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나는 도혜선에게서 짧은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찾지 말라고, 지칠 때까지 놀다 돌아오겠다는 메시지였다.서강민이 나를 찾아왔을 때는 이미 반달이나 지난 뒤였다. 피폐하고 지쳐 보이는 데다 많이 야윈 모습이었고 원래도 우리보다 나이가 많았던 그는 몇 년은 더 늙어 보였다.서강민은 나를 보자마자 서둘러 물었다.“혜선이 어디 갔는지 알아요?”나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 되물었다.“언제부터 그녀가 없다는 걸 알았는데요?”“한 일주일째 찾고 있어요.” 그도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럼, 지난주에는 그녀가 없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거예요?”나는 서강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나는 사실 전부터 그녀를 존경하고 있었다. 수많은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속에는 우리 회사도 포함되어 있었다.서울의 상인들은 그를 재물의 신이라도 되는 양 떠받들었지만, 나약한 여자에게, 그것도 몇 년간 그의 옆을 지킨 약하디약한 여자에게는 이토록 인색했다.그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나를 꿰뚫었고 창백한 얼굴이 살짝 경련하고 있었지만,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난 항상 당신을 존경했어요. 너그럽고, 유순한 데다 듬직하기까지 하고, 말 한마디를 천금처럼 여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혜선 언니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왜 도혜선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으면서 그녀를 찾고 있는 거죠?”나는 그를 바라보며 추호의 거리낌도 없이 노골적으로 내뱉었고 그때 눈에 붉은 핏줄이 가득 찬 서강민이 몸을 내 쪽으로 기울이더니 물었다.“알려줘요, 어디 있는지.”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신이랑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했는데 당신이 그녀의 결정을 모를 리가 없겠죠? 당신이 못 찾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혜선 씨가 뭐라고 했어요?”그는 불안한 듯 물었다.“마음을 정했다고 하더군요. 지치면 돌아오겠다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라요.”나는 그가 믿든 말든 상관하지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쉬며 그를 쏘아보았다.“이렇게 해서 끝날 줄 알았다면 오산이에요. 그 모든 장면은 이미 내 두 눈에 똑똑히 담겼고, 내 마음에 상처를 입혔어요. 절대 잊을 수 없어요.”그는 나를 꼭 껴안으며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그 사람을 벌해야죠. 평생 안아달라고 하고, 손 놓지 말라고 해야죠!”나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 남자는 정말 나를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부드럽게 하면 그는 강하게 몰아붙이고, 내가 강하게 나오면 그는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다시 한번 그러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벌은 필요 없어요.”나는 일부러 고집스럽게 말했다.“그 사람도 안을 사람이 있는데, 나라고 없겠어요?”우리는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말했다.“감히? 손을 썼더니 아직도 덜 혼이 났나 봐요?”나는 놀란 채로 그를 쳐다보았고 그의 표정을 자세히 살피며 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늠해 보았다.그는 내 표정을 보더니 내 마음이 다 풀렸다는 것을 알고 내 입술을 살짝 물었다.“꼬마 아가씨, 콩이보다 더 달래기 어렵다니깐요.”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더는 감정 상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혜선 언니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서강민이 그녀의 마음에 완전히 상처를 입혔어요. 이번엔 돌아올 여지가 별로 없어 보여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마음의 상처에요. 그런 상처는 깊이 남아서 치유할 수 없으니깐요.”배현우는 팔을 더 꽉 조였고 턱으로 내 이마에 비비적거렸다.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랐다.요즘 나는 순조롭게 지내고 있지만, 내 친구들은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칠 동안 김향옥은 골드 빌리지로 출근하듯 매일 찾아왔고 오후 2시쯤 도착해 콩이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그녀의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고 우리 엄마도 그녀의 위중한 병세를 듣고는 더는 그녀에게 트집을 잡
