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깜짝 놀랐다. 좀 전에 배현우와 나눈 키스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배현우는 정말로 이 비열한 인간과 마주쳤던 것일까?마음이 이리도 괴로운 것은 모두 배현우 탓이다.그때 이세림도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띠며 나에게 다가왔다. “지아씨 나와 얘기할 수 있을까요? 왜 여기 있어요!"이세림은 신호연을 바라보았고 또한 신호연이 나에게 건넨 술을 바라본 후 미안해하며 말했다. "제가 두 분을 방해한 건 아니죠?"신호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을 때 마침 두 남자가 몸을 돌려 그와 부딪쳤고 그 남자는 재빨리 미안하다 말했지만 신호연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만을 계속 바라보았다.그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니에요, 우린 그냥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아! 사실 세림 씨와도 관련이 있죠!"방금 신호연과 부딪친 남자는 다시 신호연의 앞을 지나며 손을 뻗어 그를 가볍게 터치하며 말했다. "미안해요!"라고 말했다.방해를 받은 신호연은 불쾌한 듯 그를 한번 쳐다본 후 이세림을 보았다."나?" 이신혜는 조금 놀란 듯 나를 보며 조금 어뚱한 질문을 던졌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신호연, 당신 정확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난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차갑게 그에게 물었다. 이 녀석은 확실히 나쁜 짓을 했다."그건 지아 씨에게 물어보세요. 안 그래, 여보?" 신호연의 모습이 역겹기 짝이 없었다."뻔뻔해!"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 웅얼거리지 말고. 난 너에게 할 말이 없어!""세림 씨, 당신은 배현우 씨의 동반자죠? 배현우 씨가 당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 신호연은 이세림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는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핸드백을 손으로 꾹 움켜쥐었다.이세림은 내 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는 신연호를 향해 물었다."이 선생님, 무슨 뜻이죠?” 하고 물었다.그는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우리 지아 씨는 당신과 배현우가 어떤 관계인지가 제
그 순간 나는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신호연이 왜 이리 날뛰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그의 손안에 약점이 될만한 게 없다면 이렇게 물고 늘어질 수가 없다. 나는 신영호가 얼마나 비열한지 지금까지 모두 경험해서 알고 있다.나의 존엄성을 무시한 배현우를 차갑게 바라보았다."파렴치한!" 이 말은 저 두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몸을 돌려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지아 씨 거기 서! 같이 보고 싶지 않은 거야?" 신호연은 물고 늘어지듯 나를 바라보며 고소해 하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가면 이 연극은 지루할 것 같아."이세림은 재빨리 앞으로 나와 내 팔을 잡고 상황을 풀려는 듯 조심스레 미소를 지었다. "지아 씨, 이건 다 제 탓이에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폐를 끼치게 된 거 같네요... 이런..."나는 눈을 내리깔고 이세림이 나를 붙잡고 있는 손을 바라보았다. 이세림은 내가 떠날 것을 걱정하여 꼭 붙잡고 있었지만 그것은 상황을 호전시키는 게 아니라 불을 지르는 것이었다.그때 전훈이 군중 속에서 걸어 나와 이세림이 잡고 있는 나를 본 후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호영을 향해 말했다. "이게 무슨 소란이죠! 신 대표님!""세림 씨, 미안해요. 난 다만 모두가 흥미로워 할 사진 한 장을 보여드리려 했죠!" 신호연은 뻔뻔스레 웃었다.전훈은 무심코 이세림을 훑어보았고, 그때 나는 이세림의 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보았다."그래요, 나도 보고 싶어요. 뭐예요? 열어봐요!" 이세림은 팔짱을 끼고 신영호를 바라보았고 그것은 분명 신영호를 도와 이 일을 벌이려는 것과 다름없었다.배현우는 매우 차가워진 상태로 노려보았다.신호연은 즉시 전화기를 열었고 내 손은 무의식적으로 꽉 쥐어졌다. 이세림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신호연이 꺼낸 물건으로 쏠렸다. 나 또한 그를 바라보았고 마음은 이미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그러나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얼굴은 창백
