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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어머니 곁에 서 있는 이소희는 화려한 옷을 입고 공주님처럼 서 있었다.

이유희 앞에서 손을 비비고 울며 빌던 모습은 완전히 살아졌다. 음흉한 눈빛은 마치 신효정의 목을 조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엄마, 소개해 줄게요.”

이소희는 억지로 웃으며 신효정을 바라봤다.

“제가 말씀드렸던 신씨 가문의 넷째 아가씨 신효정이에요. 제 중학교 동창이에요. 이제 오빠의 여자 친구가 되었네요, 하하, 참 우연이죠.”

여자 친구라는 말을 듣자 신효정의 가슴이 질린 것 같았다. 얼굴은 빨개지고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극도의 열등감에 사로잡힌 신효정은 본능적으로 이유희의 따뜻한 손을 떼려 했다. 하지만 이유희는 마음을 알아차린 듯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이소희, 말 다 했어?”

안색이 어두운 이유희의 목소리에 분노가 있었다. 이소희는 어머니가 있는 틈을 타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왜 화를 내는 거야? 아니면, 넷째 아가씨를 밖에서 애지중지 보살피고, 엄마에게 보여줄 용기가 없는 거야? 오빠도 신효정이 환자라는 것을 알고 싫어하는 거야. 오빠도 신효정이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

“이소희, 닥쳐!”

이유희는 누군가가 자신의 연인을 모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분노로 눈시울을 붉혔다. 뒤에 서 있는 정연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빠, 화를 내는 꼴을 좀 봐.”

이소희는 혀를 차며 웃었다.

“내 말에 찔리니 화를 내는 거잖아?”

“너랑 말장난할 시간이 없어.”

상남자인 이유희는 어머니 앞에서 동생에게 소리를 지를 수 없어 진정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효정아, 정연아, 가자.”

“잠깐.”

이때 서늘한 표정을 지은 하진영이 입을 열었다. 이유희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차가운 손을 더욱 꽉 잡았다. 하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얼굴에 살짝 미소만 지으며 연인에게 다가갔다. 이 미소에 이유희는 잠시 경계를 풀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 신효정 앞에 다가가자마자 하진영은 매서운 눈빛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짝-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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