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람은 비록 나타나지 않았지만 호텔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부 꿰뚫고 있었다. “아가씨, 신경주 사장님과 윤씨 가문 넷째 도련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임수해는 손끝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누르고 등을 돌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경주와 윤유성은 등을 꼿꼿이 펴고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날 만나? 허, 날 무슨 일로 만나는데?” “아가씨, 아마 신경주 사장님과 윤유성 씨는 오늘 아가씨를 뵙지 않으면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경비원들을 불러 저들을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임수해는 경주와 윤유성의 확고한 태도에 난처하단 듯이 말했다. “그들에게 무슨 일로 날 찾냐고 물어라.” 아람은 냉랭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아가씨께서 당신들이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냐고 물으십니다.” 임수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 감사의 의미로 구아람 씨께 간단한 식사를 대접하려고 합니다.” 윤유성은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슬쩍 올렸다. “지난번 사인받은 앨범은 이미 저의 어머니께 전해드렸습니다. 아주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사의 의미로 구아람 씨께 밥 한 끼를 대접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요.” 말하면서 윤유성은 싸늘한 눈빛으로 경주를 슬쩍 흘겼다. 윤유성은 아람이 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이유라면 아람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게다가 윤유성은 아람이 결코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에 그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경주보다 못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임수해는 윤유성의 말을 듣고 경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경주는 담담하게 말했다.“공적인 일입니다.” 윤유성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아람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임수해에게 분부했다. “신경주 사장님을 모셔오거라.” 순간 윤유성과 임수해는 모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경주는 조각한 듯이 우아한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띄었다. 경주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샘솟았
“아가씨께서 들어오시랍니다.” 임수해는 마치 신경주와 가까이 있으면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는 것처럼 멀찌감치 서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저의 아가씨께서 너무 착하신 것뿐이니까요. 만일 저였다면 당신을 야구 방망이로 때려 쫓아냈을 겁니다.” 말이 끝나자 임수해는 몸을 돌려 떠났다. 경주는 한숨을 내쉬며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KS WORLD 호텔의 주방은 너무 스테인리스 스틸 실버와 순백 두 가지 색상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마치 무균 식품 생산업장처럼 너무 깨끗했다.뿐만 아니라 공간은 매우 조용했는데 경주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숨소리뿐이었다. 주방의 한 모퉁이를 돌자 경주는 스테인리스 스틸 조작대 옆에 가늘고 아름다운 구아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넓고 큰 조작대는 그 가냘픈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오늘 아람은 또 한번 경주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아람은 순백의 조리복을 입고 머리칼은 전부 위생모자로 가렸으며 입과 코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왼손에는 핑크빛이 감도는 반죽이 들려 있었는데 오른손으로 가위를 잡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반죽을 조각하고 있었다. 아람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경주가 들어온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때 경주는 문득 오씨 아줌마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드신 그 쿠키들은 밖에서 산 것도 아니고 셰프가 만든 것도 아닙니다. 전부 작은 사모님께서 직접 만든 것입니다! 셰프님도 그러는데 작은 사모님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랍니다.” “도련님께서 맛있게 드신 그 쿠키 하나에도 작은 사모님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으셨는지 압니까? 하루 종일 주방에만 틀어박혀 지내시고 허리가 뻐근해도 파스만 붙이며 고통을 참으셨습니다.” 순간 경주는 눈이 파르르 떨려왔고 가슴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었다. 이건 경주가 처음으로 아람이 요리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지난 3년, 천여 일의 시간 동안 아람은 줄곧 이렇게 지내
