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연의 해맑은 표정을 보고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 네. 그럼 용건 없단 소리죠?”한소연이 나의 반응에 놀란 듯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누구랑 가는지 궁금하지 않아요?”“그쪽이 누구랑 가든 제가 상관할 바인가요? 일하는 분야도 다른데 제가 한소연 씨 일에 대해 뭘 알겠어요. 그럼 이미연 씨 찾아가 보세요. 이미연 씨한테는 말해야 할 것 같거든요.” 나는 냉담한 표정으로 무료하다는 듯이 말했다.“저 배현우 씨랑 가요. 어떻게 생각해요?” 한결 밝아진 말투였다. 그녀는 마치 승리자인 듯 고개를 쳐들며 나를 바라보았다.“아, 그래요? 그때 한소연 씨가 말했던 남자친구요?” 나는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장단을 맞춰주었다. “전 아무렇지 않은데요. 배현우 씨 여동생한테 말하면 흥미로워할 거예요! 아, 근데 이세림 씨는 교활하니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요. 이건 이웃으로서 충고드리는 거예요.”한소연이 한순간 당황하여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다시 곱씹는 듯한 모습이었다.나는 당황한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갔다. 속으론 그녀가 이런 총명하지 못한 마인드로 어떻게 혹독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았을까 혀를 찼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것은 지금의 그녀의 인기는 아주 잠깐이라는 것이다.금방 대문을 밀고 들어가려 할 때 그녀가 급히 몸을 돌렸다.“잠시만요,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에요?”‘걸려들었다.’나는 속으로 기뻐했다.‘이세림, 감히 날 건드려? 나도 가만있을 순 없지.’그러나 눈앞의 아이는 이용하기에 너무 멍청했다. 하지만 아직 급하진 않으니까.“천천히 생각해요. 필요할 때만 찾아서 이용하는 게 무슨 심리겠어요?” 말을 마치고 나는 문을 밀며 들어갔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나은 법이죠. 우린 서로 닮기도 했으니 알려주는 거예요. 잘 생각해 봐요.”나는 아무 해도 끼치지 않을 착한 얼굴을 하고 웃어 보였다. “그럼 전 들어갈게요. 인사해 줘서 고마워요. J국
나는 저도 모르게 엄마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눈을 자꾸 피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을 보아 어렴풋이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짐작하게 되었다.“엄마도 옛날 일이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어요?” 나는 눈썹을 찡그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일들을 모두 잊었다거나 하는 거요. 다른 사람이 내가 어렸을 때 어땠다며 얘기해도 전 아무것도 모르거든요.”“에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어. 그때 우린 안형동네에 살았고 거기 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네 아빠 동기들과 한 무리의 아이들이었지.” 그리고 거듭 말했다. 잊은 건 잊은 대로 두자고.나는 엄마가 더 이상 이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마침 내 전화벨 소리가 울려 나는 몸을 일으켜 전화를 가지러 갔다. 배현우였다. “늦은 시간에 웬 전화요?” 나는 그에게 낮게 말했다.“지금 나올 수 있어요? 저 스타라이트에 있는데.” 고혹적인 목소리였다. 심장이 갑자기 쿵쾅쿵쾅 방망이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엄마를 힐끗 보고는 의도적으로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금방 갈게요. 기다려요.”엄마가 나를 걱정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고 나는 배현우에게 몇 마디 더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늦으면 밖에서 자고 올게요.”저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이렇게 늦었는데 어딜?” 엄마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회사 동료들이요. 오늘 저녁에 모였었는데 제가 간 뒤로 더 달렸나 봐요. 일에 관해 얘기도 한다고 하니 가야겠어요.” 나는 침착한 척 변명을 늘어놓았다.“멀어?”“아니요. 차로 십 분 거리요. 먼저 자고 계세요. 열쇠 챙겼으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말을 마치고 나는 바로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차를 타고 나는 빠른 속도로 골드 빌리지를 떠났다.꼭대기 층에 있는 방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려고 하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배현우가 손을 뻗어 나를 잡아 끌어안았다.
