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우 그룹을 나선 후 회사로 가지 않고 이미연을 찾아갔다.이미연도 진짜 며칠째 보지 못했다. 서로 바쁘게 지내서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다 보니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이미연은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나는 그녀를 한번 째려보고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꼭 일 있어야 찾아와야 해?”“그렇지!” 그녀는 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 뭐 즐거워 죽겠지?”“뭐래,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나는 이미연의 이 표정을 알고 있었다. 분명 내 어떤 트집 잡을 껀더기라도 건진 거겠지.역시, 이미연은 웃으며 내 옆에 찰싹 붙어 앉았다. “너 먼저 해명해 봐!”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그녀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며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뭐라는 거야!”“지금 내가 헛소리하는 거로 보여? 그날 걔가 널 데려다주는 걸 다 봤어. 헤어지기 어찌 아쉬워하던지! 빨리 해명해. 날 아직도 네 자매로 여긴다면!”“진짜 짜증 나게 무슨 소리야! 이건 그만 말하자. 아니, 그건 그렇고 너도 소문이 많던데?”“내가 소문이 많다고? 어떤 소문? 이 이혼녀보다 많을까? 어? 특히 너! 내가 널 안 알려줬다고 탓하지나 마.”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지아야, 지금 무슨 스캔이 나거든 큰일 나는 건 너야! 나는 지금 걱정해서 말하는 거라고!”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미연 말이 맞았다. 그녀는 분명 나를 위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내가 아무 말도 안 하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이게 다 네가 전에 이혼 소송을 할 때 소문이 너무 퍼져서 지금도 널 지켜보는 사람이 아주 많을 거란 말이야. 내가 이 업계에 발을 오래 담가서 아는 건데 너희를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고 그냥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거야!”나는 ‘응’하고 짧게 대답하자 그녀가 또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왔는데?”“아, 혹시 형원 그룹 고객 리스트 좀 보여줄 수 있어? 좋기는 시 중심 쪽이랑 가까운 곳의 고객들부터 보여줘!”이미연은 내 말을 듣고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나는 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다른 사람은 상대하지 못해도 신연아는 손쉽게 이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기에 누구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눈이 벌게서 나를 헐뜯을 게 분명하기에 조금 겸손하게 행동하는 게 맞았다.신연아는 조금 후에 이용해 버려야지.이번 주 화요일은 내 생일이었다.아침에 엄마가 나에게 미역국을 끓여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깜박 잊을뻔했다.콩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나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애교를 부리며 내 생일을 축하해 줬다. 작년의 오늘, 신호연은 원래 출장에 간다고 하고는 오후에 갑자기 목걸이 세트와 화장품 세트를 사 들고 오며 영원히 이렇게 아름다운 미모를 유지하라면서 선물해 주던 게 생각났다.그러고는 해산물을 잔뜩 먹었던 거 같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출장 간다고 했던 것도 정말 출장을 간 건지 신연아랑 놀러 간 건지 모르는 일이었다.나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코끝이 찡해져 얼른 고개를 숙이고 미역국을 먹었다. “어머니! 오늘은 사실 어머니가 수고한 날이잖아요. 저녁에 다 같이 외식이나 할까요?”아버지도 허허 웃으며 찬성했는데 엄마는 반대하며 말했다. “그냥 채들을 사서 집에서 먹을까?”아버지는 웃으며 어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애가 오늘은 자기가 고생한 날이라는데 집에서 먹자는 말이나 하고! 정말 며느릿감으로 딱 맞지 뭐! 즐기지도 않고.”“그니까 말이에요, 어머니! 집에서 먹지 말아요, 어머니 힘들게. 이따가 제가 위치를 보낼게요. 오늘 이미연이랑 장영식이랑 그리고 또 새친구가 있고요... 아마 다 부르면 시끌벅적할 거예요! 오늘 하루 푹 쉽시다!”콩이는 내 팔을 꼭 잡으며 큰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 “엄마, 저녁에 밥 먹으러 가?”“맞아! 콩이도 가고 싶어?” 나는 이쁜 콩이를 보니 마음이 아파 그 앵두 같은 오동통한 입술에 뽀뽀했다. “우리 딸, 식당 가는 거 젤 좋아하지! 그래, 가자!”콩이도 기뻐하며 폴짝폴짝 뛰다가 말했다. “그