구아람은 아름다운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들더니, 순간 신경주의 단단한 가슴을 힘껏 밀면서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뒷걸음질 치더니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 있던 냉장고의 문에 부딪혔다. 아람은 숨이 가빠졌고 당황하여 심란한 가운데, 얼굴은 살짝 붉은빛을 띄었고 옥처럼 맑은 이마에는 영롱한 땀방울이 맺혔다. 투명한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아람은 여전히 경주의 입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젠장! 왜 이렇게 된 거야.’ 아람은 얼굴이 붉어졌고 숨을 헐떡이며 화가 난 듯 얼른 마스크를 벗어 땅에 내팽개쳤다. ‘못 쓰겠어. 더러워!’ 경주는 늘씬하고 단단한 몸을 느릿느릿 털고 일어나 조리대의 가장자리에 기대고 있었다. 경주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눈썹을 약간 찡그렸고 방금 배불리 식사를 마친 짐승처럼 입을 오므리고 있었다. 경주는 겉으로는 비록 아주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사실 지금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안 아파, 등?” 경주는 눈빛이 흐리멍덩했는데 분명 방금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경주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썰렁한 말투로 물었다. “너랑 무슨 상관이야!” 아람은 방금 쿠키를 먹어버린 경주에게 화가 나 이를 악물고 말했다. “신경주, 누가 너더러 먹으래?! 내가 오후 내내 만든 건데, 널 먹이려던 게 아니란 말이야!” “난 네가 만든 쿠키를 못 먹은 지 너무 오래되어 그냥 먹어보고 싶었을 뿐이야. 전에 네가 자주 만들어 줬었잖아.” 경주는 식탐이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평소 바쁠 때면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람이 이렇게 열심히 만든 쿠키를 보니, 경주는 마음이 근질근질하여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홀랑 집어먹었다. 뿐만 아니라 경주는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아람의 쿠키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 옛날은 옛날일 뿐이고 지금은 지금이잖아!” 아람의 눈빛에는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
“진주는 교활한 여자니 네가 그들을 상대할 계획을 미리 세우길 바라는 것뿐이야.” 순간 구아람의 구슬 같은 눈동자는 움츠러들었다. “난 할 말 다 했으니, 볼 일 봐.” 신경주는 그윽한 눈빛으로 아람의 뒷모습을 한 번 보더니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신경주, 잠깐만.” 아람이 갑자기 경주를 불렀다. 순간 경주는 가슴이 쿵- 하여 얼른 몸을 돌렸다.“왜 이런 걸 나한테 알려주는 건데? 내가 알기로 넌 대의를 돌보지 않는 사람은 아니야. 신씨 가문의 누가 안나 조의 이 프로젝트를 따내든지 모두 신씨 호텔에 도움이 되는 건 똑같아. 그리고 신씨 호텔의 영향력과 평판을 높이는 게 네가 요즘 계속 추진하고 있던 일 아니야?” 아람은 의심스러운 듯 천천히 경주를 훑어보며 말했다.“그런데 대체 지금 왜 이러는 거야?” “난 네가 이기길 원하거든.” 경주는 아람의 눈빛을 응시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진지하게 말했다. “왜 굳이 내가 이기길 원하는데?” “하루 부부의 정은 백일 간다고 하잖아.” 순간 아람은 비웃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3년 간의 결혼생활 동안 넌 나에게 한 번도 정을 준 적 없어. 그런데 이혼했더니 갑자기 그런 정이 생겨? 신경주 사장, 너 지금 장난해?” “당장 나가. 배웅은 안 해!” 경주는 답답한 듯 마른기침을 한 번 했는데, 순간 아까 먹은 쿠키가 목구멍에 메어 숨을 쉬기 어려운 것 같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이씨 가문이었다.이소희는 오늘 저녁 신효린에게 전화를 걸어 중요한 일이 있으니 자신의 집에 오라고 초대했다. 두 사람은 이소희의 개인 피아노 연습실에 들어가 문을 꼭 닫았다. “소희야, 이 시간에 할 말이 뭐야?” 신효린이 궁금해서 물었다. “KS WORLD호텔이 안나 조와 협업한다는 소식을 발표한 지 5일이나 지났습니다. 구아람 그 천한 년을 상대할 방법은 찾긴 한 겁니까?” 이소희가 팔짱을 끼고 훈화하듯이 물었다. 