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어쩌다가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어?”신광구는 즉시 미소를 지었다. 말투는 평소 차갑고 거만하며 냉정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따뜻했다. 경주의 기억 속에서 신광구와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고, 심지어 다정하게 아들이라고 부른 적도 없다. 오직 장남을 마주할 때만 자상한 아버지 같았다.‘역시 이 남자의 마음속에는 진주만이 와이프고, 형만 아들로 생각하는 건가?’정말 아이러니했지만 경주는 할 말을 잃었다.“아버지, 몸은 좀 어때요?”신경석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씨 가문 큰 도련님의 목소리는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 있다. 몇 미터 떨어져 있어도 경주는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괜찮아, 좋아. 아들, 넌? M 국에서 치료를 잘 받고 있어? 잘 지내고 있어? 최근에 재발한 적은 없어?”신광구는 작년에 M 국으로 가서 신경석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일이 바쁜 바람에 시간이 없었다.“좋아요, 걱정하지 마세요.”신경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경주가 다쳐서 입원했다고 들었어요. 어때요? 많이 다쳤어요?”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신경석의 관심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년 넘게 성주에 돌아오지 않고 멀리 외국에 있는 형이 자신의 근황을 알고 있다는 것을 생각도 못 했다.“경주가 큰 수술을 받고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었어. 지금은 깨어났어.”“지금 병원에서 경주와 같이 있어요?”“응, 할아버지와 같이 병실에 있어.”“경주에게 전화를 주세요. 통화하고 싶어요.”신광구는 경주에게 다가가 전화를 건넸다.“형이 너와 통화하고 싶대.”경주는 망설이며 전화를 받아 귀에 가까이 댔다.“형.”“경주야, 네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어. 너무 걱정돼서 비행기 타고 가고 싶었어. 하지만...”신경석의 말투는 걱정스러웠다.“형, 괜찮아. 형은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 안 돼. 나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해 주었다.“이제 괜찮아졌어.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 잘했어! 잘했어!”신남준은 오히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경주의 등을 거칠게 두드려서 거의 토할 뻔했다.전화 한편에서 잠시 조용하더니 갑자기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좋아, 그런 생각을 하다니 다행이야. 형이 너와 구아람 씨가 다시 잘 되기를 응원해 줄게.”“고마워, 형.”경주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말들이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신남준이 전화를 받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경석아! 해외 생활은 어때? 거기 금빛 해변이 경치가 아름답다고 들었어. 언제 할아버지를 데리고 휴가를 가서 햇볕을 쬐러 갈 거야?”“할아버지, 해외가 아무리 좋아도 집만큼 좋지는 않아요.”신경석은 다정하게 웃었다.“할아버지, 연세도 많으시고 M 국까지 오려면 너무 멀어요. 힘든 모습은 못 보겠어요. 머지않아 건강이 좋아져서 성주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신경주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하하하! 좋아. 경석이 너 돌아오면 더 좋아. 우리 가족이 재회할 수 있잖아!”신남준은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 네 몸 상태는 할아버지도 잘 알고 있어. 못 오더라도 너를 비난하지 않을 거야. 할아버지가 종종 너를 보러 갈 수 있어. 겨우 열 몇 시간인데. 개인 비행기가 있으니 피곤하지 않아.”신남준과 신경석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아버지, 경석이가 돌아온다고 했어요? 진짜요?”신광구는 눈이 번적 뜨이며 급하게 물었다. 신남준의 눈빛이 반짝였다. 대답을 하기 전에 서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신 선생, 신 회장님. 구아람 씨와 이 도련님, 그리고 넷째 아가씨가 오셨어요.”“누구? 효정이도 왔어?”신광구가 놀란 사이 아람과 이유희는 이미 들어왔다. 그리고 이유희의 큰 손은 신효정의 작은 손을 잡고 있었다. 당당한 모습이 마치 커플과 같았다.겁을 먹은 신효정은 이유희의 뒤에 숨어 있었다. 하얀 얼굴은 부끄러움에 붉게 물들었다. 아름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