“배유정을 치려고요?” 내가 깜짝 놀라 배현우를 쳐다보았다.그가 나를 바라보다 손가락으로 코를 살짝 터치했다. “역시, 누구 것인지 총명하군요.”“그럼 배유정과 이청원이 손을 잡으면 어쩌려고요? 괜찮아요?” 내가 떠보았다.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청원이 그렇게 쉽게 손을 잡을 사람으로 보여요?”배현우의 말이 맞았다. 늙은 여우나 다름없는 이청원은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계략이 깊은 똑똑한 사람이었다.그가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당부했다. “만약 연락이 안 되면 메일을 보내요. 메일은 언제든 볼 수 있으니. 지금 대외적으로는 제 일을 위해 가는 거니까 배유정에게 통제당하지 않을 거예요.”나는 정말 그를 보내기 싫었다. 배현우를 보지 못하면 난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까.“이청원이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해요. 최선을 다해 최대의 이익을 취해요. 절대 그를 위해 의리를 지키려 하지 마요. 이청원도 그럴 거니까. 본인의 이익만 생각해요.”나는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사실 그것보다 마음이 너무 허했다. 이번에 가면 얼마 동안이나 떨어져 있을지. 그의 말로 유추했을 때 나는 그가 아주 오래 외국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럼 만일 배유정과 이청원이 정말 손잡는다면 어떡해요?”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왜냐하면 나는 배유정이든 이청원이든 모두 이익은 거절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그럼 혹시 제가 뭘 해야 할 게 있을까요?” 내가 또 물었다.그가 고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 나에게 키스했다. “있죠. 얌전히 예쁘게 기다리다가 저랑 함께 지내는거요.”“...뻔뻔하네요. 저 진지하게 물어보는거거든요?...흡...”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자기 입술로 내 입을 막았다. 마치 열망을 다 쏟아내듯이 강한 입맞춤이었다.이 남자는 정직하면서도 사악한 면이 있다. 이 상반되는 모습이 나
구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일에 조금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됐다.두 마리의 늙은 여우가 맞붙었으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이미 그들의 싸움에 끌려들어 간 셈이니 어쩔 수 없이 준비해야 했다.회사로 돌아와 금방 홀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홀의 대형 스크린을 둘러싸고 실시간 뉴스 보도를 보는 것이 눈에 띄었다.그들은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고 나도 무심코 고개를 들어 힐끗 쳐다보았다. 화면에는 또 어디에서 교통사고가 났는지 구급차와 소방차가 둘러싸고 있었다.나는 눈길을 두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런 떠들썩한 일은 알고 싶지 않았다. 이미 한번 교통사고를 당한 마당에, 더 이상 트라우마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아이고... 피해자 천우 그룹 대표라며?”“교통사고 심각해보이는데...”순간 머리가 망치로 크게 맞은 듯했다. 천우 그룹의... 대표? 나는 갑자기 침착함을 잃고 대형스크린 쪽으로 달려가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보았다.화면이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폐차 수준으로 찌그러진 마이바흐가 여전히 연기를 내뿜고 있었는데 그 장면은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 영상 속에 휙 스쳐 지나가는 번호판이 배현우 차 번호판을 연상하게 했다.나는 온몸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급히 손을 뻗어 곁을 지나가는 한 사람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언... 언제 일어난... 사고예요?”심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내 목소리 같지 않게 들렸다.“금방 일어났을 거예요. 실시간 보도 기사니까요.” 그 사람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어디. 어디요. 여기 어디예요?” 나는 스크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대답했다. “공항 고속도로일 겁니다.”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 대문을 뛰쳐나가는 순간 무엇을 잊은 듯 그대로 멈춰 섰다. 한참을 멍하니 입구에 서 있고 난 뒤에야 내 차가 지하 차고에 있
