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희는 신효정을 데리고 다른 룸으로 갔다.룸 안에는 부잣집 도련님 세 명이 여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유희가 성주에서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다.낯선 남녀들이 서로 껴안고 있는 것을 본 신효정은 얼굴이 체리처럼 붉게 물들었고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룸에 들어오는 것도 거의 유희가 억지로 데려온 것이다.유희가 그녀의 손을 잡고 들어오자 도련님들은 휘파람을 불며 떠들기 시작했다.“아이고! 형수님, 안녕하십니까! 우리 유희 형을 꼬셨다니, 역시 젊어서 좋네요!”당황한 신효정은 빨갰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건…….”유희는 신씨 가문의 아가씨라고 소개하려다가 문득 신경주의 말이 떠올라 급히 말을 바꾸었다.“이건 내 동생이야, 함부로 말하지 마!”“유희야, 형수님의 인형이 너무 비싸지 않아? 1년 기한의 무료권이면 적어도 수천만 원이 들 거고, 매일 오면 1억도 넘을 건데. 형수님의 곰돌이 인형을 찾으려고 그렇게 많이 써? 그 돈으로 인형을 한 트럭 살 수 있겠어!”그들은 여전히 호칭을 바꾸지 않았다.‘이 도련님 주변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로 챙겨주는 여자는 처음이네, 절대 단순한 관계가 아닐 거야!’“내 동생이 그게 젤 좋대. 그건 내 첫사랑이 선물로 사준 거여서 특별한 의미가 있어, 너희들이 뭘 알아?”이 돈밖에 모르는 재벌 2세들이 저속하기 짝이 없는 것 같아 유희는 눈을 흘겼다.“첫, 첫사랑? 우리 새언니 말하는 거예요?”놀란 신효정은 눈을 부릅떴다.“맞아, 내가 너의 새언니를 좋아했었거든. 구아람이 내 첫사랑이야.”유희는 입꼬리를 올리며 당당하게 인정했다.비록 아람에게 비참하게 차였지만 그런 훌륭한 여자를 좋아했다는 것을 영광스럽다고 생각했고, 죽을 때까지 자랑하고 싶었다.그러나 신효정은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렀다.“안돼요! 우리 새언니를 좋아하면 안 되죠! 새언니는 우리 오빠의 사람이에요. 그 누구도 우리 오빠랑 뺏을 수 없어요!”“난…….”“친구
“아! 이 도련님 만세! 도련님 만세!”“대박! 이유희 너무 의리 있어! 난 ACE의 VIP를 가입할 거야!”“VIP를 2년 더 연장할 거야! 이 도련님이 너무 믿음직해!”손님들은 크게 감동하여 흥분했다.정연은 즉시 판매부로부터 오늘 밤 매출액이 개업 이래 최고를 찍었다는 문자를 받았다.유희는 재산도 많고 통도 크지만 생각이 없는 재벌 2세는 아니다.오늘 밤 골든벨을 울리는 것이 호구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호감을 느끼게 했을 뿐만 아니라 ACE의 인기를 끌어주었고 손님들의 소비를 유도했다.이건 정말 1타3피이다.“너, 너무 아까워요.”신효정은 고개를 숙이고 민망한 듯 입술을 오므렸다.“왜? 나 대신 돈 쓰기 아까워하는 거야?”유희는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오늘 밤 신효정을 위해 그는 손님을 혹사하고 돈을 대범하게 썼다.하지만 그는 즐기고 있었고, 심지어 오랜만에 마음의 위안을 얻은 것 같았다.이 여자아이에게 잘해주는 건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 건지 자신을 만족시키는 건지 몰랐다.신효정은 초롱초롱한 눈을 껌벅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재밌네. 내가 만났던 여자들은 모두 돈을 물 쓰듯 써주길 바라던데, 넌 돈 쓰기 아까워하고 있네.”유희는 허리를 돌려 난간에 기대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의 홍조를 띤 얼굴을 힐끗 보더니 섹시한 입술에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왜, 앞으로도 나 대신 돈 관리를 해줄 거야? 꼬마.”그는 취기가 흐려져 말이 좀 애매해졌다.나란히 서 있는 그들은 매우 가까이 있었다.신효정은 그의 말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의 콧김이 내뿜는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붉게 물든 귓전을 감싸고 있어, 편안하고 간지러워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고 소심하게 어깨를 으쓱했다.“제…… 제가 은행도 아닌데, 돈 관리를 해주지 않을 거예요.”“은행만 돈 관리해 주는 게 아니잖아, 우리 프리지아 동생.”가슴이 두근거리는 유희는 미소를 머금고 손을 뻗어 신효정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마음대로 쓸어올렸다. 느낌
