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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가짜 이세림

엄마와 도혜선 두 사람이 나가자, 배현우는 천천히 걸어와 침대 앞 의자에 앉았다. 그는 의자에 앉아 평온한 얼굴로 나를 주시했는데 마치 어떻게 나와 대화를 시작할지 고민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사실 늘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가 져 있었다. 억울했고 슬펐으나 그 어느 곳에도 토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고의 원흉인 이세림이 아무 일 없는 듯 밝게 웃으며 병문안을 오며 도발하는 것을 보니 체한 것처럼 속이 좋지 않았다.

이세림은 처음 본 순간부터 줄곧 암암리에 나를 해치려 했고, 처음 함께 밥을 먹는 것조차도 모두 목적이 있었다. 이런 걸 다 알게 되었는데 내가 어떻게 침착할 수 있겠는가.

나는 자꾸 내 납치 사건이 이세림과 관련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배현우가 왜 조사를 흐지부지 끝냈겠는가.

이때 배현우가 침대로 다가와 앉아 내 손을 잡았다. “이세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요. 다 계획이 있으니까.”

“어떤 계획이요? 사건의 피해자로서 저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세림이 날 해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나는 직설적으로 그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는 없었다.

배현우는 깊은 눈동자로 나를 주시했다. 신이 빚은 듯 정교한 얼굴은 나를 당혹게 했다. 나는 사실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이번 일을 처리하려면 고려할 것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어떻게 보나 이세림과 그는 가족이었고 나는 피도 섞이지 않은 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계속 응시하니 나는 조금 불편해져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을 보탰다. “정말로 제가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이세림이 자꾸 절 도발한다고요. 이세림이 배현우 씨 동생인 건 알지만...”

그가 내 손을 들고 손등에 입을 맞추곤 나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말하자면 이세림은 저와 아무런 관계도 아니에요.”

배현우의 이 한마디가 내 속에 진 응어리를 한 번에 풀어주는 기분이었다. 정말, 나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남자.

“이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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