배유정은 굳은 얼굴을 하고 허리를 곧게 편 채 멀리 앉아 있었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섬뜩함이 서려 있는 눈동자는 나도 모르게 공격을 준비하는 뱀을 떠올리게 했다.음침하고 악랄하며 먹잇감을 물어뜯는 눈빛을 가진 뱀.나는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배유정을 본 순간 응급실 안에 있는 사람이 배현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밀려오는 공포에 다시 굳게 닫힌 응급실 게이트를 바라보며 그가 제발 무사하기를 기도했다.“왜? 오겠다며 난리 피울 땐 언제고?” 쌀쌀한 말투로 얘기하는 배유정의 날카로운 눈은 내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굳은 결심을 한 듯 앞으로 걸어갔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기에 눌려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손에 쥔 가방끈을 꽉 쥐어 잡고 배유정의 앞에 섰다.“언제부터 네가 저 애의 안위로 호들갑을 떨었다고, 네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네가 뭔데?” 듣기 거북해지는 말이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는 그저 현우 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얼마나 다쳤는지 알고 싶어서...” 감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하려 애썼다.“걔가 어떻게 되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알아야 하는 거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물어왔다. “이건 배씨 집안 내부의 일이야, 너 같은 외부인은 알 자격이 없어.”순간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며 배유정을 향해 날카롭게 받아쳤다. “당신 배씨 가문은 친구도 있으면 안 되나 보죠? 외부인이면 현우 씨의 상태를 걱정할 수도 없나요?”“건방진 것!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배유정은 나의 도발에 크게 분노했다. 역시 내로남불이라고 자신은 공격적인 말로 남한테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줄 수 있어도 남은 자신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배유정이였다.“죄송합니다! 배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든 제 자유라서요. 아무도 저에게 뭐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네요. 무슨 자격이냐고 하신다면 일개 보통 사람의 자격입니다.” 물론 나의 말은 매우 무례했고 그것이 정상
신호음이 울린 지 한참 만에 동철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철 씨, 어디세요? 현우 씨가 사고를 당했어요... 조사가 필요해요... 교통사고가 나서, 공항 고속도로에서...”“지아 씨, 침착하세요. 저도 소식을 듣고 조사 중입니다.” 다급한 목소리에 동철이 안심시키며 말했다. “지금 어디세요?”“병원이에요.” 심호흡하고 말을 이었다. “조사 끝나는 대로 알려주세요.”“걱정 마세요! 조심하세요. 해월이를 불러 곁에 있으라고 할까요?” 그가 나에게 물었고, 어쩌면 그는 내 정서가 불안정함을 느꼈을 것이다.“전 괜찮아요. 혹시 현우 씨가 얼마나 다쳤는지 알고 있나요?”동철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많이 심각하대요.”눈앞이 캄캄해졌다. 목격자들이 심각하다고 할 정도면 작은 사고가 아닐 것이다.“... 얼마나 심각한데요? ...” 혼이 빠진 사람처럼 물었다.“지아 씨, 걱정 마세요. 확인중이니 조사가 끝나는 대로 바로 알려드릴게요. 착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괜찮을 겁니다, 그럼 먼저 끊겠습니다. 다시 연락 드릴게요!”전화는 바로 끊겼고 심장이 얼어붙듯이 내려앉았다. 심각하다니!머리를 감싸 쥐고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현우 씨, 무사해야 해요.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해요...”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해월이 있었다.“...왔어요?”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손은 해월이를 꽉 붙들고 있었다.“한 대표님, 걱정 마세요, 다 괜찮을 거예요!” 해월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고 똑딱이는 시곗바늘이 가슴을 후벼 파듯이 상처를 냈다.“해월 씨, 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얼마나 지났는지? 현우 씨가 들어간 지 얼마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걸까요?” 해월이를 잡아끌며 물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해월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잡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이제야
