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도 사무실 건물 앞에 모인 사람이 정말 적지 않았다.많은 사람들이 이위진을 에워싸고 그의 앞가슴을 어루만지고 등을 두드리며 그에게 소리쳤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랐다.우리가 사무실 건물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그중 한 우두머리가 곧 일어서서 우리를 가리켰다.“당신들 제정신이야? 감히 안산의 원로를 기절시키다니. 그는 안산의 금자탑과도 같은 존재인데 당신들이 그런 그를 감히 이렇게 대하다니?”그 남자는 사나워 보였는데 그는 말로 우리를 억누르려 했다.나는 일부러 바닥에 누워있는 이위진을 한번 보았는데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여러 사람들이 그를 두드려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 상황은 보기에 매우 이상했다. 만약 정말 일이 있다면 그들이 이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 “어이! 양 씨, 온 지 얼마 안 됐으면서 안산에서 위세를 떨고 싶은 모양인데 꿈도 하지 마!”그 남자의 말은 좀 지나쳐 내 귀에 거슬렸다.내가 보기엔 저 유난을 떠는 남자는 키가 크고 생긴 것도 이위진을 닮은 게 내 짐작이 틀지지 않다면 저 사람은 이위진의 아들이다.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것은 그의 곁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를 보고 나는 나도 모르게 콧방귀를 뀌었다.이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서울에 있는 내 사무실에 빈손으로 찾아와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간 여우 같은 권석주였다.이때 나는 갑자기 이 일의 노림수를 알게 했다. 어쩐지 권석주가 나한테 자기가 프로젝트를 얻었다고 생색내며 말하더라니.그래서 그는 안산 신도시는 안산 당지 사람이 지어야 한다는 구호를 만들었다.출처가 여기인 걸 보니 그들 중에 틀림없이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권석주도 약간의 의외라는 눈빛으로 나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나도 조금도 꺼리지 않고 그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다시 찾고 싶었다. 이요한, 이위진!이요한은 권석주의 사촌 동생이라고 하면 이위진도 아마 이요한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틀림없이 그들이 사촌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알겠
이 남자의 말은 나로 하여금 얕잡아 볼 수 없게 했다. 이것은 단지 날뛰는 것이었다. 감히 양진모도 위협하다니, 나는 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보아하니 이 안산의 물은 정말 깊은 것 같았다.양진모는 혼란스러운 현장을 경찰에게 넘겨주고 유상현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이위진은 구급차에 실릴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는 여기서 깨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깨울 수 없었다.권석주가 떠나기 전에 나를 보는 눈빛이 좀 의미심장했다. 나는 조용히 한마디 욕했다. 소인배 같으니!이렇게 소란이 생겼더니 시간이 좀 늦어졌다. 양진모는 미안한 마음으로 나의 의견을 듣고자 하여 우린 안산에 하룻밤 남아 내일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기왕 온 바에는 안심하자. 설령 내가 마음이 급하다 하더라도 방법은 없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러 나도 양진모의 안배에 순응하여 안산 대 호텔에 입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안산에서 가장 손에 꼽히는 호텔이었다.원래 오늘의 원래 계획대로라도 서울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것도 계획안에 있는 거지.양진모는 기회를 보며 나에게 말했다. 그가 취임한 후로 여러 차례 방해를 받았는데 이는 일상적인 일이니 나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 반드시 이번 협력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했다.우리를 잘 정착시키고 양진모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그가 황급히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나는 정말 좀 감탄했다. 그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도 일을 잘하려면 이렇게 어려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압력을 받아드릴 능력이 있어야 하고 또한 충분히 강해야 했다!이위진이 오늘 연기한 이 작품을 생각하면 나는 그의 뿌리가 절대 얕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그렇게 감히 우리의 회의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완전히 이위진의 독단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그는 정말 안산이라는 곳에서 왕 노릇을 하며 살고 있었다.마침 양진모의 비서보좌관이 우리를 위해 접대하러 왔다. 그가 나의 방에 와서 나에게 또
