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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이세림의 방문

그녀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차는 완전히 찌그러져서 폐차됐어. 다행히 화물차가 뒤로부터 들이받아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정말 네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못 해.” 도해선은 이어서 말했다. “만약 정말 조금만 더 심했다면... 아, 무서워서 상상하기도 싫어.” 도혜선이 머리를 감싸 쥐며 고개를 저었다.

도혜선의 말을 들으니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순간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던 내가 생각났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조금만 늦었더라면 사지가 모두 마비되어 침대에 꼼짝없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 이후 사고 보도에 나온 자료 사진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차가 거의 절반으로 찌그러진 모습에 경악스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이세림의 강인한 심리상태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뜻밖에도 내 병실에 병문안을 왔던 것이다.

그때 나의 병실에는 어머니와 도혜선이 있었다.

이세림의 뒤로 한 보디가드가 따르고 있었고 그는 큰 꽃다발과 과일 한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이지 당당한 태도로 걸어들어왔다. 그 태도에 당황스러워서 나는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이세림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총총 내 침대 앞으로 달려왔다.

“언니, 좀 어때요?” 실로 진심이 담긴 목소리였다. 내 손을 애틋하게 잡고 얼굴을 살피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언니는 왜 이렇게 다사다난해요. 이번엔 교통사고라니. 너무 놀랐잖아요.”

사정을 모르는 어머니는 의자를 옮겨주며 말했다. “아가씨, 여기 앉아요.”

도혜선은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이세림을 흘겨보며 보디가드에게 소리쳤다. “물건 도로 가져가요. 금방 약품에 중독된 사람한테 이런 물건을 주려고 해요?”

도혜선의 말이 끝난 후 나는 이세림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표정과 말투, 그리고 행동. 그 어디서도 움츠러듦이 없이 당당한 태도였다.

“그럼 먼저 가져가세요.” 이세림이 보디가드에게 한마디 하자 그 남자가 물건들을 들고 나갔다.

나는 도혜선을 힐끗 보고 미소를 지으며 이세림에게 말했다. “개의치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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