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깜짝 놀라 거세게 문을 두드렸다.“혜선 언니, 문 열어! 집에 있다는 거 알아! 나야, 지아!”오랫동안 문을 두드리고 나서야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야 마음을 좀 놓았다. 나는 두어 번 더 안쪽을 향해 소리 질렀다.“언니, 나 지아야. 얼른 문 열어줘!”또다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른 문을 열자마자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라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현관에는 도혜선이 곧은 자세로 바닥에 뻗어 있었고 엉망진창인 모습이었다.“혜선 언니!”나는 황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가 그녀를 안아 올리고는 엉망이 된 채 얼굴에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언니, 이게 무슨 일이야? 언니...”나는 그녀의 얼굴을 두드렸다. 짙은 알코올 향기가 온 집에 퍼져 가슴이 턱턱 막혀 다시 그녀를 내려놓고 신발을 벗어 던진 다음 창문을 모두 열었다. 그러고는 다시 뛰어가 그녀를 안았다. 해월이를 돌려보낸 것이 후회스러워졌다.도혜선의 상태가 걱정된 나는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 해월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오라고 했다.하지만 도혜선은 갑자기 손을 들어 내 전화기를 밀쳐내더니 말했다.“아... 니...”“도혜선, 이게 뭐 하는 거야? 마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면 되잖아? 날 동생으로 여기지 않는 거야? 왜 혼자서 다 참고 있어! 뭔 생각인데?”나는 분노가 치밀어 소리쳤다. 도혜선을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지만 그녀의 가녀린 체구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를 제대로 옮길 수 없었다. 술이 떡이 된 그녀의 상태에 인제야 그녀가 기어 와서 나에게 문을 열어줬다는 게 이해가 됐다.아무리 취했을지언정 정신은 깨어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아라는 소리에 현관까지 기어와 문을 열었겠지.나는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힘껏 그녀를 침대로 끌어당겨 놓았고 나도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야 곳곳에는 술병이 널려 있었고 몇 병을 마셨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한참을 숨
솔직히 나는 도혜선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때 도혜선 덕분에 단번에 이혼을 진행할 수 있었고 그래서 나는 앞으로 그녀의 옆에서 함께 걸어가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게다가, 도혜선은 정말로 우정을 나누기 좋은 친구였다.이런 생각에 잠긴 채, 나는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고 그녀에게 천천히 해장국을 먹였다. 이제 보니 많이 나아진 모양이었다.“언니, 괜찮아? 나 지아야.”나는 도혜선과 대화를 시도했고 그녀는 뭐라 두어 번 신음을 내더니 다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었다. 한참을 관찰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려 결국 배현우에게 전화해 도혜선의 상황을 알렸고 그는 바로 차를 몰고 데리러 왔다.도혜선의 상태를 보더니 단번에 그녀를 안아 들고 병원으로 향했고 수액을 맞게 하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미연도 알게 되어 몰래 도혜선의 병실로 도망쳐와 나와 함께 도혜선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도혜선이 깨어난 것은 다음 날 오전이었다.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고 허약한 모습이었다.“내가 왜 병원에 있는 거지?”도혜선이 어안이 벙벙한 채 우리에게 물었고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그럼? 집에서 죽기만을 기다릴 거야? 우리가 있다는 건 생각 안 해봤어?”“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그녀는 여전히 멍한 모습으로 물었다.“현우 씨가 데리고 왔어. 나 혼자서는 옮길 수 없더라고.”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고 도혜선이 얼굴을 감싸 쥐며 작게 내뱉었다.“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야.”“그게 중요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그런 짓을 한 건에?”나는 그녀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은 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도혜선은 내 질문에 당황하며 이제야 기억이 떠오른 듯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한참이 지나고서야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서강민이 뭐라고 했어?”내 추궁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미연은 성격이 급했다.“왜 그런대? 장례식
