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9시.신씨 가문의 사람들이 다시 수술실 밖에 모였다. 신광구는 신남준을 부축하고 있었다. 부자는 수술실 문을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진주는 이미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신효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신남준도 자신을 싫어하고 경주가 죽든 살든 상관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 애쓰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는데, 아람이 왜 아직도 안 나와?”구만복은 복도에 앉아 수술실 방향을 계속 바라보며 걱정했다.“개두술은 작은 수술이 아니에요. 밤낮으로 하는 것도 정상이에요.”구윤은 옆에서 구만복의 등을 토닥이며 다정하게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람은 아버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대단해요. 이번 수술은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아니, 그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야. 우리 딸이 밤낮으로 서 있는 게 걱정돼. 그 작은 몸이 견딜 수 있을까? 힘들지 않을까? 밥은 먹었는지, 물은 마셨는지.”구만복은 말할수록 걱정됐다. 아들이 말리지 않았으면 달려가서 딸을 보고 싶었다.구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아버지, 전 아버지가 안에 누워있는 사람을 걱정하는 줄 알았어요.”구만복은 초조해하는 신남준의 뒷모습을 보더니 눈썹을 찌푸렸다.“그 자식이 확실히 내 소중한 딸을 살려주었어. 그래서 점수가 올라갔어. 마이너스에서 영으로 되었어.”구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했다.‘신경주가 아버지의 소중한 딸을 구해준 건 처음이 아니에요. 지난번 기락산에서 아람 때문에 죽을 뻔했어요.’“아버지, 하나만 물어볼게요. 만약...”“둘째 오빠! 오빠!”구윤이 말을 하려 하자 울음소리에 중단되었다. 조용하고 우울했던 복도의 분위기가 바꾸었다. 신광구와 신남준도 그 소리를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하이힐을 신고 울면서 사람들 앞에 달려가는 이소희가 보였다.“소희야, 왜 왔어?”이유희는 바쁘게 앞으로 나아가 이소희를 막았다.“여긴 네가 소란을 피울 곳이 아니야. 당
“어렸을 때부터 둘째 오빠는 항상 저를 아끼고 챙겨주었어요. 제 마음속에서 둘째 오빠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에요.”이소희는 눈물을 닦으며 어깨가 계속 떨렸다.“어젯밤 오빠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어제 여기 오고 싶었지만 오빠가 오지 못하게 했어요. 제가 폐를 끼칠까 봐 걱정해요. 제가 일찍 왔었어야 했어요. 제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어휴, 착하네, 마음만 받을게.”신광구는 한숨을 쉬었다. 이소희를 바라보는 눈빛은 감동과 감탄이 가득했다.“경주를 걱정해 줘서 아저씨가 고마워. 어릴 때 잘해준 게 헛되지 않았네.”“어렸을 때뿐만 아니라 지금도 매우 친한 사이에요.”이소희는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둘째 오빠가 저를 필요하는 한 저는 항상 있어요.”그 누구도 이 말의 뜻을 알 것이다. 이유희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른 건 상관없지만, 이소희가 신씨 가문 사람의 앞에서 경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귀족 가문 아가씨와 어울리지 않는다.“아들, 이 도련님의 동생도 경주에게 관심이 있어?”구만복도 팔꿈치로 구윤의 옆구리를 찔러대며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었다.구윤은 솔직하게 말했다.“보아하니 그러네요.”“그럼 경주의 마음은? 아가씨를 안 좋아해?”구만복은 의심스럽게 눈을 가늘게 떴다.“제가 알기로는 안 좋아해요.”구윤은 경주를 위해 좋은 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여러 번 접촉해 보면서 경주의 인성을 꿰뚫어 보았다. 경주는 단세포적 식물이다. 김은주를 좋아하면 오로지 김은주만 눈에 들어왔다. 아람과 같은 여신이 곁에 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돌아왔고 경주의 눈과 마음에는 오로지 아람만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람을 위해 몇 번이고 목숨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풉, 이 어린 소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경주 그 자식이 뭐가 좋다고 하나같이 달려드는 거야?”구만복은 코웃음을 치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내 아들은 하나같이 독신인데. 모두 신경주보
