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람의 눈빛에는 그림자가 점점 드리워지고 있었다. “허, 재밌네, 감히 내 일을 망치려 들어? 내가 이빨 빠진 호랑이로 보이는 모양이지?” 비록 합작은 무산되었지만 아람은 결코 죄절하지 않았다. 안나 조라는 큰 고객을 잃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호텔의 스파이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가씨, 그럼 이 쿠키는 어쩌죠?” 임수해가 쓸쓸하게 물었다. 아람은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더니 손에 든 상자를 쓰레기통에 깔끔하게 넣어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 “상대방이 받아야 선물이지, 받지 않은 것은 쓰레기에 불과해. 절대 거절당한 선물을 가지고 있을 이유도 없고. 가자.” 아람과 임수해가 떠나간 후, 우뚝 솟은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지하주차장에 나타났다.신경주는 아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었다. “신경주 사장님, 아마 작은 사모님께서 당분간 바빠지실 듯하네요. 스파이를 잡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요.” 한무가 뒤에서 한숨을 쉬었다. 경주는 묵묵히 쓰레기통 앞으로 가서 몸을 숙이더니 더러움도 잊은 채 아람이 버린 상자를 주웠다. “신경주 사장님, 하지 마세요! 더럽잖아요!” 보다 못한 한무가 소리쳤다. ‘줄곧 자존심 강하고 도도하던 사람이 왜 저러는지, 아무리 작은 사모님이 버린 물건이라지만, 줍는 건 너무 하잖아!’ “괜찮아, 어릴 때 안 해본 것도 아니고.” 경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날 주방에서 쿠키를 열심히 만들던 아람을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가자.” 아람은 KS WORLD호텔로 돌아온 루 모든 고위층들과 웨딩 기획팀을 회의실로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안나 조가 합작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듣자 많은 사람들은 분통이 터졌고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생각에 어떤 사람은 심지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람도 그들과 같은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아람은 합작이 무산
다음날, 신씨 그룹이었다.한무가 부랴부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신경주 사장님, 조사하라고 하셨던 거, 아아악!” 한무는 반쯤 말하다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막으려면 이미 늦었다. 한무는 신경주가 책상 앞에 앉아 지저분한 상자에서 느릿느릿 쿠키를 꺼내는 것을 보았다. 콰직- 경주는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입 깨물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신경주 사장님! 안 돼요!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걸 드시다니요!” 한무가 다급하게 말했다. “상자가 더러워졌을 뿐, 쿠키는 깨끗해.” 경주는 또 한입 베어 물었다. ‘정말 맛 좋은 쿠기였지만 아쉽게도 날 위해 만든 것은 아니네.’ 여기까지 생각한 경주는 순간 혀끝이 텁텁하고 목구멍이 막혔다. 당시 구아람은 매일 경주를 위해 내조를 해왔다. 그러나 경주는 소중히 여길 줄 몰랐고 지금은 아람이 쓰레기통에 버린 쿠키를 주워 먹는 신세가 되었다. ‘정말 이게 무슨 짓인지!’ “말해 봐,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경주는 쿠키를 치우며 물었다. “큽, 저의 한바탕 회유와 설득 끝에 그 셀렙은 마침내 중요한 단서를 토해냈어요!” “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 “그 셀렙이 그러는데 누가 디엠으로 안나 조의 결혼식장 사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니 셀렙은 단지 폭로에 사용된 도구일 뿐, 디엠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셀렙도 모른다고 합니다.” “허, 너 퇴근하고 무슨 과외해?” 경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무를 흘겼다. “네?” 한무는 순간 멍해졌다. “쓸데없는 말 늘어놓는 과외라도 듣나 했지.” 경주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번쩍였다. “이게 바로 네가 찾은 단서야? 아직 배후에서 조종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이제 보니 네 월급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해야겠네.” “신경주 사장님, 노여움 가라앉히세요! 전 이미 그 디엠을 보낸 자의 계정을 찾았습니다. 아직 자세하게 조사하기 전 사장님께 먼저 보고 드리러 온 거고요! 지금 바로