“이건 페트뤼스 와이너리의 1998년산 멜롯이네요, 백악관에서 특별히 공급되는 것이에요. 색깔은 짙은 자주색이며 맛은 순수하고 무게감이 느껴져요, 블랙과일, 캐러멜, 모카, 바닐라 향도 느껴지며 탄닌감에 살짝 신맛이 느껴지네요…….”이유희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프리지아가 그림도 그릴 줄 알고 술맛도 잘 아네!’클럽을 몇 년 동안 운영한 그는 F 국과 E 국에 개인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와인 평가 수준은 신효정보다 휠씬 못했다.‘우리 프리지아 동생, 멋진데!’……흥이 깨진 이소희와 신효린은 유희의 룸에 가서 신효정을 끌어내고 한바탕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흑흑…… 소희야, 내가 뭐랬어!”신효린은 화장실에 숨어서 콧물 눈물을 흘리자 속눈썹이 반쯤 떨어졌다.“신효정과 너희 오빠는 분명 단순한 사이가 아니야! 방금 너도 봤잖아, 곰돌이 인형을 찾아주려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동원했어! 너희 오빠가 여자에게 이 정도로 신경 쓴 적이 없잖아! 친동생이 있으면서, 하필 남의 집 동생을 신경 쓰네. 소희야, 넌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더 이상 못 참겠어! 너무 답답해!”그녀는 불쌍한 척하면서 이소희의 감정을 부추기고 있었다.하지만 부추길 필요가 없었다. 이소희는 이미 분노가 치밀어 올라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오빠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이 정도로 신경 써본 적이 없어!”예전에 그녀도 비싼 장난감을 마구 던져놓곤 했다. 하지만 그녀가 인형을 찾지 못해 울부짖을 때마다 유희는 두말없이 그녀에게 더 비싸고 좋은 인형을 사주었다.그래서 오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그 사랑은 오늘 신효정이 받은 것과 비교해 보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유희와 같은 게으르고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고작 신효정의 장난감을 찾아주기 위해 ACE 전체를 뒤졌다.‘생각하지 말자,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둘째 오빠도 집에서 그년을 감싸주고, 지금 이 도련님도 그녀를 신경 써
화려한 불빛이 겹쳐진 두 사람의 그림자에서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신효정의 앙상한 몸은 이유희의 품에서 살짝 떨고 있었다. 비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무고 무구한 분위기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그래서 술기운을 빌어 더 건방지게 굴었다.신효정은 순간 시선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남자는 꼿꼿한 몸으로 그녀를 덮쳤다.나른하고 작은 몸을 소파로 눕혔고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유희의 호흡은 점점 가빠졌지만 공격적은 입술을 떼지 않았고 계속 매달리고 키스했다.이때, 무대 위에 있는 여가수가 섹시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항상 너의 눈을 통해서 보고 싶었어. 가창 거칠었던 최초의 시간을 찾으러 가는걸. 도리어 마지막에 뛰어들게 될 줄 몰랐어. 숲 전체는 평온했어…….”키스에 신효정은 어질어질 해졌고 눈동자가 초롱초롱 했다.“음…….”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남자의 몸 아래서 허리를 비틀며 몸부림쳤다.순간 유희의 몸이 뜨거워나며 눈빛은 욕망으로 붉게 물들어 며칠 굶은 짐승 같았다.비록 취했지만, 머리는 그녀가 가장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일었다.‘친구의 아내를 건들면 안 되고, 친구의 동생도 건들면 안 되는데…….’곧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유희는 아쉬워하며 입술을 떼었고,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 수정처럼 반짝이는 물줄기가 붙어 있었다.“오빠…….”눈빛이 흐리멍덩해진 신효정은 머리가 텅 비었고 말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 키스에 푹 빠지고 말았다.“너의 이론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유희는 취기가 가득 찬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닦았다.“여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야한 것을 좋아한다며?”“날…… 날 괴롭히네.”“넌? 확인했어? 난 뭘로 만들어진 거야?”신효정은 갑자기 너무 졸려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유희는 그녀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다정하게 토닥여주었다.“자, 대답은 내일 해주면 돼.”몇 분 전까지만 해도 덩실덩실 춤을 추던 신효정은 갑자기 얼떨떨해져 잠 들려고 했다.희미