강숙자는 내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각성한 듯 내 앞으로 뛰어왔다.“한지아 이 쌍년, 낯짝도 두꺼운 놈. 이혼하고도 신호연한테 꼬리를 쳐? 그렇게 대단하면 이 곧 죽을 년도 집에 데려오지 그래? 네가 신호연한테 아이디어를 내줬다며? 내 집을 빼앗으라고...”“내 집? 당신이 뭔데? 당신은 자격 있어요?”나는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아버지를 잡아끌었다.“들어가요! 엄마, 다들 들어가세요!”그 말과 함께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경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숙자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우리 집 마당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나는 특별히 김향옥을 위한 출입 카드를 만들어줬으니 그녀는 지금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지만, 이 미친 사람은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이 기회에 경비에게도 책임을 묻고 싶었다.나는 어른들을 집안으로 밀어 넣으려 집 앞까지 쫓아갔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그녀가 우리 집 문턱을 넘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내 계획을 모르고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해 펄쩍 뛰면서 손가락으로 나를 짚어댔다.“이 천한 년, 네가 경비를 불러서 뭐 어찌하겠다는 거야? 오늘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다시는 신호연에게 꼬리 칠 수 있나 보자!”그녀가 다리를 들어 내 집으로 들어오자 나는 윤 씨 아주머니의 손에서 숟가락을 빼앗아 망설임 없이 빠르게 휘둘렀다.숟가락이 강숙자의 얼굴에 맞았고 그녀의 머리가 갑자기 한쪽으로 쏠리더니 다리도 휘청거렸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머리를 흔들더니 중심을 잡으려 애썼다. 이제 보니 숟가락에 맞아 정신이 멍해진 게 틀림없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더니 음산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마 내가 진짜로 손을 쓸 줄 몰랐었는지 미친 듯이 나에게 달려들었다.엄마는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어 나를 막으려고 했지만, 나는 소리 질렀다.“다 물러나요! 물러나!”“다시 와 봐요!” 나는 강숙자를 도발했다.“당신은 정말 김향옥이 만만한가 봐요? 늙은 짐승만도 못
나는 기품 있게 마당에 서서 경비원들을 바라보았다.“이제 왔어요? 이런 사람은 우리 동네의 주민이 아닌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경찰에 신고하세요.”담당 경비원이 바닥에 꼿꼿이 누워있는 강숙자를 보고 많이 놀란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곤 나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봤다. “경찰에 신고해요! 이 사람이 민가에 몰래 침입하고, 또 범행을 저지르려고 하는 것을 모두가 보았어요. 얼른 경찰에 신고해요!”나는 경비원에게 다시 말했다.나는 마음속으로 구경하는 이웃 중 몇 명의 젊은 사람들이 이미 핸드폰으로 전 과정을 촬영했고, 우리 집에도 CCTV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이때 강숙자의 손에 여전히 삽이 쥐어져 있었다. 내 추측으로는 부동산 경비원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은 자기가 책임질까 봐 그런 것 같았다. 어쨌든 그들이 사람을 들여보낸 것이니깐.“그... 아가씨, 저희...”나는 전화기를 들고 바로 신고 전화를 걸었다. 내가 조용히 지내려면 신연아 같은 놈을 뿌리째 뽑아 여기 한 발짝도 못 들이게 해야 한다.그런데 경찰이 오기도 전에 내가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신연아가 뛰어 들어왔다. 바닥에 누워있는 강숙자을 보자마자 욕설을 퍼부으며 강숙자에게 달려들어 울부짖었다.“... 엄마... 사람을 죽였어요! 한지아 네가 감히 사람들 앞에서 살인을 하다니!”“맞아, 강숙자가 들어와서 범행을 저지르니 난 정당방위를 해야지.”나는 여전히 손에 숟가락을 들고 유유히 신연아를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아까 강숙자가 몰래 눈을 뜨고 신연아를 보자 신연아가 얼른 강숙자의 눈을 가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연아가 강숙자를 죽은 척하게 한 것이 분명했다.“한지아, 내가 그동안 너를 오래 참았어. 너는 전남편을 꾀어서 우리 가정을 이간질하고, 이 죽지도 않는 늙은이를 자꾸 너에게 달려가도록 하고, 너 무슨 속셈이야?”신연아는 마구 뒹굴며 울부짖었다.“...엄마! 일어나세요!”바로 그때,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입구에 멈췄다. 경찰 몇
