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귀신을 불러들였는걸.” 구윤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농담을 했다. 필경 오늘 밤 아람은 자신이 구윤, 구진과 함께 있으니 신경주가 감히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구윤은 결코 성격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경주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경주 그 나쁜 자식이 감히 제 발로 찾아와? 미친놈, 당장 패버릴 거야!” 구진을 욕설을 내뱉었지만 눈은 컴퓨터 스크린을 떠나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패긴 뭘 패요!” 아람은 고개를 저었고 초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제가 불려들인 귀신이니 제가 돌려보내야죠. 내려가 볼게요.” 아람은 혼자 현관 비디오폰 앞으로 와서 화상 통화를 켰다. 스크린에는 순간 경주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무슨 일로 왔어?” 아람은 눈빛에 아무런 동요도 없이 경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성주에 볼거리가 없나 봐? 왜 자꾸 우리 집 앞을 돌아다니는데?” “아람, 나와 봐. 우리 얘기 좀 해.” 경주는 아람의 조롱은 무시한 채 말했다. “지금 이렇게 말하면 안 돼? 얼굴도, 목소리도 다 보이고 들려.” 경주는 목이 메어왔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앞의 아람이 너무 차갑고 매정하게 느껴졌다. “아람, 장난 그만 치고 나와. 너한테 할 말 있어.” “장난? 내가 장난치는 거로 보여? 지금 너 쫓아내려고 하는 거잖아, 모르겠어?” 아람은 냉랭하게 말했다. “나와, 보고 싶어.” 경주의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마음속 깊숙이 억눌러 두었던 감정을 토로했다. ‘보고 싶다니.’ 아람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 붉은 입술을 오므리고 반쯤 뒤로 물러났다.아람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가볍게 웃었다. 만약 전이었다면 경주의 이 한 마디에 아람은 아마 기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듣기 위해서라면 경주를 위해 뭐든지 기꺼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너
“둘째 오빠, 멋진걸요.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걸 빼면요.” 구아람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빠른 거야. 참, 백신우한테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하지 그랬어? 그가 이쪽 전문이잖아!” “며칠 연락했는데 최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서 감히 방해할 수 없었어요.” “아람, 난 너의 해킹 실력도 백신우 못지않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왜 네가 직접 사진 제공자를 찾지 않은 거야?” 구윤이 약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아람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하암, 귀찮잖아요.” 순간 구윤과 구진은 동시에 침묵하고 말았다. 그리고 구진은 뭔가 아람에게 속은 것 같다는 생각에 약간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아람은 그 SNS 계정을 자세히 훑어보더니 말했다. “허, 참 정의감 넘치는 기자 납셨네.”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갑자기 쓸데없이 남의 결혼식장을 폭로한 거로 봐선 분명 뭔가 더 있어!” “아람, 네 말은 누군가 이 기자한테 시켰단 말이야?” 구윤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군가 사주하거나 돈으로 저 기자를 사들인 거겠죠. 기자들은 모두 다 자기가 맡고 있는 부문이 있어요. 고선정은 사회부 기자이니 상식대로라면 연예부 쪽 이슈는 다루지 않을거 고요.” 아람은 고선정이란 이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고선정, 왜 이 이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순간, 아람은 무언가 뇌를 번쩍 스쳤다. “이 여자 누군지 알겠어요! 고명의 딸이에요.” “고명이 누군데?” 구진이 어리둥절해 물었다.“네가 감옥에 보내버린 그 전임 부사장?” 구윤이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맞아요! 바로 그 사람 딸이에요!” 아람은 전에 고명의 자료에서 고선정이란 이름을 본 적 있었다. “만약 고선정이 사진을 뿌린 거라면 이해는 돼.” “나도 뭔가 이해는 가. 네가 고명을 감옥에 보내버려 그 집안은 패가망신했으니 말이야. 