도혜선이 멍하니 한 곳을 오랫동안 응시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나를 부르더니 내 손을 끌어 서강민에게 쥐여줬어. 그러더니 서강민에게 말하더라고, 본인이 죽으면 서강민더러 나와 결혼해서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지위를 주라고. 그녀는 이렇게 산 듯 죽은 듯한 삶을 살아왔고 내 자리를 차지했다며, 서강민에게 날 실망시키지 말라고 하더라.”도혜선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절망적이었고 나는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또 말했어. 집에 있는 집이며 저축은 서강민은 건들지 말라고. 그들에게는 아들도 있으니 그것들은 아들에게 물려줘야 했으니 말이야. 나한테 화내지 말라고 했어. 이건 그녀의 욕심이라 앞으로 그녀가 떠나고 서강민이 나와 결혼하면 그가 어떻게 하든 자신은 더는 간섭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나는 도혜선을 바라보며 이 여자도 멍청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서강민과 결혼할 때 서씨 집안에서 예단으로 해온 팔찌를 나에게 건네줬어. 이건 서씨 며느리들만 가질 수 있는 거라고. 그녀가 나에게 넘겨주면서 내가 진짜 서씨 며느리라고 하더라...”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깜빡였고 그대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이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서강민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도혜선이 나를 쳐다보며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그의 아내가 뭐라고 하든, 난 그녀를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그는... 그는 다시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서씨 가문 며느리는 영원히 그녀뿐이라고 말했어!”도혜선이 통곡하며 울부짖었고 나는 마치 전기 충격이라도 맞은 듯 경직된 채 고개만 흔들었고 마음이 저리게 아파왔다.외부인인 나조차 서강민이 그렇게 상처 주는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도혜선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울었고 나는 그녀가 왜 이렇게 술에 취해 생사를 오가는 상태가 되었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오랫동안 그녀는 흐느껴 울며 말했다.“나는 그들의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아. 집도, 차도, 땅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차 씨네 집에 돌아오자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차 씨 가족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다시 만나자 나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차홍기는 정말 친절하고 상냥했고 차 씨 노부인도 집안의 요리사들을 지휘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배현우와 함께 들어오는 나를 보고, 그녀는 기뻐하며 나를 끌고 왔다.“왜 이렇게 늦었어?”“할머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제 친구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도와주고 나니 늦었어요!”그녀는 나를 소파에 앉히며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나를 훑어봤다.“정말 착한 아이야!”그녀는 사람을 시켜 위층의 가족들을 불러 내려오라고 했다.배현우는 옆에서 차홍기와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잠시 후, 계단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고개를 들자 두 명의 잘생기고 기품있는 남자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둘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한 사람은 내성적이고 듬직한 분위기였고 다른 한 사람은 활기차고 스타일리시했다.차홍기와 배현우도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돌려 쳐다봤고 곧 그들에게 다가갔다.두 사람이 내려온 후 어려 보이는 쪽이 내 앞으로 달려오더니 그 잘생긴 얼굴을 코앞에 대고 말했다.“이 사람이 할머니 손녀예요? 분명히 내 여동생 같아 보이는데, 할머니, 왜 내 누나라는 거죠?”그가 더 말하기도 전에 배현우가 그를 잡아당겨 옆으로 끌고 갔다.“저리 가, 멀리 좀 꺼져!”“배현우, 진짜 너무해. 할머니가 우리를 부른 건 우리 아빠 딸을 만나기 위해서야! 내 친동생인데 네가 뭐라고. 결혼할 것인지 말 건 지는 우리가 정하는 거야. 이런 태도로 나오면 난 제일 먼저 반대할 거야!”그러고는 다시 내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할머니가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요. 너무 예쁘잖아요!”한편 차분해 보이는 사람은 옆에서 예의 바르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마치 애완동물을 구경하듯 나를 바라봤다.그러자 차 씨 노부인은 처음 만났을 때의 엄숙함을 벗어던지고 웃으며 말했다.“맞아, 정말 예뻐! 그게 가장 이 할