듣자니 이안한테는 아이가 셋이 있는데 아들이 둘이고 딸이 하나라 하였다. 막내아들은 이진이라고 하는데 외국에 유학을 보냈다. 딸 이연도 외국에 보냈는데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는 날라리고 무법천지 소녀라 하였다. 여자지만 그녀는 큰 오빠보다 더 난폭하다 했다!이 씨네 집에는 둘째 아들만 정상인데 의학박사여서 이위진은 그를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비서는 이위진의 이런 일들을 말할 때 처음에는 몸을 사리면서 사실대로 말하지도 못했는데 나의 태도가 상냥하고 호기심이 많은 것을 보고 경계심을 버리고 그들의 실체를 실토해냈다.“이위안을 말하자면 그는 비록 안산에 약간의 공헌을 했지만 그의 아들이 한 일은 정말 사람이 할 일은 아니에요. 모두 감히 그들을 뭐라 말하지도 못해요. 안산이 가난해도 그 집은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유비서는 이 말을 할 때 특별히 흥분했다.“원래 그가 퇴직하면 새롭게 바뀔 줄 알았는데 양진모가 부임한 후도 이위진은 끊임없이 발을 걸고 끊임없이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끊임없이 그를 압박할 줄은 몰랐어요...”“고소하는 이는 없던가요?” 나는 이해하지 못해 물었다.“누가 감히 그래요? 소식이 전해지기도 전에 그들에게 잡힐걸요!”유 비서가 몸서리를 치며 말하는 걸 보니 틀림없이 사실인 것 같다.나는 좀 놀랐다. 물이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다.내 눈앞에 또 권석주가 나대는 모습이 떠올랐다. 어쩐지 그렇게 날뛰더라니.“어렵게 안산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이런 기회가 생겼는데 모두들 사석에서 우리를 욕하고 이위진도 계속 방해만 하니 우리 일은 순조롭게 잘 안 되었을 것이에요. 우리 쪽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와도 헛수고에요!”그의 말을 듣고 나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유 비서도 어쩔 수 없어 하는 것을 완전히 느낄 수 있었다.그는 내가 웃는 것을 보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대표님, 웃지 마세요. 제가 한 말은 모두 진실입니다. 조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저도 대표님이 가른 사람들과 달라 보이고 또 박력도 있는데다 안산 사람
그를 보낸 후 나는 방에서 걸어 왔다 갔다 하며 장영식을 찾아가 이 일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장영식은 내가 이 일을 공유할 가장 적절한 사람은 아니었다.그는 줄곧 외국에 오랫동안 있어 이런 인간관계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에게 부담을 더할 수도 있다! 안산이 어떠하든지를 막론하고 이 프로젝트는 내가 확실히 접수하려고 한다. 그러니 그러기 위해 나는 장영식의 열정을 타격할 수 없었다.나는 조그마한 일에 놀라서 나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그럼 또 무슨 일을 해야지? 배현우가 다 깔아준 길을 이렇게 저버릴 순 없잖아! 안산의 깡패 같은 놈들이 우리를 이길 수는 없지.내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배현우였다.나는 웃으며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우리는 정말 텔레파시가 잘 통하네요. 내가 당신을 생각하자마자 당신에게 전화가 왔어요.”나의 이 말은 배현우를 들뜨게 했다.그는 나에게 물었다.“정말 내가 보고 싶었어요?”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당신이 생각하기에는요? 어제 당신한테 몇 마디 더 할 겨를도 없이 잠이 들었어요. 나는 당신이 다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어요. 의사가 당신이 과로로 깊이 잠들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또 놀랐을 거예요!”“당신, 마음이 아팠나 봐요!” 그는 득의양양하며 스스로 기뻐했다.그리고 나에게 물었다.“회의는 어떻게 됐어요?”그가 물음을 듣고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정말 당신에게 이 일을 좀 말해줘야겠어요!”그리고 나는 안산에서의 일을 배천우에게 낱낱이 이야기해 주었다.배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나에게 말했다.“당신은 안심하고 쉬면 돼요. 이런 일들은 내가 할 테니.”나는 이읏고 그에게 말했다.“우리는 먼저 이위안의 악행을 찾아내 똑똑히 조사하고 증거를 확보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누가 우리의 일을 말할까 봐 걱정돼요.”나의 말은 좀 급해졌다.“마침 오늘 저녁의 시간은 우리에게 시간을 내어 주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 계약을
