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비웃음이 터졌다.불행을 즐기고, 나쁜 마음을 품고 조롱하고 혐오하는 매서운 시선이 초연서의 몸을 강타했다. 그 고통은 마치 구더기가 심장을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엄마, 무서워하지 마세요, 제가 지켜드릴게요.”구아린은 초연서를 꼭 안았다. 어머니를 보호하며 음휼한 시선들을 하나씩 돌려보냈다. 평소 겁이 많고 소심스러운 구아린은 이 순간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눈빛이 강인했다.“그 누구도 엄마를 해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아린아, 엄마 괜찮아, 괜찮아.”초연서는 무딘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원래의 맑은 눈빛은 이미 흐리멍덩해졌다. 그 모습을 본 구아린은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주체할 수없이 흘러 초연서의 머리카락에 맺혔다.“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강소연은 남자 기자의 얼굴을 가리켰다. 분노에 얼굴이 빨개졌고 곧 폭발하기 직전이다.“넷째 사모님, 이 일은 사모님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에요. 왜 그렇게까지 화내는 거예요?”다른 기자가 조롱했다. 유민지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눈치챘다.‘누군가가 보낸 기자들이네.’“내가 왜 화를 내지 않겠어? 연서는 내 가족이야. 연서를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마찬가지야!”강소연은 화가 난 마음에 기자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가족? 카메라 앞에서는 화기애애한 가족이 맞아요. 하지만 현실에는 모르죠.”기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본 듯 비웃으며 말했다.“에이, 넷째 사모님. 우리 기자들은 귀족 가문을 많이 봐왔어요. 여자들이 질투하고 싸우는 건 정상이에요. 누가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볼 수 있겠어요.”“이...!”욕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유민지가 그것을 막았다. 그들은 신분이 있는 사람이다. 밖에 나가면 구씨 가문을 대표하고 있다. 그래서 무모한 말과 행동을 해서 구만복과 구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가자, 상대하지 마.”유민지는 돌아서서 강소연을 끌어 차에 타려고 했다. 시비를 시작한 중년 기자가 차갑게 웃었다.“그러네, 결국 한때 잘
“때리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아? 나는 널 고소하고 기소하고, 너의 비열한 행동에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아람은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말투는 싸늘하고 잠잠했다.“소문을 지어내고 중상모략했어. 진실도 모른 채 이야기를 지어내고, 내 가족의 인격을 모욕하고, 명예까지 비방했어. 기자들이라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너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은 그저 귀찮아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야. 네가 진짜 왕이라고 생각해? 허, 미안하지만, 나는 가만있지 못하겠어. 막말을 하고 소문을 퍼뜨리는 대가가 어떤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겠어.”사람들은 아람의 카리스마에 주눅이 들었다. 분명 먼저 공격한 것은 아람이었다. 하지만 아람은 너무 예뻤다. 솔직하고 두려움이 없는 행동에 범죄를 저질러도 사람들이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았다.“내가 소문을 퍼뜨려?”기자는 화를 냈다.“당시 TS 현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젊은 기자들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를 것 같아? 그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어. 하지만 우린 기억하고 있어!”“그래? 기억하고 있지만, 증거는 있어?”침착하게 말하는 아람의 눈빛은 차가웠다. 남자는 움찔하며 표정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왜? 방금 질문할 때는 당당했잖아. 지금 왜 벙어리가 됐어?”아람은 눈을 내리깔고 기자증을 보았다.“됐어. 어른이라면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해. KS 그룹의 법무팀이 기다리고 있어.”남자는 겁에 질렸다. 말을 마친 후 아람은 가족들을 차 쪽으로 안내했다.“아람아, 나 때문에 이럴 필요가 없어. 정말이야.”초연서는 아람의 옷을 잡아당겼다. 눈빛은 억울함을 당한 소녀와 같았고, 창백한 얼굴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무슨 말씀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초연서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초연서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사람들이 달려들어 물어뜯고 있는데, 가족으로서 제가 지켜줘야죠. 민지 이모와 소연 이모는 나서면 안 돼요. 저는 젊고 두려운 것이 없어서 아무 걱정도 없어요.”이때, 사람들 속