차기택이 감탄하며 소리를 질렀고 충격받은 듯 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너 회사도 있어? 무슨 일 해? 얘기해 봐!”“건축일 해.”나는 얼굴을 붉히며 살짝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너... 건축을?”예상대로 차기택은 놀라움으로 가득 찬 채 나를 바라보았다.“여자애가 왜 건축을 해?”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기회가 와서 그렇게 됐어.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더라고.”차기훈도 관심을 보였다.“정말 놀라워. 이렇게 여리여리한 여자애가 건축 개발을 한다니?”차기택이 서둘러 나에게 말했다.“쟤한테 넘겨줘. 저런 거친 남자가 건축을 하는 거지. 누나는 일하고 싶으면 앞으로 우리 집안일을 맡아. 우리가 바깥일을 하고, 누나가 집안일을 하고,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최강일 거야!”배현우가 바로 낮은 목소리로 혼냈다.“차기택 너 또 내 사람을 뺏으려고 그래? 네가 바깥일을 맡는다고? 이 사람은 내 아내야. 내조를 해도 우리 배씨 가문의 일을 맡겠지. 그리고 지아 씨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내버려둬. 넌 아직 차씨 가문의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80세 할머니가 아직도 일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뻔뻔하게 있는 거야? 네가 제대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그때가 되면 다시 얘기해.”배현우는 말을 마치고 마치 누군가가 나를 빼앗아 갈까 봐 두려운 듯 나를 끌어당겨 자신의 팔에 껴안았다. 나는 그 모습에 어이가 없었고 당황스러워졌다.차 씨 노부인은 차기택의 이마를 쿡 찌르며 말했다.“들었어?”“지아야, 나도 대부분 울산에 있어. 울산에 오면 오빠한테 연락해. 우린 그곳에 집이 있으니까 밖에서 묵지 마.”차기훈은 정말로 큰 오빠 같은 모습이었다.도우미가 식사 시간을 알리러 왔고, 가족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내가 이미 딸이 있다고 말하자, 노부인은 깜짝 놀라며 소리 질렀다.“이런, 그럼 왜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어?”이 말에 차기택은 더욱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고 한참 후에야 말을 꺼냈다.“너랑 누구 아이야
다음날,나는 도혜선에게서 짧은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찾지 말라고, 지칠 때까지 놀다 돌아오겠다는 메시지였다.서강민이 나를 찾아왔을 때는 이미 반달이나 지난 뒤였다. 피폐하고 지쳐 보이는 데다 많이 야윈 모습이었고 원래도 우리보다 나이가 많았던 그는 몇 년은 더 늙어 보였다.서강민은 나를 보자마자 서둘러 물었다.“혜선이 어디 갔는지 알아요?”나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 되물었다.“언제부터 그녀가 없다는 걸 알았는데요?”“한 일주일째 찾고 있어요.” 그도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럼, 지난주에는 그녀가 없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거예요?”나는 서강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나는 사실 전부터 그녀를 존경하고 있었다. 수많은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속에는 우리 회사도 포함되어 있었다.서울의 상인들은 그를 재물의 신이라도 되는 양 떠받들었지만, 나약한 여자에게, 그것도 몇 년간 그의 옆을 지킨 약하디약한 여자에게는 이토록 인색했다.그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나를 꿰뚫었고 창백한 얼굴이 살짝 경련하고 있었지만,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난 항상 당신을 존경했어요. 너그럽고, 유순한 데다 듬직하기까지 하고, 말 한마디를 천금처럼 여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혜선 언니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왜 도혜선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으면서 그녀를 찾고 있는 거죠?”나는 그를 바라보며 추호의 거리낌도 없이 노골적으로 내뱉었고 그때 눈에 붉은 핏줄이 가득 찬 서강민이 몸을 내 쪽으로 기울이더니 물었다.“알려줘요, 어디 있는지.”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신이랑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했는데 당신이 그녀의 결정을 모를 리가 없겠죠? 당신이 못 찾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혜선 씨가 뭐라고 했어요?”그는 불안한 듯 물었다.“마음을 정했다고 하더군요. 지치면 돌아오겠다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라요.”