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날아온 손찌검에 신연아는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녀는 바닥에 누워 히스테리를 부리며 나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었고 모든 사람은 그녀의 추태를 보며 비웃었다.“꺼져! 다 꺼져! 신연아 너 잘 들어, 이번 일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 경찰도 분명히 철저히 조사할 거고, 네가 관련되어 있다면 가만두지 않겠어!”“신호연, 이 악마 같은 여자랑 당장 꺼져버려! 넌 참 보는 눈도 좋지, 어디서 이런 보물을 발견한 거야? 네 어머니가 그렇게 큰 병에 걸린 것도 다 네가 저지른 죄 때문에 업보를 받는 거겠어!” 건이는 신호연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너 같은 놈은 하나도 두렵지 않아, 언젠간 너 같은 놈을 망쳐놓을 거야!”신호연은 분노에 찬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고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신연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우리 사무실을 그대로 빠져나갔다.해월이는 얼른 모두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다들 흩어져요! 일하러 갑시다!”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고 분노를 가라앉혔다.해월과 민여진도 따라 들어왔고 민여진이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대표님,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거예요? 분명 저 여자가 콩이 일과 관련되어 있다니깐요!”나는 의자에 기댄 채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경찰에 넘기는 건 너무 쉽잖아요. 가슴을 졸이면서 모든 걸 잃는 느낌을 느끼게 해줘야죠. 모든 걸 원래대로 돌려놓고 감옥에 보낼 거예요.”해월이 커피를 따라주며 말했다.“대표님, 진정하세요. 신연아도 좋은 결말은 없을 거예요. 경찰이 멍청하진 않잖아요.”민여진은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용기가 진짜 대단하던데요. 어린아이에게까지 손을 대다니.”나는 사실 그가 가담자일 뿐 주범은 아닐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납치범은 J 국 사람이었고 그녀는 절대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다만 가담자라 할지라도 절대 용서할 수는 없었다.“난 괜
한 시간쯤 지나 나는 그 클럽을 떠나 미연이를 만나러 갔다.병실에서 문기태가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 남자는 겉보기에는 차분하고 냉정해 보였지만 그날 밤 그의 패닉상태를 분명히 보았었다.둘은 서로에게 애정이 넘쳐 보였다.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문기태가 몸을 일으키며 미연에게 말했다.“먼저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금방 돌아올게요!”그는 나에게도 점잖게 인사를 하고 병실을 떠났다.나는 미연이를 바라봤다. 오늘 그녀의 상태는 훨씬 나아 보였고 얼굴에도 혈색이 돌았다.“혜선 언니는 어디 있어?” 미연이 나를 보며 물었다.“서강민 부인한테 일이 생겼나 봐, 어제 여길 떠나서 그쪽으로 갔어.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아직 연락을 못 했네.”나는 말을 하며 자리에 앉아 미연이를 응시했다.“네 얘기나 해줘. 새로운 진전이라도 있어?”미연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낯빛도 조금 창백해진 듯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 좀 더 여유를 가져.”나는 그녀를 위로해 줄 수밖에 없었고 주제를 바꾸려고 했지만,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사실, 그와 함께 있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는 해왔어. 그저 남미주가...”그녀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고 있었다.남미주가 어떤 사람인가? 평범한 여자일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데 하물며 남미주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혼인을 지키려는 것은 여자에게는 가장 흥분되고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사실, 그들은 단지 약혼 상태일 뿐, 법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미연이 무기력하게 말했고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러니까, 실제로 혼인신고는 안 했고, 결혼도 안 한 상태라는 거야?”“맞아.”미연이 미소지으며 말했다.“문기태가 나한테 말했어. 그가 사랑하는 이유는 자유롭기도 하고 책임감도 있어서라고 했어. 날 수동적인 상황에 빠뜨리지 않겠다고 말해줬거든.”“그전에는 몰랐어?”나는 의심스러워졌다.“전에는 몰랐어.