고선정이 아람 너를 사회 뉴스에 내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지덕지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밖에서 서 있어? 대체 뭐 하자는 거야? 고육지책을 쓰는 거야? 내가 그런 비겁한 수단에 넘어갈 것 같아?’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아람은 숨을 헐떡 거리며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몇 걸음 못 가 다시 멈춰 섰다.비 내리는 성주의 늦가을은 여름 때와 달라 저녁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기도 한다.‘신경주가 이미 밖에서 서너 시간 동안 서 있었네, 옷도 얇게 입었는데 계속 서 있다가…… 문 앞에서 얼어 죽으면 경찰서에 가서 조사까지 받아야 하잖아, 생각만 해도 귀찮네!’이 생각을 하자 아람은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가서 신경주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는 꺼져 있었다.이런 행위들을 차마 이해할 수가 없었다.경주의 고육지책은 동정심이 아닌 그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그래서 재빨리 현관으로 다가가 커다란 검은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날씬한 여인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본 경주는 너무 오랫동안 빗속에 서 있어 피로와 추위가 겹쳐 환각이 생긴 줄 알았다.아람이가 그의 앞에 도착할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고 설레는 마음에 눈을 부릅떴다.“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언제까지 이럴 건데?”부드러운 목소리로 날카롭고 매섭게 그를 꾸짖고 있었다.“왜 이렇게 적게 입었어, 안 추워?”경주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단추를 풀어 슈트를 그녀에게 입혀주려 했지만, 흠뻑 젖어 있는 옷을 보자 난처하게 동장을 멈추었다.“전화는 왜 꺼놨어?”아람이는 매섭게 물었다.“배터리가 나갔어.”솔직하게 대답하는 경주는 아내에게 혼나고 있는 어리석은 남편 같았다.그러나 왠지 모르게 그녀의 험상궂은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역시 그도 평범한 남자들과 마찬가지였다.“내가 안 나오면 밤새 이렇게 서 있으려고 했어?”“응, 너에게 할 말이 있어.”아람은 분노가 극에 달하여 되레 웃음이 터졌다.“신경주, 왜 계속 나더러 너를 경멸하게 해, 고육지책과 같은 저속한 수단 외에, 다른 고급적인 방법은 없는 거야? 넌 신씨 그룹의
“하하하하하!”이미 마음이 식은 아람은 더 이상 경주 앞에서 얌전한 척할 필요가 없어 아예 고개를 쳐들고 호탕하게 웃었다.“이까짓 일로 내가 기분이 상할 것 같아? 구씨 가문의 딸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다행이네.”경주는 흐뭇해하였다.“이걸 알려주러 온 진짜 목적은 대체 뭔데?”생각할수록 이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해도 경주가 자신을 좋아하게 됐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꼬박 3년 동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수없이 주었는데, 이제서야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는 것 같았다.‘에이, 무슨 이제 와서 그러겠어!’“구아람, 난 너에게 빚을 졌어, 비록 유명무실한 결혼이었지만, 내가…… 잘해주진 못 했잖아.”경주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했다.“그래서 기회만 있다면, 보상해 주고 싶어.”“보상, 좋지.”경주를 바라보는 아람의 깊은 눈은 차가운 동굴과도 같았다.“그럼 약속해, 앞으로 별일 없으면 내 앞에 나타나지 않고, 내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고.”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가슴은 마치 칼로 휘저은 것처럼 아파났고 심장 박동이 곧 멈출 것만 같았다.아람은 담요를 걷고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앞으로 나에게 보상한다는 말은 하지 마. 차라리 신효린을 상대하기 위한 거라고 했더라면 너의 말을 계속 들어주었을 텐데.”비바람을 맞으며 별장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아람을 보니 경주의 마음은 왠지 씁쓸해났다.마음속으로는 주책없이 그녀가 미련이 남았기를 바랐다.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3년 동안 고통을 겪으며 생과부처럼 날 사랑한 구아람이 이런 심정이었구나.’……별장으로 돌아온 아람은 문을 등지고 숨을 힘껏 몰아쉬고 나서야 진정되었다.밖에서 스포츠카 엔진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자 경주가 떠난 것을 알고, 그제야 천천히 침대 옆으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이때, 따뜻한 큰손이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살짝 당황하더니 바로 쓴웃음을 지었다.“오빠, 한밤중에
