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이미연은 갑자기 기분이 언짢아져서 고개를 번쩍 들어 그 아가씨를 바라보았다.“왜 말을 그렇게 해요? 뭐 잘못 먹었어요?”“전 원래 이렇게 말해요. 듣기 싫으면 오지 마세요. 눈치랑 염치 좀 챙겨요. 여기가 당신 집 보석함인 줄 알아요? 한 번, 또 한 번 가져가는 게 양심에 찔리지 않아요?”그녀의 작은 입은 매우 말주변이 좋았다. 나는 조금 뜬금없어 그녀를 바라보았다.“흥분하지 말고 당신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봐요. 나는 단지 이 팔찌를 보고 싶을 뿐인데 문제 있나요?”조금 더 나이 든 점원이 얼른 달려왔다. 그녀의 명찰에 점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점장은 판매원을 뒤로 끌어당기며 얼굴에 웃음을 띠며 나에게 말했다.“한지아 씨, 죄송합니다. 의도한 것이 아니에요.”“누가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고 했어요. 의도한 게 맞아요! 정 안되면 그만둘게요, 답답해요. 정말 염치없이 여기를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저는 탐욕스러운 사람을 본 적이 있지만, 당신처럼 이토록 탐욕스러운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정말 주얼리를 본 적 없는 소시민이네요.”그 계집애는 정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말끝마다 가슴을 찔러 아무리 뻔뻔한 사람도 참을수 없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당신에게 죄를 지었어요? 지금 내 얘기를 하는 거예요?”“맞아요. 당신을 말하는 거예요.”그 계집애는 정말 용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세였다.그 점장은 상황이 안 좋아지자 얼른 계집애에게 호통을 쳤다.“그만해요. 입 다물어!”그 계집애는 갑자기 폭발하여 자기 작업복을 찢어 퍽 하고 테이블에 내리쳤다. “저 이제 그만둘게요. 당신들의 이런 방법으로는 이 가게도 오래가지 못하고 곧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거예요. 지금 그녀가 공짜로 가져가는 것도 부족해요.”나는 들으면 들을수록 혼란스러웠다. 이게 다 뭔 소리야?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가씨, 말 좀 똑바로 해요. 내가 언제 공짜로 가져갔어요?”“아직도 인정
이미연 역시 겁먹지 않았다.“내가 몇 번 다시 말해도 안 가졌어요.”진소이는 정말 화가 나서 가게 안의 다른 사람들을 뿌리쳤다. “당신들은 정말 끝장 보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을 사람이네요. 아직도 변명을 하다니!”진소이는 바로 카운터로 가서 재빨리 서랍을 열고 장부를 꺼냈다.그 편씨 성을 가진 점장은 즉시 달려들어 강탈했다.“진소이 씨, 건방지네요!”“점장님은 이 여자를 무서워하고 잘 보이고 싶겠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왜요? 승진하고 싶어요? 그러면 사장님 물건으로 인정을 베풀지 마세요! 이 가게는 당신 것이 아니에요.”짝 하는 소리와 함께 진소이는 온몸이 휘청거렸다. 진소이는 이내 얼굴을 가리고 그 점장을 바라보았다.편 점장은 때리고 나서 자신도 좀 지나치다고 느꼈는지 멍해졌다.진소이는 기회를 틈타 장부를 홱 잡아당겼고 편 점장을 쳐다보며 말했다.“방금 때린 이 뺨을 기억해요. 내가 언젠간 갚을 거예요!”그러고 나서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와 카운터에 장부를 내리쳤다.“봐봐요, 이게 당신이 사인한 거예요!”그녀는 말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내게 건넸다. 나는 재빨리 집어 들고 자세히 맨 뒤까지 확인했다. 과연, 위의 서명이 분명히 내 이름, 한지아였고 글씨체도 비슷했다. 나는 이미연과 얼굴을 마주 보며 사태가 좀 심각해짐을 느꼈다.진소이는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눈으로 내 얼굴을 살폈다.“왜요? 아직도 아니라고 할 거예요?”이미연은 공책을 집어 들고 시간을 보더니 소리쳤다.“지아야, 나 무슨 일인지 알겠어!”내 머릿속도 번쩍했다.“한소연!”우리 둘 다 눈이 휘둥그레했다.진소이는 승리를 거머쥔 듯 당당했다.“더 할 말이 있어요? 아직도 당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나는 진소이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그녀가 사람들 앞에서 나를 가리키며 욕을 했지만 왜인지 나는 지금 그녀가 상당히 좋았다. 심지어 그녀의 얼굴에 선명히 나타난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을 보고 약간 마음 아팠다.“진소이 씨, 나를 자세히 보세요.
