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리자 아람이 들어왔다.“전 원장님.”“구아람 씨, 얼굴이 너무 빨갛네요. 어디 아파요?”아람의 붉은 볼을 보자 전 원장은 걱정하며 물었다.“아, 괜찮아요.”아람은 마음속으로 경주를 욕하며 심호흡을 하고는 붉게 달아오른 볼을 만졌다.“신경주의 뇌 CT 결과는 나왔어요?”“나왔어요.”전 원장은 서랍에서 필름을 꺼내 아람에게 건넸다. 아람은 그것을 들고 불빛을 통해 열심히 보았다. 갑자기 눈썹을 찌푸리더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구아람 씨, 어디가 잘못된 건지 알죠?”전 원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아람 씨를 제외하고 전국을 보면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세 명 이하라고 할 수 있어요.”“성공이요? 제가 성공한 것 같아요?”아람은 가슴이 답답해지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을 내려놓자 필름이 미세한 소리를 냈다.“제 생각에는 환자에게 후유증이 남았습니다. 이건 실패한 거예요!”아람은 무엇이든 견딜 수 있었지만 실패의 맛은 견딜 수 없었다. 실패한 것이 하필 경주였다. 가슴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아파 코트 옷깃을 움켜쥐었다.“어느 의사든, 위협적이고 어려운 수술을 한 후, 후유증을 나기는 가능성이 엄청 큽니다. 절대 자책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전 원장은 아람의 승부욕을 잘 알고 있어서 천천히 위로해 주었다.“그래서 방금 나를 봤을 때 감정이 통제되지 않았구나.”아람은 속삭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전 원장은 한숨을 쉬었다.“당분간은 진정제 같은 약으로만 억제할 수 있어요. 더 좋은 방법은 없어요. 환자의 마음이 충분히 평온하고 감정이 충분히 안정되면 억제할 수 있어요.”‘평온하고 안정적? 그래서 키스한 후 안정된 거야?’아람은 얼굴을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 병은 치료하기 쉽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자정, 천세당.호화로운 유럽식 고급 룸 안에 허벅지 뿌리까지 벌어진 중국식
그제야 침울하던 윤유성의 눈에 희미한 빛이 반짝였다.“들어오라고 해.”“네, 윤 사장님!”비서는 물러섰다.몇 초 후, 고요한 룸에서 우아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유성아.”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날씬하고 우아한 모습이 윤유성의 앞에 나타났다. 윤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를 올린 채, 마치 직접 조각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서현이라는 여자를 훑어보며 감탄하는 눈빛을 보냈다.서현은 천세당의 사장이다. 어지러운 사회에서 태어난 여인으로 윤유성을 향한 발걸음 하나하나가 풍미가 넘쳤다. 하지만 저속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섹시하고 도발적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서현의 얼굴이다. 서현이 들어서는 순간 윤유성은 심장이 저도 모르게 두근거렸다.흑단 머리, 붉은 입술, 자신감 넘치는 미소, 그리고 수년간 정성스럽게 다듬은 이목구비. 그 모습은 구아람과 8할이 닮았다. 남은 2할은 분위기와 카리스마이다. 이것은 서현이 아무리 따라 해도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다.“현아, 내 곁으로 와.”윤유성은 마른침을 삼키며 손가락을 걸었다.서현은 순순히 다가갔다. 윤유성은 서현의 손목을 잡아당겨 품에 안겼다.“유성아.”서현의 아름다운 눈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윤유성의 윈저 매듭을 잡고 조금씩 끌어내렸다. 붉은 입술은 욕망으로 가득 차서 천천히 윤유성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내가 경고한 것을 잊었어?”윤유성의 눈빛이 갑자기 침울해졌다. 말투도 차가워졌다.“넌 아람과 닮았을 뿐이야, 정말 아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대역이면 자기 역할을 해야지. 키스는 아람에게만 할 수 있어.”“알았어. 미안해, 유성아.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서현은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바로 손을 거두었다. 모든 부하들 중에서 오직 서현만이 윤유성을 ‘유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윤유성의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현은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건방질 수 있는 이유는 아람과 닮았기 때문이다. 서현은 입술을 깨