계단에서 주춤거리다 문득 깨달았다.남 망신 주려다 오히려 자기가 당한 꼴이라니... 씁쓸한 미소를 지은 후 형원빌딩에서 나왔다.올 때 장영식의 차를 타고 왔지만, 이청원의 차로 바래다주는 걸 피하고자 하지도 않은 운전을 했다고 말했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계단을 내려와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았다.장영식을 남게 한 이유는 오늘 여기에 온 건 단순히 이청원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참석한 많은 업계 임원과 어울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이기 때문이다. 또고 도혜선이 바로은 뒷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사람이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세림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뚜렷이 느꼈다.고 배현우도 결코 단순히 상대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 아니었다. 이 뜻밖의 이벤트는 나에게 수모였다. 예전의 내가 신호연을 너무 높게 평가한 것 같다. 배현우와 이청원에 비교하면 너무나도 단순하다.택시에 탄 후 마음이 허전하고 내 자신이 너무 미련하고 뒤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종로를 지날 때 갑자기 끼어든 차로 인해 급정거하자 기사님이 욕을 뱉었다. “미친 거 아니야?”라고, 욕했다. 내가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차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나를 택시 밖으로 끌어낸 후 다른 차에 재빨리 집어넣었다. 모든 것이 너무 갑자기 일어났다.힘겹게 일어나 손을 뻗어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잠겨있어 당황한 표정으로 앞을 보니 신호연이었다. “당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나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짓이냐고?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음험하게 한마디 한 뒤 빠르게 차들 사이로 운전했다. 제지하려러 달려드는 나를 피하느라 차량이 이리저리 흔들려 주위 차들의 경적을 일으켰다. 신호연이 소리를 질렀다. “당신 죽고 싶어? 그렇다면 같이 죽어.” 그러고는 액셀을 밟았다.“그놈이랑 입 맞췄지? 오늘 실컷 맞추게 해줄게.” 화가 난 신호연의 빠르고 불안한 운전에 놀란 나는 목숨 걸고 차 문을 당겼다. “쓰레기, 당신은
이미 옷을 벗어 던진 신호연이 어느새 한지아를 짓누르고 있었다. 신호연은 몸을 굽힌 채 점점 한지아에게로 다가갔다. 한지아는 미친 듯이 그를 물어뜯고 마구 발버둥을 치며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신호연은 마치 미친 치타처럼 두 눈이 새빨개져서 섬뜩한 웃음소리를 냈다.“너 원래 이러지 않았잖아, 너 날 제일 좋아했었잖아… 지아야? 오늘 내가 너 기쁘게 해줄게, 다시 추억해봐! 하하…”“… 이거 놔… 신호연…”이 시각 한지아는 매우 절망스러웠다, 한지아는 속이 울렁거리면서 토할 것 같은 메스꺼움이 또 한 번 밀려오는걸 느꼈다. 한지아는 지금 죽는다고 해도 신호연이 자신을 만지는 게 싫었다.“짝!”또 뺨 한 대를 맞았다. 한지아는 눈앞이 빙빙 돌며 코끝이 따뜻해 지는 것을 느꼈다.“좋게 말로 할 때 가만히 있어, 그래도 내가 네 남편이었었잖아, 예전처럼 이뻐해 줄게… 지아야,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너 때리고 싶지 않아, 그냥 널 사랑하고 싶어… 떨어져 있은 지 너무 오래됐어, 나 정말 네가 많이 생각났어, 나 너랑 하고 싶어, 이런 거 좋아하지? 함께…” 쾅! 누군가 밖에서 강제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때다 싶어 소리를 질렀다.“… 살려줘… 살려줘요… 나 좀 놔줘…”살려는 본능에 한지아는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더니 우당탕하고 누군가 넘어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잔뜩 화가 나 있는 목소리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인간 쓰레기 새끼! 감히 지아 씨를 건드려? 네 인생 아작 내줄께!”배현우의 살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지아는 침대 위 먼지 가득한 이불로 자기 자신을 감쌌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입술 사이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고개를 돌려 보니 쉴 새 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배현우와 늑대처럼 울부짖는 신호 연의 비명이 들려왔다.한지아는 이불로 자기 자신을 꼭 감쌌다. 억울함과 비참함 수치스러움과 슬픔이 한 번에 몰려왔다. 신호연에게 짓밟혀 한지아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한지아는
