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는 구아람이 얼마나 날카로운 말들로 공격을 날리던 반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아람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구아람, 난 이소희와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내 동생이라고 생각한 적 없고!” 경주는 다급한 나머지 귀 끝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목소리도 쉬었다. 경주는 항상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아주 조바심이 난 듯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아람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고 점점 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경주를 쳐다보았다. “너희들이 서로 마음이 있든 없든 난 전혀 관심 없어. 네 변명 따위 듣고 싶지도 않고. 그러니까 놔줘, 패션쇼 장에 가봐야 해.” “관심이 없어? 관심이 없으면 왜 그 일을 언급하는데? 저번에 경찰서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말이야!”경주는 이런 상황이 원망스러운 듯 눈시울이 붉어지고 넓은 어깨를 축 떨구었다. “내가 이소희와 같이 있는 게 신경 쓰이는 거면 넌 아직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 너도 분명 나를 못 놓고 있는 거라고!”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라 역겨운 거야, 신경주.” 아람은 경주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천천히 꽉 잡은 경주의 손을 떼어냈다.“만약 처음부터 네 주변에 첫사랑이니, 여동생이니 여자들이 끊기지 않는 걸 알았더라면 너에게 마음 주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너 같은 쓰레기에게서 빠져나온 지금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내가 한때 사랑했던 사란인데 아직도 여기저기 한 다리 걸쳐놓고 다닌다니, 참 한심할 따름이야!” 경주는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고 마시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 같았다. 그리고 오해받은 기분은 이렇듯 억울하고 가슴 쓰린 것이라는 기분을 뼈저리게 느꼈다. 경주는 절절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아람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람은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려 경주를 지나쳐 버렸다. 아람은 아무리 애틋하고 뼈에 사무치게 아팠더라도, 이제는 전부 지난 일이기에 다시
한무가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KS WORLD 호텔이 디자인한 안나 조의 결혼식 현장 사진이 SNS에 공개가 됐습니다! 조회수는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고요!” 신경주가 눈살을 찌푸리고 추궁했다. “어느 매체에서 까발린 건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여진이라는 셀렙입니다!”“별 걸 다 폭로하네. 정말 미친 거 아니야!” 경주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표정도 얼음처럼 싸늘해졌다. “신, 신경주 사장님, 결혼식 현장 사진이 공개됐는데 이게 작은 사모님께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한무가 조마조마해서 물었다. “당연하지. 아니면 그렇게 침착하던 사람이 방금 미친 듯이 달려가지도 않았겠지!” 경주는 구아람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안나 조는 아람과 계약을 체결할 때 결혼식장의 그 어떤 세부 사항도 미리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추가했을 거야. 만일 공개할 시 계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계약 위반이요?! 그렇게 심각하다고요?” “지금 결혼식장 사진이 공개됐으니 KS WORLD 호텔이 계약 위반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일이야. 앞으로 안나 조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은 물론이고 안나도 결혼식의 주최 측을 다시 알아보겠지.” “그러나 이제 더 이상 KS WORLD호텔일 리는 없는 거고.” 경주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의 음흉한 계략에 아람이 지금까지 해온 일은 전부 헛수고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승승장구하던 KS WORLD호텔도 철저히 한 방 먹은 상황이었다. “세상에, 지혜롭고 현명하신 작은 사모님께서는 매사에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하는데 어떻게 현장 사진이 폭로가 된 걸까요?” 경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원래 아람은 경주와 라이벌 관계였기에 KS WORLD호텔에 사고가 난 지금 당연히 기뻐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경주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 “한무, 당장 그 셀렙을 찾아 이 사진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안나 조