“구씨 병원에서 소식이 왔습니다.”...신경주가 깨어났다는 소식은 곧바로 신씨 가문에게 전해졌다. 신남준과 신광구는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경주가 깨어난 것을 보자 신남준은 가장 먼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침대에 앉아 손자를 품에 안은 채 울컥했다.“경주야! 내 착한 손자! 할아버지가 깜짝 놀랐어!”“할아버지, 걱정시켜서 죄송해요.”경주는 신남준을 껴안으며 마음속으로 죄책감이 느꼈다.“어때? 아직도 머리가 아파? 어디 불편한 데 없어?”신남준은 손을 들어 경주의 머리를 만지려다가 멈추었다. 그렇게 큰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10시간 넘어 수술한 머리는 자기 목숨보다 소중해서 감히 만지지 못했다.“괜찮아요, 멀쩡해요.”경주는 신남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그러자 다정하게 웃으며 신남준의 손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문질렀다.“만져보세요. 단단해요.”“이 어리석은 녀석!”신남준은 살랑살랑 만졌고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광구도 경주를 보러 왔지만 부자의 사이는 너무 불편했다. 경주가 의식을 잃었을 때 너무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경주가 깨어나자 안색이 어두워졌고 다정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이 녀석아, 앞으로 할아버지를 놀라게 하지 마! 네가 소아를 위해서, 소아를 지켜주고 싶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네가 위험해지면 안 돼!”신남준은 경주의 뺨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사고를 생각하자 여전히 두려웠다.“자기 여자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틀린 게 아니야. 하지만 네가 건강해야 돼. 아니면 어떻게 소아를 지켜주겠어? 넌 무덤 안에서 지켜줄 거야?”신광구는 말문이 막혔다. 경주도 안색이 어두워졌다.“켁. 할아버지. 좋은 말을 해주면 안 돼요? 방금 의식이 돌아왔는데 제가 무덤에 들어가면 좋겠어요?”“에이, 내 뜻을 알잖아. 우리 둘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신남준은 경주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신비스럽게 말했다.“비밀 하나 알려줄게. 네 아내는 대단한 사람이야!”‘아내?’이 말을 듣자 경주는
“아들! 어쩌다가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어?”신광구는 즉시 미소를 지었다. 말투는 평소 차갑고 거만하며 냉정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따뜻했다. 경주의 기억 속에서 신광구와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고, 심지어 다정하게 아들이라고 부른 적도 없다. 오직 장남을 마주할 때만 자상한 아버지 같았다.‘역시 이 남자의 마음속에는 진주만이 와이프고, 형만 아들로 생각하는 건가?’정말 아이러니했지만 경주는 할 말을 잃었다.“아버지, 몸은 좀 어때요?”신경석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씨 가문 큰 도련님의 목소리는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 있다. 몇 미터 떨어져 있어도 경주는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괜찮아, 좋아. 아들, 넌? M 국에서 치료를 잘 받고 있어? 잘 지내고 있어? 최근에 재발한 적은 없어?”신광구는 작년에 M 국으로 가서 신경석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일이 바쁜 바람에 시간이 없었다.“좋아요, 걱정하지 마세요.”신경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경주가 다쳐서 입원했다고 들었어요. 어때요? 많이 다쳤어요?”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신경석의 관심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년 넘게 성주에 돌아오지 않고 멀리 외국에 있는 형이 자신의 근황을 알고 있다는 것을 생각도 못 했다.“경주가 큰 수술을 받고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었어. 지금은 깨어났어.”“지금 병원에서 경주와 같이 있어요?”“응, 할아버지와 같이 병실에 있어.”“경주에게 전화를 주세요. 통화하고 싶어요.”신광구는 경주에게 다가가 전화를 건넸다.“형이 너와 통화하고 싶대.”경주는 망설이며 전화를 받아 귀에 가까이 댔다.“형.”“경주야, 네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어. 너무 걱정돼서 비행기 타고 가고 싶었어. 하지만...”신경석의 말투는 걱정스러웠다.“형, 괜찮아. 형은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 안 돼. 나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해 주었다.“이제 괜찮아졌어.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 잘했어! 잘했어!”