이소희의 심장이 쿵쾅 거리며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할아버지, 다른 뜻이 아니라, 저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능력은 제한되어 있지만 최소한 둘째 오빠를 해친 적이 없어요. 저는 오빠를 차가운 수술실에 누워서 고통을 겪게 하지 않았어요.”“이소희! 그만해!”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이소희를 말리려고 다가갔다.이때 신남준이 얼굴을 찌푸리며 냉정하게 물었다.“이소희 씨. 그 말은 구아람 씨를 비난하는 건가요? 내 손자를 저렇게 만든 것이 구아람 씨라고 생각해요?”“저, 저...”‘당연하지. 구아람 그년의 탓이야!’하지만 이소희는 생각한 대로 말할 수 없었다. 신남준은 아람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바로 이때, 큰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일제히 뒤돌아보자 수술실의 문이 열렸다.구만복과 구윤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검은 정장 차람을 한 사람들이 검은 물결처럼 수술실을 향해 다가갔다. 구급 대원 두 명이 먼저 걸어 나왔다. 이어서 무겁고 피곤한 발걸음이 들려왔다. 날씬한 몸매가 활기차게 걸어왔다. 넓은 수술 가운과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아름다움을 가릴 수 없었다. 아람은 심호흡을 하더니 마스크를 천천히 벗었다.민낯으로 있는 아람의 아름다운 얼굴이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나자 이소희는 멍해졌다. 입을 크게 벌리며 눈을 믿을 수 없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이 년이 둘째 오빠에게 수술해 준 거야?’“아람, 아람아!”구만복과 신남준은 빠르게 아람을 맞이했다. 두 사람은 아람의 손을 잡으며 부들부들 떨었다. 밤을 새워서 충혈된 눈과 하얀 얼굴에 있는 마스크 자국을 보자 두 어른은 가슴이 아팠다.“아람아, 경주, 경주는.”신남준은 눈물을 흘리며 묻고 싶지만 묻지 못했다. 그 모습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아람은 심호흡을 하며 신남준의 손을 잡더니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신 사장님이 혼수상태에서 할아버지의 기도를 들었나 봐요. 머릿속 혈전은 제가 이미 제거를 했어요. 수술이 성공했어요.”사람들은
이소희는 숨을 몰아쉬며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람은 어두운 안색으로 차갑게 이소희에게 다가갔다. 하이힐을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키는 여전히 아람보다 작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람은 내면이나 아우라가 너무 강하다. 순간 이소희를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다.“왜, 왜요?”이소희는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얘졌다.“별 뜻이 없어. 그냥 네 고민에 답해드리려고.”아람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수술 모자를 벗자 검은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와 아름다움을 뿜었다.“네가 좋아하는 둘째 오빠가 위험에서 벗어났어. 이제 신에게 그만 빌어도 돼.”갑자기 아람은 이소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신에게 구걸하는 것보다 나에게 구걸하는 게 더 나아. 나 때문에 다쳤으니 내가 치료할 능력과 생명을 책임질 능력이 있어. 더 이상 걱정하지 마.”이소희는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아람의 도발에 얼굴이 분노로 붉어졌다.‘내가 한 말들을 이 년이 들었네.’이소희가 반격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때, 이유희가 반짝이는 눈으로 다가왔다.“아람아! 사람에게 수술할 줄도 알아?”“그럼 동물에게 수술해?”아람은 손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방금 긴 전투를 치른 아람은 너무 피곤해서 화를 낼 힘도 없었다.“아니 아니, 내 말은 네가 너무 대단해. 정말 대단해!”이유희는 어떻게 칭찬해야 할지 몰랐다.“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으면 더 고급 어휘를 사용해 칭찬할 수 있을 거야.”아람은 이유희를 째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우리 효정은 왜 이놈을 좋아하게 된 거야. 돈이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화가 난 이소희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순간 이유희의 입을 꿰매고 싶었다.갑자기 복도 반대편에서 초조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구 회장님! 구 사장님! 방금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늦어서 죄송합니다.”병원의 전 원장이 부원장과 권위 있는 전문가 두 명과 함께 멀리서 구만복과 구윤를 반갑게 맞이하며 정
