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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말을 얼버무리다

한소연의 해맑은 표정을 보고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 네. 그럼 용건 없단 소리죠?”

한소연이 나의 반응에 놀란 듯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누구랑 가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그쪽이 누구랑 가든 제가 상관할 바인가요? 일하는 분야도 다른데 제가 한소연 씨 일에 대해 뭘 알겠어요. 그럼 이미연 씨 찾아가 보세요. 이미연 씨한테는 말해야 할 것 같거든요.” 나는 냉담한 표정으로 무료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 배현우 씨랑 가요. 어떻게 생각해요?” 한결 밝아진 말투였다. 그녀는 마치 승리자인 듯 고개를 쳐들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 그래요? 그때 한소연 씨가 말했던 남자친구요?” 나는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장단을 맞춰주었다. “전 아무렇지 않은데요. 배현우 씨 여동생한테 말하면 흥미로워할 거예요! 아, 근데 이세림 씨는 교활하니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요. 이건 이웃으로서 충고드리는 거예요.”

한소연이 한순간 당황하여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다시 곱씹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당황한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갔다. 속으론 그녀가 이런 총명하지 못한 마인드로 어떻게 혹독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았을까 혀를 찼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것은 지금의 그녀의 인기는 아주 잠깐이라는 것이다.

금방 대문을 밀고 들어가려 할 때 그녀가 급히 몸을 돌렸다.“잠시만요,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에요?”

‘걸려들었다.’

나는 속으로 기뻐했다.‘이세림, 감히 날 건드려? 나도 가만있을 순 없지.’

그러나 눈앞의 아이는 이용하기에 너무 멍청했다. 하지만 아직 급하진 않으니까.

“천천히 생각해요. 필요할 때만 찾아서 이용하는 게 무슨 심리겠어요?” 말을 마치고 나는 문을 밀며 들어갔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나은 법이죠. 우린 서로 닮기도 했으니 알려주는 거예요. 잘 생각해 봐요.”

나는 아무 해도 끼치지 않을 착한 얼굴을 하고 웃어 보였다. “그럼 전 들어갈게요. 인사해 줘서 고마워요. J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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