”바빠요?” 나는 넌지시 물었다.“말해요!” 전화기 너머 살짝 쉰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어디예요?” 나는 살짝 불안했다.“홍콩!” 그는 짧게 대답했고 회의하는 것 같았고 목소리를 굉장히 낮게 깔고 있었다.나는 급하게 말을 이었다. “아 저는 그냥 뭐하나 궁금해서 전화건거예요... 아무 일 없으니까 할 일 계속 해요! 시간 있으면 그때 다시 전화해요!”말을 마치고 얼른 끊었다. 그리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사실 ‘보고 싶어!’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걸 입 밖으로 낼 조건도 없었으니 더욱 말할수 없었다.그도 바쁜데 언제나 매일 내 곁에 딱 붙어있을 수는 없었다. 만약 내가 배현우를 선택한다면 평범한 삶은 지낼 수 없을 것이었다.그러다 나는 순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작 생일 가지고 뭘 이렇게 생각하는지...나는 얼른 내 감정을 추스르고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결 못 한 일들이 많은데 혼자 궁상이나 떨 시간이 어딨어. 현실을 마주해야지.오후에 나는 도혜선과 이미연에게 저녁에 같이 밥 먹자고 연락했다.이미연은 내 생일을 알고 있었고 매년 기억하고 있었다.퇴근 전에 나는 장영식의 사무실로 가 보니 그는 머리를 박고 열중한 상태였다.내가 들어오는 걸 봐도 장영식은 계속 집중해서 일을 마무리 지으며 말했다. “10분만 줘봐!”나는 웃으며 그의 사무실 걸상에 앉아서 바쁘게 일을 마무리하는 그를 보았다.10분 정도 후에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말해!”나는 순간 불쾌해졌다. 이 남자들은 왜 다 이렇게 말하는 거야! 말을 아껴서 뭘 하려고!“같이 밥 먹자.”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그는 웃으며 일어서서는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줘!”그는 전화가 걸려 올 때까지 또 나와 일에 관한 말을 했다. 그러고는 전화를 받고는 나에게 말했다. “됐어, 이제 가자!”우린 같이 내려왔고 그는 카운터에 가서 물건을 가지고는 나왔다.우린 차를 몰고 식당으로 향했다. 이미연이 우리 부모님과 콩이를 데리고 갔는데 우리가 도착할때는 이
커다란 그림자가 내 차 옆에 있었다. 그러고는 우리 가족을 보고는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왔어요?”아버지는 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입원했을 때 배현우가 2번은 왔었으니까.어머니는 보고는 말했다. “어머, 빨리 들어오세요! 죄송해요, 오래 기다렸죠.”“아니요, 이제 금방 왔어요!” 그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힘겹게 애를 안고 있는 나를 보더니 다가와 말했다.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나는 순간 어쩔 줄 몰라 멍해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지 생각 정리도 채 안 끝났는데 그는 이미 내 앞에 서 있었다. “제가 안을게요!”나는 그의 행동을 보고는 코가 시큰 해지면서 큰 감동을 먹었다.그는 말하며 팔을 내밀었지만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제가 안... 안아도 괜찮아요!” 나는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주세요. 보니까 힘들어 하는 거 같은데.” 그가 꿋꿋이 자기가 안겠다고 하니 나도 할 수 없이 콩이를 넘겼는데 정말 단 한 번도 애를 안아본 적 없는 솜씨였다.그는 매우 진지하게 안으며 혹시라도 콩이를 놓아버릴까 혹시라도 너무 세게 안아서 콩이가 깨어버릴까, 굉장히 조심스럽게 안았다. 하지만 손은 머리를 물건 잡듯이 잡고 있었고 동작이 너무 웃겨서 하마터면 크게 웃을뻔했다.나는 얼른 그의 자세를 교정해 주었고 그는 그제야 한숨을 뱉으며 안심하며 입을 꾹 깨문 채 나를 쳐다보았다.그러고는 나의 안내를 받으며 콩이를 방에 눕혔다.나는 급하게 콩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배현우는 내 뒤에 서서는 능숙한 나를 쭉 지켜보았다.나는 콩이를 제대로 눕히고는 그제야 그를 보았다. 배현우는 갑자기 나의 이마도 가볍게 뽀뽀하길래 깜짝 놀라서 서둘러 거실로 나갔다. 배현우도 같이 나와서는 아버지와 얘기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바로 물었다. “근데 배현우 씨 홍콩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온 거예요?”“오늘 지아 씨 생일인 거 알고 바로 달려왔는데... 그래도 조금 늦은 거 같
