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자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사실 뭘 말한 것도 없는데 왜...나는 얼른 휴지를 몇 장 뽑아 그녀에게 주었다. “왜 그래요. 제가 뭐 말실수라도 한 건가요?”도혜선은 얼른 나에게 손을 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정교하게 화장된 그녀의 얼굴이 눈물범벅으로 되자 내 가슴이 쓰렸다. 그녀와 교류하는 동안 나는 도혜선은 침착하고 단아하며 우아한 사람에 스튜어디스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었다. 모든 순간에 자기의 형상을 신경 쓰던 그녀는 왜 갑자기 내 앞에서 이렇게 우는 걸까?그녀는 휴지를 받아쥐고는 얼굴을 막았고 그녀의 어깨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뼛속 깊이 박혀있던 정의감이 또다시 불타올랐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 시각부터 도혜선과 나는 친구로, 아니 자매로 되기로 맹세했다. 나는 줄곧 그녀에 대해 감정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앞으로 어떤 친구로 되는지도 망설여지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복잡했다.나는 그녀가 마음껏 울도록 아무런 상관도 안 하고 말도 걸지 않았다.그녀는 잠시 후에 진정이 됐는지 휴지 몇 장을 더 뽑고는 눈물을 닦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한테 웃음거리를 줬네요!”“혜선 씨 무슨 소리예요? 매 사람은 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냥 어떤 사람은 그걸 입 밖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그냥 마음속에 혼자 간직하는 사람이 있어요. 제가 이혼했다는 거 서울 전체를 둘러봐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나도 이번엔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말했다.“저는 지금, 가정폭력에 불륜 때문에 버림받은 비천한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요. 근데 제가 뭐 어쩌겠어요. 앞으로의 나날들을 또 보내야되는데요... 혜선 씨가 저보다 조금 나이가 많죠? 혜선 씨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우리 그냥 앞으로 자매 할까요? 제가 혜선 씨 친동생 할게요.”도혜선은 내 말을 듣고는 멍해서는 나를 바라보았다.“저도 그냥 서울에 떠돌아다니는 신세인데 앞으로 우리 도와줄 거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앞으로 함께
갑자기 웬 여자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놀라서 전화를 다시 확인했는데 모르는 번호라 당황을하며 말했다.“아! 여보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방금은 제가...” 나는 다급히 방금 너무 거칠게 말한 거에 대해 사과했다. “그런데, 그쪽은 누구시죠?”하지만 상대방은 대답은커녕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 “한지아 씨? ““네, 한지아 맞습니다.”“지금 준비하는 강철 창호 설계도를 직접 우리 천우 그룹의 설계팀에게 전달해 주세요!” 그녀의 말투는 완전 비즈니스적이면서도 박력 있었다. “한지아 씨가 직접 와서 주세요!”“네! 알겠습니다.” 나는 대답을 하며 속으로 은근히 압박감이 느껴졌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왜 이렇게 도도하고 차가운 거야!나는 얼른 기술 개발팀 쪽으로 가 도면 설계도를 한 장 프린트한 후 검사증, 합격증등 검증자료까지 들고 직접 차를 몰아 천우 그룹의 설계팀 쪽으로 향했다.사실 다 한 건물 안에 있지만 설계팀은 단독적인 부서로 권위가 꽤 높았다.설계팀이 있는 층으로 가자 비서가 나와 설계 총책임자의 사무실로 데려갔다.들어가자 나는 세련되고 도도한 중년 여자를 마주했고 깔끔한 수트를 입고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녀는 나를 위아래로 쭉 스캔하고는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은 상당히 날카로웠고 차가웠다. 그녀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바로 입을 열었다. “설계도는요?”나는 급하게 들고 있던 설계 도안을 공손히 두 손으로 건네주었다.하지만 그녀는 홱 받아 가더니 무례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 돌아가면 돼요!”나는 속으로 너무 불쾌해 나도 모르게 그녀를 쭉 응시했다. 그녀도 눈치를 챘는지 도안에서 눈을 떼고 나를 힐끔 보며 물었다. “뭐 할 일이 더 있어요?”나는 순간 뭐라 말을 이어야 할지 몰라서 멈칫하다가 바로 말했다. “좀 설명해 드릴 게 있어서요. 현재 자주 사용하는 몇 가지 스타일과 사이즈에요. 만약 특별히 원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특수제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있으시다면 제때제