나는 그가 믿든 말든 상관하지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쉬며 그를 쏘아보았다.“이렇게 해서 끝날 줄 알았다면 오산이에요. 그 모든 장면은 이미 내 두 눈에 똑똑히 담겼고, 내 마음에 상처를 입혔어요. 절대 잊을 수 없어요.”그는 나를 꼭 껴안으며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그 사람을 벌해야죠. 평생 안아달라고 하고, 손 놓지 말라고 해야죠!”나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 남자는 정말 나를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부드럽게 하면 그는 강하게 몰아붙이고, 내가 강하게 나오면 그는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다시 한번 그러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벌은 필요 없어요.”나는 일부러 고집스럽게 말했다.“그 사람도 안을 사람이 있는데, 나라고 없겠어요?”우리는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말했다.“감히? 손을 썼더니 아직도 덜 혼이 났나 봐요?”나는 놀란 채로 그를 쳐다보았고 그의 표정을 자세히 살피며 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늠해 보았다.그는 내 표정을 보더니 내 마음이 다 풀렸다는 것을 알고 내 입술을 살짝 물었다.“꼬마 아가씨, 콩이보다 더 달래기 어렵다니깐요.”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더는 감정 상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혜선 언니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서강민이 그녀의 마음에 완전히 상처를 입혔어요. 이번엔 돌아올 여지가 별로 없어 보여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마음의 상처에요. 그런 상처는 깊이 남아서 치유할 수 없으니깐요.”배현우는 팔을 더 꽉 조였고 턱으로 내 이마에 비비적거렸다.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랐다.요즘 나는 순조롭게 지내고 있지만, 내 친구들은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칠 동안 김향옥은 골드 빌리지로 출근하듯 매일 찾아왔고 오후 2시쯤 도착해 콩이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그녀의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고 우리 엄마도 그녀의 위중한 병세를 듣고는 더는 그녀에게 트집을 잡
강숙자는 내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각성한 듯 내 앞으로 뛰어왔다.“한지아 이 쌍년, 낯짝도 두꺼운 놈. 이혼하고도 신호연한테 꼬리를 쳐? 그렇게 대단하면 이 곧 죽을 년도 집에 데려오지 그래? 네가 신호연한테 아이디어를 내줬다며? 내 집을 빼앗으라고...”“내 집? 당신이 뭔데? 당신은 자격 있어요?”나는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아버지를 잡아끌었다.“들어가요! 엄마, 다들 들어가세요!”그 말과 함께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경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숙자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우리 집 마당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나는 특별히 김향옥을 위한 출입 카드를 만들어줬으니 그녀는 지금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지만, 이 미친 사람은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이 기회에 경비에게도 책임을 묻고 싶었다.나는 어른들을 집안으로 밀어 넣으려 집 앞까지 쫓아갔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그녀가 우리 집 문턱을 넘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내 계획을 모르고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해 펄쩍 뛰면서 손가락으로 나를 짚어댔다.“이 천한 년, 네가 경비를 불러서 뭐 어찌하겠다는 거야? 오늘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다시는 신호연에게 꼬리 칠 수 있나 보자!”그녀가 다리를 들어 내 집으로 들어오자 나는 윤 씨 아주머니의 손에서 숟가락을 빼앗아 망설임 없이 빠르게 휘둘렀다.숟가락이 강숙자의 얼굴에 맞았고 그녀의 머리가 갑자기 한쪽으로 쏠리더니 다리도 휘청거렸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머리를 흔들더니 중심을 잡으려 애썼다. 이제 보니 숟가락에 맞아 정신이 멍해진 게 틀림없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더니 음산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마 내가 진짜로 손을 쓸 줄 몰랐었는지 미친 듯이 나에게 달려들었다.엄마는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어 나를 막으려고 했지만, 나는 소리 질렀다.“다 물러나요! 물러나!”“다시 와 봐요!” 나는 강숙자를 도발했다.“당신은 정말 김향옥이 만만한가 봐요? 늙은 짐승만도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