구아람은 안인엽을 통해 안나 조가 먼저 쇼장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임수해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이때 안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막 차에 오르고 있었다. 문이 서서히 닫히는 순간, 하얀 한 쌍의 손이 차문을 억지로 붙잡았다. “안나 씨, 화가 많이 나셨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진은 다른 사람에 의해 유출된 겁니다. 저희 KS WORLD호텔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아람은 미친 듯이 달려와 숨을 헐떡였고 이마에는 땀이 가득 맺혔다. 안나 조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 안나는 거의 30년 넘게 연기를 해왔기에 표정과 정서는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했다. 그러므로 안나는 전혀 화가 나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구아람 사장님, 결혼식장 사진이 폭로된 것은 정말 모르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계약을 맺은 관계입니다.” “전 구아람 사장님이 아주 원칙적인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인엽 대표님도 당신을 좋게 보시지도 않았을 거고요.” 이 말을 들은 임수해는 눈앞이 번쩍하여 상황을 만회할 여지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임수해의 생각과는 달리 안나 조는 아람에게 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그렇지만 KS WORLD호텔이 비밀 유지 조치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구아람 씨도 사장으로서 책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유출된 것은 결혼식장 사진이지만 다음에 유출될 것이 고객의 개인자료일 수도 있잖습니까? KS WORLD호텔의 보안 유지 문제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건 변하지 않은 사실이고요. 제 말이 맞죠, 구아람 사장님?” ‘젠장! 안나 이 여자는 정말 태세 전환도 빠르네!’ 임수해는 얼굴이 빨개져 아람을 위해 변명하고 싶었다! 아무리 듣기 싫은 말로 자신을 욕하고 심지어 때려도 임수해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임수해는 아람이 다른 사람에게 의심을 받고 비난당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람은 손을 들어 임수해를 막고 깊은숨을 들이
구아람의 눈빛에는 그림자가 점점 드리워지고 있었다. “허, 재밌네, 감히 내 일을 망치려 들어? 내가 이빨 빠진 호랑이로 보이는 모양이지?” 비록 합작은 무산되었지만 아람은 결코 죄절하지 않았다. 안나 조라는 큰 고객을 잃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호텔의 스파이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가씨, 그럼 이 쿠키는 어쩌죠?” 임수해가 쓸쓸하게 물었다. 아람은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더니 손에 든 상자를 쓰레기통에 깔끔하게 넣어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 “상대방이 받아야 선물이지, 받지 않은 것은 쓰레기에 불과해. 절대 거절당한 선물을 가지고 있을 이유도 없고. 가자.” 아람과 임수해가 떠나간 후, 우뚝 솟은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지하주차장에 나타났다.신경주는 아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었다. “신경주 사장님, 아마 작은 사모님께서 당분간 바빠지실 듯하네요. 스파이를 잡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요.” 한무가 뒤에서 한숨을 쉬었다. 경주는 묵묵히 쓰레기통 앞으로 가서 몸을 숙이더니 더러움도 잊은 채 아람이 버린 상자를 주웠다. “신경주 사장님, 하지 마세요! 더럽잖아요!” 보다 못한 한무가 소리쳤다. ‘줄곧 자존심 강하고 도도하던 사람이 왜 저러는지, 아무리 작은 사모님이 버린 물건이라지만, 줍는 건 너무 하잖아!’ “괜찮아, 어릴 때 안 해본 것도 아니고.” 경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날 주방에서 쿠키를 열심히 만들던 아람을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가자.” 아람은 KS WORLD호텔로 돌아온 루 모든 고위층들과 웨딩 기획팀을 회의실로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안나 조가 합작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듣자 많은 사람들은 분통이 터졌고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생각에 어떤 사람은 심지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람도 그들과 같은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아람은 합작이 무산