저도 모르게 눈가에 힘이 들어가며 가슴이 또다시 조여오기 시작했다. 다급히 앞을 막고 있는 세림을 밀어버렸다. 휘청거리며 밀려 나가는 세림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복도로 튀어 나갔지만 역시나 경호원들이 막아섰다.의사들이 문밖의 배유정에게 무언가 전달했지만,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2분도 채 되지 않아 의사는 다시 응급실로 들어갔고 나는 그의 수술용 장갑에 묻은 섬찟한 혈흔을 보았다.나는 뚫어지게 배유정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의 표정은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기괴했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더니 헤라에게 무언가 한마디 던졌다. 이세림은 순식간에 내 옆을 지나 막힘없이 안으로 들어가 배유정의 팔을 잡고는 무언가 묻는 듯싶었다. 배유정이 눈을 치켜뜨고 세림을 바라보자 세림은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의 옆에 섰다.“그 사람 지금 어떻게 됐냐고! 이거 당장 놔!” 나는 흥분해 소리를 질렀다.배유정은 서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또다시 헤라에게 무언가 말하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나는 자리에 멈춘 채 멍하니 배유정이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곁을 지나는 순간 배유정은 잠시 멈추더니 곁눈질로 나를 힐끗 쳐다보며 차갑게 내뱉었다. “네 덕분에 죽진 않았어.”말을 끝내곤 다시 고개를 쳐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해월이 황급히 달려와 휘청거리는 나를 붙잡았다.“한 대표님...” 어두워진 내 낯빛에 해월이 다급하게 말했다.배유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죽지 않았다니? 설마 죽기라도 바랐단 말인가. 그녀의 한마디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피가 섞인 친조카한테까지 이토록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이 있을까.그녀가 내뱉은 말들은 나를 더욱 초조하게 했다. ‘죽지 않았다’라, 도대체 어떤 상황일까? 나는 무기력하게 문을 바라봤다. 검은 정장의 사나이들이 모두 떠나자 복도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마치 모든 것이 끝난 듯, 아니면 애초부터 없었던 일인 듯 고요했다. 왜 다들 떠난 것일
나는 비밀의 문을 열기라도 한 듯 뛰어 들어갔다. 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간호사 한 명이 나를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꾸짖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여긴 무균실이라 들어오시면 안 돼요. 얼른 나가세요!”나는 간호사를 붙잡았다. “... 그럼 아까 수술받던 환자는요? 그분 어떻게 됐는지만 알려주세요!”"나가세요! 수술이라고요? 응급 수술받으신 분은 차고 넘칩니다!”그녀는 몸을 빼내며 나를 문밖으로 밀어냈다. “당장 나가요!”“...현우 씨, 방금까지 응급 수술받던 현우 씨 어떻게 된 거냐고요?”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간호사는 굳은 얼굴로 단번에 나를 밀어냈다. “몰라요!”‘쾅’ 문이 닫히고 곧이어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나는 혼이 나간 채 벽에 기대어 속으로 울분을 터뜨렸다. '현우 씨,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게 말 좀 해줘요.'“한 대표님, 이만 돌아가요.” 해월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더는 손쓸 길이 없던 나는 한참 지난 후에야 해월의 부축을 받아 병원을 나섰다. 미련이 남아 수없이 고개를 돌려 현우의 그림자를 찾았다. 분명히 이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지금 떠난다면 그를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 것이다.해월은 직접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왔다.곧 퇴근 시간이었다. 영식은 내가 오기를 기다린 듯했다. 내 모습이 보이자 모두에게 손짓하더니 말했다. “다들 퇴근합시다!”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더니 다들 조용히 퇴근할 채비를 했다.나는 사무실로 들어와 멍하니 소파에 앉았다. 피곤이 훅 몰려왔다.“지아야, 아직도 소식 없어?” 영식이 슬쩍 떠보자 해월이 눈치를 줬다.잠시 후 나는 고개를 들고 물었다. “동철이는요?”“바로 전화해 보겠습니다.” 해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동철에게 전화를 걸었고 20분도 채 되지 않아 사무실로 들어왔다.나는 몸을 일으켜 그를 향해보며 물었다. “어떻게 됐나요? 무슨 소식 없어요?”“조사 결과 배 대표님은 11시쯤 스타라이트를 떠났다고 합니다. 당시 김우연과 함께 차에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