우리는 몇 마디 더 말하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배현우가 나의 든든한 백이 되어준다면 나는 틀림없이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강한 세력이라도 현지의 땅 뱀을 제압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배현우는 일반 세력이 아니다. 그리고 이안도 땅 뱀이 아닐 수도 있다.내가 보기에 그저 한 마리 지렁이에 불과해 징그럽기 짝이 없었다.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나는 장영식의 방으로 갔다. 그는 마침 구 변호사와 법무팀과 함께 계약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나의 예상대로였다. 그는 업무에 있어 아주 신중하고 완벽해 절대 실수를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이런 엉망진창인 일들은 내가 해결하면 된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상현이 또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나는 서둘러 내 방으로 돌아가 이곳의 상황을 자세히 보고했다.물론 내가 보고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고, 그는 나에게 몇 마디 당부했다. 나는 그제서야 유상현이 이안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특별히 나에게 세부적인 부분을 당부했고,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전화를 끊고 나니,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장영식이 이미 계약서 검토를 마치고 찾아온 줄 알았다.하지만 문을 열어보니, 입구에는 느끼남 권석주가 서 있었다.보아하니 그들의 소식통은 꽤 정확했다. 나의 방까지 알아내다니.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덤덤하고도 건방진 표정으로 물었다.“여기까진 어쩐 일이시죠?”나는 말하면서도 계속 문에 손을 얹고 그를 들어오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불쾌했는지 또 한 번 나의 손을 보았다.가능하다면 최대한 그를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를 피해 다녀도 모자랄 판에, 오늘 진짜 그가 방으로 들어온다면 난 반드시 방을 바꿔야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나의 오만하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면서 권석주도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제자리에 서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지아 씨가 안산으로 어려운 걸음 하셨잖아요. 제가 그래도 고향이
역시나 권석주는 나의 기세를 막지 못하고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이안 선생님이요.”나는 차갑게 물었다.“이안이요? 제가 아는 분인가요? 왜 저를 초대하시는 거죠? 석주 씨는 안면이 있는 분이지만 이안 씨는 잘 모르겠네요. 누군지도 모르고 어떻게 넙죽 초대에 응하겠어요?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죠. 아무 초대에나 참석하는 건 저 한지아의 성격이 아니라서요. 그건 석주 씨 사촌 동생 이요한이 잘 알고 있을 거예요.”권석주는 나의 태도에 속수무책이었고, 나를 보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지아 씨, 좋은 뜻으로 초대할 때 가시죠.”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절 협박하시는 거예요? 그런 수법은 저한테 안 통해요.”권석주는 이안의 심부름꾼에 불과해 나를 데려가지 못하면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역시나, 굳어진 나의 표정을 보자 그는 대뜸 겁을 먹었다.“지아 씨, 오해하지 마세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안산의 이 선생님은 아무나 초대하는 분이 아니세요. 그분의 식사 대접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 자본이 있어야 한단 말이죠.”“오늘 지아 씨를 초대한 것도 체면을 세워준 것이니, 소중히 여기고 가시자는 뜻이에요.”“하... 어이없네요. 저한테 이런 말은 안 통하죠. 그럼 말해보세요. 이안 씨가 절 초대하는 이유가 뭔지.”나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권석주를 쳐다보며 다시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그건...”그는 입을 열더니 잠시 멈추었다.“가보면 자연히 알게 될 겁니다. 절대 지아 씨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이만 돌아가세요!”그가 말하지 않으려 하자 나는 일부러 문을 닫는 시늉을 했다. 그의 뚱뚱한 손이 갑자기 탁하고 문을 막더니 마지못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프로젝트 일 때문에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세요.”나는 일부러 눈살을 찌푸리고 모르는 척, 큰 소리로 말했다.“프로젝트요?”“어떤 프로젝트요? 죄송하지만 이번에는 외부와 협력할 계획이 없어요.”권석주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마 속으로 나를 욕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 나의 말을 들은 장영식은 바로 경계했다.“어떤 저녁 식사 자리인데?”“이위진의 아들 이안과의 식사 자리야. 만나서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날 초대했어. 그래서 나도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나는 쉽게 말했지만, 구 변호사와 장영식은 화들짝 놀랐다.“나랑 같이 가! 너 혼자서 그런 인간들이랑 만나는 건 무리야!”장영식은 나의 말을 듣자마자 곧 화를 냈다.“회사의 총책임자는 나고, 나도 미팅에 참가할 자격 있어. 나 무조건 너랑 같이 갈 거야. 낯선 땅에서 어떻게 너 혼자 그런 자리에 가?”구 변호사조차 장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절대 혼자 가지 마세요. 여기 사람들은 전부 교활한 인간들이라 위험해요. 안전이 최고죠.”