한무는 다시 입 닫은 시늉을 했다. “난 지난 3년 동안 아람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어.” 신경주는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아람에게 진 빚,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으면 갚아야지.” 밤이 되었다. 구아람의 호텔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에 구윤과 구진은 수중의 일을 내려놓고 모두 아람의 별장에 달려왔다. 서재에서는 구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아람이 제공한 계정의 사용자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람은 소파에 한가롭게 앉아 구윤과 잔을 부딪히며 와인을 음미하고 있었다. “이봐, 두 사람 좀 너무한 거 아니야?!”구진은 입이 바싹 말라 말했다. “내가 이러려고 급하게 달려온 줄 알아?! 둘만 즐겁게 와인이나 마시고, 너무하잖아! 이렇게 형사를 막 부려먹어도 되는 거야?!” 그러나 아람과 구윤이 전혀 미동이 없었고 구진은 억울하단 듯이 말했다. “그만 마셔, 날 한 모금만 남겨 달라고!” “둘째 오빠, 열심히 단서나 찾아줘요. 그럼 제 지하 창고에 있는 수백 병의 와인들 전부 뇌물로 오빠 드릴게요.” 아람이 웃으며 말했다. “흥! 난 민중의 지팡이야. 어떻게 뇌물 같은 거로 강철 같은 내 의지를 꺾으려 하는 거야!” 구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키보드를 탁탁 두드렸다. “아람, 네 일은 아버지께서도 이미 아셨어.” 구윤이 말했다. “쳇, 좋은 일은 소문도 나지 않더니 나쁜 일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아셨대요? 분명 절 비웃었겠죠?” 아람은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앵두 같은 작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응, 아버지께서는 확실히 널 비웃으셨어.” 구윤은 피식거리며 손을 들어 아람의 뾰로통한 얼굴을 꼬집었다. “아버지께서는 세상에 슬퍼할 일이 그렇게 차고 넘쳐 이까짓 일로 좌절하냐고 그러시더라.” “그리고 안나 조가 내년에 영화 ‘죽음의 행진곡’ 시즌 8을 찍게 될 텐데, 제작사가 아버지의 투자받기를 원한다고 해.” 구윤은 몸을 살짝 뒤로 기대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만약 네
“한밤중에 귀신을 불러들였는걸.” 구윤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농담을 했다. 필경 오늘 밤 아람은 자신이 구윤, 구진과 함께 있으니 신경주가 감히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구윤은 결코 성격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경주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경주 그 나쁜 자식이 감히 제 발로 찾아와? 미친놈, 당장 패버릴 거야!” 구진을 욕설을 내뱉었지만 눈은 컴퓨터 스크린을 떠나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패긴 뭘 패요!” 아람은 고개를 저었고 초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제가 불려들인 귀신이니 제가 돌려보내야죠. 내려가 볼게요.” 아람은 혼자 현관 비디오폰 앞으로 와서 화상 통화를 켰다. 스크린에는 순간 경주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무슨 일로 왔어?” 아람은 눈빛에 아무런 동요도 없이 경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성주에 볼거리가 없나 봐? 왜 자꾸 우리 집 앞을 돌아다니는데?” “아람, 나와 봐. 우리 얘기 좀 해.” 경주는 아람의 조롱은 무시한 채 말했다. “지금 이렇게 말하면 안 돼? 얼굴도, 목소리도 다 보이고 들려.” 경주는 목이 메어왔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앞의 아람이 너무 차갑고 매정하게 느껴졌다. “아람, 장난 그만 치고 나와. 너한테 할 말 있어.” “장난? 내가 장난치는 거로 보여? 지금 너 쫓아내려고 하는 거잖아, 모르겠어?” 아람은 냉랭하게 말했다. “나와, 보고 싶어.” 경주의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마음속 깊숙이 억눌러 두었던 감정을 토로했다. ‘보고 싶다니.’ 아람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 붉은 입술을 오므리고 반쯤 뒤로 물러났다.아람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가볍게 웃었다. 만약 전이었다면 경주의 이 한 마디에 아람은 아마 기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듣기 위해서라면 경주를 위해 뭐든지 기꺼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너