신효린은 모두에게 떠받들여 곱게 자란 부잣집 딸이었기에 평소 진주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안나 조의 결혼식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구아람은 안나 조의 의견에 따라 끊임없이 결혼식 기획안을 수정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상황을 감독하고 각종 물건, 경비, 인원 등 중요한 문서들을 확인하고 심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심지어 가장 바쁠 때에는 세 시간밖에 자지 못할 날도 있었다. 그러나 아람은 오히려 목적이 있고 그에 대한 보상이 있다면 바쁠수록 더욱 활기차고 즐거웠다. 오전의 미팅을 마친 아람은 사무실에 앉아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때 임수해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아람에게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아람의 이런 열정적인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띄었다. “아가씨, 일하시면서 밥 먹으면 위에 안 좋아요.” “안 돼, 시간이 없어. 오후에 참석할 행사가 있어.” 아람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시선은 서류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 스케줄은 왜 이렇게 꽉 찬 겁니까?! 원래 오후에 모처럼 시간 나시는 것 같아 긴장 좀 푸시라고 스파를 준비해 드렸는데 말이에요.” 임수해가 속상하단 듯이 말했다. “안나 조의 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이야기하자. 지금 일 때문에 긴장을 풀 여유가 없어.” 아람은 커피잔을 들고 예리하게 눈을 치켜들었다. “요 며칠 신효린과 진주 쪽에 별다른 인기척은 없어?” “전 줄곧 그쪽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너무 조용합니다. 파리조차도 날리지 않는 것 같아요.” 임수해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말했다. “어쨌든 우리 쪽도 최근 아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그들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미 포기한 게 아닐까요?” 아람은 신경주가 지난번 했던 말을 계속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항상 경각심을 늦추지 않는 게 좋아.” “신효린이 어떻게 신경주의 손에서 뺏은 기회인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신광구에게 이 상황을 설명할 건데? 절대 그렇게 가만있진 않을 거야.”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건 그렇다 치고 저들이 안나 조보다 더 뒷순서에 있다니! 지들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난 한 장도 안 찍었어. 저런 가치 없는 사람들이 내 카메라 메모리를 차지하게 하고 싶진 않거든!” “신효린은 신씨 가문의 딸이고 이소희도 ‘성주의 황제’ 이유희의 친여동생이야. 그러니 연예인은 아니지만 돈이 많잖아? 이 입장순서도 분명 돈으로 바꾼 거 같아!” 신효린과 이소희는 서로 잘난 척하며 관심을 한바탕 끌어들이고 만족스럽게 장 내로 들어갔다. 그러나 패션쇼 장에 들어오자 모든 매체의 기자들은 전부 안나 조와 같은 유명 스타 혹은 브랜드 디자이너를 인터뷰하고 있었지 신효린과 이소희에 대하여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젠장! 기자들 전부 눈이 먼 거야?!” 신효린은 아마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자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감히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전부 눈이 삐었나 보지?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들은 전부 앞으로 전부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 거야!” “기자들은 모두 속물입니다. 충분히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얼른 냄새 맡고 몰려들었겠죠.” 이소희도 마음속으로 매우 화가 났고 신효린을 조롱하며 분풀이를 했다. “그, 그래. 난 확실히 이 바닥 사람이 아니긴 해. 필경 우리 같은 재벌이 밑바닥 사람들과 너무 어울리는 건 값 떨어지는 일이라고 우리 엄마가 나를 언론매체와 멀리하게 하셨으니까.” 신효린은 비록 이소희와 동맹 관계에 있지만 결코 상대방이 자신을 깔아내리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신효린은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이소희를 조롱했다. “그래도 넌 성주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제자인데, 너한테도 인터뷰하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너무 말이 안 되는데?” “안 되겠어! 언니인 내가 너무 화 나는 걸. 내가 기자 몇 명 불러서 널 인터뷰하라고 할까?” “허,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전 겸손한 사람이어서 기자들한테 동물원 구경하듯이 둘러싸인 건 싫어합니다!”이소희는 마음속으로 화가