김향옥은 지금 얼굴이 창백하고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꼭 붙잡으며 말했다.“조급해 하지 말아요, 난 괜찮아요. 경찰이 공무집행 절차 때문에 조사하는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아요. 강숙자가 찾아와 소란을 피우고 때린 사실을 경찰이 공론화할 거예요.”“나도 갈래... 나도, 나도 너랑 같이 갈게!”김향옥이 날 덥석 잡았다. 마치 내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었다.나는 강숙자의 절망적이고 무기력한 눈빛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녀의 일생에서, 곧 죽을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있어서, 그녀의 눈에는 남남인 내가, 신 씨 가문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이 시점에서 그녀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은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아마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내가 그녀의 남은 인생을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나는 마음이 매우 쓰라렸다. 이때까지 살면서 이제야 비로소 사람을 똑똑히 보다니. 나는 다시 힘껏 그녀의 녹초가 된 몸을 부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겁내지 마세요. 조금 진정해요. 우리 모두 괜찮을 거예요!”나는 고개를 돌려 부모님께 당부하고 김향옥과 함께 차에 탔다. 생각해 보니, 첫째로 김향옥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가봐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 나는 김향옥이 조급해하는 걸 원치 않았다. 둘째로 그녀가 가면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다.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내가 아직 잠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나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경찰서에 도착했는데, 신연아는 여전히 으르렁거리며 내 잘못을 하소연하고 있었다. 어쨌든 강숙자의 머리에 난 상처 때문에 피투성이여서 매우 무서워 보였다. 특히 상황을 모르는 서의 경찰관이 이런 상황을 보고 모두 약자를 감싸며 나에게 호통쳤다.김향옥은 놀라서 벌벌 떨며 입에서 계속 무언가 중얼거렸다.“제가 했어요. 제가 때렸어요, 절 잡아요.”우리는 따로따로 질문을 받았다. 나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낱낱이 진술했다
막 돌아서서 떠나려는데 김향옥이 소리쳤다“지아야, 나... 너랑 같이 가도 될까?"그 순간 나는 정말 할 말이 없어 눈을 들어 배현우를 쳐다보았는데 배현우의 눈동자에 부드러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김향옥을 바라보았다.“결정했어요?"그녀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응! 너랑 갈게!"“... 엄마!"신호연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엄마가 지금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것은 아들의 얼굴에 먹칠하는것과 같다.모든 경찰은 눈앞의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경찰들은 우리 사이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정말 당황했다. 내가 돌아서서 김향옥을 부축하자 김향옥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원래 나랑 같이 갈지 말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나는 말을 삼켰다.로비에 이르자 신연아가 서 있었다. 김향옥이 휘청휘청 나를 따라오는 것을 보고는 화가 나서 앞으로 다가와 김향옥을 가리키며 추궁했다.“노망난 거 아니에요? 한지아가 누군지 모르세요? 그런데 같이 간다고요? 잘 들어요, 김향옥 씨, 오늘 한지아랑 같이 가면 다시는 신씨 가문에 발 들이지 마세요."나는 코웃음을 치며 신호연을 힐끗 쳐다보며 두 눈 가득 비꼬았다. 신호연은 당연히 내 눈빛을 알아챘다. “입 다물어!"“내가 무슨 입을 다물어? 저 여자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야. 한지아가 뭐라고 김향옥이 저 여자를 따라가? 날 며느리로 생각하긴 해?"신연아가 목을 빳빳하게 세우고 신호연을 향해 소리쳤다.“그러면 너랑 가? 네가 이런 꼴인데 어떻게 너랑 함께 가겠어."나는 짜증 나는 표정으로 받아쳤다. “돌아가서 계속 때리게?"신연아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자 배현우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매의 눈 같은 배현우의 눈동자에는 무서운 포악함이 가득했다. 신연아는 갑자기 발을 멈추고 눈을 피하며 더 이상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밖으로 나갔다. 배현우는 신호연과 스쳐 지나갈 때 신호연을 차갑게 바라보며 음산하게 한마디 했다.“당신 여자 똑바로 단속해