나는 천우 그룹을 나선 후 회사로 가지 않고 이미연을 찾아갔다.이미연도 진짜 며칠째 보지 못했다. 서로 바쁘게 지내서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다 보니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이미연은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나는 그녀를 한번 째려보고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꼭 일 있어야 찾아와야 해?”“그렇지!” 그녀는 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 뭐 즐거워 죽겠지?”“뭐래,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나는 이미연의 이 표정을 알고 있었다. 분명 내 어떤 트집 잡을 껀더기라도 건진 거겠지.역시, 이미연은 웃으며 내 옆에 찰싹 붙어 앉았다. “너 먼저 해명해 봐!”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그녀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며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뭐라는 거야!”“지금 내가 헛소리하는 거로 보여? 그날 걔가 널 데려다주는 걸 다 봤어. 헤어지기 어찌 아쉬워하던지! 빨리 해명해. 날 아직도 네 자매로 여긴다면!”“진짜 짜증 나게 무슨 소리야! 이건 그만 말하자. 아니, 그건 그렇고 너도 소문이 많던데?”“내가 소문이 많다고? 어떤 소문? 이 이혼녀보다 많을까? 어? 특히 너! 내가 널 안 알려줬다고 탓하지나 마.”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지아야, 지금 무슨 스캔이 나거든 큰일 나는 건 너야! 나는 지금 걱정해서 말하는 거라고!”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미연 말이 맞았다. 그녀는 분명 나를 위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내가 아무 말도 안 하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이게 다 네가 전에 이혼 소송을 할 때 소문이 너무 퍼져서 지금도 널 지켜보는 사람이 아주 많을 거란 말이야. 내가 이 업계에 발을 오래 담가서 아는 건데 너희를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고 그냥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거야!”나는 ‘응’하고 짧게 대답하자 그녀가 또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왔는데?”“아, 혹시 형원 그룹 고객 리스트 좀 보여줄 수 있어? 좋기는 시 중심 쪽이랑 가까운 곳의 고객들부터 보여줘!”이미연은 내 말을 듣고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나는 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다른 사람은 상대하지 못해도 신연아는 손쉽게 이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기에 누구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눈이 벌게서 나를 헐뜯을 게 분명하기에 조금 겸손하게 행동하는 게 맞았다.신연아는 조금 후에 이용해 버려야지.이번 주 화요일은 내 생일이었다.아침에 엄마가 나에게 미역국을 끓여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깜박 잊을뻔했다.콩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나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애교를 부리며 내 생일을 축하해 줬다. 작년의 오늘, 신호연은 원래 출장에 간다고 하고는 오후에 갑자기 목걸이 세트와 화장품 세트를 사 들고 오며 영원히 이렇게 아름다운 미모를 유지하라면서 선물해 주던 게 생각났다.그러고는 해산물을 잔뜩 먹었던 거 같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출장 간다고 했던 것도 정말 출장을 간 건지 신연아랑 놀러 간 건지 모르는 일이었다.나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코끝이 찡해져 얼른 고개를 숙이고 미역국을 먹었다. “어머니! 오늘은 사실 어머니가 수고한 날이잖아요. 저녁에 다 같이 외식이나 할까요?”아버지도 허허 웃으며 찬성했는데 엄마는 반대하며 말했다. “그냥 채들을 사서 집에서 먹을까?”아버지는 웃으며 어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애가 오늘은 자기가 고생한 날이라는데 집에서 먹자는 말이나 하고! 정말 며느릿감으로 딱 맞지 뭐! 즐기지도 않고.”“그니까 말이에요, 어머니! 집에서 먹지 말아요, 어머니 힘들게. 이따가 제가 위치를 보낼게요. 오늘 이미연이랑 장영식이랑 그리고 또 새친구가 있고요... 아마 다 부르면 시끌벅적할 거예요! 오늘 하루 푹 쉽시다!”콩이는 내 팔을 꼭 잡으며 큰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 “엄마, 저녁에 밥 먹으러 가?”“맞아! 콩이도 가고 싶어?” 나는 이쁜 콩이를 보니 마음이 아파 그 앵두 같은 오동통한 입술에 뽀뽀했다. “우리 딸, 식당 가는 거 젤 좋아하지! 그래, 가자!”콩이도 기뻐하며 폴짝폴짝 뛰다가 말했다. “그