KS WORLD에 일이 터진 후, 신효린은 정성껏 차려입고 안나 조를 만나러 신씨 호텔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안나는 그녀의 방문에 놀라지 않았고, 심지어 경시하는 태도로 그녀를 맞이하였다.신효린의 옷 입는 스타일, 분위기, 말투 등 방면에서 보면 아람과 하늘과 땅 차이였다.신씨 가문의 아가씨만 아니었다면, 이런 얄팍한 여자와 평생 엮이지 않았을 것이다.“안나 씨, KS WORLD가 계약을 위반하여 결혼식을 그르쳤다는 것을 듣고 너무 마음이 급했어요. KS의 일 처리가 너무 부적절하고 경솔하네요. 고객의 정보를 유출하는 건 매우 아마추어적인 행위예요. 업계에서 반면 교사로 될 것이며 비난받아야 합니다.”신효린은 격분하며 KS WORLD를 깎아내리느라 안나 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처음부터 우리 신씨 호텔을 선택했더라면, 이런 엉망진창인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신효린 씨, 그 말씀은 제가 안목이 없다는 뜻인가요?”안나 조는 홍차를 마시며 웃는 듯 마는 듯했다.“그런 뜻이 아니라…….”신효린의 표정이 굳어졌다.“제가 KS WORLD와 계약을 취소했다고 무조건 신씨 그룹을 선택하는 건 아닙니다. 구 사장님은 훌륭한 경영자예요. 이번 KS가 계약을 위반한 건 사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동업자에게 모함을 당했을 수도 있고요.”이 말을 들은 신효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심코 한 말이겠지만 듣는 사람은 뜻있게 들린다.“하지만 결국 KS 그룹과 계약을 취소했잖아요.”“그건 계약을 체결했으니 계약대로 약속을 지키는 겁니다.”안나 조는 냉정하게 입을 오므렸다.“이 나라에 ‘한담할 때 다른 사람의 비리를 논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효린 씨는 매우 교양이 있는 아가씨이니 이 도리를 잘 아실 겁니다. 더구나 당당한 신씨 그룹이 상대방을 비하하는 식으로 자신을 내세울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신효린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현장 사진이 유출된 일 때문에 구아람
“다른 사람이 너의 언행을 통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 보게 해서는 안 돼, 그건 엄청 위험한 거야.”“알겠어요…… 아버지.”신광구는 핸드폰을 꺼내 경주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화면에는 차가운 표정을 한 남자가 보였다.신효린은 급히 신광구의 팔을 힘껏 끌어안고 부녀의 정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그는 완전히 무시한 채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이에요?”“네 동생이 안나 조와의 협상을 끝 맞혔어, 이제 네가 가서 마무리하면 돼.”신광구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빨리 만나서 계약서를 체결해.”“이미 끝났으니 제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경주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미리 축하해, 구 사장한테서 네가 단번에 출세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빼앗아 왔네. 셋째 동생이 이렇게 능력 있는데, 계약과 같은 중요한 일도 당연히 직접 해야지, 너의 성과를 뺏지 않을 게.”화가 난 신효린은 속이 타들어갔고 눈시울이 붉어졌다.하지만 경주가 나서지 않는다면 해결할 수 없었다.“경주야, 효린이는 네 동생이야, 이렇게까지 한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을 텐데, 오빠로서 한번 도와주면 안 돼?”나지막하게 말하는 신광구의 얼굴에는 성난 기색이 보였다.“일이 어떻게 되든 모두 효린이의 책임이에요. 어려움은 같이 겪고 행복은 독차지하겠다는 일은 이 세상에 없거든요.”신광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신경주!”“정말 이 일을 해결하고 싶다면 직접 나서세요. 신씨 그룹 회장님의 체면으로 연예인 한 명을 해결하지 못하겠어요?”말을 마치자 화면이 꺼졌다.경주가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이씨 가문에서도 문제가 생겼다.이씨 가문의 사모님은 줄곧 윤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와 주얼리 자선 경매 행사를 경쟁하고 있다. 이미 안인엽 측 사람과 얘기를 거의 끝마쳤지만, 어제 최종 윤씨 가문을 선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칠 동안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서 마음이 우울해져 입맛조차 잃었다.이 모든 것을 지켜본 이소희는 너무 원망스러웠다.‘안인엽이 갑자기 마음을 바꾼