나는 가볍게 웃으며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모두 간사한 인간이라 더 무섭지 않은 거예요. 저랑 계약 조건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하니 가서 들어보죠 뭐! 그 인간들을 너무 높게 평가한 거 아니에요? 아직 그럴 용기는 없어요. 하지만 저도 대비를 하고 싶어서요.”“한지아, 제멋대로 굴지 마!”장영식은 약간 분노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여기는 서울이 아니야. 만약 서울이었다면 우리가 더 안심할 수 있었겠지. 여기서는 반드시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무조건 나랑 같이 가. 만약 그자들이 거절한다면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어!”그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엄숙하게 말했다.장영식이 나의 안위를 매우 신경 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빈번히 사고를 당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긴장하는 것도 정상이고, 특히 이곳은 지방이었다.많은 통제 불가한 요소들이 존재했다.하지만 난 오히려 이곳이 안산이기 때문에, 그들이 나에게 허튼짓을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누가 자기 집 앞에서 나쁜 일을 저지를까?“너는 이해 못 해. 그자들은 실질적인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날 부른 거야. 네가 따라가면 어떤 말
장영식은 구 변호사의 말을 듣자마자 두 손을 들어 찬성했다. 나는 장영식이 다급해서 하는 모습을 보고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이렇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6시에 복향성 모란홀에서 만나자고 했어요."나는 주소를 알려주었다."그래요, 그럼 그 유 비서한테 우리도 복향성을 예약해 달라고 합시다. 음... 그들이 있는 룸과 가까운 룸으로.”구 변호사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저녁에 할 일을 계획하고 있는데 내 핸드폰이 울리길래 고개를 숙여서 핸드폰을 보니 양진모의 전화였다.저녁 식사에 대한 일로 전화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시간에 그들이 저녁 식사에 대한 준비를 다 안 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과연 내 추측이 맞았다. 그래서 나는 양진모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이안의 초대를 받아들일 것이고 장소는 복향성이라고 말이다.양진모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더니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 "한 대표님, 그럼 이렇게 합시다. 복향성으로 가셔도 됩니다. 제가 복향성 주위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주세요. 우리는 반드시 대표님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나는 이 상황이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그냥 얘기 좀 하는 건데. 왜 이렇게 긴장하지? 여자인 나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지...'구 변호사는 내 표정을 알아차리고는 내게 말했다. "한 대표님, 적을 너무 얕보지 마세요. 대표님이 겪은 일이 아직 많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맡은 사건 중에 이런 상황이 아주 많았어요.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으니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다들 이렇게 조심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나의 안위에 대해 매우 걱정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들의 말을 따를게. 조심해서 안 좋을 건 없으니까.”내 말을 듣고 장
나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마지못해 고개를 들어 서강민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서강민 씨, 먼저 들어가시죠. 언니가 깨서 서강민 씨를 보면 또 흥분할 것 같은데... 지금 같은 상황에 언니가 회복하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한마디 더 보탰다.“어떤 일들은 천천히 해야 해요. 언니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서로 생각을 정리해 봐요.”서강민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깊은 잠에 빠진 도혜선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발길을 돌리기 전에도 아쉬움에 한 번 더 뒤돌아보며 나한테 말했다.“고생해 줘요.”나도 담담히 답했다.“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언니에게 시간을 좀 줘요. 언니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잖아요.”내가 말하는 회복이 뭔지는 서강민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건 도혜선이 마음에 입은 상처였다. 오늘 도혜선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녀의 상처는 아물 수 없을 것이다. 