”바빠요?” 나는 넌지시 물었다.“말해요!” 전화기 너머 살짝 쉰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어디예요?” 나는 살짝 불안했다.“홍콩!” 그는 짧게 대답했고 회의하는 것 같았고 목소리를 굉장히 낮게 깔고 있었다.나는 급하게 말을 이었다. “아 저는 그냥 뭐하나 궁금해서 전화건거예요... 아무 일 없으니까 할 일 계속 해요! 시간 있으면 그때 다시 전화해요!”말을 마치고 얼른 끊었다. 그리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사실 ‘보고 싶어!’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걸 입 밖으로 낼 조건도 없었으니 더욱 말할수 없었다.그도 바쁜데 언제나 매일 내 곁에 딱 붙어있을 수는 없었다. 만약 내가 배현우를 선택한다면 평범한 삶은 지낼 수 없을 것이었다.그러다 나는 순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작 생일 가지고 뭘 이렇게 생각하는지...나는 얼른 내 감정을 추스르고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결 못 한 일들이 많은데 혼자 궁상이나 떨 시간이 어딨어. 현실을 마주해야지.오후에 나는 도혜선과 이미연에게 저녁에 같이 밥 먹자고 연락했다.이미연은 내 생일을 알고 있었고 매년 기억하고 있었다.퇴근 전에 나는 장영식의 사무실로 가 보니 그는 머리를 박고 열중한 상태였다.내가 들어오는 걸 봐도 장영식은 계속 집중해서 일을 마무리 지으며 말했다. “10분만 줘봐!”나는 웃으며 그의 사무실 걸상에 앉아서 바쁘게 일을 마무리하는 그를 보았다.10분 정도 후에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말해!”나는 순간 불쾌해졌다. 이 남자들은 왜 다 이렇게 말하는 거야! 말을 아껴서 뭘 하려고!“같이 밥 먹자.”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그는 웃으며 일어서서는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줘!”그는 전화가 걸려 올 때까지 또 나와 일에 관한 말을 했다. 그러고는 전화를 받고는 나에게 말했다. “됐어, 이제 가자!”우린 같이 내려왔고 그는 카운터에 가서 물건을 가지고는 나왔다.우린 차를 몰고 식당으로 향했다. 이미연이 우리 부모님과 콩이를 데리고 갔는데 우리가 도착할때는 이
커다란 그림자가 내 차 옆에 있었다. 그러고는 우리 가족을 보고는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왔어요?”아버지는 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입원했을 때 배현우가 2번은 왔었으니까.어머니는 보고는 말했다. “어머, 빨리 들어오세요! 죄송해요, 오래 기다렸죠.”“아니요, 이제 금방 왔어요!” 그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힘겹게 애를 안고 있는 나를 보더니 다가와 말했다.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나는 순간 어쩔 줄 몰라 멍해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지 생각 정리도 채 안 끝났는데 그는 이미 내 앞에 서 있었다. “제가 안을게요!”나는 그의 행동을 보고는 코가 시큰 해지면서 큰 감동을 먹었다.그는 말하며 팔을 내밀었지만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제가 안... 안아도 괜찮아요!” 나는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주세요. 보니까 힘들어 하는 거 같은데.” 그가 꿋꿋이 자기가 안겠다고 하니 나도 할 수 없이 콩이를 넘겼는데 정말 단 한 번도 애를 안아본 적 없는 솜씨였다.그는 매우 진지하게 안으며 혹시라도 콩이를 놓아버릴까 혹시라도 너무 세게 안아서 콩이가 깨어버릴까, 굉장히 조심스럽게 안았다. 하지만 손은 머리를 물건 잡듯이 잡고 있었고 동작이 너무 웃겨서 하마터면 크게 웃을뻔했다.나는 얼른 그의 자세를 교정해 주었고 그는 그제야 한숨을 뱉으며 안심하며 입을 꾹 깨문 채 나를 쳐다보았다.그러고는 나의 안내를 받으며 콩이를 방에 눕혔다.나는 급하게 콩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배현우는 내 뒤에 서서는 능숙한 나를 쭉 지켜보았다.나는 콩이를 제대로 눕히고는 그제야 그를 보았다. 배현우는 갑자기 나의 이마도 가볍게 뽀뽀하길래 깜짝 놀라서 서둘러 거실로 나갔다. 배현우도 같이 나와서는 아버지와 얘기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바로 물었다. “근데 배현우 씨 홍콩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온 거예요?”“오늘 지아 씨 생일인 거 알고 바로 달려왔는데... 그래도 조금 늦은 거 같