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배현우는 흠칫 몸을 떨더니 횡설수설 해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전 지아 씨가 걱정되니까 그러죠. 저랑 콩이 데리러 가는 거 같이 가요. 제가 데려다줄게요. 그리고 먼저 콩이랑 놀고 있어요. 전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 정말 잠깐이면 돼요!”순간 숨이 턱 막혀온 난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꾹 깨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일으켰지만 가슴은 여전히 미친 듯이 두근거렸고 온몸은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현우가 이미 현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몸에 기대 아래층으로 내려와 그의 차를 타고 콩이를 데리러 이미연의 집으로 갔다.나를 본 미연은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그동안 내가 미연이와 지내온 바로는 나에게 못 박힌 듯이 고정된 저 눈빛은 나를 향해 뭔 일 있었지? 라고 캐묻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미연이는 콩이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인지 입을 열었다가도 다시금 머뭇거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어떻게든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콩이의 손을 꼭 잡은 채 미연에게 슬쩍 눈짓하고는 말을 꺼냈다. “시간 날 때 얘기해 줄게.”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화하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콩이의 손을 꼭 쥐고 함께 미연이의 집을 빠져나왔다.콩이는 미연이의 집에서 대체 얼마나 온갖 난리를 치며 즐겁게 놀았던 것인지 내 품에 안긴 지 얼마 안 되어 금방 단잠에 빠져버렸다.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릴 때 배현우는 행여 콩이가 단잠에서 깰까 조심스레 그녀를 내 품에서 데려가 항상 그랬듯이 품에 안고는 집으로 올라가 방의 침대에 살며시 눕혀 놓았다. 그러고는 나를 껴안고 내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를 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다녀올게요.”말을 끝맺은 배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급히 집을 떠나 어느새 어둠 속에서 종적
그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배현우는 짬만 나면 항상 저녁시간에 우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만 신기한 건 항상 콩이가 잠이 든 후 우리 집으로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수로 매번 타이밍을 그렇게나 정확하게 잘 맞추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 나의 생활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평화를 되찾아 갔다. 그러나 의문점이 있다면 진작에 다시 나를 찾아와 괴롭혀야 했을 신호연 쪽에서 이상하리만치 감감무소식이었다. 신호연이라는 존재 자체가 내 인생에서 아예 증발해 버린 것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되찾은 평화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갑자기 변해버린 이 모든 상황이 그저 낯설게만 느껴졌다.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한가득 있었지만 난 차마 배현우에게 답을 요구할 수가 없었다. 배현우에게 이 상황에 관하여 묻는다고 하여도 대충 거짓말들로 둘러대며 상황을 모면해 버릴 것이 너무나도 뻔했기 때문이다.회사의 업무들도 모두 순조롭게 운영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 회사에 있어 이동철은 너무나도 훌륭한 인재였다. 그의 활약하에 마케팅 부서의 실적도 나날이 상승세를 보인다. 물론 그중에는 동철 씨와 장영식 사이의 케미도 크게 한몫 차지하고 있는듯하다.요즘 세림 씨가 계속하여 나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바쁘다는 빌미로 거절해 버리고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애초에 파티장에서부터 난 이미 그녀의 의도를 모두 파악해 버렸거니와 이제 그녀를 상대해 줄 여력이 없었다. 더 이상 의미 없는 정신력 싸움에서 나의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기 싫었다.오늘따라 퇴근이 빨라져 마트에 잠깐 들러 이것저것 먹을거리들을 양손 가득 챙기고는 콩이를 데리러 발걸음을 옮겼다. 콩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한편으로 콩이를 돌봐주며 한편으로는 저녁 준비를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정성스레 준비한 저녁 식사를 바라보며 내심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눈치 빠른 콩이는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빛으로 푸짐한 저녁 메뉴들을 바라보더니 잔뜩 신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나에게
