고 싶었다.조은서는 유선우의 어깨를 밀며 흐트러진 호흡으로 얘기했다.“선우 씨, 저 요즘 약을 안 먹어서 임신할지도 몰라요.”그 말을 들은 유선우는 그대로 굳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충동적으로 행동해서 두 사람의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한참 지나서 그는 웃더니 얘기했다.“요근래 생각할 게 많았나 봐?”조은서의 반항은 유선우의 눈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유선우는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침대맡의 서랍에서 아직 포장지를 뜯지 않은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작은 상자에는 영어 자모 세 개가 적혀있었다.포장을 뜯으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유선우는 신경 쓰지 않고 한 손으로 포장을 뜯고 몸을 숙여 조은서에게 입을 맞췄다. 조은서는 여전히 반항하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리고 핸드폰은 계속 울렸다.결국 유선우는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받았다.전화를 건 사람은 유선우의 어머니인 함은숙이었다.함은숙은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선우야,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 돌아와 봐야 할 것 같아. 맞아, 그 애도 데려와. 할머님이 그 애가 만든 영양 찰떡이 먹고 싶으시대.”함은숙도 조은서를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말투는 차가웠다.유선우는 진유진의 몸을 한 손으로 누르며 그녀를 내리깔아 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곧 데리고 갈게요.”조은서는 힘이 풀려 침대에 퍼질러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유선우는 바지 지퍼를 올리고 조은서의 가녀린 뒷모습을 힐끔 보고 또 침대맡의 박스를 보더니 입술을 달싹이고는 먼저 나갔다.조은서가 내려갈 때, 유선우는 차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이제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불빛이 없이는 앞을 볼 수가 없었다.조은서는 흰 셔츠를 입고 긴 검은 치마까지 입은
할머니가 일부러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알지만 유선우는 조은서를 향해 눈을 흘겼다.조은서는 할머니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할머니와 함께 수다를 떨던 조은서는 일어나서 얘기했다.“가서 영양 찰떡 만들어 드릴게요.”그녀가 떠나자 유선우의 할머니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침대에 기대어 누워 얘기했다.“선우야, 백아현은 어떻게 된 거냐. 평소에 잘 대해주는 것으로 끝내면 되지, 불꽃은 뭐니. 네 아내가 질투라도 하면 어떡하니. 은서에게 많이 신경 써줘. 남처럼 대하지 말고. 계속 그러다가 은서가 도망가면 어떡하려고.”...유선우는 대충 둘러내고 불꽃의 일은 해명하지 않았다. 아마도 진 비서가 얘기한 모양이었다.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조은서가 영양 찰떡을 만들어서 가져왔다.유선우는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집안일을 많이 한다고 해도 조은서는 여전히 단아하고 아름다워서 귀부인 같았다.유선우는 금세 싫증을 느꼈다.유선우의 할머니는 매우 기뻐하며 영양 찰떡을 먹더니 얘기했다.“선우야, 너 곧 있으면 서른이야. 네 나이대 애들은 이미 애가 둘이더라. 나는 언제 증손주를 안아볼 수 있는 거야.”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선우는 그녀를 한번 보고 영양 찰떡을 입에 넣더니 얘기했다.“은서가 아직 어리잖아요. 한 2년 정도 더 기다려 봐요.”할머니는 이미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지만 그렇다고 그를 두둔할 수 없었다....두 사람이 유 씨 저택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유선우는 안전벨트를 매고 옆의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조은서는 그저 차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서, 조은서의 옆태는 아름답고 부드러웠다.잠시 그녀를 지켜보던 유선우는 가볍게 액셀을 밟았다.검은색 벤틀리는 평온하게 도로 위를 질주했다. 도로 옆의 가로등이 천천히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유선우는 조은서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에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약 5분 뒤, 유선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