경주의 넓은 듬직한 몸이 아람을 지켜주고 있었다. 호흡이 점점 힘을 잃고 거칠어졌다.“아람아, 괜찮아?”“너 바보야? 그건 내가 할 말이지!”아람은 경주를 향해 나지막하게 소리 쳤다. 콧 끝이 찡하여 아프기 시작했다. 경주는 뒤통수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시야가 점점 흐려졌지만 여전히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네가 날 걱정한다면, 난...”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람의 가슴이 떨렸다. 두 팔을 벌려 힘이 없는 경주의 몸을 안고 쉰 목소리로 외쳤다.“경주야!”...초연서에게 손을 대려던 깡패는 그 자리에서 구씨 가문의 부하들에게 제압당했다. 구도현에 의해 곧바로 경찰서로 끌려갔다. 남자가 경찰차로 호송되지 직전, 아람이 그 남자에게 달려들어 때리려고 했다. 구도현이 아람을 붙잡고 귀에 대고 설득하며 달랬다.“아람아, 오빠에게 맡겨. 이 자식을 오빠에게 맡겨. 하지 마, 이런 더러운 일로 손을 더럽힐 가치가 없어!”“죽일 거야, 줄여버릴 거야!”아람의 눈에는 충혈되었다. 구도현의 품에 안겨 히스테리 하게 몸부림을 치며 그 남자를 때리려 했다. 구윤가 구진은 달려와서 이 장면을 보자 깜짝 놀랐다. 그들의 기억 속에서 아람은 성격이 불과 같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침착하고 독했다. 이렇게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남자는 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탔다. 차가 떠나기 전에 남자는 고개를 내밀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아람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오빠! 절대 용서해서는 안 돼, 절대 안 돼!”아람은 가슴 아픈 마음과 분노가 함께 밀려와 눈을 부릅떴다.“걱정 마, 아람아.”구도현은 힘껏 머리를 끄덕이며 경찰차에 탔다. 아람의 연약한 몸은 찬바람을 맞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아람아.”구윤이 다가와 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신경주는 이미 구급차로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구씨 그룹의 병원으로 이송되었어. 아버지가 소식을 듣고 달려왔어. 최고의 의사가 치료할 수 있도록 준비해줄 거야. 분명히
구윤의 눈빛이 진지해지며 구진의 어깨를 두드렸다.“하지만 앞으로 아람 앞에서 신경주를 언급할 때 나쁜 남자라고 부르지 마. 말 조심해.”구진은 무언가를 깨닫고 마음이 복잡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KS WORLD 호텔 2층.윤유성은 난간 앞에 서서 아래층에 초조한 구만복과 신남준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윤유성의 눈에는 싸늘한 냉기가 맴돌았다.“윤 사장님.”비서는 재빨리 윤유성에게 다가가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알아보니 구아람 씨가 셋째 사모님을 지켜주려고 주차장에서 습격을 당할 뻔했다네요. 신경주가 갑자기 나타나 머리로 막대기를 막았다네요.”윤유성은 눈썹을 찌푸렸다.“머리로 막았다니, 세상에. 대단하네요. 수련을 했었대요?”비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할 말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마. 닥쳐!”윤유성은 차갑게 노려보았다.그 눈빛을 보자 비서도 겁을 먹어 입을 막았다.“그러고는? 죽었어?”윤유성은 침울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니요. 하지만 피를 많이 흘려서 혼수상태에 빠졌어요.”“구아람 씨는?”비서는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구, 구아람 씨도 병원으로 따라갔습니다.”“좋아, 아주 좋아. 허허.”윤유성은 갑자기 음울한 웃음을 터뜨렸다.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지면서 마치 몸속에 통제 불능의 짐승이 숨어 있는 것만 같았다.“난 누군가 나한테 거칠게 대하는 게 좋아. 신경주. 아람을 위해 정말 목숨까지 버리네. 동정을 얻고 싶어? 득의양양하고 있어. 곧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내가 있는 한, 넌 아람의 마음을 절대 되돌릴 수 없어!”...신경주는 구급차를 타고 구씨 그룹의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구만복과 구윤이 직접 신남준을 부축하며 함께 병원으로 갔다.“경주야! 경주야! 우리 손자!”신남준은 경주를 걱정하는 마음에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구만복과 구윤이 부축하지 않았다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이 병원은 우리 구씨 그룹의 최고의 의사와 최
