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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토록 좌절을 느끼게 한 여자는 없었다. 김은주에게 이용하고 배신을 당해도 신경주는 그저 화가 날 뿐이었다.

신씨 호텔보다 일사불란하게 잘 꾸며진 호텔 로비를 보는 신경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와 결혼한 구아람은 세상 물정을 모르고 늘 당하고 사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시골 사람’ 신분을 얕잡아 보진 않았지만 자신의 세계와 너무 멀리 떨어져 절대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그녀의 세계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가 끈질기게 쫓아가도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인 것 같았다.

구아람이 모든 자존심과 존엄성을 버리고 곁에 있어주던 그 3년이 그녀와 제일 가까웠던 순간이었다.

높은 자리에 있어 우러러 봐야 하는 사람은 여태껏 신경주가 아니었다.

마침 호텔의 직원 두 명에게 일을 맡기고 있는 임수해는 우연히 뒤를 돌아보자 로비에 서 있는 신경주가 눈에 들어왔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게 하고, 마저 일 보세요.”

“네, 임 비서님.”

직원들이 떠난 후, 임수해는 싸늘하게 신경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신 사장님, 레스토랑은 왼쪽에 있고 라운지는 오른쪽에 있습니다. 카페는 3층에 있고 방 잡으려면 카운터로 가세요.”

“구 사장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무뚝뚝한 신경주는 직설적으로 말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리 구 사장님을 아무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차갑게 피식 웃는 임수해는 눈에 원망이 가득 찼다.

호텔에서 손님을 대하는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었더라면 이미 신경주를 쫓아냈을 것이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오늘은 꼭 구 사장님을 만나야겠어요.”

신경주는 자신이 점점 뻔뻔스러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이라면 굴욕을 당하면 바로 떠났을 텐데, 이번에는 남으려고 못 들은 척하고 있있다.

‘욕먹는 게 무슨 대수겠어, 구아람을 만나지 못하면 잠을 설칠 것 같네.’

“아가씨는 당신을 만나 주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빠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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