다음날, 신씨 그룹이었다.한무가 부랴부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신경주 사장님, 조사하라고 하셨던 거, 아아악!” 한무는 반쯤 말하다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막으려면 이미 늦었다. 한무는 신경주가 책상 앞에 앉아 지저분한 상자에서 느릿느릿 쿠키를 꺼내는 것을 보았다. 콰직- 경주는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입 깨물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신경주 사장님! 안 돼요!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걸 드시다니요!” 한무가 다급하게 말했다. “상자가 더러워졌을 뿐, 쿠키는 깨끗해.” 경주는 또 한입 베어 물었다. ‘정말 맛 좋은 쿠기였지만 아쉽게도 날 위해 만든 것은 아니네.’ 여기까지 생각한 경주는 순간 혀끝이 텁텁하고 목구멍이 막혔다. 당시 구아람은 매일 경주를 위해 내조를 해왔다. 그러나 경주는 소중히 여길 줄 몰랐고 지금은 아람이 쓰레기통에 버린 쿠키를 주워 먹는 신세가 되었다. ‘정말 이게 무슨 짓인지!’ “말해 봐,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경주는 쿠키를 치우며 물었다. “큽, 저의 한바탕 회유와 설득 끝에 그 셀렙은 마침내 중요한 단서를 토해냈어요!” “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 “그 셀렙이 그러는데 누가 디엠으로 안나 조의 결혼식장 사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니 셀렙은 단지 폭로에 사용된 도구일 뿐, 디엠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셀렙도 모른다고 합니다.” “허, 너 퇴근하고 무슨 과외해?” 경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무를 흘겼다. “네?” 한무는 순간 멍해졌다. “쓸데없는 말 늘어놓는 과외라도 듣나 했지.” 경주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번쩍였다. “이게 바로 네가 찾은 단서야? 아직 배후에서 조종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이제 보니 네 월급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해야겠네.” “신경주 사장님, 노여움 가라앉히세요! 전 이미 그 디엠을 보낸 자의 계정을 찾았습니다. 아직 자세하게 조사하기 전 사장님께 먼저 보고 드리러 온 거고요! 지금 바로
한무는 다시 입 닫은 시늉을 했다. “난 지난 3년 동안 아람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어.” 신경주는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아람에게 진 빚,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으면 갚아야지.” 밤이 되었다. 구아람의 호텔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에 구윤과 구진은 수중의 일을 내려놓고 모두 아람의 별장에 달려왔다. 서재에서는 구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아람이 제공한 계정의 사용자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람은 소파에 한가롭게 앉아 구윤과 잔을 부딪히며 와인을 음미하고 있었다. “이봐, 두 사람 좀 너무한 거 아니야?!”구진은 입이 바싹 말라 말했다. “내가 이러려고 급하게 달려온 줄 알아?! 둘만 즐겁게 와인이나 마시고, 너무하잖아! 이렇게 형사를 막 부려먹어도 되는 거야?!” 그러나 아람과 구윤이 전혀 미동이 없었고 구진은 억울하단 듯이 말했다. “그만 마셔, 날 한 모금만 남겨 달라고!” “둘째 오빠, 열심히 단서나 찾아줘요. 그럼 제 지하 창고에 있는 수백 병의 와인들 전부 뇌물로 오빠 드릴게요.” 아람이 웃으며 말했다. “흥! 난 민중의 지팡이야. 어떻게 뇌물 같은 거로 강철 같은 내 의지를 꺾으려 하는 거야!” 구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키보드를 탁탁 두드렸다. “아람, 네 일은 아버지께서도 이미 아셨어.” 구윤이 말했다. “쳇, 좋은 일은 소문도 나지 않더니 나쁜 일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아셨대요? 분명 절 비웃었겠죠?” 아람은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앵두 같은 작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응, 아버지께서는 확실히 널 비웃으셨어.” 구윤은 피식거리며 손을 들어 아람의 뾰로통한 얼굴을 꼬집었다. “아버지께서는 세상에 슬퍼할 일이 그렇게 차고 넘쳐 이까짓 일로 좌절하냐고 그러시더라.” “그리고 안나 조가 내년에 영화 ‘죽음의 행진곡’ 시즌 8을 찍게 될 텐데, 제작사가 아버지의 투자받기를 원한다고 해.” 구윤은 몸을 살짝 뒤로 기대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만약 네