“의술로 세상을 구하시는 훌륭한 의사. 회장님의 따님이 바로 유명한 신의 화이트 신이에요!”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구씨 가문 아가씨는 뛰어난 경영 능력을 갖춘 KS WORLD의 사장뿐만 아니라 천재 디자이너 알렉스이다. 그리고 이제는 ‘신의’라는 칭호까지 있다.‘이게, 이게 인간이야?’신남준과 신광구는 동공이 흔들리며 귀를 의심했다. 그들처럼 거물급 인사들은 화이트 신을 잘 알고 있었다. 화이트 신의 의료 기술, 특히 수술은 완벽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수술을 요청하고 병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신을 초대한 것과 같다. 게다가 명성이 널리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인터뷰도 응하지 않는 신비로운 존재이다. 그래서 친한 구윤, 혹은 아람과 친분이 있는 전 원장 외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구씨 가문 아가씨가 바로 화이트 신이었다.신광구는 입을 벌리며 충격을 설명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여자아이가 자신의 집에서 3년 동안 살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어린 소녀가 그렇게 재능 있는 여자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이 순간 신광구의 마음속에는 무력감, 상실감이 몰려왔다. 아마 평생 아람만큼 좋은 며느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전 원장님, 정말...”아람은 한숨을 쉬며 쓴웃음을 지었다.“왜 우리 아버지에게 얘기를 해요? 제가 비밀로 하라고 했잖아요.”“3년 동안 우리 병원에 여러 차례 뛰어난 수술을 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줬잖아요. 그런 좋은 일을 회장님께 알려야죠. 좋은 일은 혼자 아는 것도 좋지만 친아버지한테는 알려야죠!”전 원장은 감탄을 했다. 아람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숭배가 가득했다.“계집애, 이 계집애가...”이 말을 듣자 구만복은 기뻐하면서도 화가 났다. 아람을 때리고 싶지만 마음이 아파서 얼굴만 꼬집었다.“이런 일까지 아빠에게 숨겨? 엉덩이를 때려야 해!”“구회장! 사람도 많은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부끄러운 아람은 나지막하게 말했다.“소아야.”놀라움의 눈물로 가득 찬 신남준이 다가와 아
이런 큰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열흘 정도 혼수상태에 빠져도 정상이다.하지만 경주는 일반인과는 달랐다. 특전사 출신으로 신체 기능의 모든 면이 일반인보다 강하다. 그래서 넷째 날 깨어났다.“신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시, 시끄러!’경주는 힘겹게 눈을 뜨자 흐릿했던 시야가 서서히 맑아졌다. 눈에 들어온 것은 수염이 덥수룩한 한무의 얼굴이었다.“사장님이 깼어요, 사장님이 깼어요!”“너처럼 소리 지르면, 죽은 사람도 깨겠어.”경주는 고막이 윙윙거리고 머리가 멍했다.“지금, 어디야?”“당연히 병원이죠! 사장님은 큰 재앙을 겪었어요!”한무는 경주가 겪은 고통을 생각하자 울컥했다.“아, 아람이!”경주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아닌 아람을 걱정했다. 머릿속에는 그 깡패가 철봉을 들고 아람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후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랐다. 아람을 잘 지켜주었는지 몰랐다.‘만약 지켜주지 못했다면? 만약에 그러면? 차라리 죽는 게 낫을 거야!’한무는 재빨리 경주를 붙잡고 달랬다.“괜찮아요! 사모님은 다치지 않았어요. 사장님이 사모님을 구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때 구급 대원과 주치의가 모두 달려와 한무를 도와 경주를 제압했다.“아람은? 아람을 찾을 거야!”경주는 침대에서 덥석 일어나자 입술을 떨며 얼굴이 붉었다. 감정이 극도로 동요한 것 같았다.“사장님! 일단 쉬어요! 잘 쉬고 사모님을 만나러 가요. 지금 모습을 보세요.”“지금 아람을 만날 거야, 지금 당장!”경주는 왠지 모르게 온몸의 신경이 긴장되었다. 머릿속은 끓어오르는 보일러처럼 동요했고 가슴에서 욱신거리는 심장의 격렬한 박동도 가슴을 뚫을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할 때, 맑고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신경주! 세 살짜리 애야? 왜 소란을 피우는 거야?”병실은 순간 고요해졌다. 아람은 문틀 중간에 서서 눈썹을 찌푸렸다. 그 모습은 시간을 초월한 박물관의 여신상처럼 아름다웠다.“사, 사모님!”