신광 국제 꼭대기 층 객실에 도착하니 2인분의 양식 코스와 와인이 세팅되어 있었다.그는 나를 그의 품에 안았다."생일 축하해!" "너무 바빠서 간단하게 밖에 준비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같이 있다는 사실이니까, 당신 생일을 같이 보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야!"나도 그의 품에 더 파고들며 대답하였다."당신과 같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해요. 당신과 함께 한다면 난 생일을 어떻게 보내든 다 좋아요!"그는 마술을 부리듯이 어딘가에서 상자 하나를 들고나와 내게 건네 주었다.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니, 열어보라는 듯한 눈짓을 주었다.정교하게 포장되어 있는 상자를 설레는 맘으로 천천히 열어보니, 상자 안에 있는 것은 목걸이 같은 흔한 선물이 아닌 펜 한 자루였다. 그것도 다이아가 박힌 만년필, 몸통에는 루비로 'MY' 민영이라는 두 글자의 이니셜이 박혀 있었다."와, 정말 너무 예뻐!" 내 눈은 순간 반짝였다. 그가 어떻게 이리도 내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걸까? 너무도 신기했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만년필에 꽂혀서 여러 종류의 펜을 수집하기 시작하니 본가에 모아둔 만년필이 벌써 한 박스가 됐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취미는 사치가 되고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생활에서 멀어졌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주 오랫동안 모으지 못했었다.근데 이게 웬걸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펜은, 아니 이 공예품은 그저 비싼 사치품이 아니라 너무 정교하고 내가 갖고 싶었던 하지만 가질 수 없었던 그런 오로라 다이아 만년필이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전에 신호연에게 말을 한번 했던 것 같긴 하다. 나중에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그때는 꼭 오로라 다이아가 박힌 만년필 한 자루를 꼭 사고 말 거라고.그때 그는 내 머리를 쿡 찔렀다."너는 참 현실 적이지 않아. 돈 벌어서 펜 한 자루 사려는 사람이 어디 있어?""너는 아무것도 몰라!"그때 나는 너무 실망해서 삐쳤던 기억이 있다.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 실망했단 뜻이었단 걸 나만 아는 것 같았긴 했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무슨 일이에요?”“아무것도 아니에요. 설계원에서 나한테 설계도를 요구했을 뿐이에요!”나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날 조 대표님을 만났어요! 그래서 대표님께도 말씀드려서 아실 거예요.”“설계원이요?”그는 의심하는 듯한 말투로 다시 한번 묻고는 나에게 당부했다.“앞으로 지아 씨가 프로젝트팀에 넘긴 일은 그 사람들이 직접 조 대표를 찾아가라고 해요! 지아 씨가 그걸 다시 줄 필요 없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그 여자가 너무 못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 말을 도로 삼켰다. 어쨌든 그 사람도 천우 그룹 설계원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앞에서 대놓고 뭐라고 하기가 좀 그랬다.내가 말하지 않자 그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항상 이럴 땐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우리는 고작 네 시간 밖에 같이 있지 못했다.그가 나를 집으로 데려다줄 때 이미 늦은 밤이었고, 나는 그가 피곤한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 미안했다. 나의 생일이라고 오늘 급하게 달려왔는데, 내일 아침 또다시 서둘러서 돌아가야 했다.문 앞에서 그는 나를 끌어당겨 품에 껴안았다.“들어가요!”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그럼 이제 들어가서 조금 쉬어요!”“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요!”그는 그곳에 서서 내가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정말 문을 닫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마음먹고 문을 닫지 않으면 그가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나는 마음먹고 문을 닫았고 거실의 희미한 불빛에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들어간 후 나는 창가로 달려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 창문 쪽을 살피더니 돌아서서 차를 타고 갔다.그 순간 내 마음은 텅 빈 것 같았다. 나는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녀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은 이미 그에게 빼앗겼다.나는 그가 나에게 선물한 펜을 움켜쥐고 침대에 누웠다. 그 상자를 품에 안고 잠들지 못해 뒤척였다.다음 날 아침 일찍, 나는 주체하지 못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차를 운전해서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