언급만 해도 피가 흘러내릴 만한 상처였다.잠시 후, 서강민은 한발 물러섰지만, 눈길은 여전히 도혜선에게 머물러 있었다. 평온해 보이는 모습 아래에서 어떠한 파도가 휘몰아치는지 나는 몰랐다.한참 전 도혜선이 했던 말들은 마디마디가 주옥이었다. 모두 그녀가 마음속으로만 담아두었던 것들이었고 또한 서강민의 약점이었다. 얼마나 아플지는 서강민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쓰디쓴 독주도 그는 혼자 삼켜내야만 했다.도혜선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와 깨어나려는 낌새가 보이고 나서야 서강민은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나는 마음이 아파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도혜선의 손을 맞잡았다.인제야 하루 종일 배현우에게서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쪽에는 어떤 상황인지, 김우연에게서는 소식이 없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도혜선을 보니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아 살며시 그녀의 손을 놓고 일어서려 했을때, 그녀는 다시 나를 잡으며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나는 너무 놀라 얼른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서강민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하는 걸까?’“당시의 사고는 내가 저지른 거야. 그녀도 나 때문에 다쳐서 지금처럼 된 거고… 나는 좋은 남편이 아니야.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나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이야...”서강민은 여기까지 말하며 후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너무 죄책감이 들고 고민스러워. 나 또한 발버둥 쳐봤지.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의 일탈을 받아들일 수 있어 해. 그녀한테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내가 널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강민 씨!”도혜선은 꾸짖는 듯한 말투로 그의 말을 잘랐다.“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당신 아내가 듣고 있을 거예요. 저를 끌어들여서 같이 속죄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의 구세주가 아니에요. 저는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은 평범한 여자라고요. 저 좀 그냥 내버려둘 순 없어요?”도혜선은 말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녀는 한 손으로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그녀 앞으로 갔다.“혜선 언니, 움직이지 마! 위험해...”늑골 골절과 뇌진탕이 있는 환자다 보니 이러한 행동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위험했다.도혜선은 손을 들어 그녀를 안으려고 하는 한지아를 제지했다.“제가 오늘 한 말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나요? 서강민 씨, 저의 인생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당신한테 묶여 당신의 부속품이 되었었는데 저도 자존심이 있어요. 더 이상 당신처럼 지난날의 죄책감을 짊어지며 답답하게 살아가지 않을 거예요.”도혜선은 여전히 분노에 차 외치고 있었다.“매일 제 앞으로 와 지난날의 행동에 대해 속죄하라고 일깨워 주실 필요 없어요! 당신을 보면 저는 지난날 모든 서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치욕적인 과거가 떠올라요. 당신은 마음 가는 대로 해요. 당신은 아내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해요.”말을 마친 도혜선은 숨이 차올랐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도혜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계속하여 들려왔다.“당신은 아무런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저 같은 여자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아도 돼요.”그녀는 자기비하적인 말을 내뱉었다.”선아...”“설사 강민 씨가 와이프와의 약속을 안 지킨다 해도 당신의 신분과 지위로 당신에게 더 어울릴만한 사람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하물며 당신네 부부 눈에는 저는 그냥 염치없고 미천한 사람일 뿐이죠. 저 같은 사람은 본처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사모님이라는 호칭도 어울리지 않죠.”“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오해하지 마.”서강민은 조급함에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해명하려 했다.하지만 도혜선은 손을 들어 그를 막아섰다.“강민 씨... 해명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의 행동이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있어요! 