오 주임은 내가 건네준 신분증을 두 손으로 받아 보고 나서 자세히 나를 쳐다보았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가게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나도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는데 뜻밖에도 배현우가 가게 밖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화려하고 밝은 조명 아래서 그는 마치 가게 안의 반짝이는 보석처럼 모든 사람을 무색하게 하고, 두 눈동자는 깊고 어두웠고 차갑고 도도한 모습으로 가게를 의미심장하게 둘러봤다.일요일이어서 그런지 그는 오늘 정장을 입지 않았다. 새하얀 셔츠에 반듯하고 훤칠한 몸매는 차가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배현우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마치 왕의 귀환처럼 천하를 제패할 기세로 가게 안의 모든 사람을 감히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긴장시켰다. 특히 오 주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똑바로 서 있었다.“배... 배 대표님, 오셨어요.”오 주임은 공손히 배현우 앞에 달려가 지시를 기다렸다.그의 시선이 내 몸에 닿자 순식간에 눈 녹듯 햇살처럼 따뜻해졌다.그리고 오 주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에요?”오 주임은 얼른 진소이를 보고 냉정하게 보고했다. “모두 저희 판매원이 철이 없어 한지아 씨랑 부딪혔어요. 제가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부딪혔다고요?”배현우의 얼굴은 다시 무거워졌고,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왜 부딪혀요?”그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더니 약간 불확실한 듯 오 주임을 쳐다보았다.나는 줄곧 입을 열지 않고 묵묵히 그들이 말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었다. 나는 오 주임의 표정을 살폈다. 편 점장의 태도를 더욱 암암리에 살피고 있었다.그들이 여기에 서명하면 값비싼 주얼리를 바로 가져갈 수 있는 걸 어떻게 설명하는지 한번 봐야겠어. 내 이름이 이렇게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정말 몰랐다. 역시나 그들은 진소이에게 책임을 돌렸다.진소이는 이제 이전의 강경함이 사라졌다. 아마도 내가 서명한 한지아가 아닌 것 같거나 혹은 그녀의 남신 앞이라 어쩔 줄 몰라서 그런 것 같았다. 진소이는 배현우의 차가워지는 얼
진소이가 불확실한 듯 나를 힐끗 쳐다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격려했다. “저는 방금 당신의 모습이 더 좋아요. 절대로 자신의 원칙에 굴복하지 말아요.”“한지아 씨...!”편 점장은 큰 재난이 닥칠 것을 의식한 듯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진소이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얼른 등을 곧게 세우고 배현우를 바라보았다. 작은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고, 하얀 얼굴에 다섯 손가락 자국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진소이는 사건의 경위를 조리 있게 설명했다.옆에 있던 편 점장과 오 주임은 진소이가 말을 이어갈수록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 차분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배현우의 하얗고 잘생긴 외모에 이때 더욱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인해 서늘함이 드러났다. 온몸에서 음험한 냉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진소이가 건네준 장부를 받아들고 한번 훑어보더니 오 주임을 쳐다보며 말했다.“설명해 봐요!”오 주임은 즉각 무너졌다.“저... 편 점장님...”이때 편 점장은 더욱 넋이 나간 듯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배현우를 잡으려고 했다. 배현우가 날 선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자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한지아 씨가 말했어요. 배 대표님이 와서 고르라고 했다고...”“어느 한지아 씨요?”배현우가 차갑게 물었다.편 점장은 지금까지도 도대체 뭐가 틀렸는지 몰랐다. 점장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확실해요?”배현우의 말투는 더욱 차가웠다.편 점장은 온통 의문투성이인 눈으로 나를 휙 쳐다보았다. 바로 이때, 진소이가 확신에 차 말했다.“이 한지아 씨가 아니에요. 이분은 눈빛이 온화하고 지적일뿐만 아니라 태도가 다정하고 강단 있어요. 반면 다른 한지아 씨는 탐욕스럽고, 다급할 뿐만 아니라 거짓으로 가득 차 있어요. 저는 이분이 아니라고 확신해요!”배현우의 눈빛에는 칭찬의 빛이 역력했다.“김우연!”배현우가 지시했다. “또 어디에 갔는지 알아보고 금액 집계해요.”역시 배현우는 배현우였다. 한 가지 사건을 보면 전후 사정을 바로 예측할 수 있다.이