“효정을 저에게 맡겨주세요! 과거에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앞으로 좋은 남자가 될 수 있도록, 효정만의 남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효정에게 잘해주겠습니다. 경주가 구아람을 대하는 것보다 더 잘해 줄게요. 목숨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전 세계 여성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저는 효정을 사랑합니다. 결혼 전제로 효정과 사귀게 해주세요!”이유희는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효정을 힘껏 움켜쥐어 빨갛게 되었고, 말도 떨렸다.아람은 냉정하게 이유희를 노려보았다.‘나쁜 남자를 모범으로 삼는 거야? 정말 못났네.’경주도 화를 내며 노려보았다.‘내가 아람에게 잘해주는 것보다 더? 죽어도 넌 나를 못 이겨.’이유희는 한숨에 많은 말을 했다. 표정은 굳어졌고 말은 매우 빠르지만 눈빛은 매우 진지했다. 언뜻 보기에도 오랫동안 참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남준은 씁쓸하게 웃었다.‘마음 아플 정도로 익숙하네.’“컥, 유희야. 내가 널 의심하는 건 아니야. 그냥...”상업계에서 30년 이상 떠다닌 신광구는 처음으로 후배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급히 마음을 다듬고 정색했다.“아버지로서 우리 딸들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어. 하지만 어떤 말들을 어쩔 수 없이 해야겠어.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야.”“알아요, 무슨 말인지.”이유희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전례 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말하지 않으셔도 알아요. 효정에 대한 모든 걸 다 알고 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했어요. 제가 원하는 사람은 효정이에요. 다른 사람은 없을 겁니다.”“뭐? 이놈이! 설마 우리 손녀를!”신남준은 이유희를 가리키며 두려움에 벌벌 덜었다. 이유희도 당황하여 손을 흔들었다.“할아버지! 오해예요! 저는 단 한 번도 효정을 건드린 적이 없어요. 솔직하다는 것은 다른 뜻이에요. 이상한 생각을 하지 마세요!”신효정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그 말이 나오자 너무 부끄러워서 부드러운 얼굴이 붉게 타오르고 곧장 남자의 품에 숨
경주의 떨리던 심장이 점차 진정되었다.“아람아, 고마워.”경주는 울컥하며 나지막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아람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신씨 그룹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신광구는 먼저 자리를 떴다. 아람의 ‘화이트신’ 신분이 폭로된 후, 당연하게 경주의 주치의로 되었다. 이제 경주의 후속 치료가 시작되자 어깨에 무거운 짐이 내려앉았다. 아람은 경주의 상태를 물어본 후, 휠체어에 태워 이유희와 진 원장에게 함께 검진을 받으러 가라고 부탁했다.병실에는 아람과 신남준, 그리고 서 비서만 남았다.“소아야, 안색이 안 좋아. 무슨 일이 있어?”신남준은 옆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아람을 걱정해 주었다. 아람은 움찔하더니 바로 대답핬다.“아니요, 괜찮아요. 할아버지.”“소아야, 다른 사람한테는 숨길 수 있어도 할아버지한테는 숨길 수 없어.”신남준은 걱정이 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다.“혹시 경주의 부상에 무슨 문제가 있어?”“할아버지.”“나에게 숨기지 마. 할아버지의 성격을 알잖아. 솔직하게 말해 봐. 하늘이 무너져도 할아버지는 견딜 수 있어. 네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할아버지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잘 거야.”아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서 비서를 바라보았다.“아가씨, 잠시만 나가주실 수 있어요?”서 비서는 이해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소아야, 경주에게 외상 후 후유증이 생겼단 말이야?”긴장한 신남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다 제 잘못이에요. 제 탓이에요, 할아버지.”아람은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고 깍지 낀 열 손가락은 이미 빨개졌다.“저의 실력이 많이 부족해요. 아니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소아야, 자책하지 마. 네가 없었더라면 나랑 경주는 영원히 못 볼지도 몰라.”신남준의 건조하고 거친 손이 아람의 손등을 감쌈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하지만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 할아버지와 약속해. 경주가 후유증이 있다는 비밀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어야 해.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