장담하건대 아직 당신들이 어떤 의도로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보가 된 건 아니에요. 그녀는 정말 대단하네요. 죽을 때까지도 제가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녀는 아무리 병상에 누워있어도 고상한 사람이고 저는 그냥 미천한 사람일 뿐이니 말이에요.”도혜선은 말을 내뱉으며 입가에 처량한 미소를 비췄다. 누가 봐도 가슴 아픈 미소였다.“이전의 저는 확실히 허례허식에 차 있는 사람이었지만 저도 성장했어요. 정신 차렸어요. 당신 앞에 있는 저의 진정한 가치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어요. 저는 하나의 도구, 들러리뿐이었지만 원망하지 않았어요.”그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 돌렸다. 얼굴빛은 아까보다 더 창백해져 있었다.“하지만 이제 저는 자존감을 챙기며 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의탁하지 않고 쓰레기같은 취급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고 싶어졌어요.”점점 더 차가워지는 도혜선을 바라보며 서강민은 답했다.“혜선아, 나는 널 한 번도 무시한 적 없어. 나는 그냥 내가 뭘 하든지 네가 다 이해해 줄 줄 알았어.”도혜선의 서강민의 말을 듣고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안색은 더 창백해져 있었다.“이해? 당신이 어떤 말을
방금 허투루 한 말이 어머니의 진실인가 싶다. 보아하니 어머니가 나를 속이는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마음속의 의문점이 점점 많아졌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마치고 차씨 가문의 할머니께 말씀을 드린 후, 위층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도혜선을 보러 가려고 준비했다.그리고 팔도 겸사겸사 검사하려고 했다. 차에 앉고 나서 배현우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이 이른 아침에 뭐 하러 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김우연 쪽에 무슨 소식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생각해 보니 이렇게 빠르진 않겠지? 몇 시간밖에 안 됐는데.'병실에 도착하자마자 도혜선이 노발대발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병실에는 도혜선과 서강민 두 사람만 보이고 이미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내가 들어서자 분위기가 좀 이상하고 심상치 않는 것을 느꼈다.침대 옆 머릿장에는 보온병이 놓여있다. 서강민은 오늘도 도혜선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러 온 것 같다.서강민은 침대 앞에 떡 하니 서있었고 침대에 있던 도혜선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도혜선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상황을 정리하려고 다가가서 서강민에게 인사를 하고 도혜선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좀 어때?""별로야."도혜선은 차갑게 대답하더니 또 말을 건넸다. "지아야, 손님 좀 배웅해 줄래?"난감했다, 도혜선은 서강민을 내쫓으라고 하는 거였다. 난 당연히 그 뜻을 알고 있다. 조심스럽게 서강민을 쳐다보았다. "혜선아, 꼭 이래야 하니?"서강민은 씁쓸한 표정으로 도혜선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서강민씨, 저는 이미 분명히 말했고 두 번 다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도혜선은 내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서 서강민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참지 못하고 웃어 버렸다. "언니, 화 그만 내고 진정 좀 해. 초조해하는 거 알아, 점차 좋아질 거야. 강민씨랑 얘기 좀 하고 있어. 나는 팔 검사해야 돼서, 금방 돌아올 거야!"나는 핑계를 대고 떠나서 그들에게 자리를 비워주었다.
배현우는 나의 우울한 모습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에 회사 일도, 한심로얄의 마지막 한방도 둘 다 포기할 수 없잖아요. 신예 쪽 일도 있고, 전희가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요. 지금 모든 게 중요한 시기이니까요.""지금 그 누구도 아버지보다 중요하지 않아요! 수십년간 도망치면서만 살았는데 죄책감도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분명 아주 괴로워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는데, 내가... 내가 딸로서, 난..."배현우는 내 말을 듣고 나서 침대에 누워 나를 꼭 껴안고 말했다. "일단 내일 소식을 기다려 봅시다. 김우연 쪽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보고 결정합시다."배현우는 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제 말 듣고 일단 자세요, 내일 일어나서 먼저 할 일들을 처리하고 준비하고 있으세요, 만약에 상황이 좋으면 내일 같이 데리고 갈게요, 당신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배현우가 지금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내가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지를 못한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았다. 