“아람아, 너, 너 뭐라고 했어?”신남준은 아람의 말에 깜짝 놀라 멍하니 바라보았다.“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웠어요. 악당이 갑자기 우리를 향해 공격했어요. 제가 연서 이모를 지켜주느라 막을 손이 없었어요. 악당의 실력이 뛰어나서 경호원도 막지 못했어요.”아람은 경주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몽둥이에 맞는 모습을 떠올렸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목소리까지 쉬었다.“때마침 신 사장님이 달려와서 저를 보호해 줬어요. 신 사장님이 아니면 안에서 응급조치를 받는 사람이 저예요. 할아버지, 제 탓이에요. 제가 반응이 느렸어요. 저를 때리고 욕하세요. 이번엔 신 사장님께 빚을 졌어요.”구만복은 아람이 경주 때문에 비참해진 것을 보자 마음이 너무 아팠다.“아람아...”“바보야, 왜 그렇게 멍청해!”눈가가 촉촉해진 신남준은 급히 아람을 일으켜 세웠다.“너든 경주든, 그 누구가 다쳐도 할아버지는 힘들어할 거야. 안에 누워있는 사람이 너라면, 할아버지는 더 슬프게 울었을 거야!”“할아버지.”아람은 가슴이 뭉클해져 목이 메어 소리를 낼 수 없었다.“소아야, 경주가 지켜준 것 때문에 절대 자책하지 마.”신남준은 아람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두 눈에는 아람에 애석함이 느껴졌다.“저 자식이 3년 내내 너를 실망시키고, 마음을 아프게 했어. 지금 이렇게 된 것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야. 경주가 속죄해야 돼! 불쌍히 여기지 마. 한대 맞아야 정신 차릴 수 있어!”아람은 신남준이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경주는 신남준의 친손자이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있었는데 가슴 아파하지 않을 수 없다.“신 선생!”서 비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신 회장님과 사모님이 오셨어요.”이 말을 듣자 신남준의 표정이 우울해졌다.“알리지 말라고 했잖아.”“지시하신 대로 알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큰일을 숨기기 어렵네요.”서 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경주! 경주는?”신광구가 이쪽으로 걸어오면서
이렇게 된 이상, 구만복은 이렇게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우리 구씨 그룹의 병원은 유씨 그룹과 협력을 맺은 후, 의료 기술은 현재 국내 최고의 병원이에요. 아드님은 이곳에서 국내 최고의 치료를 받으실 거예요. 반드시 위험한 시기를 이겨낼 거예요.”신남준은 입을 삐죽거렸다.‘국내 최고? 우리 신씨 그룹의 병원도 실력이 좋거든! 이 자식이, 틈만 나면 잘난 척하네!’이때, 응급실의 문이 열렸다.국내 최고의 외상성 뇌 손상 전문가 두 명이 나왔다.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자 아람은 긴장했다. 바로 달려가서 묻고 싶었다. 하지만 수많은 감정이 아람의 발목을 잡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선생님! 선생님! 우리 손자의 상태는 어때요?”신광구는 신남준을 부축하여 서둘러 앞으로 다가갔다. 아람은 신남준의 떨리는 다리를 보자 가슴이 갈라질 듯 아팠다.“신 사장님의 상황이 안 좋습니다, 아직 위험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습니다.”의사의 얼굴은 유난히 심각했다.우르릉-마치 벼락이 신씨 가문의 사람에게 강타한 것 같았다. 신남준은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신광구의 얼굴도 창백해졌다.“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신 사장님께서 처음으로 머리에 충격을 받았으면 쉬웠을 겁니다. 하지만 뇌 CT를 촬영해 보니 오래된 부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전에 머리에 충격을 받았었어요. 뇌에 응고된 혈전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습니다.”“오래된, 오래된 부상?”신남준은 믿을 수 없었다.“우리 손자가 금수저를 물고 자랐어. 어떻게 부상을 입을 수 있어? 누가 감히 내 손자를 건드렸어?”아람은 심장이 갑자기 격렬하게 뛰더니 깨달았다. 경주의 아내였을 때, 두통 때문에 침술을 해주었었다. 매번 병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경주는 짜증을 내며 입을 꾹 다물었다.‘머리를 심하게 다쳤었어? L 국에 있을 때 다쳤나? 그래서 두통이 있는 건가?’“지금 혈전이 이동하여 뇌 신경을 누르고 있습니다. 제거하지 않으면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