신광 국제 꼭대기 층 객실에 도착하니 2인분의 양식 코스와 와인이 세팅되어 있었다.그는 나를 그의 품에 안았다."생일 축하해!" "너무 바빠서 간단하게 밖에 준비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같이 있다는 사실이니까, 당신 생일을 같이 보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야!"나도 그의 품에 더 파고들며 대답하였다."당신과 같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해요. 당신과 함께 한다면 난 생일을 어떻게 보내든 다 좋아요!"그는 마술을 부리듯이 어딘가에서 상자 하나를 들고나와 내게 건네 주었다.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니, 열어보라는 듯한 눈짓을 주었다.정교하게 포장되어 있는 상자를 설레는 맘으로 천천히 열어보니, 상자 안에 있는 것은 목걸이 같은 흔한 선물이 아닌 펜 한 자루였다. 그것도 다이아가 박힌 만년필, 몸통에는 루비로 'MY' 민영이라는 두 글자의 이니셜이 박혀 있었다."와, 정말 너무 예뻐!" 내 눈은 순간 반짝였다. 그가 어떻게 이리도 내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걸까? 너무도 신기했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만년필에 꽂혀서 여러 종류의 펜을 수집하기 시작하니 본가에 모아둔 만년필이 벌써 한 박스가 됐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취미는 사치가 되고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생활에서 멀어졌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주 오랫동안 모으지 못했었다.근데 이게 웬걸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펜은, 아니 이 공예품은 그저 비싼 사치품이 아니라 너무 정교하고 내가 갖고 싶었던 하지만 가질 수 없었던 그런 오로라 다이아 만년필이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전에 신호연에게 말을 한번 했던 것 같긴 하다. 나중에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그때는 꼭 오로라 다이아가 박힌 만년필 한 자루를 꼭 사고 말 거라고.그때 그는 내 머리를 쿡 찔렀다."너는 참 현실 적이지 않아. 돈 벌어서 펜 한 자루 사려는 사람이 어디 있어?""너는 아무것도 몰라!"그때 나는 너무 실망해서 삐쳤던 기억이 있다.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 실망했단 뜻이었단 걸 나만 아는 것 같았긴 했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무슨 일이에요?”“아무것도 아니에요. 설계원에서 나한테 설계도를 요구했을 뿐이에요!”나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날 조 대표님을 만났어요! 그래서 대표님께도 말씀드려서 아실 거예요.”“설계원이요?”그는 의심하는 듯한 말투로 다시 한번 묻고는 나에게 당부했다.“앞으로 지아 씨가 프로젝트팀에 넘긴 일은 그 사람들이 직접 조 대표를 찾아가라고 해요! 지아 씨가 그걸 다시 줄 필요 없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그 여자가 너무 못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 말을 도로 삼켰다. 어쨌든 그 사람도 천우 그룹 설계원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앞에서 대놓고 뭐라고 하기가 좀 그랬다.내가 말하지 않자 그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항상 이럴 땐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우리는 고작 네 시간 밖에 같이 있지 못했다.그가 나를 집으로 데려다줄 때 이미 늦은 밤이었고, 나는 그가 피곤한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 미안했다. 나의 생일이라고 오늘 급하게 달려왔는데, 내일 아침 또다시 서둘러서 돌아가야 했다.문 앞에서 그는 나를 끌어당겨 품에 껴안았다.“들어가요!”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그럼 이제 들어가서 조금 쉬어요!”“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요!”그는 그곳에 서서 내가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정말 문을 닫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마음먹고 문을 닫지 않으면 그가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나는 마음먹고 문을 닫았고 거실의 희미한 불빛에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들어간 후 나는 창가로 달려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 창문 쪽을 살피더니 돌아서서 차를 타고 갔다.그 순간 내 마음은 텅 빈 것 같았다. 나는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녀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은 이미 그에게 빼앗겼다.나는 그가 나에게 선물한 펜을 움켜쥐고 침대에 누웠다. 그 상자를 품에 안고 잠들지 못해 뒤척였다.다음 날 아침 일찍, 나는 주체하지 못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차를 운전해서 스