신남준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모습을 보자 아람은 신씨 가문의 비밀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묻는 것은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아람은 분수를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경주와 관련된 것 이어서 돌직구로 물었다.“할아버지, 신 사장님과 큰 도련님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어요? 어렸을 때의 납치 사건과 관련 있어요?”신남준은 동공이 떨리더니 눈을 부릅떴다.“너, 납치 사건을 알고 있어?”“죄송해요, 할아버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아람은 입이 말랐고 잠시 생각을 한 후 말했다.“전에 신 사장님이 형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시간 있으면 얘기해 주겠다고, 저에게 숨기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때 제가 고집을 부렸어요. 그 사실을 듣기 싫었지만 너무 궁금해서 그만...”신남준은 그 말을 한 후 얼굴이 빨개진 아람을 보았다. 이전의 수줍음을 타고 다소 소심했던 어린 소녀가 돌아온 것 같았다. 그러자 어두웠던 안색도 환해졌다.‘좋은 일이네, 이건 더 이상 전처럼 경주를 피하지 않는 다는 거잖아. 심지어 호기심이 생겼어. 이건 사이가 좋아졌다는 거야!’“소아야, 경주가 과거에 대해 기꺼이 얘기한다는 건, 너를 남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거야. 너에게 솔직하고 너를 믿는 다는 거야.”신남준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 돌아봐도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우리 손자들이 어렸을 때 납치를 당했었어. 그 납치범들은 악명이 높고, 마약, 살인, 은행 강탈, 무슨 짓이든 했어. 전국에서 그들에게 납치당했던 귀족 가문 도련님이 부지기수야.”“알아요. 그 당시 ‘건호 형님’이라고 알려진 폭력배 두목 정건호 맞죠?”정건호 조직에 대해서는 아람이 강소연에게서 들었다. 정건호는 한때 강소연의 아버지의 부하였다. 그 후 욕망과 야망에 불만을 품고 조직을 그만두고 나갔다. 그 당시 정건호는 엄청 거만했다. 경찰에게 1조의 몸값을 모아야 은퇴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18년 전 정건호가 체포되었을 때, 모든 주요 언론 매체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경석은 그해 이미 열다섯 살의 소년이었어. 키도 경주보다 조금도 크고 힘도 셌어.”‘단지 소년이잖아. 아무것도 없는 귀족 가문 도련님이 무슨 능력으로 납치범을 통제하고 동생을 놓아줄 수 있었지?’아람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할아버지, 그 후 무슨 일이 있었어요? 큰 도련님은 어떻게 도망친 거예요?”“우리가 정건호에게 8000억을 주었어. 반달 후 경석은 그대로 관해 정원 문 밖에 버려졌어.”신남준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입술도 부들부들 떨었다.“경석이 돌아올 때 피투성이였어. 괴롭힘을 당해서 숨이 간들간들했어. 병원에서 한 달 동안 입원을 하고, 반년 동안 심리 치료를 받은 후 상태가 호전되었어. 하지만,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어.”“왜요?”아람은 깜짝 놀랐다.“나중에 경석한테서 들었어. 동생을 도와준 후, 정건호가 화가 났어. 하지만 돈을 못 받아서 죽일 수도 었어서 경석에게 화풀이를 했어. 음식과 물을 주지 않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어. 밀폐된 용기에 경석을 가두어놓기도 했어. 오랜 시간 구타를 당하고 산소가 부족하여 입원했을 때 여러 장기가 망가져 소생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어. 우리도 천신만고 끝에 경석을 살렸어. 지금까지 경석의 몸도 매우 허약해, 면역력도 낮아. 심지어 휠체어에 의존해 집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아. 우리가 경석에게 빚을 졌어.”여기까지 듣자 아람은 경주가 신경석에 대한 죄책감, 신광구가 경주에게 그토록 천박하고 까칠한 이유를 눈치챘다. 어린 경주는 신경석의 도움에 탈출했지만, 신경석은 경주 때문에 불구자가 되었다.경주가 얼마나 큰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오늘까지 왔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이것도 신광구가 채찍질을 할 때 경주가 참은 이유이다. 모두 신경석의 은혜를 갚기 위한 것이었다.“소아야, 내가 말한 건 경주에게 말하지 마. 말을 하기 전에 모른 척하고 있어.”신남준은 신신당부했다. 아람은 사려 깊게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알아요, 걱정하지 마세