배현우의 따뜻한 품에 안기며 눈을 감고 내일 먼저 무엇을 처리해야 할지 생각했다.근데... 눈을 떠서 배현우를 쳐다보는데 배현우도 잠에 들지 않았다. "현우씨... 할머니가 보존하고 있는 CCTV를 보여주시겠어요?"'그 영상을 꼭 보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어머니가 어떻게...'"알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세요, 나중에 보여 드릴게요. " 팔짱을 끼더니 분명히 나를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배현우가 그 장면을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밤이 깊었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배현우의품에 안겨 점점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다. 배현우는 이미 곁에 없었고, 손을 뻗어 그가 누워 있던 곳을 만졌다. 이미 차가운 걸 보니 배현우는 일찍 침대에서 일어났나 보다.'무슨 소식이라도 왔나?'이
"할머니가 이번 사건을 피할 수 있었던 건 당시 큰 병을 앓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했어요. 제 생각에는 반은 꽤병인것 같아요. 직접 사표를 쓰고 나서도 서둘러 호주를 떠나지 않았다는 게 참 슬기로운 선택이었어요.""네?"너무 놀라서 몸 둘바를 몰랐다.배현우는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호주를 떠나지 않으셨어요. 그곳에 머물면서 배씨 저택의 인기척을 살피다가 배씨 저택의 요상한 소문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에야 조용히 호주를 떠나셨어요."나도 모르게 할머니의 메커니즘에 감탄했다."저도 그때 상황을 잘 몰라서, 할머니도 몸이 허약했고 내 행방을 알아 볼 길이 없어 그 비밀을 계속 지켜왔었나봐요. 부하들이 할머니를 찾고 나서도 여전히 어리석은 척을 하고 있었지 뭐에요."배현우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할머니께서 저를 두눈으로 직접 보고서야 그걸 꺼냈어요."배현우의 말을 듣고 나니 할머니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던 중 배현우가 나를 쳐다보더니 나의 지친 모습을 보고서야 손을 들어 대문을 열어 장벽들이 천천히 열리는 걸 볼 수 있었다.차는 왔던 길을 따라 경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벌써 자정이 되어 우리 둘은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돌아왔다.'우리를 배신한 소인이 두 집안을 풍비박산 시켰다니. 오늘 밤 일어난 모든 일들은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간단히 씻고 걱정 가득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태어나서 얼굴도 한번 못 본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를 걱정해 발 뻗고 자지 못했다. '한강인이랑 한걸은 이미 잡혔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의 처지는 어떤지.''한씨 부자가 그저 아버지를 인질로 삼아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려 했다면 왜 배현우는 그곳의 환경이 복잡하다고 했을가.''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 아버지를 미끼로 삼으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보고 싶으려는 걸가?''배현우? 아니면 배유정?'생각할수록 더욱 걱정이 됬다.아버지의 이번생은 이미 충분히 힘들다.어머니랑 서로
나는 걱정스레 배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배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계속 말했다.“후에 목격자 어르신을 찾고서 한강인을 자세히 조사하니 한강인은 이 모든 것이 일어난 뒤에야 천우 그룹을 떠난 거였어요. 지아 씨도 알잖아요. 그때 당시 천우 그룹은 아직 배유정 손에 있었어요.”“현우 씨의 말은 한강인은 배유정 과도 사이가 틀어졌단 말인가요?”나는 추측하며 물었다.“우리가 조사할 때 이상한 단서 하나가 나왔어요. 한동안 배유정도 한강인을 찾았고 심지어 한강인에 대한 추살령도 내렸어요! 참 이상해요. 배유정은 왜 한강인을 죽이라고 지령을 내린 걸까요?”“이유는 하나뿐이죠. 즉 한강인이 분명 무엇을 알아냈거나? 아니면 어떤 일에 참여하였거나?”나는 대답했다.배현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진백이 죽임을 당했듯이 이 안에는 분명 남들한테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이 있는 거겠죠. 우리는 이 단서를 따라 계속 추적해 보니 한강인의 혐의가 점점 더 드러나더군요. 그리고 그의 아들 한결도 같이 도망쳤어요.”“그러고 보니 이 안에는 분명히 또 다른 요소가 있겠네요!”나는 사색에 잠겼다.“그래서 우리는 추측했죠. 한강인은 확실히 이 사건이랑 연관이 있고 둘이 도주하는 과정에 서로 연락하는 빈도를 보아서 부자 둘은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어요.”“그리고 한강인이 도망 다니는 그 시기에 그의 모친이랑 누나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실종되었어요. 지금 보니 그분들은 아마 이미 이 세상을 떠난 것 같네요. 이 때문에 한강인은 고두리에 놀란 새가 돼서 끊임없이 도망치며, 이 또한 한강인이 지금의 상태로 되게 한 원인인 것 같아요. 사실 한강인은 원래 지금의 모양이 아니거든요.”배현우의 말을 듣자 나는 저도 모르게 아까 보았던 한강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강인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엄청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면 다른 기타 방식으로 정신을 잃지 않게 버티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저렇게 말라죽을 정도일 리가 없다.“그리고 한 가