미연이는 몸을 일으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아야, 똑똑히 알아둬, 언젠간 그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될 거야! 신호연이 신연아에게 드는 감정은 보호 욕구에 가까워. 네 앞에서는 늘 자기 부족함을 느끼고, 마음속으로 압박과 불균형을 느끼고 있었지. 네가 자본을 모아 신흥을 설립했을 때부터, 모든 결정에서 그보다 한 수 위였지.“난 사실 그런 의도가 없었잖아!”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솔직하게 대했던 것들이 그에게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니.“슬프지만 현실이야. 그는 본능적으로 널 두려워하고 있지만 너에게 복종하고 싶지는 않아 해. 그래서 항상 그 상태를 바꾸고 싶어 했지. 진정한 사내대장부처럼 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할 능력은 없었잖아.”미연의 말에 나도 동의를 표했다.“거기에 신연아의 의도적인 유혹까지 더해졌지.”“맞아! 그래서 그는 신연아에게서만 자신의 강인함을 찾을 수 있었던 거야. 여자들이 그에게 의존하고 그를 존경하는 것을 즐기면서 허영심을 충족시키려고 했어.”“그래서 네가 아이를 낳을 때, 혼자 큰일을 성사시키고 싶어 했어. 그게 그가 너를 뛰어넘고 싶은 내면의 소원을 보여주는 거야. 그건 단지 신호연만의 약점이 아니라 신 씨 집안의 약점이기도 해. 그래서 그들은 너나 다른 사람들이 누가 신흥을 일으킨 진짜 주인인지 언급하는 걸 두려워하거든.”“진짜 소심한 남자라니까.” 나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젠 신연아가 한술 더 떠 그 남자의 총애를 등에 업고 무례하게 굴고 있잖아. 마침내 그녀가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다고 자신이 이겼다고 의심의 여지 없이 생각하고 있잖아. 그래서 그렇게 오만해진 거야. 자신이 뭔가 믿을 뒷배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신호연의 머리 위로 기어오르려고 하잖아.”“신호연도 그렇게 감싸주더라고!”나는 말을 이었다.“오늘 모두의 앞에서 신연아를 나약한 여자라고 말하더라고.”“너 좀만 기다려봐. 신호연은 조금씩 절망에 빠질 거야. 지금은 그가 강세에 처해 있다는 생각에 널 이겼다는 만족감에
그날 오후 우리 셋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시간이 늦어져 배현우가 전화로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고 나는 그제야 일어나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갔다.바로 그때, 문기태도 병실로 돌아왔다.계단을 내려가자, 배현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든지 그는 항상 군계일학처럼 무리 속에서 빛이 나는 존재였다.나를 발견하자 그의 차갑던 얼굴이 단번에 부드럽게 풀어졌고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피곤하죠?”“배고픈 건 사실인 것 같아요!”나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그럼 빨리 배 채우러 가야죠!”그는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야 집에 가서 내 배도 채워줄 힘이 있죠!”또 이상한 소리를 하는 배현우에 나는 바로 가시를 세웠다.그는 샐쭉 웃으며 나를 품에 끌어안고는 자신의 차에 태웠고 내 차는 그의 부하가 집까지 운전해 줬다.식당에 앉자마자 누군가가 다가왔고, 고개를 들어보니 우울한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원수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바로 한소연이었다.나는 피하고 싶은 사람과 사건일수록 하필 반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한탄했다.서울은 하도 작아서 어디를 가도 원치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원망스러웠다.한소연은 나를 노려보더니 배현우를 보고는 곧 웃음을 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현우 씨, 언제 돌아온 거예요? 왜 저는 몰랐죠?”배현우가 무심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언제부터 내 일정을 소연 씨에게 보고해야 했죠?”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한숨을 쉬었다. 마음이 피곤해졌다.“그게 아니라, 당신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다음 시즌 홍보 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일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배현우의 표정이 불쾌해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다음 시즌이요? 다음 시즌 소연 씨와 관련된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업무는 사무실에서 이야기해야죠.