“둘째 오빠, 멋진걸요.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걸 빼면요.” 구아람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빠른 거야. 참, 백신우한테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하지 그랬어? 그가 이쪽 전문이잖아!” “며칠 연락했는데 최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서 감히 방해할 수 없었어요.” “아람, 난 너의 해킹 실력도 백신우 못지않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왜 네가 직접 사진 제공자를 찾지 않은 거야?” 구윤이 약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아람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하암, 귀찮잖아요.” 순간 구윤과 구진은 동시에 침묵하고 말았다. 그리고 구진은 뭔가 아람에게 속은 것 같다는 생각에 약간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아람은 그 SNS 계정을 자세히 훑어보더니 말했다. “허, 참 정의감 넘치는 기자 납셨네.”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갑자기 쓸데없이 남의 결혼식장을 폭로한 거로 봐선 분명 뭔가 더 있어!” “아람, 네 말은 누군가 이 기자한테 시켰단 말이야?” 구윤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군가 사주하거나 돈으로 저 기자를 사들인 거겠죠. 기자들은 모두 다 자기가 맡고 있는 부문이 있어요. 고선정은 사회부 기자이니 상식대로라면 연예부 쪽 이슈는 다루지 않을거 고요.” 아람은 고선정이란 이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고선정, 왜 이 이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순간, 아람은 무언가 뇌를 번쩍 스쳤다. “이 여자 누군지 알겠어요! 고명의 딸이에요.” “고명이 누군데?” 구진이 어리둥절해 물었다.“네가 감옥에 보내버린 그 전임 부사장?” 구윤이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맞아요! 바로 그 사람 딸이에요!” 아람은 전에 고명의 자료에서 고선정이란 이름을 본 적 있었다. “만약 고선정이 사진을 뿌린 거라면 이해는 돼.” “나도 뭔가 이해는 가. 네가 고명을 감옥에 보내버려 그 집안은 패가망신했으니 말이야. 고선정이 아람 너를 사회 뉴스에 내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지덕지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밖에서 서 있어? 대체 뭐 하자는 거야? 고육지책을 쓰는 거야? 내가 그런 비겁한 수단에 넘어갈 것 같아?’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아람은 숨을 헐떡 거리며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몇 걸음 못 가 다시 멈춰 섰다.비 내리는 성주의 늦가을은 여름 때와 달라 저녁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기도 한다.‘신경주가 이미 밖에서 서너 시간 동안 서 있었네, 옷도 얇게 입었는데 계속 서 있다가…… 문 앞에서 얼어 죽으면 경찰서에 가서 조사까지 받아야 하잖아, 생각만 해도 귀찮네!’이 생각을 하자 아람은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가서 신경주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는 꺼져 있었다.이런 행위들을 차마 이해할 수가 없었다.경주의 고육지책은 동정심이 아닌 그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그래서 재빨리 현관으로 다가가 커다란 검은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날씬한 여인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본 경주는 너무 오랫동안 빗속에 서 있어 피로와 추위가 겹쳐 환각이 생긴 줄 알았다.아람이가 그의 앞에 도착할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고 설레는 마음에 눈을 부릅떴다.“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언제까지 이럴 건데?”부드러운 목소리로 날카롭고 매섭게 그를 꾸짖고 있었다.“왜 이렇게 적게 입었어, 안 추워?”경주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단추를 풀어 슈트를 그녀에게 입혀주려 했지만, 흠뻑 젖어 있는 옷을 보자 난처하게 동장을 멈추었다.“전화는 왜 꺼놨어?”아람이는 매섭게 물었다.“배터리가 나갔어.”솔직하게 대답하는 경주는 아내에게 혼나고 있는 어리석은 남편 같았다.그러나 왠지 모르게 그녀의 험상궂은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역시 그도 평범한 남자들과 마찬가지였다.“내가 안 나오면 밤새 이렇게 서 있으려고 했어?”“응, 너에게 할 말이 있어.”아람은 분노가 극에 달하여 되레 웃음이 터졌다.“신경주, 왜 계속 나더러 너를 경멸하게 해, 고육지책과 같은 저속한 수단 외에, 다른 고급적인 방법은 없는 거야? 넌 신씨 그룹의