문기태가 성큼성큼 다가와 이미연을 봤다. “어떤 게 마음에 들어요?”이미연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없어요. 하나도 없어요.”문기태는 배현우를 한 번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배 대표님, 보아하니 디자인 팀을 교체해야겠어요.”배현우는 도도한 눈으로 진소이를 바라보았다.“진 점장...”진소이는 즉시 그 푸른마음을 들어 올려 문기태에게 보여줬다. “이 아가씨가 마음에 든 것은 우리 가게에서 가장 디자인이 좋은 푸른마음입니다.”이미연이 얼른 앞으로 한발 나섰다.“저기요, 아가씨. 당신 사장님이 방금 점장 한 명을 해고했는데 당신도 뒤따라가고 싶어요?”“죄송합니다! 아가씨, 저는 저희 가게 가장 좋은 주얼리를 추천해서 판매하려는 거예요. 방금 그 점장님처럼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그럴 권리가 없어요. GY 주얼리는 GY 모든 직원의 것이에요. 저는 그것을 가질 가치가 있는 모든 손님에게 공유할 책임과 의무가 있어요.”“어머나! 말이면 다예요?”이미연은 진소이를 보고 배현우에게 말했다.“배 대표님, 당신 여자는 정말 보는 눈이 있네요. 당신께 이런 보물을 찾아줄 수 있다니. 뒤돌자마자 절 공격했어요.”이미연의 말은 나와 진소이를 모두 칭찬했다.배현우는 긴 팔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 “그럼요. 내 여자는 당연히 우수하죠.”이미연은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문기태를 힐끗 쳐다봤다. 이미연은 시큰둥하게 한마디 했다. “자꾸 애정 표현 하지 말아요. 제가 방금 병이 나아서 받아들이기 힘들어요.”갑자기 가게 안의 모든 사람이 웃음을 참으며 더 구경하려고 우리를 몰래 쳐다봤다. 문기태는 진소이가 받쳐 든 쟁반 위의 팔찌를 힐끗 보고 말했다. “계산할게요.”이미연은 얼른 달려들었다. “전 사겠다고 안 했어요. 그냥 구경만 하고 싶었는데 왜 계산해요.”“집에 가서 잘 감상해요.”문기태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앞으로 내가 보는 걸 다 살 거예요? 돈 자랑 하려는 거예요? 아니면 돈을 쓸데가 없어요?”이미연이 문기태에게 한 마디
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소파에 누웠다.“아마 그녀들은 우리가 이렇게 빨리 진실을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이미연은 나를 바라보았다.“우리 모두 쉽지 않은 싸움이야. 다행히도 너의 능력이 지금 점점 좋아지고 있어. 이것은 지금 그들이 속수무책인 표현이기도 해. 미친 것처럼.”“원래 한소연을 이용해서 전희와 이세림을 무너뜨리려고 했는데, 한소연은 버리는 패야. 그런데 지금 보면 이세림에게도 버리는 패인 것 같아. 만약 이 일이 오늘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됐다면 큰일이었을 거야. 우리는 오늘 그 진소이에게 감사해야 해.”나는 이미연에게 말했다.이미연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아쉽다, 한소연은 도대체 어떻게 성형한 거야? 우리가 못 봤는데 너를 많이 닮았나 봐.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속이지 못했을 거야!”“진짜가 가짜가 될 수 없고 가짜도 진짜로 될 수 없어. 그건 사람이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려 있어. 진소이 그 애는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야. 그녀는 실질적인 차이를 말할 수 있어, 진소이의 말처럼 눈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의 창이야, 그녀는 배울 수 없어!”나는 이미연을 보고 말했다.“한소연의 욕심이 그녀를 망쳤어.”“모두 그 사람들이 오냐오냐해서 그래. 몇백만 원짜리 물건이면 그만인데, 못 들었어? 차도 사인 하나로 갖고 갔다잖아.”이미연은 나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정말 이해 못하겠어. 그러려면 얼마나 큰 친분이어야 해? 정말 대담하다니까. 한지아라는 이름 세글자가 정말 쓸모가 있네. 돈으로 쓸 수도 있고.”“헤헤... 그런 배현우한테 주는 거야!”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진짜 나에게 준 것 같아?”“아까 배현우가 문기태 쪽 사람이 연관되었다고 했지?” 이미연이 나를 보고 물었다.“남미주와 이세림이 연합했으니 문기태쪽 사람이 연관되어 있는 게 이상하지도 않아.”나는 그날 차씨 저택에서 문기태과 남미주를 본 일이 떠올랐지만 이미연에게 말하지 않았다.속으로 이세림이