그날, 이유희의 품에서 빠져나온 후 집으로 돌아온 신효정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자세히 보니 팔꿈치가 크게 까져 피에서 고름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따끔함에 이를 악물었고 하마터면 울 뻔했다.몰래 뛰쳐나간 것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 약 상자를 찾아 간단히 처리한 후, 불쌍하게 곰돌이 인형을 안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지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비몽사몽간에 많은 일들을 떠올렸다.더러운 화장실에서 점심을 먹도록 강요당한 일, 이소희의 지시를 받은 남학생들이 자신을 번쩍 들고 쓰레기통에 버린 일, 책가방 속에 죽은 쥐가 있었던 일, 제일 좋아하는 소설책을 이소희가 산산조각 낸 일, 그리고 음악 교실에 있던 피아노…… 그것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악몽이었다. ‘이소희, 이유희. 오빠가 정말 그녀의 친오빠야?’신효정의 하얗고 수척한 얼굴에는 눈물 자국을 가득 메우고 두 손으로 이불을 꽉 잡고 날 밝을 때까지 울음을 꾹 참았다.비록 심리적 질병을 앓고 있지만 아예 생각이 없는 바보는 아니다.유희가 이소희의 오빠라고 해도, 여전히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다. 그가 없었더라면 이미 교통사고로 죽었을 것이다.그래서 오후에 조용히 부엌으로 가서 온라인 튜토리얼에 따라 블루베리 무스 케이크를 만들었다. 자신의 작은 성의를 이유희에게 전달해 달라고 둘째 오빠인 신경주에게 부탁하고 싶었다.케이크를 다 만들고 나서 냉장고에 넣은 신효정은 만족스러운 듯 작은 손을 툭툭 치며 방으로 다가갔다.방문을 열자, 여유만만하던 표정이 순간 굳어지면서 허겁지겁 뒤로 물러섰다.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신효린이 활짝 웃으며 신효정을 보고 있었다.그 눈빛은 머리털을 곤두서게 했다.“언니를 봤는데 인사도 안 해?”신효린은 새로 만든 금빛 네일을 튕기며 말했다.“넌 바보지 벙어리는 아니잖아?”“언, 언니…….”신효정은 나지막한 소리로 우물거렸다.“오늘 밤 언니랑 같이 놀러 가는 건 어때?”신효린은 그녀를 향해 활짝 웃었다.“아, 아니야, 언
“전 신씨 가문의 넷째 아가씨예요! 저도 신 회장님의 딸이라고요! 왜 신효린은 당신들을 명령할 수 있는데 난 안 되는 거죠? 빨리 가서 차 대기시켜요!”사색이 된 집사는 차를 대기시키러 갔다.……어둠이 내리자 화려한 불빛이 반짝였다.ACE 클럽의 최고급 럭셔리룸에서 이소희는 성주의 몇몇 부잣집 도련님과 술잔을 주고받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평소 사치스럽고 안일하게 지내던 숙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고 조폭의 맏언니처럼 보였다.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Y 국으로 유학 간 그녀는 성주에 친구가 별로 없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중학교 때같이 어울려 놀던 무리의 사람들이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소희의 사주를 받아 신효정을 괴롭힌 적이 있다.“신효정은 지금 어떻게 지내? 졸업 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네, 신씨 그룹의 아가씨로서 너무 겸손한 거 아니야?”“우리 엄마한테 들었는데, 머리에 문제 생겨서 신 사모님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진짜? 어쩐지 중학교 때부터 어리바리해 보이더니, 진짜 바보였구나!”“에이, 바보라니, 예의가 없네.”이소희는 하얀 다리를 꼬고 빨간 입술로 담배를 빨더니 담배 연기로 도넛 모양을 만들어 내뿜었다.“그걸 자폐증이라고 하는 거야.”“아, 그래도 바보잖아, 하하하하!”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하였다.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은 이소희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이때, 문이 열렸다.신효린은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왔다.신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룸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괜찮아, 편하게 해. 효린 언니는 우리 편이야.”이소희가 나른하게 손가락 짓을 하자 부잣집 도련님은 즉시 재떨이를 들고 담뱃재를 털도록 시중을 들었다.이 장면을 본 신효린은 깜짝 놀랐다.착하고 순진한 척하는 데는 김은주가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이소희가 청순하고 귀여운 척을 하는 것도 이미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이유희가 평소에 점잖고 우아한 여동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