“한밤중에 귀신을 불러들였는걸.” 구윤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농담을 했다. 필경 오늘 밤 아람은 자신이 구윤, 구진과 함께 있으니 신경주가 감히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구윤은 결코 성격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경주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경주 그 나쁜 자식이 감히 제 발로 찾아와? 미친놈, 당장 패버릴 거야!” 구진을 욕설을 내뱉었지만 눈은 컴퓨터 스크린을 떠나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패긴 뭘 패요!” 아람은 고개를 저었고 초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제가 불려들인 귀신이니 제가 돌려보내야죠. 내려가 볼게요.” 아람은 혼자 현관 비디오폰 앞으로 와서 화상 통화를 켰다. 스크린에는 순간 경주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무슨 일로 왔어?” 아람은 눈빛에 아무런 동요도 없이 경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성주에 볼거리가 없나 봐? 왜 자꾸 우리 집 앞을 돌아다니는데?” “아람, 나와 봐. 우리 얘기 좀 해.” 경주는 아람의 조롱은 무시한 채 말했다. “지금 이렇게 말하면 안 돼? 얼굴도, 목소리도 다 보이고 들려.” 경주는 목이 메어왔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앞의 아람이 너무 차갑고 매정하게 느껴졌다. “아람, 장난 그만 치고 나와. 너한테 할 말 있어.” “장난? 내가 장난치는 거로 보여? 지금 너 쫓아내려고 하는 거잖아, 모르겠어?” 아람은 냉랭하게 말했다. “나와, 보고 싶어.” 경주의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마음속 깊숙이 억눌러 두었던 감정을 토로했다. ‘보고 싶다니.’ 아람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 붉은 입술을 오므리고 반쯤 뒤로 물러났다.아람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가볍게 웃었다. 만약 전이었다면 경주의 이 한 마디에 아람은 아마 기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듣기 위해서라면 경주를 위해 뭐든지 기꺼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너
“둘째 오빠, 멋진걸요.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걸 빼면요.” 구아람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빠른 거야. 참, 백신우한테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하지 그랬어? 그가 이쪽 전문이잖아!” “며칠 연락했는데 최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서 감히 방해할 수 없었어요.” “아람, 난 너의 해킹 실력도 백신우 못지않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왜 네가 직접 사진 제공자를 찾지 않은 거야?” 구윤이 약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아람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하암, 귀찮잖아요.” 순간 구윤과 구진은 동시에 침묵하고 말았다. 그리고 구진은 뭔가 아람에게 속은 것 같다는 생각에 약간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아람은 그 SNS 계정을 자세히 훑어보더니 말했다. “허, 참 정의감 넘치는 기자 납셨네.”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갑자기 쓸데없이 남의 결혼식장을 폭로한 거로 봐선 분명 뭔가 더 있어!” “아람, 네 말은 누군가 이 기자한테 시켰단 말이야?” 구윤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군가 사주하거나 돈으로 저 기자를 사들인 거겠죠. 기자들은 모두 다 자기가 맡고 있는 부문이 있어요. 고선정은 사회부 기자이니 상식대로라면 연예부 쪽 이슈는 다루지 않을거 고요.” 아람은 고선정이란 이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고선정, 왜 이 이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순간, 아람은 무언가 뇌를 번쩍 스쳤다. “이 여자 누군지 알겠어요! 고명의 딸이에요.” “고명이 누군데?” 구진이 어리둥절해 물었다.“네가 감옥에 보내버린 그 전임 부사장?” 구윤이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맞아요! 바로 그 사람 딸이에요!” 아람은 전에 고명의 자료에서 고선정이란 이름을 본 적 있었다. “만약 고선정이 사진을 뿌린 거라면 이해는 돼.” “나도 뭔가 이해는 가. 네가 고명을 감옥에 보내버려 그 집안은 패가망신했으니 말이야. 고선정이 아람 너를 사회 뉴스에 내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지덕지해야 할 것 같은데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