저녁 식사 시간 내내 콩이는 작은 입술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배현우를 우주 끝까지 치켜세워 줄 기세였다.“아저씨가 최고야!”배현우는 내심 뿌듯했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아저씨가 최고야? 왜?”“아저씨가 우리 집에 오니까 먹을 것도 엄청나게 많아지고, 인형 동생들도 생겼어요! 제 인형들도 이제 가족이 생겼어요. 인형 엄마, 인형 언니, 그리고 인형 동생까지요!” 그러고는 배현우를 바라보며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엄마, 언니, 동생 이렇게 얘네가 한 가족이에요. 전 인형 아빠는 필요 없어요! 아빠는 나쁜 사람이거든요. 전 아빠보다 아저씨가 더 좋아요!”콩이의 말에 배현우의 입꼬리는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그러고는 연신 자신의 젓가락으로 콩이에게 반찬을 먹여주며 콩이에게 사랑 표현을 해댔다.밥을 다 먹고 나는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배현우는 거실에서 콩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부엌에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직도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배현우가 콩이와 이토록 친하게 지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니와 그는 콩이의 어리광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모두 받아주었다.콩이는 놀다 말고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쪼르르 배현우에게 달려가 자신의 호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사탕 하나를 꺼내 쥐고는 직접 포장지까지 손수 까 배현우의 입 속에 넣어주었다.“아저씨에게 주는 답례예요! 엄마가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어야 한대요.”그날 밤, 콩이는 늦은 시간까지 실컷 놀고 나서야 겨우 씻고 잠들었다. 씻기 전 콩이는 아쉬운 듯이 배현우의 옷자락을 꼭 쥐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아저씨 내일도 놀러 오실 거죠?”배현우는 그런 콩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되물었다. “콩이는 아저씨가 놀러 왔으면 좋겠어?”“네! 아저씨가 매일 왔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저씨가 저희 엄마 지켜 주실 거죠?”콩이는 졸린 눈을 부릅뜨고는 진지한 어투로 질문을 던지고는 배현우의 답을 기다렸다.나는 콩이의 예상 밖의 질문에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대체 그 조그마한
아침에 첫 알루미늄 창이 도착했기 때문에 아이를 일찍 유치원으로 데려다준 나는 차를 몰아 창고로 갔다.상품 검열을 다 마치기도 전에 알 수 없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지난번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여자가 한 번도 가본적 없는 외곽에 있는 클럽으로 오라며 전화가 왔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 보니 평택시 외곽이었다. 꽤 먼 곳이다.나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분명히 다른 사람이 있다.나는 차를 몰고 그곳으로 가면서 배현우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생각해 보니, 됐다. 아직 그녀들이 나를 만나고자 하는 목적을 모르니. 그를 걱정시킬 필요는 없다... 게다가 나는 이기적이어서 배현우를 잃을까 두렵다.배현우와 멀리 떨어져만 있어도 난 두렵다.클럽에 도착하니 짐작했던 사람이 보였다. 멀리서 한번 본 적 있던 배현우의 고모다..그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여자는 배현우의 고모를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배씨 가문의 유전자가 좋은 것인지, 배현우의 고모는 매우 아름답고 키도 컸으며 꽤 카리스마가 있어 보였다. 이세림의 말이 맞았다. 배현우의 고모에게서 온화한 기질이라고 묘사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헤어스타일, 눈썹, 옷, 몸짓 하나하나까지 차갑고 도도했다.나를 본 순간, 배현우의 고모는 실눈으로 잠시 동안 바라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앉아요!" 하고 말했다.나는 배현우의 고모 옆 소파에 앉아 차분한 척했지만 사실은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지아 씨, 내가 왜 당신을 여기로 불렀는지 아세요?" 배현우 고모의 말투는 매우 친절하고 차분했지만 나는 배현우의 고모가 가장 절제하는 말투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질문이 매우 까다롭고 어려워 대답하기 힘들었다.내가 안다고 말한다면 내가 잘못한 것을 시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른다고 말한다면 배현우의 고모에게 내가 정직하지 못하게 비칠 것이다.나는 배현우의 고모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배현우의 고모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