의사는 땀을 닦았다.“신 사장님은 지금 개두 수술이 필요합니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개두술?”“해! 경주만 살릴 수 있다면 해야지!”신남준은 즉시 결정을 내렸다.“문제는 수술을 바로 시작해야 돼요. 하지만 병원에 이 수술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의사가 없습니다.”신광구는 구만복을 노려보았다.“구 회장님! 방금 내 아들을 꼭 살릴 수 있다고 맹세하지 않았어요? 이제 어떡해요?”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문이 막혔다.“있어요. 왜 없어요?”아람은 담담하게 앞으로 다가갔다.“제가 신 사장님의 수술을 할게요.”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구만복과 구윤까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아람이 의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국경 없는 의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평범한 외상이 아닌 개두술이다. 뇌를 열려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뭐, 뭐라고요?”신광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람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소아야! 너 개두술 할 줄 알아?”신남준의 눈에는 희망이 가득한 빛이 반짝였다.“네, 할아버지.”아람은 억지로 위로의 미소를 지음 앞으로 나아가 신남준의 손을 꽉 잡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어요. 활발한 손자를 꼭 돌려드리겠습니다.”“큰소리치네, 둘째 오빠를 못 살리면 어쩌려고?”신효린은 틈을 타서 비아냥거렸다. 이런 기회는 정말 많지 않았다.아람의 차가운 눈은 찬바람이 스쳐 지나가듯 신효린의 얼굴을 흘겨보았다.“제가 실수하면, 제 머리를 떼어서 배상할게요.”사람들은 말문이 막혔다.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씁쓸하게 웃었다.‘허, 잔인하네.’...이유희는 경주가 입원한 후에야 사고 소식을 들었다.“효정아, 둘재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먼저 집에 데려줄게. 일찍 자. 나 기다리지 마.”이유희는 자상하게 정연이 가져온 붉은색 재킷을 신효정에게 입혀주었다. 옷으로 신효정을 꼭 감싸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신효정이 걱정할까 봐 경주에 대한 말은 회피했다.“둘째 오빠가 왜요?”신효정은 세심
어머니 곁에 서 있는 이소희는 화려한 옷을 입고 공주님처럼 서 있었다.이유희 앞에서 손을 비비고 울며 빌던 모습은 완전히 살아졌다. 음흉한 눈빛은 마치 신효정의 목을 조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엄마, 소개해 줄게요.”이소희는 억지로 웃으며 신효정을 바라봤다.“제가 말씀드렸던 신씨 가문의 넷째 아가씨 신효정이에요. 제 중학교 동창이에요. 이제 오빠의 여자 친구가 되었네요, 하하, 참 우연이죠.”여자 친구라는 말을 듣자 신효정의 가슴이 질린 것 같았다. 얼굴은 빨개지고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극도의 열등감에 사로잡힌 신효정은 본능적으로 이유희의 따뜻한 손을 떼려 했다. 하지만 이유희는 마음을 알아차린 듯 손을 더욱 꽉 잡았다.“이소희, 말 다 했어?”안색이 어두운 이유희의 목소리에 분노가 있었다. 이소희는 어머니가 있는 틈을 타 웃음을 터뜨렸다.“오빠,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왜 화를 내는 거야? 아니면, 넷째 아가씨를 밖에서 애지중지 보살피고, 엄마에게 보여줄 용기가 없는 거야? 오빠도 신효정이 환자라는 것을 알고 싫어하는 거야. 오빠도 신효정이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이소희, 닥쳐!”이유희는 누군가가 자신의 연인을 모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분노로 눈시울을 붉혔다. 뒤에 서 있는 정연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오빠, 화를 내는 꼴을 좀 봐.”이소희는 혀를 차며 웃었다.“내 말에 찔리니 화를 내는 거잖아?”“너랑 말장난할 시간이 없어.”상남자인 이유희는 어머니 앞에서 동생에게 소리를 지를 수 없어 진정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효정아, 정연아, 가자.”“잠깐.”이때 서늘한 표정을 지은 하진영이 입을 열었다. 이유희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차가운 손을 더욱 꽉 잡았다. 하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얼굴에 살짝 미소만 지으며 연인에게 다가갔다. 이 미소에 이유희는 잠시 경계를 풀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 신효정 앞에 다가가자마자 하진영은 매서운 눈빛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짝-“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