“나중에 말해줄게요!”장난기 섞인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 모습마저 익숙하게 느껴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내가 계속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그가 눈썹을 씰룩거렸다.“질투하는 거예요?”나는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마음을 감추며 말했다.“그럴 리가요!”그는 과일주스를 따라 내 앞에 조심스럽게 놓고는 깊은 눈빛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말했다.“잠깐만요!”그는 손을 내밀어 내 턱을 받치며 손가락으로 내 입가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다정하고 애정 넘치는 행동이었다.나는 어색하게 피하려고 했지만, 한소연의 시선이 계속 우리 쪽을 향해있어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어려웠다.나는 확신했다. 우리의 모든 움직임이 아마 그녀의 뇌리에 똑똑히 박혔을 것이다.“뭐가 두려워서 그래요?”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물었다.“오늘 인터넷에 올라온 것들 못 봤어요?”나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방금 그의 행동에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그게 왜요?”그는 말하며 일부러 랍스터를 집어 소스에 푹 찍은 뒤 내 입에 가져다줬고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내가 직접 할 수 있으니 이러지 말아요!”“내가 좋아서 그러는 걸요!” 그는 고집스럽게 다시 내 입가로 가져다 대며 말했다.“이렇게 먹이는 게 좋아요! 내 꼬마 공주는 내가 아껴줘야죠!”그의 말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린애도 아니고 꼬마 공주라니, 너무 과장된 것 같았다.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려 그가 내 입에 넣어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동시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받아먹지 않는다면 또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다.그가 내 입에 넣어준 음식을 씹으며 나는 무기력하게 말했다.“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만들어낸 소문에 불을 붙이고 있는 거라니까요!”“그럼 더 바쁘게 만들어야죠!”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그의 말에 나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 웃었다. 한소연의 눈에 이 모든 행동이 불쾌하게 보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내가 어찌할
우리는 모든 동작을 멈췄다. 서로 눈을 맞추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나는 그를 밀치며 말했다. “또 신씨 가문의 사람일 거예요.”그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몸을 숙여 다시 한번 내 입술을 깨물었다. “위층에 올라가서 기다릴게요.”“네!”그가 위층에 올라가는 것을 본 나는 문을 열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찾아온 사람은 신씨 가문의 사람이 아닌 한소연이었다. 나는 인터폰을 향해 일부러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문 열어!”그녀의 태도는 엄청 강압적이었다. 말을 마치고 짜증 나는 듯 또 벨을 몇 번 눌렀다. 일부러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나는 “풉” 웃으며 열림 버튼을 눌렀다. 인터폰 넘어 한소연이 대문을 벌컥 열고 씩씩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집 앞에 도착하자 나는 그녀가 힘을 들이기 전에 바로 문을 열었다. 그녀도 예의를 차리지 않고 손을 뻗어 나를 밀친 후 쳐들어왔다. 나는 그녀가 나쁜 심보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날 추궁하려고 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런데 그녀가 쳐들어와 거실을 한 바퀴 빙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어 순식간에 멍해지더니 한참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다. “뭐예요? 집에 혼자 있어요?”“누구 찾으려고요?”나는 마음속으로 이미 알고 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지아 씨, 진짜 당신이 이런 사람일 줄 상상도 못 했어요.”그녀는 슬리퍼도 갈아신지 않은 채 약탈하려는 듯 기세등등한 태도로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나는 화를 내지 않고 태연하게 소파에 앉았다. 전혀 두렵지 않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가볍게 물었다. “제가 어떤 사람인데요?”그녀는 태연자약한 내 모습을 보더니 더 화가 나 거친 숨을 내뱉으며 날 기다렸다. “배현우가 내 남자 친구인 것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뻔뻔스럽게 그 사람을 꼬셔요. 심지어 이곳저곳 내 이름으로 사기를 치고, 너무 뻔뻔하네요.”나는 코웃음을 치며 나와 닮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제가 어떻게 사기를 쳤는데요? 무슨 사기를 쳤어요