신남준은 오히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경주의 등을 거칠게 두드려서 거의 토할 뻔했다.전화 한편에서 잠시 조용하더니 갑자기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좋아, 그런 생각을 하다니 다행이야. 형이 너와 구아람 씨가 다시 잘 되기를 응원해 줄게.”“고마워, 형.”경주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말들이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신남준이 전화를 받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경석아! 해외 생활은 어때? 거기 금빛 해변이 경치가 아름답다고 들었어. 언제 할아버지를 데리고 휴가를 가서 햇볕을 쬐러 갈 거야?”“할아버지, 해외가 아무리 좋아도 집만큼 좋지는 않아요.”신경석은 다정하게 웃었다.“할아버지, 연세도 많으시고 M 국까지 오려면 너무 멀어요. 힘든 모습은 못 보겠어요. 머지않아 건강이 좋아져서 성주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신경주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하하하! 좋아. 경석이 너 돌아오면 더 좋아. 우리 가족이 재회할 수 있잖아!”신남준은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 네 몸 상태는 할아버지도 잘 알고 있어. 못 오더라도 너를 비난하지 않을 거야. 할아버지가 종종 너를 보러 갈 수 있어. 겨우 열 몇 시간인데. 개인 비행기가 있으니 피곤하지 않아.”신남준과 신경석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아버지, 경석이가 돌아온다고 했어요? 진짜요?”신광구는 눈이 번적 뜨이며 급하게 물었다. 신남준의 눈빛이 반짝였다. 대답을 하기 전에 서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신 선생, 신 회장님. 구아람 씨와 이 도련님, 그리고 넷째 아가씨가 오셨어요.”“누구? 효정이도 왔어?”신광구가 놀란 사이 아람과 이유희는 이미 들어왔다. 그리고 이유희의 큰 손은 신효정의 작은 손을 잡고 있었다. 당당한 모습이 마치 커플과 같았다.겁을 먹은 신효정은 이유희의 뒤에 숨어 있었다. 하얀 얼굴은 부끄러움에 붉게 물들었다. 아름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
“효정을 저에게 맡겨주세요! 과거에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앞으로 좋은 남자가 될 수 있도록, 효정만의 남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효정에게 잘해주겠습니다. 경주가 구아람을 대하는 것보다 더 잘해 줄게요. 목숨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전 세계 여성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저는 효정을 사랑합니다. 결혼 전제로 효정과 사귀게 해주세요!”이유희는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효정을 힘껏 움켜쥐어 빨갛게 되었고, 말도 떨렸다.아람은 냉정하게 이유희를 노려보았다.‘나쁜 남자를 모범으로 삼는 거야? 정말 못났네.’경주도 화를 내며 노려보았다.‘내가 아람에게 잘해주는 것보다 더? 죽어도 넌 나를 못 이겨.’이유희는 한숨에 많은 말을 했다. 표정은 굳어졌고 말은 매우 빠르지만 눈빛은 매우 진지했다. 언뜻 보기에도 오랫동안 참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남준은 씁쓸하게 웃었다.‘마음 아플 정도로 익숙하네.’“컥, 유희야. 내가 널 의심하는 건 아니야. 그냥...”상업계에서 30년 이상 떠다닌 신광구는 처음으로 후배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급히 마음을 다듬고 정색했다.“아버지로서 우리 딸들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어. 하지만 어떤 말들을 어쩔 수 없이 해야겠어.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야.”“알아요, 무슨 말인지.”이유희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전례 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말하지 않으셔도 알아요. 효정에 대한 모든 걸 다 알고 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했어요. 제가 원하는 사람은 효정이에요. 다른 사람은 없을 겁니다.”“뭐? 이놈이! 설마 우리 손녀를!”신남준은 이유희를 가리키며 두려움에 벌벌 덜었다. 이유희도 당황하여 손을 흔들었다.“할아버지! 오해예요! 저는 단 한 번도 효정을 건드린 적이 없어요. 솔직하다는 것은 다른 뜻이에요. 이상한 생각을 하지 마세요!”신효정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그 말이 나오자 너무 부끄러워서 부드러운 얼굴이 붉게 타오르고 곧장 남자의 품에 숨