이세림의 말을 들어보니, 천우 그룹 내부의 혼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이 내부에서 도대체 뭐 때문에 다투는지 궁금했다.신호등이 파란 등으로 바뀌자 나는 다시 앞으로 달렸다. 나는 이세림에게 물었다.“그래서 어쩌자는 거예요? 나 거의 집에 도착해요!”“언니 혹시 급한 일이 없으면... 나와서 나랑 얘기 좀 해요! 난 여기서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이세림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그럼 회사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 후 눈앞에 있는 어린이집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다시 방향을 돌려 회사로 갔다.나는 스타벅스로 들어가서 쭉 훑어보았지만 이세림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제야 그녀는 웃으면서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여전히 예뻤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종이봉투를 내 앞에 놓았다.“선물이에요!”“뭐예요?”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세림을 보고 다시 종이봉투를 보았다.“입생로랑 신제품이에요! 방금 받았어요. 언니한테 줄게요!”그녀는 당당하게 말했다.나는 이 립스틱의 가격이 엄청 비싼 것을 알고 있다.“전 별로 화장하지 않아요! 세림 씨가 써요!”“언니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거예요!”그녀는 나를 흘끗 쳐다봤다.“왜 저한테 예의를 차려요? 언니가 저한테 밥 사주는 건 되고, 제가 선물 주는 건 안 돼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뭐, 전 이 브랜드만 써서 언니 주려고 두 개 챙겨왔어요.”“고마워요!”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받았다. 또 거절하면 가식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이세림은 자리에 앉고 갑자기 나를 바라보더니 오버하면서 말했다.“어제 잠을 못 잤어요? 다크서클이 왜 이렇게 심해요?”나는 눈을 비비며 어색하게 웃었다.“네! 잘 못 잤어요.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거든요! 집에 늦게 들어갔어요. 그렇게 심각해요?”“이게 안 심각해요?”그녀는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여자는 절대 밤
비록 이 순간 나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무력감을 느꼈지만, 애써 차분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나는 이제 이세림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그녀 앞에서 내 마음을 조금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이 순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세림을 상대하기 쉽지는 않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부터 그녀는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내가 무심한 듯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약간 놀란 듯했다.“지아 언니, 설마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이 너무 써서 토할 것 같았다.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제가 그걸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는 아예 당신들의 삶이 이해되지 않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길거리 음식을 먹었고 그게 아주 맛있다고 생각한 것처럼, 난 재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래서 세림 씨가 말한 묶여있다는 거, 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나의 말투는 차분했고, 나는 무심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계속 말했다.“저도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수단을 쓰죠. 그런데 저는 제 가족을 속이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도 않고요. 절대 제 가족을 난감하게 하지는 않죠.”내가 한 말은 허울이 좋았다. 또 그녀가 듣게 의도적으로 한 말이기도 했다.이세림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진정되지 않은 듯했다.“왜 억지로 묶어놓죠? 두 사람이 서로 원하면 결혼도 할 수 있잖아요? 피가 섞인 친남매도 아닌데 뭐 어때요!”나는 이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나도 그녀를 떠보려 그 말을 내뱉었다.그녀가 먼저 나를 찾아와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녀는 나와 현우 씨가 도대체 무슨 사이인지 알아내려고 했고, 내 앞에서 자신이 먼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하고 있다.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만약 현우 씨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했으면 바로 결혼하지, 왜 굳이 억지로 묶어두겠는가?앞뒤가 맞지 않는다!“어휴! 그만 말해요! 어쩌다가 화제가 이렇게 됐는지!”이세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