차 씨 노부인은 배씨 가문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것 같았고 나는 단번에 집중해서 들었다.“그래서 배진기가 순탄하게 성공할 수 있었지. 둘이 결혼한 뒤 몇 년 동안 아이가 없었어. 사이는 아주 좋았는데 말이야. 몇 년 후에야 비로소 배천석을 낳았지만, 불행하게도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윤희는 세상을 떴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기는 젊은 아내를 맞았고, 곧 배유정을 낳았지. 많은 사람이 배진기의 이 어린 아내가 교활하기 짝이 없는 여자라고 말했었어. 둘 사이에 이미 그렇고 그런 관계가 있었다고 추측했지.”“그래서 이번 사건에 배진기에 대한 외부 여론은 그리 좋지 않았고, 그 뒤로는 허윤희 가문 전체가 배진기라면 치를 떨다가 관계도 끊어버렸어.”“그래서 결국 배 씨 어르신은 배유정의 엄마와 사적인 관계가 있었던 거에요?”나는 궁금해서 물었다.“배유정은 배천석보다 겨우 1살 어리지. 이걸 봐도 배진기 쪽이 설득력이 떨어졌던 거야.”“그래서 나중에 배 씨 어르신이 배씨 가문의 사업을 배천석에게 넘긴 건가요?”나는 그렇게 분석했다.“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었겠죠!”차 씨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때 배진기는 이미 연로했고 권력을 쥐고 놓지 못했어. 결국, 허 씨 가문의 압력 때문에 권력을 배천석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지. 사실 배천석은 배 씨 가업을 이어받고 싶지 않아 했어, 심각하게 휘청거렸었거든.”“이것도 허 씨 가문과 관련이 있나요?” 나는 노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물론이지, 모두 허 씨 가문의 짓이야. 그런 일을 당하고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 허윤희는 허 씨 가문 보물이었어,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명문가 규슈였거든.”차 씨 노부인이 이렇게 칭찬하는 여자라면 분명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직접 만나보셨나요?” 나는 궁금해졌다.“가문 모임에서 몇 번 만났어. 정말 아름다운 여성이었지. 이해가 안 돼, 배진기가 저런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니. 많은 사람도 다 같은 생각이었을 거야.”
차 씨 노부인은 말을 이었다.“소유진은 암암리에 배천석의 비즈니스에 손을 대 허 씨 가문의 분노를 샀어. 그 결과 허 씨 가문은 배씨 가문에 손을 쓰려고 했지. 배천석은 한발 물러서 허씨 가문을 설득하고 배씨 가문을 떠났어. 이 사건으로도 배천석의 의리와 인정을 볼 수 있지. 자신을 키워준 허 씨 가문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고, 아버지에게도 마지막 책임을 다한 거야.”“그래서 배유정에게 배 씨 가업을 넘긴 건 모든 갈등을 잠재우고 아버지에게 평화로운 노년을 보장하기 위한 거였어. 이렇게 몇 년 동안은 잠잠했지만...”차 씨 노부인은 무기력하게 고개를 저었다.“사람이란, 욕심이 끝이 없는 거야!”“배 씨 어르신은 아직 살아 계신가요?” 나는 아까부터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다. 왜냐면 배현우가 할아버지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차 씨 노부인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살아있어. 지금은 아흔여덟, 아홉쯤 됐을 거야.하지만 아들이 죽은 후,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깊은 슬픔에 빠졌지.”“배유정 모녀를 배씨 가문의 저택에 남겨두고 홀로 배씨 가문의 옛집으로 이사했어. 세상과의 연을 끊고 더는 배씨 가문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어. 도를 닦는 중이라네!”차 씨 노부인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그렇게 장수하는 거야. 마음속으로 진짜 회개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그렇다면 소유진은 아직 살아있나요?” 나는 차 씨 노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살아있어. 여전히 호주에 있지. 배진기가 옛집으로 이사한 뒤,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고 해. 소유진이 몇 번 만나려고 시도했지만, 배진기는 용서하지 않았어. 지금은 80대 후반에 건강이 좋지 않다더구나.”“그럼 배진기는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조사하지 않은 거dP요?”나는 화가 치밀었다. 배씨 가문에 이런 어리석은 어르신이 있다니?“뭘 조사하겠어? 이미 알고 있었을 거야, 소유진 모녀가 배천석에게 손을 쓴 것을 말이야. 그들 때문에 6년 동안 도망자 생활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도 잃었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