구아람이 오늘 패션쇼에 참석한 것은 이 패션쇼 장을 흔들고 자신이 구씨 가문의 딸임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실 이번 패션쇼에 참석한 이유는 두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첫째는 언론 앞에서 신씨 호텔과의 경쟁에 관하여 정중히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외부의 각종 억지스러운 추측을 막기 위해서였다. 둘째는 공개적으로는 안나 조에게 선물을 주기 위함이었지만 사실 아람이 여기에 온 주요한 목적은 신효린을 감시하고 그들에게 절대로 틈탈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때 안나 조가 갈색 수트를 입은 늠름한 중년 남성과 함께 다가왔다. “구아람 사장님,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안나 조가 아람에게 말했다. “이분은 안인엽 씨인데 AX 주얼리 브랜드의 글로벌 대표자 저와 매우 친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빈센트, 이쪽은 구아람 씨인데, 현재 KS WORLD 호텔의 사장입니다. 아주 유능한 분이시죠!” 안인엽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Y국의 토박이로 황실의 혈통을 가진 사람이었다. 안인엽은 빈센트라는 영어 이름이 있지만 성주에 오면서 안인엽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새로 만들었다. “안인엽 씨,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성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람은 붉은 입술을 반짝이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안인엽에게 수수하고 아름다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구아람 씨. 당신이 우리 AX 브랜드의 패션쇼에 와주시니 매우 영광입니다.” 안인엽은 그다지 유창하지 않은 우리말로 대답하며 악수하기 바빴다. 이때 안나 조는 안인엽과 아람을 한 번씩 훑어보더니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안인엽 씨와 구아람 씨는 오늘 처음 만났을 텐데, 왜 마치 전부터 이미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지지?’ 그리고 기자들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안인엽은 황실 혈통을 가진 매우 존귀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안인엽이 마치 자신의 친딸이라도 보는 것처럼 온화한 눈빛으로 아람을 보며 웃고 있으니 말이다. ‘구아람 씨는 정말 대단하군. 예쁜 것은
“KS그룹의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러니까! 아마도 이번 패션쇼를 기회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했나 보지. 허, 저번에 신경주 사장님을 이기고 안나 조의 신임을 얻은 것도 또 무슨 간사한 수를 부린 건지 누가 알겠어!” “쯧쯧, 전부터 구아람 사장님을 존경해 왔는데, 이제 보니 비열하고 파렴치한 사람이었네.” 이소희는 귀에 걸린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구아람, 넌 너무 날뛰었어!’ ‘오늘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그 기세를 꺾고 사람들이 너의 인성을 의심하게 만들 거야!’ 그러나 이소희가 간과한 것은 방금 그녀가 한 모든 말들은 이미 뒤에서 느릿느릿 걸어오던 신경주가 들었다는 것이다. 경주는 뒤에 조용히 서서 잔뜩 득의양양한 이소희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경주의 큰 키와 준수한 얼굴은 마치 신처럼 우아했다. 그리고 수트 속에 가려진 몸은 한없이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 경주는 더없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경주 사장님, 작은 사모님께서 이소희 씨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상황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진 한무가 말했다. 경주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던 경주는 순간 눈빛이 번쩍이더니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조금만 기다리자.” “기다려요?” 한무는 눈을 크게 뜨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구아람이다. 그러니 아람에겐 다 방법이 있을 거야.” 경주는 실눈을 뜨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도 아람에겐 내가 있잖아.” 한무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경주의 우월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필경 내 여자였던 사람이니 나 말고는 누구도 아람을 건드릴 수 없어. 그 누구도!” ‘헉! 내가 알던 그 차가운 신경주 사장님 맞아?’ ‘지구가 따뜻해진 건가? 남극의 빙산도 사장님의 눈빛에 녹겠네?!’ ‘아,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은 사모님께서 이 눈빛을 보시지 못했구나!’ 이때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