경주의 떨리던 심장이 점차 진정되었다.“아람아, 고마워.”경주는 울컥하며 나지막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아람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신씨 그룹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신광구는 먼저 자리를 떴다. 아람의 ‘화이트신’ 신분이 폭로된 후, 당연하게 경주의 주치의로 되었다. 이제 경주의 후속 치료가 시작되자 어깨에 무거운 짐이 내려앉았다. 아람은 경주의 상태를 물어본 후, 휠체어에 태워 이유희와 진 원장에게 함께 검진을 받으러 가라고 부탁했다.병실에는 아람과 신남준, 그리고 서 비서만 남았다.“소아야, 안색이 안 좋아. 무슨 일이 있어?”신남준은 옆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아람을 걱정해 주었다. 아람은 움찔하더니 바로 대답핬다.“아니요, 괜찮아요. 할아버지.”“소아야, 다른 사람한테는 숨길 수 있어도 할아버지한테는 숨길 수 없어.”신남준은 걱정이 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다.“혹시 경주의 부상에 무슨 문제가 있어?”“할아버지.”“나에게 숨기지 마. 할아버지의 성격을 알잖아. 솔직하게 말해 봐. 하늘이 무너져도 할아버지는 견딜 수 있어. 네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할아버지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잘 거야.”아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서 비서를 바라보았다.“아가씨, 잠시만 나가주실 수 있어요?”서 비서는 이해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소아야, 경주에게 외상 후 후유증이 생겼단 말이야?”긴장한 신남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다 제 잘못이에요. 제 탓이에요, 할아버지.”아람은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고 깍지 낀 열 손가락은 이미 빨개졌다.“저의 실력이 많이 부족해요. 아니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소아야, 자책하지 마. 네가 없었더라면 나랑 경주는 영원히 못 볼지도 몰라.”신남준의 건조하고 거친 손이 아람의 손등을 감쌈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하지만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 할아버지와 약속해. 경주가 후유증이 있다는 비밀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어야 해.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
신남준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모습을 보자 아람은 신씨 가문의 비밀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묻는 것은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아람은 분수를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경주와 관련된 것 이어서 돌직구로 물었다.“할아버지, 신 사장님과 큰 도련님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어요? 어렸을 때의 납치 사건과 관련 있어요?”신남준은 동공이 떨리더니 눈을 부릅떴다.“너, 납치 사건을 알고 있어?”“죄송해요, 할아버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아람은 입이 말랐고 잠시 생각을 한 후 말했다.“전에 신 사장님이 형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시간 있으면 얘기해 주겠다고, 저에게 숨기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때 제가 고집을 부렸어요. 그 사실을 듣기 싫었지만 너무 궁금해서 그만...”신남준은 그 말을 한 후 얼굴이 빨개진 아람을 보았다. 이전의 수줍음을 타고 다소 소심했던 어린 소녀가 돌아온 것 같았다. 그러자 어두웠던 안색도 환해졌다.‘좋은 일이네, 이건 더 이상 전처럼 경주를 피하지 않는 다는 거잖아. 심지어 호기심이 생겼어. 이건 사이가 좋아졌다는 거야!’“소아야, 경주가 과거에 대해 기꺼이 얘기한다는 건, 너를 남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거야. 너에게 솔직하고 너를 믿는 다는 거야.”신남준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 돌아봐도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우리 손자들이 어렸을 때 납치를 당했었어. 그 납치범들은 악명이 높고, 마약, 살인, 은행 강탈, 무슨 짓이든 했어. 전국에서 그들에게 납치당했던 귀족 가문 도련님이 부지기수야.”“알아요. 그 당시 ‘건호 형님’이라고 알려진 폭력배 두목 정건호 맞죠?”정건호 조직에 대해서는 아람이 강소연에게서 들었다. 정건호는 한때 강소연의 아버지의 부하였다. 그 후 욕망과 야망에 불만을 품고 조직을 그만두고 나갔다. 그 당시 정건호는 엄청 거만했다. 경찰에게 1조의 몸값을 모아야 은퇴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18년 전 정건호가 체포되었을 때, 모든 주요 언론 매체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