그는 낯빛이 어두웠다. 온몸이 차갑고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배... 배현우 씨! 당신...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한소연은 주먹을 꼭 쥐고 불안한 눈빛으로 이상하리만치 냉랭한 배현우를 봤다.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그럼 한소연 씨,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나요?”배현우의 말이 끝날 때, 이미 소파 옆에 도착해 내 옆에 앉았다. 사람 홀리는 얼굴을 암울하게 쳐들고 전전긍긍하는 한소연을 바라봤다. “대답해요. 내가 언제 당신 남자친구라고 승낙했어요? 혹시 한소연 씨가 오해할 만한 일을 했나요?”“저... 그게...”한소연은 말을 얼버무리며 불안함에 몸을 떨었다.. 얼굴은 화난 건지 놀란 건지 푸르딩딩했다. “날 강제로 도덕적 납치를 해 내가 당신 남자친구라고 떠벌려 내 가족의 마음을 어지럽혀도 계속 참았어요. 그런데 주제를 모르고 집까지 찾아와 시비를 거는 용기를 누가 줬어요?”얇은 입술을 꾹 다문 배현우의 눈빛은 예리했다. 눈빛에는 특유의 위압감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분명...”한소연은 조금 좌불안석이 됐다. “그녀가 당신과 닮았다고요? 난 모르겠는데요?”여기까지 말한 배현우는 일부러 날 껴안으며 얼굴을 바라봤다. “당신의 세력? 나 배현우의 여자가 언제부터 남의 세력에 의지해야 됐나요? 제가 줄수 없나요?”배현우는 손을 뻗어 내 손을 꼭 잡았다. 유난히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그녀와 비교할 자격이 있어요? 우리가 원래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살 생각이었는데 그게 당신이 말한 염치없는 짓이 된 건가요?”“저...”“누가 배현우의 여자를 입만 열면 재혼이라고 모욕할 용기를 줬어요? 그것보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이곳저곳 내가 당신 남자 친구라고 떠벌린 당신이 더 비도덕적인 것 같은데요. 거리낌 없이 집까지 찾아와 시비를 거는 건 야밤에 주택침입죄로 경찰에 신고해서 쫓겨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당장 혼자 사라지겠어요?”배현우의 말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매
나 온몸이 탈탈 털린듯해 이해월에게 전화 온 것이 아니면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옆을 만져보니 이미 따뜻한 기온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마 이미 떠난 지 시간이 조금 지난 듯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깨끗이 정리된 안방을 둘러봤다. 나는 마음속으로 몰래 푸념을 늘어놨다.‘이 남자가 진짜. 늑대세요? 날 산 채로 잡아먹을 일만 남았네.’후들거리는 다리를 한 채 간단히 씻었다.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내 눈에 이미 식탁에 차려진 아침밥과 메모가 보였다. 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메모를 들었다. 지금 이런 게 유행인가?그의 필체는 강단 있고 예뻤다. 메모에는 체력 보충을 위해 밥 챙겨 먹으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바로 얼굴을 붉혔다. 마음속으로 이 남자가 부끄러움 없이 꼭 대놓고 말한다고 욕했다. 덮여있는 뚜껑을 열자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과 죽이 눈에 들어왔다. 체력 소모가 컸던 탓인지 나는 식욕이 폭발하여 차려진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운전해서 집 문을 나서 바로 회사로 갔다.인터넷에선 아직도 왈가왈부 중이었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나와 배현우가 사실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었다. 혜택을 받으면서 얌전히 굴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 날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직접 국까지 끓여주다니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었다. 이것은 내가 신호연을 만나 얻은 불행을 단번에 보상받기에 충분했다. 장영식이 없으니 모든일이 나한테 왔다. 오후에 민여진이 찾아와 박람회에 간다고 말했다. 나는 조수를 데리고 가 자료를 많이 수집해 오라고 했다. 민여진이 가기 전에 이동철이 들어왔다. 그녀는 또 이동철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잠시 얘기했다. 나는 지금 내 사람들 덕분에 안심이 되었다. 그들은 전부 합이 잘 맞고 전혀 수싸움이 없었다. 이게 내 제일 큰 성공이다. 두 사람이 얘기를 마친 후 민여진이 나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