‘친동생?’두 도련님은 서로 쳐다보더니 다시 앉았다.술병에 맞은 사람은 머리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나오는데도 웃으며 말했다.“하하…… 이소희 씨였군요, 실례했습니다!”“오빠!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이유희가 신효정을 안고 있는 것을 본 이소희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너야말로 뭐 하는 거야?”유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엄격하게 물었다.“허, 왜 나한테 따져? 내가 오빠의 모임에 찬물을 끼얹어서 그래? 내가 분위기를 깨서?”화가 난 이소희는 눈시울을 붉혔다.“그가 널 얕잡아 봤으니 때리 건 별문제 없어.”겁에 질린 세 도련님은 머리가 깨져 피가 흘려도 찍소리도 못했다.“근데 내 말을 귀전으로 듣는 거야? 별일 없으면 ACE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 올 거면 미리 나한테 얘기해서 내가 자리를 마련해 준다고 했잖아?”유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아버지처럼 엄격하게 그녀를 혼냈다.“왜 그렇게 말을 안 들어? 왜 계속 속을 썩이는 거야? 이런 어수선한 곳에서 문제라도 생기면, 내가 어떻게 지켜주겠어?”“날 관심하는 척하지 마, 이유희!”이소희는 한 손을 허리에 대고 화를 내며 그를 가리켰다.“인정해, 내가 분위기를 깨서 지금 화내는 거잖아! 신효정은 둘째 오빠의 동생이야, 오빠 몰래 그의 여동생을 건드려? 이유희, 넌 정말 뻔뻔하구나!”“이소희.”유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겁에 질린 이소희는 뒷걸음쳤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희는 단 한 번도 성까지 붙여 부른 적이 없었다. 보아하니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여긴 너랑 상관없으니 당장 집으로 가!”유희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엄격하게 그녀를 쫓았다.“집에 갈 수는 있지만, 오빠도 나랑 같이 가야 돼!”그는 눈을 내리깔고 품에서 꿀잠 자고 있는 신효정을 바라보았다.“난 오늘 집으로 안 가. 까불지 말고 빨리 가.”“뭐? 설마 그녀와…….”날카롭고 높은 이소희의 목소리는 옆 사람의 귀를 아프게 했다.“연아!”유희도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큰 목소리로 불렀다.“네, 도련
구아람은 머리를 말릴 겨를도 없이 잠옷 위에 캐시미어 코트만 입고 머리가 젖은 채 부가티를 몰고 KS 호텔을 향해 질주했다.가는 길에 여러 번 생각하더니 갑자기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신경주는 성주에서 100KM 떨어진 L 시에 출장 갔다.신씨 그룹은 온천 리조트를 지으려고 변교에 부지를 하나 사들였고 현재 공사 중이다.경주와 한무는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프로젝트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공사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진행 상황을 살폈다.한무가 킨 플래시 아래서 설계도를 보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경주는 짜증이 난 듯 눈썹을 찌푸리며 전화를 꺼냈다.화면에 뜬 아람의 이름은 금테를 두른 것과 같이 눈부시게 빛났다.순간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두근거렸고 핸드폰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사, 사모님이네요!”옆에 있는 한무가 흥분하였다.“알아,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 놀라는 거야.”그는 애써 침착한 척을 했지만 마음속으로 빨리 받고 싶었다.그러나 찬바람 속에서 너무 오래 있어 손이 얼었고, 게다가 마음이 들떠서 손가락의 방향을 조절하지 못했다.결국 전화를 끊어버렸다.한무는 소리를 질렀다.“사장님! 왜 사모님의 전화를 끊었어요? 별일 없으면 전화 오지 않을 텐데, 만약 무슨 일이 생겼다면요?”경주도 조금 당황스러워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해버리는 손이 너무 미웠다.다행히 아람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으면 목소리는 조금 갈라졌다.“아이고, 받았네.”아람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말투는 괴상 야릇했다.“너에게서 온 전화인데, 당연히 받지.”경주는 진지하게 말했다.“신 사장님께서 말을 예쁘게 하실 필요는 없어, 우리가 부부생활을 3년이나 했는데,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 내 전화를 끊은 게 처음도 아닌데.”아람은 냉소하였다.어안이 벙벙한 경주는 의아하게 물었다.“내가 언제 전화를 끊었었어? 난 그런 적이 없어.”“됐어, 옛날 일을 따지려고 전화