“하하하하하!”이미 마음이 식은 아람은 더 이상 경주 앞에서 얌전한 척할 필요가 없어 아예 고개를 쳐들고 호탕하게 웃었다.“이까짓 일로 내가 기분이 상할 것 같아? 구씨 가문의 딸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다행이네.”경주는 흐뭇해하였다.“이걸 알려주러 온 진짜 목적은 대체 뭔데?”생각할수록 이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해도 경주가 자신을 좋아하게 됐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꼬박 3년 동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수없이 주었는데, 이제서야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는 것 같았다.‘에이, 무슨 이제 와서 그러겠어!’“구아람, 난 너에게 빚을 졌어, 비록 유명무실한 결혼이었지만, 내가…… 잘해주진 못 했잖아.”경주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했다.“그래서 기회만 있다면, 보상해 주고 싶어.”“보상, 좋지.”경주를 바라보는 아람의 깊은 눈은 차가운 동굴과도 같았다.“그럼 약속해, 앞으로 별일 없으면 내 앞에 나타나지 않고, 내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고.”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가슴은 마치 칼로 휘저은 것처럼 아파났고 심장 박동이 곧 멈출 것만 같았다.아람은 담요를 걷고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앞으로 나에게 보상한다는 말은 하지 마. 차라리 신효린을 상대하기 위한 거라고 했더라면 너의 말을 계속 들어주었을 텐데.”비바람을 맞으며 별장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아람을 보니 경주의 마음은 왠지 씁쓸해났다.마음속으로는 주책없이 그녀가 미련이 남았기를 바랐다.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3년 동안 고통을 겪으며 생과부처럼 날 사랑한 구아람이 이런 심정이었구나.’……별장으로 돌아온 아람은 문을 등지고 숨을 힘껏 몰아쉬고 나서야 진정되었다.밖에서 스포츠카 엔진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자 경주가 떠난 것을 알고, 그제야 천천히 침대 옆으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이때, 따뜻한 큰손이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살짝 당황하더니 바로 쓴웃음을 지었다.“오빠, 한밤중에
KS WORLD에 일이 터진 후, 신효린은 정성껏 차려입고 안나 조를 만나러 신씨 호텔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안나는 그녀의 방문에 놀라지 않았고, 심지어 경시하는 태도로 그녀를 맞이하였다.신효린의 옷 입는 스타일, 분위기, 말투 등 방면에서 보면 아람과 하늘과 땅 차이였다.신씨 가문의 아가씨만 아니었다면, 이런 얄팍한 여자와 평생 엮이지 않았을 것이다.“안나 씨, KS WORLD가 계약을 위반하여 결혼식을 그르쳤다는 것을 듣고 너무 마음이 급했어요. KS의 일 처리가 너무 부적절하고 경솔하네요. 고객의 정보를 유출하는 건 매우 아마추어적인 행위예요. 업계에서 반면 교사로 될 것이며 비난받아야 합니다.”신효린은 격분하며 KS WORLD를 깎아내리느라 안나 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처음부터 우리 신씨 호텔을 선택했더라면, 이런 엉망진창인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신효린 씨, 그 말씀은 제가 안목이 없다는 뜻인가요?”안나 조는 홍차를 마시며 웃는 듯 마는 듯했다.“그런 뜻이 아니라…….”신효린의 표정이 굳어졌다.“제가 KS WORLD와 계약을 취소했다고 무조건 신씨 그룹을 선택하는 건 아닙니다. 구 사장님은 훌륭한 경영자예요. 이번 KS가 계약을 위반한 건 사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동업자에게 모함을 당했을 수도 있고요.”이 말을 들은 신효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심코 한 말이겠지만 듣는 사람은 뜻있게 들린다.“하지만 결국 KS 그룹과 계약을 취소했잖아요.”“그건 계약을 체결했으니 계약대로 약속을 지키는 겁니다.”안나 조는 냉정하게 입을 오므렸다.“이 나라에 ‘한담할 때 다른 사람의 비리를 논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효린 씨는 매우 교양이 있는 아가씨이니 이 도리를 잘 아실 겁니다. 더구나 당당한 신씨 그룹이 상대방을 비하하는 식으로 자신을 내세울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신효린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현장 사진이 유출된 일 때문에 구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