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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취했어도 깨어있는 마음

나는 깜짝 놀라 거세게 문을 두드렸다.

“혜선 언니, 문 열어! 집에 있다는 거 알아! 나야, 지아!”

오랫동안 문을 두드리고 나서야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야 마음을 좀 놓았다. 나는 두어 번 더 안쪽을 향해 소리 질렀다.

“언니, 나 지아야. 얼른 문 열어줘!”

또다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른 문을 열자마자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라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현관에는 도혜선이 곧은 자세로 바닥에 뻗어 있었고 엉망진창인 모습이었다.

“혜선 언니!”

나는 황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가 그녀를 안아 올리고는 엉망이 된 채 얼굴에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언니, 이게 무슨 일이야? 언니...”

나는 그녀의 얼굴을 두드렸다. 짙은 알코올 향기가 온 집에 퍼져 가슴이 턱턱 막혀 다시 그녀를 내려놓고 신발을 벗어 던진 다음 창문을 모두 열었다. 그러고는 다시 뛰어가 그녀를 안았다. 해월이를 돌려보낸 것이 후회스러워졌다.

도혜선의 상태가 걱정된 나는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 해월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도혜선은 갑자기 손을 들어 내 전화기를 밀쳐내더니 말했다.

“아... 니...”

“도혜선, 이게 뭐 하는 거야? 마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면 되잖아? 날 동생으로 여기지 않는 거야? 왜 혼자서 다 참고 있어! 뭔 생각인데?”

나는 분노가 치밀어 소리쳤다. 도혜선을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지만 그녀의 가녀린 체구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를 제대로 옮길 수 없었다. 술이 떡이 된 그녀의 상태에 인제야 그녀가 기어 와서 나에게 문을 열어줬다는 게 이해가 됐다.

아무리 취했을지언정 정신은 깨어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아라는 소리에 현관까지 기어와 문을 열었겠지.

나는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힘껏 그녀를 침대로 끌어당겨 놓았고 나도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야 곳곳에는 술병이 널려 있었고 몇 병을 마셨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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