주차장에서 타이어가 땅에 닿는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임수해는 구아람이 아슬아슬하게 드리프트를 한 것을 보았고 부가티는 검은 물고기처럼 꼬리를 흔들며 안전하게 주차했다.수해는 자랑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아람은 화를 내며 차에서 내렸다.“이유희 그 녀석이 어느 방에 있어?”“펜트하우스의 프레지던트 룸에 있어요.”수해는 걱정스러운 듯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펜트하우스에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이 하나밖에 없어요, 찾아가도 다른 손님들을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알겠어.”그러자 분노가 치밀어오는 아람은 하이힐을 힘껏 내디디며 살벌하게 스위트룸 문 앞에 도착했다.수해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아가씨가 소녀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 간통을 잡으러 온 것 같네.’“카드 긁어.”“네, 아가씨.”수해는 만능 키로 문을 열자 아람이 방문을 걷어찼다. 힘이 너무 세서 문짝에 큰 구멍을 낼 뻔했다.“이유희, 나와!”아람은 기를 단정으로 모으고 사자후를 하는 듯했다.이때, 유희가 소리를 듣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의 검은 앞머리에는 물이 뚝뚝 떨어졌고, 근육이 튼튼한 상체를 드러냈고 하체에는 목욕 타월을 느슨하게 둘렀다.수해는 숨을 들이쉬었다. 걷다가 타월이 떨어져 아가씨의 눈을 더럽힐까 봐 걱정했다.‘참 요염하네, 차라리 술집으로 가서 일할 거지!’“진짜 아람이야?”유희는 목소리를 듣고 그녀라고 생각했지만 확실치 않아 밖으로 나와보니 생각한 것이 맞아서 흥분한 듯 눈을 부릅떴다.“참, 왔으면 얘기하지, 옷이라도 입게.”사악하게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말을 이어갔다.“벗은 것이 입은 것보다 훨씬 예쁘지만.”아람은 화가 나서 피식 웃더니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짝-짝-짝-눈앞이 아른거리더니 맑은 소리가 스위트룸에서 울려 퍼졌다.아람의 동작이 너무 빨라 일시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 이 잘생긴 얼굴은 그녀에게 뺨을 연이어 세 대 맞았다.당황한 유희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화나고 억울한 마음에 입
이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마치 보기 좋은 커플과 같은 신경주와 구아람을 바라보았다.그 말을 피뜩 들으면 별문제 없는 것 같지만, 경주의 눈빛과 쉰 목소리와 어울려 보면 애정을 과시하는 느낌이 들었다.‘아니네, 서로 사랑해야 과시할 거라도 있지, 짝사랑은 그럴 자격이 없어!’유희는 벌거벗은 채 핸드폰을 챙기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아니면 경주의 표정을 찍어 표정이 얼마나 느끼한지 보여주고 싶었다.“그리고, 넌 정말 내 말을 마음에 두지도 않는구나.”경주는 분노가 가득 찬 눈을 내리깔았다.“효정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도 꼭 우리 둘의 화를 돋우어야겠어? 고작 뺨 세 대에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무 적게 때린 것 같아, 만날 때마다 한 대씩 때렸어야 했어.”‘우리…… 둘?’이상한 느낌이 든 아람은 경주가 친한 척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예전에 경주는 자신의 인생과 엮일까 봐 바이러스를 피하는 것처럼 그녀를 피해 다녔다.“신 사장, 말 조심해. 넌 너고, 난 나야, 동일시하지 마.”아람은 냉정한 말을 내뱉은 후 돌아서서 빠르게 침실로 다가갔다.“내 귀가 모욕당한 것 같거든.”경주는 민망한 듯 입술을 오므렸다.“하하하하, 친한 척하다가 망했지? 꼴좋네!”남의 불행을 즐기는 유희는 폭소를 하였다. 경주가 당한 것을 보니 구아람에게 맞은 원한은 모구 갚았다고 생각해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러자, 순간.“악!”경주는 이를 악물고 유희의 복근을 때렸다. 너무 갑작스러워 막을 수 없었던 유희는 영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아팠다.……아람은 재빨리 침실로 다가갔다.늘 침착했던 그녀는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무서운 생각들이 스쳐지나 갔는지 모른다. 심지어 문을 여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장면을 볼까 봐 두려워했다.‘진짜 내가 생각한 대로라면 오늘 밤 이유희를 죽일 거야! 신경주도 날 말리지 못해!’“효정아!”아람이가 문을 열고 뛰쳐들어가는 순간 멍해져 있었다.방 안에는 매우 조용했고 그녀가 생각하던 엉망진창인 장면은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