배현우는 나를 한눈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맞아요. 제 씨 어머니가 얼마나 총명한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어요. 제 씨 어머니는 책 속에 카메라를 숨겨두고 만약 사고가 난다면 여기에 있는 이 물건을 숨겨두었다가 훗날 믿음직스러운 사람에게 주라고 할머니한테만 똑똑히 당부해 두셨어요!”나는 코가 찡긋거리더니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보아하니 제 씨 어머니는 분명 위험이 닥칠 거라는 것을 미리 예감했던 거네요!”배현우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제 씨 어머니는 만약 자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할머니더러 애들을 데리고 허씨 가문으로 가라고 할머니한테 당부하셨어요.”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코를 훌쩍이었다.배현우는 자기 손을 꽉 움켜쥐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참 생각지도 못한 게 모든 것이 제 씨 어머니의 예상대로 일어났고 감춰둔 카메라에 모든 것이 담겼어요! 근데 할머니는 제 씨 어머니의 뜻대로 우리 둘을 순리롭게 허씨 가문으로 데려가지 못했어요.”“급한 나머지 할머니는 고씨 가문에만 소식을 전했고 그마저도 나쁜 놈들보다 동작이 빠르지 못해 그들이 지아 씨를 데려간 후였어요. 그래서 저만 고씨 가문에서 데려갔어요.”나는 눈물을 닦아내면서 그때 당시의 내가 얼마나 힘없고 무력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신 데다가 배현우와 억지로 갈라지게 되었다.배현우는 내 손을 꽉 잡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나도 배현우 지금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날 배현우는 눈앞에서 억지로 끌려 나가는 나를 보기만 하고 반항할 수도 없는 그런 무능력함은 아마 배현우한테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이 되었을 것이다.차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자동차가 앞으로 가는 소리밖에 안 들렸다.한참 뒤에야, 배현우의 잠긴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이런 것들을 찾은 후에야 비행기 추락 사고가 떠올랐고 이로써 모든 것들이 비로소 한강인을 추측하게 했으며 그 이후에 우리는 한강인
이 소식은 그야말로 나를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나를 데려간 게 어떻게 그 사람이지?’“맞아요. 우리는 유일한 목격자를 찾았어요. 그 당시 그쪽 산에서 약재를 캐는 어르신이신데 그때는 중년인이셨어요. 하늘의 뜻인지, 우리가 수년을 찾아 헤맨 끝에야 비로소 이 참극의 전부를 직접 목격한 증인을 찾아냈어요.”“그 어르신 정말로 전체 과정을 모두 목격하셨나요?”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배현우 얘네가 얼마나 큰 공을 들여야 바다에서 바늘 건지는 것 같은 일을, 그것도 몇 년이 지났는데도 당시의 목격자를 찾아낸 걸까.“어르신의 말로는, 당시 자기는 산 위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잠시 계단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아래 도로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해요. 알다시피 외국에서는 약재를 캐는 일은 엄청 드물어요.”배현우는 엄청 뿌듯한 말투로 말했다.“우리 형제들이 엄청나게 고생 많았어요. 십수 년을 하루같이 귀찮음을 마다하고 사건 지역을 탐방하러 다니면서 일말의 흔적도 소홀히 하지 않았어요.”나도 믿어지지 않아 입을 열었다.“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참 노고가 많았어요.”“어르신이 말씀하기를 당시의 장면은 엄청 아슬아슬했대요. 부딪힌 차는 거의 굴러떨어지기에 일보 직전이었는데 후에 폭발했대요. 어르신은 우리의 차가 폭발한 뒤 키 크고 마른 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걸 똑똑히 봤다고 해요. 그리고 그 남자는 길 왼쪽의 언덕 아래로 달려가 무언가를 찾았대요.”배현우는 그때 당시의 장면을 묘사하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때 당시의 상황을 필사적으로 상상해 내려고 하니 머리가 또 아파 났지만, 배현우가 말을 멈출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시에 일어난 이 모든 것, 전부 나한테는 엄청난 매력이었다. 나는 지금 내가 찾아낸 산산조각 난 퍼즐들을 하루빨리 제 위치에 맞춰서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만들어 내고 싶었으며 그때 당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그 뒤로 난 어떻게 Z 국의 만덕동에서 떠돌게 되었고 또 어떻게 지금의 한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