뜨거운 물을 마시던 경주는 이유희가 집에 가서 밥을 한다는 말을 듣자 사레가 들어 기침을 했다.“이유희, 제정신이야? 머리에 문제가 있으면 아람에게 진단을 받아 봐. 우리 동생까지 피해 주지 말고.”아람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혀를 차며 이상한 이유희를 바라보았다.“지금 다시 사람이 되겠다는 거야? 직접 요리도 하고, 대단하네.”“에헴, 오늘 밤 처음 하는 거라 사실 좀 긴장되네.”이유희는 28년 동안 요리는커녕, 이씨 가문의 부엌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다.“유희 오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신효정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유희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아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죽고 싶어도 돼. 하지만 우리 효정이를 끌어드리지 마.”경주는 입술을 오물거렸다.“프라이팬에 불이 붙으면 바로 불을 끄고 뚜껑을 닫으면 돼. 물로 불을 끄지 말고.”“기, 기억했어요.”신효정은 초롱초롱한 눈을 깜박이며 얌전하게 손을 들었다.이유희는 화가 나서 눈썹을 찌푸렸다.“젠장, 나도 졸업한 사람이야. 부부가 날 바보 취급을 해?”부부라는 말은 들은 아람이 반박하기도 전에 이유희는 신효정을 안고 병실 밖으로 뛰어나갔다.새 커플이 떠난 후 병실은 다시 정적이 흔들었다. 그 분위기는 어색하고 애매하고 시큼했다. 확실히 시큼했다. 경주의 상처가 젖을 수 없어 다친 후로 샤워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쁜 남자로부터 더러운 남자로 되었다. 그러나 경주는 타고난 미남이었다. 머리가 헝클어져도 여전히 화가 나도록 잘생겼다.“켁.”아람은 기침을 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아무도 없을 때 진지한 얘기를 해보자.”“진지한 일은 안 해?”경주의 목소리는 나지막했고 아람을 보는 눈빛이 깊어졌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아람을 갈망하는 눈빛은 이미 선을 넘었다.“허, 신경주, 잊지 마. 네 목숨은 내 손에 달려 있어.”아람은 얼굴이 빨개졌고 이를 악물며 차갑게 웃었다.“함부로 말하지 마. 내가 네 머리를 꿰매는 능력이 있다면 열어버릴
왜냐하면 그것은 아람이 해낼 수 있는 짓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람이 무슨 짓을 하든 경주는 지지하고 응원해 주려 했다.“알아, 네가 복수하고 싶다는 거.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어. 배후는 도망칠 수 없어.”아람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말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고, 경주 앞에서 말할 수 없었다. 즉, 악당이 경주의 목숨을 가져갈 뻔했다는 것이다. 만약 아람이 화이트신이 아니었더라면, 경주는 죽을 수도 있었다. 며칠 동안 화를 품고 있던 아람은 잠도 설치고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 복수를 안 하면 아람이는 화병을 걸릴 것 같았다. “신경주, 네가 나랑 연서 이모를 지켜주었지만, 이 일은 우리 구씨 가문의 일이야. 넌 편하게 회복해. 끼어들지 마.”“구씨 가문의 일이지만, 아람아, 난 네 것이야.”경주는 약간 쉰 목소리로 뻔뻔하게 말했다. 아람은 경주를 째려보았다.“그래서 네 일이 내 일이야.”“쉬고 있어. 갈게.”아람은 더 이상 듣기 싫었다. 이 나쁜 남자는 말을 할수록 점점 더 심해졌다.“아람아, 가지 마!”경주는 급한 마음에 벌떡 일어나 쫓아갔다. 너무 빨리 일어나서 머리가 심하게 흔들렸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속이 안 좋았다. 곧 침대에 쓰러지려는 순간, 갑자기 장미 향기가 느껴졌다. 가늘지만 힘이 센 팔이 경주를 안정적으로 붙잡았다.“아람아.”경주는 가슴이 설레어 눈시울을 붉혔다. 두 팔을 벌려 아람을 안고 코끝을 검은 머리카락에 묻었다. 마치 아람에게만 있는 향기를 미친 듯이 킁킁거렸다.예전에 아람은 늘 곁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리가 멀어져 너무 후회되었다. 경주는 아람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꽉 껴안았다. ‘금방 머리 수술을 받고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남자가, 힘이 왜 이렇게 세? 말도 안 돼.’“신경주.”아람은 경주의 넓은 어깨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밀었지만 몸에 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나한테서 떨어져, 냄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