경주의 커다란 몸이 부들부들 떨며 아람에게 다가갔다.“너...”경주는 재빨리 아람의 손목을 잡고 덥석 잡았다. 시선이 흔들리더니 경주의 단단한 가슴에 부딪혀 가슴이 떨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아람아, 네가 괜찮으면 돼. 괜찮아서 다행이야.”경주는 턱을 아람의 어깨에 기대며 속삭였다. 분명 다친 사람은 경주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람은 경주를 함부로 만질 수 없어 얼굴을 붉히며 엄숙하게 말했다.“너 아직 회복 안 했어. 움직이면 안 돼. 빨리 침대로 돌아가서 쉬어!”“싫어.”경주는 고집을 부렸다. 눈시울을 붉히며 아람을 더욱 꽉 껴안았다.둥-아람은 눈을 부릅뜨더니 깜짝 놀랐다.‘심장박동이 왜 이렇게 빠른 거야. 몸도 뜨겁고 근육도 터질 것 같네.’경주의 부들부들 떠는 몸은 아람까지 떨리게 했다. 이 모슨 반응이 경주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신경주, 너 이상해. 먼저 놔줘, 놔. 음!”경주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제어할 수 없었다. 호흡도 흐트러져 눈을 붉히며 아람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경주가 앞으로 다가가자 아람은 뒤로 물러섰다. 결국 물러설 길이 없어 벽에 기대어 경주의 강력한 키스를 받았다.경주는 눈을 감았다. 마치 사막에서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트레킹을 한 여행자가 마침내 유일한 물을 찾은 것 같았다. 얇은 입술이 무의식적으로 아람의 입술을 빨고 맞물려 이빨을 열고 얽혔다.아람은 경주에게 눌려 키스하자 귀 끝, 얼굴, 심지어 목까지 빨개졌다. 점점 경주의 호흡이 고르고 차분해지며 통제할 수 없는 불타는듯한 눈동자도 점점 맑아지는 것 같았다. 오직 아람을 향한 키스는 여전히 깊었고 억제하지 않았다. 산소 결핍만 아니었다면 밤새 키스를 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이마에 젖은 땀으로 가득 찬 채 헐떡였다. 경주의 환자복은 땀에 흠뻑 젖어 가슴 근육에 붙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옷을 입지 않은 것 같아 아람의 앞에서 유혹했다. 자세히 보니 경주의 창백한 입술도 붉고 윤기가 돌았다.‘뭐야? 보양하는 거야
문을 두드리자 아람이 들어왔다.“전 원장님.”“구아람 씨, 얼굴이 너무 빨갛네요. 어디 아파요?”아람의 붉은 볼을 보자 전 원장은 걱정하며 물었다.“아, 괜찮아요.”아람은 마음속으로 경주를 욕하며 심호흡을 하고는 붉게 달아오른 볼을 만졌다.“신경주의 뇌 CT 결과는 나왔어요?”“나왔어요.”전 원장은 서랍에서 필름을 꺼내 아람에게 건넸다. 아람은 그것을 들고 불빛을 통해 열심히 보았다. 갑자기 눈썹을 찌푸리더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구아람 씨, 어디가 잘못된 건지 알죠?”전 원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아람 씨를 제외하고 전국을 보면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세 명 이하라고 할 수 있어요.”“성공이요? 제가 성공한 것 같아요?”아람은 가슴이 답답해지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을 내려놓자 필름이 미세한 소리를 냈다.“제 생각에는 환자에게 후유증이 남았습니다. 이건 실패한 거예요!”아람은 무엇이든 견딜 수 있었지만 실패의 맛은 견딜 수 없었다. 실패한 것이 하필 경주였다. 가슴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아파 코트 옷깃을 움켜쥐었다.“어느 의사든, 위협적이고 어려운 수술을 한 후, 후유증을 나기는 가능성이 엄청 큽니다. 절대 자책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전 원장은 아람의 승부욕을 잘 알고 있어서 천천히 위로해 주었다.“그래서 방금 나를 봤을 때 감정이 통제되지 않았구나.”아람은 속삭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전 원장은 한숨을 쉬었다.“당분간은 진정제 같은 약으로만 억제할 수 있어요. 더 좋은 방법은 없어요. 환자의 마음이 충분히 평온하고 감정이 충분히 안정되면 억제할 수 있어요.”‘평온하고 안정적? 그래서 키스한 후 안정된 거야?’아람은 얼굴을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 병은 치료하기 쉽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자정, 천세당.호화로운 유럽식 고급 룸 안에 허벅지 뿌리까지 벌어진 중국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