이미연이 이미 조용히 퇴원했지만, 문기태는 그녀의 안전을 위해 그녀의 외출을 엄하게 단속했다.내가 이미연을 데리고 나와 라온하제에 가려고 했는데, 방금 도착하자마자 한소연이 크고 작은 가방을 가득 들고 안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 그것을 본 이미연은 나를 보고 의아한 듯 말했다. “물건을 쓸어 담았네?”나도 그녀가 물건을 많이 산 듯 쇼핑백을 한가득 힘겹게 걸치고 나오는 것을 봤는데 무언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번 옷차림은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고 이상했다.“하! 다른 사람을 찾은 건가 보군. 보이콧을 당했는데도 이렇게 풍족하게 살아? 예전에 잘나갈 때도 사치품으로 이렇게 사치 부리는 것을 못 봤어.”이미연은 한소연이 물건을 들고 주차장으로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가자! 한소연을 보면 기분이 상하지 않아?”나는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이미연 역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확실히 기분 상하네. 그런데 지금 모습이 어째서 이도 저도 아니지?”“너도 발견했어?”난 이미연을 향해 봤다. “스타일이 누구랑 닮았더...”나와 이미연이 동시에 말했다. “나!”“너!”우리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확실히 닮았어!”“하지만 한소연은 겉모습만 배웠지 분위기는 전혀 안 맞아! 보기 불편해졌어!”그러고 나서 나에게 말했다.“가자! 쟤도 멍청이같아.”나는 이미연의 말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은 것 같아 히죽 웃었다. 우리 둘은 함께 차에서 내려 안쪽으로 걸어가면서 구경하며 도혜선의 얘기를 했다. ”혜선 언니는 아직 소식이 없어?”이미연이 물었다.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없어. 며칠 전 서강민이 찾아왔어.”“사람은 항상 그래, 있을 때 모르고 잃은 후에야 소중함을 알아.”이미연이 탄식했다.“서강민이 조금 아픈 것도 좋아. 포기하든지, 되찾든지!”하지만 도혜선의 이번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혜선이가 정말 상처받은 것 같아.”우리는 함께 G
그러자 이미연은 갑자기 기분이 언짢아져서 고개를 번쩍 들어 그 아가씨를 바라보았다.“왜 말을 그렇게 해요? 뭐 잘못 먹었어요?”“전 원래 이렇게 말해요. 듣기 싫으면 오지 마세요. 눈치랑 염치 좀 챙겨요. 여기가 당신 집 보석함인 줄 알아요? 한 번, 또 한 번 가져가는 게 양심에 찔리지 않아요?”그녀의 작은 입은 매우 말주변이 좋았다. 나는 조금 뜬금없어 그녀를 바라보았다.“흥분하지 말고 당신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봐요. 나는 단지 이 팔찌를 보고 싶을 뿐인데 문제 있나요?”조금 더 나이 든 점원이 얼른 달려왔다. 그녀의 명찰에 점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점장은 판매원을 뒤로 끌어당기며 얼굴에 웃음을 띠며 나에게 말했다.“한지아 씨, 죄송합니다. 의도한 것이 아니에요.”“누가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고 했어요. 의도한 게 맞아요! 정 안되면 그만둘게요, 답답해요. 정말 염치없이 여기를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저는 탐욕스러운 사람을 본 적이 있지만, 당신처럼 이토록 탐욕스러운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정말 주얼리를 본 적 없는 소시민이네요.”그 계집애는 정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말끝마다 가슴을 찔러 아무리 뻔뻔한 사람도 참을수 없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당신에게 죄를 지었어요? 지금 내 얘기를 하는 거예요?”“맞아요. 당신을 말하는 거예요.”그 계집애는 정말 용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세였다.그 점장은 상황이 안 좋아지자 얼른 계집애에게 호통을 쳤다.“그만해요. 입 다물어!”그 계집애는 갑자기 폭발하여 자기 작업복을 찢어 퍽 하고 테이블에 내리쳤다. “저 이제 그만둘게요. 당신들의 이런 방법으로는 이 가게도 오래가지 못하고 곧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거예요. 지금 그녀가 공짜로 가져가는 것도 부족해요.”나는 들으면 들을수록 혼란스러웠다. 이게 다 뭔 소리야?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가씨, 말 좀 똑바로 해요. 내가 언제 공짜로 가져갔어요?”“아직도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